UCC게시판
티아라 버젼은 현재 따로 쓰는 중입니다.-_-;;
No4 시리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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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ion-환상로맨스
No.3 죄와 벌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by eli(Mtales.net)
“챕터 6이었나, 7이었나…기억도 안 나네. 하여간 그때 용자의 무덤에서 리치를 깨부시러 갈 때, 그래, 그 장소야. 어쩐지 기분이 나쁘더만…그럼, 여기는 용자의 무덤 안?”
나는 혼자서 중얼 중얼 거리며 이곳의 환경을 파악하고 있었다. 일단 티아라가 아무리 좋은 성격처럼 보여도, 일단은 감시자고, 적이니까 내 정보(?)를 함부로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니, 멀리 떨어져서 이 곳을 이리 저리 살펴보며 둘러보고 있었다.
“챕터라니…정말 골치 아픈 걸.”
나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왠지 이곳은 무척 기분이 나빴다. 오염된 듯한 용자의 무덤? 그런 이미지/랄까. 은연 중에 용자의 무덤 안에는 감옥이 있다는 괴담 같은 설도 있으니 마치 감옥 안에 갇힌 죄수가 따로 없었다. 나는 그냥 애처롭게 바닥을 긁다가 순간 머리 속에 무언가가 퍼뜩 떠올랐다.
“맞다! 신조의 깃털, 왜 그 간단한 걸 잊고 있었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당황하고 여러 일이 겹쳐서, 까맣게 잊은 거야! 하하하하하하, 나도 참 바보야. 하지만 그 후에 나는 더 후회했다. 내 주머니에는 아이템 이고 뭐고 워프 관련은 다 빠져 있었다. 심지어 윙까지. 이 나쁜 것들…하기는, 그 간단한 탈출 원리의 아이템을 그들이 쉽게 둘리 없었다. 다 가져간 거다. 제/기랄. 나는 다시 좌절하여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때 분명 레스코-에잇! 이름은 무슨. 하여간 그 망할 보리스는 워프 했었는데…. 그렇다면, 티아라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때의 그 놈을 다시 생각하면서 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젠/장, 어떻게 되먹은 성격이 그리 싸/가지고, 다혈질에, 하여간 성질 드럽게 나쁠 수가 있는지. 여자를 멱살 쥐고, 그렇게 쥐 잡아먹을 듯 노려보/지 않나, 내동댕이치질 않나…아 정말 웃겨. 하여간 나는 티아라가 하나쯤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도달하여 티아라가 저 먼 저편에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스멀 스멀 그 옆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아, 여긴 너무 추워. 특히 바닥이 넘 차갑다…. 빨리 탈출하고 카울 마을에 가서 불 지피고 몸을 녹여야지.’
나는 나도 모르게 드는 생각에 헤헤거리며 티아라에게 다가갔다. 티아라는 벽 쪽으로 등을 돌린 채로 그 차가운 바닥 위에서 잘도 자고 있었다. 미안해, 티아라. 하지만 우린 적이야. 내가 도망치면 니가 혼나긴 하겠지만 뭐 언제든지 죽을 위기에 처해진 나보단 나을 거야. 나는 티아라의 아이템 주머니를 몰래 뒤졌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주머니 안을 뒤적거렸지만 도무지 신조의 깃털로 추정되는 물건은 보이질 않았으며 윙도 마찬가지였고, 겨우 발견한 것이 스크롤이었으나…티치엘도 아니고 이스핀인 내가 이걸 가져봤자 어디에 무얼 쓴 단 말인가? 그때 그 순간, 누군가 내 손을 덥석! 잡아들었다.
“개기는 성격은 그렇다 치고, 도둑고양이 버릇까지 있는 줄은 몰랐군 그래.”
“헉!”
그는 바로 아이템 주머니에서 신조의 깃털을 찾느라 뒤로 다가온 것을 까맣게 몰랐던, 레스코였다. 그가 여전히 무서운 눈으로 나의 손을 잡고서 노려보고 있었다. 다만 저번과 틀린 것이 있다면, 이번엔 무언가 비웃는 듯한 저 경멸스러운 표정을 빼고! 으악, 나는 왜 이리 되는 일이 없는 거야.
“도둑고양이라니! 나는 다만 그냥 배고파서, 머, 먹을 게 있나 좀 보려고….
“호오, 그래?”
“아니, 자는 걸 깨우는 건 좀 그렇잖아…. 아니 게다가, 잠자리까지 이렇게 불편하고 추운 데로 데려와 놓고, 먹을 것도 안 주는 건 인질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어쨌거나 내가 살아 있어야 너희들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정말 나름대로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는 열변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도대체 저 망할 놈의 보리스의 앞에 서게 되면, 왜 이렇게 나는 말을 잘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아, 나 정말 천재 인가봐.………말이 안 된다는 거, 나도 알고는 있지만 이런 생각이라도 안하면 이 춥고 살벌한 곳에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다. 흑.
“그래, 이제서야 좀 자신의 처지가 이해되나 보군. 어쨌거나 니가 살아있어야 엄연히 ‘인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까.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꽤 머리가 있군.”
머리가 있대! 어머니! 제가 18살 평생에 처음으로 이런 말을 들었사옵니다! 흑흑, 그것도 이런 춥고 배고픈 적지에 와서~. 묘하게 기뻐하는 듯한 나의 표정을 보며 그는 여전히 그 무서운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그리고 더불어 그 비웃는 듯한 표정도 함께.
“아니 뭐, 그럴 것까지야….”
그가 뭘 어떻게 쳐다보건 나는 실룩실룩 웃음이 지어지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후후훗.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
그는 누워있던 티아라를 툭툭 치며 그녀를 깨웠다.
“티아라, 일어나 봐.”
“음…. 아, 레스코.”
곤히 잠들어 있던 티아라는 눈을 비비며 깨어나 들깬 눈으로 나와 레스코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 망할 놈의 보리스. 그리고 그 놈은 티아라를 쳐다본 채로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며-
“인질이 배고프댄다.”
“아니 잠깐! 난 인질이 아니라구. 엄연히 이름이 있어!”
“인질은 인질이야. 네 이름이 어떻게 되든.”
“아니 뭐야?!”
아아, 정말 싸/가지라고는 밥에 말아먹어 소화시켜버릴 놈!!! 정말이지 나중에 꼭 이 수모를 갚아 줄테다, 빠득빠득 이를 갈며 나는 굳게 다짐했다.
“저기 티아라. 말 놔도 되지? 나이가….”
“열 아홉. 그냥 말 놓도록 해.”
“아니 연상이네. 그럼 언니라고….”
“괜찮아, 이름 불러도.”
나는 그녀가 준, 꿀 곰(허니베어)의 잡레어 꿀 빵(허니브레드-이 정도면 그래도 꽤 좋은 대접이다.)을 우적우적 씹어 먹다가 문득 이 적적한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치만 뭔가 말을 걸어도 썰렁한 이 분위기…일단 통성명과 나이 정리까지 끝낸 나는 본격적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드림 인버스라고 했나? 그 꿈 뒤집기…. 맞나?”
“맞아. 하지만 거기에 대한 건 물어봐도 대답해줄 수가 없어.”
“아니 뭐 거기가 그렇게 궁금한 건 아니고…. 그냥 티아라는 왜 거길 들어갔나 해서.”
연상이 이름 불러도 된다는데 뭐, 맘껏 불러야지. 사실 드림 인버스 인지 꿈 뒤집기 인지 뭔지에 대해서도 좀 궁금했지만 왠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다는 feel이 강력하게 느껴지는 바라, 그냥 티아라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자 그녀는 한참 메모라이즈를 하고 있던 스크롤을 놓고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냥 그걸 읽는 것도 아니고, 나를 쳐다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다. 무언가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처럼. 이것도 혹시 물어보면 안 되는 거였나? 잠시 그런 생각에 잠겨 있던 티아라의 눈동자는 어쩐지 처음 얼굴을 보았을 때처럼 슬픈 것이어서 나는 금방 후회가 되었다. 이윽고 그녀는 조용히 나를 향해 말을 꺼냈다.
“타나토스란 사람, 안다고 했지?”
“응. 별로 친한 건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우리 조직의 일종의 ‘영웅’이야.…왜냐면, 그 사람이야말로 우리의 시초였으니까. 아무도 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걸 그 사람은 처음으로 하고자 시도했으니까.”
“…그래? 영웅이라니, 평소에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다지 어울리지 않네.”
그 사람은 고렙인 걸 제외하면 그냥 평범했다. 내 기억 속에는 그냥 그렇다. 그냥 좀 털털했고, 잘 웃었고, 그런 성격이어서 그렇게 처절하게 외쳐댄 것이 사실 좀 이외일 정도였다. 그냥 어느 날 같이 도플에서 만나 메신저 등록한 게 전부고, 그냥 그런 사이다. 이를테면, 좀 아는 사이. 그런데 이쪽에서는 영웅 취급이라니.
“그 사람의 심중이 무엇인지, 그건 우리도 몰라. 다만 그 사람과 친했던 사람이라면 그걸 알겠지만 서도…. 하지만, 그 사람도 분명 현실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던 거야. 이곳보다, 그곳에 매우 소중한 것이 있었던 거야.”
“하지만, 어차피 돌아가게 될 거잖아. 똑같이, 그때로, 변함없이, 이곳에서 3년을 지낸다고 해도. 그곳은 똑같을 거잖아.”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소중한 것이 있었던 거지, 그 사람은.”
“…그럼…티아라도 그런 거야?”
“……….”
티아라는 그대로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궁금했지만 거기서 그만두기로 했다. 말을 꺼낼 수조차 없이 슬픈 그녀의 눈동자만 아니었다면 나는 더 캐물었겠지만. 썩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바닥과 천정의 대리석에서 그녀의 눈동자에서라도 흘러나오는 것 같이 싸늘한 물기가 바닥에 떨어지며 그 공허한 장소 안에서는 그저 오로지 ‘뚝’하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을 뿐이었다.
날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더불어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잠자다 깨어나서 회중시계를 보고 있어도 과연 그 시각이 맞는지 조차 의심이 될 정도로 나의 시간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기는 햇빛이라고는 단 한 톨도 찾아볼 수가 없었으니까.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되는데,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며 무의미하게 숫자나 세고 있어봤자 도무지 실감이 안 나는 것이다. 아아, 나 이러다 폐인 되는 거 아냐….
그날 이후로 그 망할 놈의 보리스는 많아봤자 두 번을 다녀갔고, 계속 티아라랑 나랑만 이 어둡고 축축한 곳에 있어야 했다. 그 망할 놈은 정말 매너도 없지. 감시자를 여자로 두다니. 티아라만 좀 불쌍하다. 나야 인질이니까 뭐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저 애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동료 아닌가? 하긴 남자랑 단 둘만 있는 거보단 나을지도…. 그 생각을 하자 나는 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그냥 덮어두기로 했다. 아무튼 티아라가 가끔 자리를 비울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나는 더 무서워졌다. 어쩐지 외로워지는 기분이었고 아무도 없는 곳에 나 혼자 고립되어 있는 듯한 울적한 기분이 들어 나는 티아라와 친해지면 안 된다! 라는 나의 첫날의 기본 신조와는 다르게 점점 티아라와 친목을 쌓아가고 있었다. 티아라도 예의 그, 드림 인버스인지 뭔지의 조직이랑, 자신에 대해서 물을 때를 빼면, 꽤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기 때문에 나로써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계속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러다 언제 빠져나가게 될 지도 모르는데…. 퀸은 대체 오긴 오는 걸까? 나는 점점 시간이 지나갈수록 퀸에 대한 오묘한 불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퀸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야 내가 탈출을 시도하는 게 낫겠다! 나는 몇 일인지, 예상도 안 되는 그 전날의 시도를 다시금 정리하며 작전을 다시 짜보기로 했다. 마침 그 날은 티아라도 없었다.
“신조의 깃털-윙, 이것들은 다 글렀고…. 음…. 이스핀이니까 워프 같은 건 무리. 젠/장, 티치엘을 할걸…. 그러면 안 잡혀 왔을 수도 있었는데…. 나갈 길은 없고….”
나는 정말 좌절스러웠다. 이럴 때 펫이라도 있었으면 이 적적함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었을텐데…. 아, 얼마전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유나가 그립다. 리브리오였었는데, 너무 커서 사냥할 때마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별수 없이 펫을 바꾸기 위해서 처분해버렸다. 제/길 그 때 같이 알도 살걸. 괜히 종류 고르는데 고심한다고 쑈하다가 이게 뭐람. 하지만, 어쩌면 펫 먹이 까지는 책임 못 지니 그냥 죽으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 망할 놈의 보리스라면 말이지. 그 생각을 하자 나는 오히려 지금 펫이 없는 이 상태가 더없이 낫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티아라는 이뉴이트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그 놈은 펫도 없었다. 정말 생각할수록 매정한 놈이구만.
“으, 정말 여기 추워서 미치겠다니깐. 이러다 감기 걸리겠네.”
그렇게 중얼거리던 나는 감기! 에서 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감기 감기 감기라!! 어쩌면 티아라라면 넘어가줄지도 몰라. 나는 오묘한 웃음을 흘리며 즉시 작전에 나섰다. 티아라가 올 때까지는 시간이 있을 테니….
슝,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인기척이 들렸다. 으흐흐흣, 드디어 왔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곧 작전 착수에 나섰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 그 위에 병약하게 누워있는 (척을 하는) 나! 나는 등 뒤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최대한 리얼하게 쿨럭 쿨럭 거렸다.
“쿨럭 쿨럭…. 티아라 왔어?”
마치 죽어가는 병자처럼! 사래 들린 후에 맛 간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나는 후에 헐리우드에 진출할 정도의 온 몸을 다한 연기를 해나가고 있었다. 아, 나 아무래도 여배우 될 걸 그랬어. 헌데 문제의 요점은 그게 아니었다.
“뭐야, 너?”
헉. 이 싸/가지 없는 톤의 가라앉은 듯한 목소리는! 뒤로 다가온 것은 그 망할 놈의 보리스 였던 것이다. 이 놈이 넘어가줄지도 의문일 뿐더러, 그 성격에 매몰차게 인질인 주제에 감기까지 달다니! 라고 구박만 더해질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난 여기서 포기하지 않는다!
“쿨럭…아니, 그게…쿨럭, 엣취! 여기가 너무 추워서 감기가 들었나봐.…크흑.”
나는 정말 최대한 목을 사려가며 목소리를 변조시켰다. 이게 무슨 사건 25시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지…. 하여간 그 놈이 적어도 발로 까지는 않게 연약하고(?) 병약하게(…)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그럼 누가 알아. 약이라도 사줄지.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감기라고?”
“아, 내가 원래 그다지 몸이 좋은 건 아니거든.…쿨럭, 쿨럭. 예전엔 폐렴 걸릴 뻔 한 적도 있어서,…. 쿨럭. 큭, 말 시키지 마. 목 아퍼….”
그러니까 제발 발로 치지만 말고, 구박만 말아라. 이걸로 구박은 좀 벗어날지도 몰라. 애초에 목적과는 좀 벗어났지만 이 싸/가지 없는 놈한테서 그거라도 어디랴. 제/길. 근데 그 놈의 표정이 조금씩 오묘하게 변했다.
“폐렴? 너…몸 안 좋냐?”
‘엥?’
뭔가 믿어주는 듯한 이 눈치.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그 놈은 스멀스멀, 걱정되는 듯한 어두운 표정-이라고는 해도 원래 원체 굳어있으니 알 수가 있나. 하여간 다가오더니 손을 내 이마 위에 얹었다. 물론, 아까의 나의 완벽한 계획으로 얼굴과 이마는 손이 부르트고 때가 나오도록 열심히 비벼댄 덕분에 빨개질 정도로 열을 발사시켜 놓은 상태였다. 근데 어쩐지 이마 위로 다가온 그 놈의 손이 꽤 기분이 좋았다. 싸늘한 그 느낌과는 무척 다른 그런 느낌. 그러더니 곧 자신의 이마의 온도를 재보는 듯 했다. 나는 완벽하게 신음 소리(…)까지 내가며 애써 힘든 척 했다.
“열은 일단 있는 것 같긴 한데….”
“쿨럭, 쿨럭. 허억….”
아 정말 혼신을 다한 나의 연기! 저 망할 놈의 보리스까지도 넘어가지 않느냐! 나는 정말 머리 속에서 내 자신이 대견스러울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놈이 갑자기 나의 얼굴 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으, 엑? 엥?”
나는 점점 클로즈 업 되는 얼굴을 보며 당황 했다. 그리고 정말로 새-빨개지며 열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뭐, 뭐야 이거!! 아니, 아무리 평소에는 사이가 나쁘다가도, 아무리 관심이 그런 쪽(?)으로 없다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누워 있던 소녀(…)에게 얼굴을 서서히 다가오면 누구나 당황할 거다! 그래 누구나! 그는 곧 이마를 내 이마에 얹어보더니 말했다.
“아까보다 더 올라 갔네….”
당연하다. 지금 내 얼굴 엄청 빨개진 것 같으니까. 얼굴에서 막 열이 나서 부채질 하고 싶을 정도이다. 나는 정말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내 이마를 맞대고 그대로 위에 있었고, 긴 머리카락이 내 얼굴에 맞닿아서 묘하게 기분이 오묘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일어서더니 워프해서 달려 가버렸다. …나는 그대로 굳은 채로, 가만히 누워 있었을 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지? 그러니까 그 망할 보리스가 나한테 점점 다가와서, 아니 그냥 열 잰거지. 이마로. 손으로 잘 안 재지니까…. 그래도 왠지 손이 차가운 게, 묘하게 기분이 좋았는데. 그 머리카락도, 나는 이스핀이라서, 짧으니까…. 아무리 여자에 버금가는 여리한 외모의 소유자인 보리스라지만, 남자 머리카락이 그렇게 부드러워도 되는 건가? 헉, 나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나는 서둘러 고개를 휙휙 내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으아~~~정말 감기에 걸린 거 아닐까? 심장도 막 이상하게 뛰는 거 보면. 아깐 오히려 괜찮았는데 생각하니까 이상해지는 거 같다. 바보바보바보바보!!! 유리 너 정신 차려!!
“이봐, 인질…응?”
레스코가 서둘러 마을을 갖다왔을 때, ‘인질’은 그곳에 없었다. 휑-하니 여전히 허전한 바람만 부는 그 장소만 남았을 뿐. 그래봤자 이곳은 돌아다닐 곳도 엄청나게 한정되어 있는데, 몸도 안 좋다면서 어딜 갔는지. 그는 갑작스럽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 속에서, 그의 누이가 떠올랐다. 한시도 그가 챙겨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그의 연약하고 연약한 누이. 그리고 그는 서둘러 고개를 저은 채 그녀를 찾아 다녔다. 분명 어디선가 또 쓸데없이 돌아다니고 있을 게 분명하다. 왜 감기 걸린 그런 안 좋은 몸으로 돌아다니는 거지? 도대체 그는 그 ‘인질’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르비크 플리마켓에서 서둘러 길을 가던 중, 그녀랑 부딪힐 때도, 쓸데없는 일로 시비를 걸더니, 우연히 가운데에 서서 손에 잡혔던 인질도 그녀였다. 그냥 우연이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그냥 좀 이라고 하기에는 꽤 큰 우연. 인질로 잡혀온 후에도 그녀는 꽤나 상황에 잘 적응되는 태도를 보였고, 처음엔 멀리하는 듯 하더니 곧 티아라랑 친해지질 않나, 티아라가 잠든 사이 아이템 주머니를 뒤지는 황당한 행동까지 서슴치 않았다. 자기 딴엔 탈출하려고 그런 것이었겠지만, 그런 걸 놔 뒀을리가 없지. 그 후에도 몇 번 그녀는 자기만 보면 마치 고양이처럼 날카롭게 대들었지만 그다지 무서워 보이진 않았다. 다만, 그녀가 ‘퀸’이나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따질 때만 엄하게 경고를 주었을 뿐. 그 때 어둠 속에서 기둥에 기대어 있는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봐, 인질.”
“어라?”
익숙한 목소리. 아니 벌써 왔냐! 떨떠름하게 뒤를 돌아보자 그가 있었다. 쳇 결국 내보내 주는 건 아닌가 보네. 그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는데 그건 바로 만병통치약 이었다. 이 비싸다는 것을…사줘서 감동할 때가 아니라 이게 목적이 아닌데 제기/랄. 그녀는 스스로 절규하며 애써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고맙다.”
“근데 여기까지 나오다니 무리하는 군. 역시 언제 봐도 이해가 안 된다니까.”
“뭐야? 이런….”
“말 시키지 말라며 말만 잘하네.”
“아니, 그건….”
그녀는 다시금 파리한 듯한 안색을 쥐어짜며(?)비틀 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탈출도 못하는데 언제까지 이짓거리를 해야 하나….
“쿨럭, 이제 됐어. 머리 아프니까 이만 약이나 주고 가.”
“입구 근처까지 언제 걸어가려고?”
“어디 있든지 무슨 상관이야.”
“그건 좀 곤란하지. 티아라가 힘들테니까.”
그래 만년 그게 문제구나. 여기서 탈출도 못하는데 입구 근처고 여기고 뭔 상관이래 대체. 티아라가 괜히 나 찾아다닐 까봐 그게 걱정된다는 거겠지. 헉, 근데 뭐야 또? 그놈이 갑자기 또 나한테 다가오더니 내 몸을 덥석 들은 것이다. 헉 이거 설마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것?
“생각보단 가벼워서 다행이군.”
“뭐…뭐야? 이거 놔, 여기 있어도 상관없다고.”
“니가 아프면 관리하는 우리만 피곤해진단 말이다.”
그렇다고 이건 좀…. 야, 진짜 이 놈 뭐냐. 난 정말 지대로 황당했다. 그리고 당황스러웠다. 뭐야 진짜 이 시츄에이션은~~~~~~!!!! 내 18살 인생 단 한번도 남자가 없었을 뿐더러 갑자기 이런 스킨쉽(???)은 좀…. 그 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들고 가더니 곧 입구 근처에 내려주었다. 그때 그 순간 티아라가 돌아왔다.
“어라 레스코. 왠일이야?”
“아, 티아라. 인질이 되도 않게 감기에 걸렸다더군.”
“감기?”
“그래. 어울리지는 않지만 몸이 약해서 폐렴까지 간 적도 있었다니까 관리 잘 해줘.”
“에? 폐렴?”
그 순간 티아라는 황당 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와 레스코를 번갈아 쳐다보았고, 나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 하여 스멀스멀 뒤로 피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분명히 저번에 이야기 했었을 때는 감기 하나 걸리지 않는 체질이라 결석하는 애들이 부러울 정도였다고….”
“아니, 티아라, 그건 말이지!!”
아악!!! 그러고 보니 시시콜콜 잡담을 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지!! 나는 정말이지 이놈의 방정맞은 입이 이때만큼 후회스러운 적이 없었다. 아악~~~나의 예상대로, 나의 앞에 서 있었던 그 놈은 그대로 무서운 포스를 날려대며 서서히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뭐? 몸이 약한데다, 폐렴? 근데 부러울 정도라….”
“아니, 아니. 아니 그게. 저기 잠깐 내 말좀….”
나는 정말 너무나도 뻘쭘-하고,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도 무섭고, 겁이 나서 정말 있는 데로 최선을 다하여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뒤를 돌아보며 나를 노려보는 그 놈의 눈초리는 정말 저번에 본 것 보다도 더 사나웠다. 아악!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말이 헉 하고 다시 들어가 버렸다. 그놈이 또! 내 멱살을 잡고 벽에 그대로 박아버린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거리는 얼마 안되었으니까 사실 상관 없지만, 나는 그대로 뒤로 오갈데도 없이 고립된 거다. 앞에는 그 놈이 무섭게 째려보고 있고 말이지.
“그래, 탈출하려고 나름대로 머리를 썼나 보/지….”
“아니, 그건, 이건 저.”
나는 정말 아무런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멱살을 쥔 그놈의 손이 정말 단단해서, 벽에 걸린 나로써는 어떻게든 벗어나고보자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레벨 차이가 몇이야, 이놈. 이래뵈도 150대인데…. 아무리 현실적으로 여자와 남자의 힘이 차이가 있다지만 이건 너무해!(그러나 피케이에서는 통용 안 됨)
“……잘 들어! 우리는 너를 어떤 식으로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네가 여기서 나가려면, 죽어서 나가든, 우리랑 같이 현실로 나가든! 그게 네 길이야! 아니면 퀸이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인가? 그나마 인질이라고 살아있는 게 제 값이라고 고이고이 모셔줬더니 네 처지를 아직도 자각하지 못했나 보군.”
나는 그가 잡고 있는 그 손길보다 그가 바로 정면에서부터 노려보는 그 눈길이 너무 무서웠다. 아깐 전혀 그러지 않아서 방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나는 나도 모르게 너무 무서워서 눈물까지 나오려고 했다. 아니, 무서워서가 아니다. 어쩐지 뭔가가 서러웠다. 그거 하나 가지고 이렇게까지 화낼 필요는 없잖아….
“그래, 내가 그 건은 잘못했어. 하지만 탈출의 ‘탈’자도 시도해보/지 못했는데, 그렇게까지 화낼 건….”
그러자 오히려 그가 더 꾸욱 힘을 쥐며 나를 더 벽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숨이 막혔다.
“커헉. 이거 놓고….”
“잘 들어. 다시는 그딴 식으로 병자 행세 하지 마. 네가 진짜 아프건 말건 믿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목숨이 아깝다면 그딴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알았어?!!!!!”
그제서야 그는 분이 풀리는지 나를 놓았다. 그리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너무 숨이 막혀서 커헉 하며 기침을 해대며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 뭔가가 서러운 느낌도 들고 괴로운 느낌이 들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나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다니! 그때서야 뒤에서 있던 티아라가 서둘러 달려왔다.
“쿨럭, 쿨럭….”
“괜찮아요?”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요? 내가 감기 걸린 척 한 게,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이라고…. 어차피 나가지도 못하는 걸…. 티아라도 그래요. 왜 말리지 않은 거에요.”
나는 나도 모르게 너무나 억울해서 막 울어대기 시작했다. 눈물이 차갑게 내 얼굴에서 흘러내렸다. 정말 너무 억울하다. 내가 왜 갑자기 이런 식으로 어느 날 인질 취급을 받아야 하며, 왜 갑자기 그한테서 이런 식의 모욕을 받아야 하는지. 드림 인버스 인지 뭔지는 몰라도 사람을 갑자기 데려와서 이렇게 막 아무렇게 취급해도 되는 거냐고 어딘가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었다. 그래, 정확히는 그 앞에서 그러고 싶다. 왜 나를 이런 식으로 못살게 구는 거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내가 왜. 티아라는 그렇게 엉엉 울어대는 나를 보며 아무 말도 못했다.
“…그 건은 레스코가 네가 심했어.”
“내 사정을 아는 네가 할 소리가 아닌데.”
“나는 비록 네 사정을 알더라도 그 애는 몰라. 그리고 그 애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잡혀 와서 고생하고 있잖아. 만약 우리만 아니었다면 꿈속이건 가상 세계건 멀쩡하게 지내고 있었을 거야. 헌데 우리 때문에….”
“어차피 우리의 뜻을 이루려면 이 정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킹이 말씀하셨어.”
“네가 그렇게 언제부터 맹목적으로 킹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였니?”
레스코는 입을 다물었다. 티아라는 드림 인버스의 가입 이후 얌전하게 지내는 듯싶다가도 이런 식으로 강경하게 몰아붙일 때면 그로써도 아무 말도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 사실 그녀의 말이 맞은 부분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 애는 우리랑 틀려. 그 애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런 건 당연한 거야. 너의 입장이 어찌되었든, 유리가 널 안 좋아한다고, 너의 사정까지 알아가면서 그런 짓을 가려할 리가 없잖아. 그 애가 뭘 잘못했니? 너의 입장은 나로써도 이해하지만 그것도 어린 여자애를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다니 잘못 된 거야.”
“훗, 너와 겨우 1살 차이일 뿐인데?”
“어쨌거나.”
문제의 중점인 이스핀-유리는 베레모를 옆에 둔 채 고이 잠들어 있는 듯 했다. 울다 지쳐 티아라가 겨우 잠들게 한 것이다. 1살 차이라고는 하지만 티아라가 보았을 때 그 아이는 아직 한참 아래인 듯한 기분이 들어 어쩐지 동생이 생긴 기분이었다. 순수하고 단순하고 명랑하고 그래서였겠지. 티아라는 평소보다도 더 가련하게 잠들어 있는 그 아이를 쳐다보며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우리도 우리의 뜻만을 위해서 멀쩡한 아이를 잡아왔을 뿐이다.
“저 아이는 우리보다 순수해. 그러니까 함부로 대하지 말아줘. 게다가 여자애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건 내가 싫어하는 짓이란 거 알 텐데. 너의 사정을 내가 알고 있는 만큼 너도 좀 가려 행동하도록 해.”
“……새겨듣도록 하지.”
여전히 포커페이스. 하여간 정말 말을 안 듣는다니까. 티아라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상태로 레스코를 휙 돌아버린 채 언제나처럼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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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칸 성녀마리아2006.10.04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