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게시판

아나이스
소설

[화이트] 테일즈위버에게

하이아칸 르왑 2013-03-09 15:17 348
르왑님의 작성글 0 신고

 

테일즈위버, 03년도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시작하기에 나도 처음 접했던 게임. 불과 15살 밖에 안되었던 나이에 온라인 게임은 마치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세상이었고, 사람을 만나가며, 내가 키우는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즐거움을 느끼며, 실제 친구가 아닌 온라인 속에서의 친구를 만들어가며 테일즈위버와 함께 성장해나갔다. 그전까지 해오던 게임들은 단지 레벨 성장, 아이템, 보스 컨텐츠를 위한 게임이었다면 그 나이에는 표현하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와서 표현하자면 하나의 침대같았던 게임이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나게 성장하기보단 평화로운 OST가 흐르는 맵에 앉아서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고, 이야기하고.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던 내가 잔잔한 피아노곡을 좋아하던 계기가 아마 그때였던것 같다. 나르비크의 경쾌한 음악, 클라드와 카울에서의 잔잔한 멜로디, 그리고 모든 게임 ost를 통틀어 가장 많이 듣고, 우울할 때나 힘들 때 항상 듣던 second run이라는 노래까지. 테일즈위버가 다른 게임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 노래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즐거웠던 시간도 길지 않았다. 힘껏 당긴 활시위에서 화살이 튀어나가듯 시간은 빨리 흘러갔고 항상 떠들고 웃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테일즈위버 속에서 안주하기에 세상은 너무나 빨리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휘몰아치는 격물속에서 나 또한 테일즈위버에서 잠시간 떠나갔었으니까. 아무튼 내가 성장함에 따라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게임인 테일즈위버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간간히 찾아보는 선에서 그쳤지만, 어쩔 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어쩔 땐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테일즈위버를 보면서 난 일종의 그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어렸던 내게 단지 추억거리일 뿐이었던 게임이었는데 왜 내가 그리움을 느꼈던 건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은 모두 떠난 게임을 난 왜 그리워했던걸까. 그 후에 했던 게임은 모두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흥미가 사그라들어버렸다. 테일즈위버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인터넷에서 떠도는 게임 OST 노래들을 듣거나 할때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스무살이 넘고, 군대를 다녀오고 난 뒤. 난 마치 힘껏 날린 부메랑이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다시 테일즈위버에 접속했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상태였지만 무작정 캐릭터를 만들었고, 게임에 접속했다. 시간도 변했고, 나도 변했고, 게임도 많이 변화했지만 나를 반겨주는 잔잔한 멜로디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나르비크맵에서 밤에 나오는 노래였던 Good evening, narvik를 계속 들으며 마을을 돌아다녔다. 게임속에서 안식을 찾는다는 게 가능할까? 라는 의문은 그때서야 비로소 풀렸다. 내가 다른 게임을 하면서 한달, 아니 이주일도 넘지않고 흥미가 사그라들어버렸던 이유는 아마 게임을 하면서도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해서였던거였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초보자를 위한 퀘스트들을 깨면서 레벨을 올리면서 크라이덴 평원이나 셀바스 평원까지 가서 한참동안 노래를 들었다. 테일즈위버에는 마치 무인도에 숨겨진 보물처럼 좋은 음악들이 숨겨져있어서, 내가 레벨을 올리는 이유는 남들보다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맵들을 돌아다니며 음악을 듣기 위해서였다. 게임에 접속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노래만 켜놓고 인터넷을 하는 날도 있었고, 레벨이 조금 오르자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퀘스트 깨는 걸 도와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거기서 클럽을 들고, 재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테일즈위버에 접속하는 일이 즐거워졌다. 이제 아마 내가 생각하기로는 다른 게임은 못할 것 같다. 테일즈위버에서 또 다시 잠시 손을 놓는 일이 있더라도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써보는 계기를 찾을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테일즈위버에 느꼈던 감정들을 이렇게 글로 써보니까 참 낯간지럽기도 하지만 이게 내가 그동안 테일즈위버와 같이 성장하면서 느꼈던 이야기들이다. 테일즈위버, 어떻게 보면 지금 이십대 초중반 사람들에게 일종의 그리운 이상향처럼 남아있는 이야기.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나처럼 게임에 접속하고,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게임이 테일즈위버니까.

언제나 항상 사람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하는 테일즈위버! 이제 다시 내 이야기를 써내갈 시간이 기대된다. 언제나 활기 가득한 테일즈위버가 되길 빌며.

전체 댓글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