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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지영
지영아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게되는구나.
참 어색하지? 그렇게 써달라고 했던 편지를 이런 계기로 쓰게되다니
한편으론 미안하고, 그래도 좋은 기회라고 나는 생각해.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기억하니?
입학 전 메신져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기만 했었는데
사실 널 만나는 날이라 생각해서 신경도 안쓰던 내 외모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처음 신입생환영회에서 보던날 아직도 기억난다.
넌 내게 " 난 술 못마시니까 흑기사 좀 해줘 " 라며 내게 술을 강요했었지.
하하, 아직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와.
술 한잔 하지 못해서 다같이 과 구호를 외치며 한잔씩 마시던 술, 그 한잔에 취기가
돌았는데 새빨갛게 변한 네 얼굴이 아직도 눈 앞에 선선하다.
축제와 체육대회도 다 참여하면서 우린 정말 급속도로 친해졌던 것 같아.
그때 난 너랑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너가 참여한다던 모든 행사에 참여했었지.
그러던 어느날 네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절망적인 시간을 보냈어.
가장 친한 대학 동기라며 나에게 그 남자에 대해서, 데이트 했던 순간들,
그리고 다음 약속때 어떻게 꾸미고 가야할지 들뜬채 말하는 네 모습에
하루하루가 너무 끔찍했던 것 같아.
왜 난 용기가 없었을까? 그런 자책을 매 순간마다 했었지.
그러다가 결국 너가 그 친구와 헤어지던 날 내게 처음으로 같이 술 마시자고 했었어.
난 정말 솔직히 너무 기뻤단다.
내가 지금껏 마셔본 술 중에 그 날 가장 맛이 좋았던 것 같다.
네 푸념과 한탄, 눈물을 보면서 너무 아파하는 네 모습에 내 마음도 아팠지만,
그 날 난 내게 온 기회라는 생각에 사실 기분이 너무 좋았어.
그렇게 내가 너에게 고백하던 날 왜 진즉에 고백하지 않았냐며 타박했던 네가 참 이뻐보였어.
요즘에 넌 항상 내게 권태기냐며, 왜 이렇게 변했냐고 물어보곤 하지.
난 변한게 없는데 넌 늘 그렇게 생각하게 되나봐,
요새 내가 정신이 없어서 너에게 소홀했다면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널 생각하지 않았던 적이 없어.
나한테 넌 내 일상처럼 너무나 가까운 사람이니까.
그리고 가장 소중하니까, 사랑한다 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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