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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gos] - 1

네냐플 브룩셀바 2012-09-12 02:40 5879
브룩셀바님의 작성글 1 신고

[Tragos] - 1 

 

 

 

짙은 어둠으로 물든 밤거리. 요즘들어 워낙 흉흉한지라 저녁이 조금 넘은 이른 시간만 되도 거리에 사람은 없다.

더우기 어둠에서 어둠과 어둠으로 잠식된 한 밤중은 말 할 나위 없지.

도시가 흉흉해진건 안된 일이지만 이런 분위기도 꽤나 괜찮단 말이지.

 

 

 

 

푸르스름하고 스산한 달빛을 받아 더욱 화려한 빛을 띄는 은회색 머리의 한 사내가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경쾌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은빛과 붉은빛 옷감 위에 금으로 수를 놓은 벨벳을 덧댄 화려한 검은 연회복을 입고 있었는데, 머리 부분에 은으로 된 독수리가 장식된 검은 스틱을 연신 흔들거리고 있었다.

꽤나 위험한 밤거리를 무슨 배짱인지 혼자(게다가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부르며 ) 걸어가던 그는, 

좁달만한 골목을 지나 공터 한가운데 다 쓰러져가는 건물 앞에 다다르자 건물 옆 담벼락을 고양이마냥 훌쩍 뛰어올랐다. 그는 잠시 건물안의 동태를 살피는 듯 하다가, 이내 괴도 마냥 담을 넘어 낡은 건물의 더러운 유리창을 그의 스틱으로 탁탁 두들겼다.

안에서 괴상한 소음이 들리는 듯 하더니  갈색머리의 안경낀 사내가 우악스럽게 창문을 열어 젖혔다. 그 모습에 달빛을 받아 더욱 짖어진 은회색빛 머리를 헝클어 트리며 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이- 막시민. 작업은 잘 되가고 있어?" 

 

"잘되긴 개뿔. 얼어죽으라지. 네 놈은 또 뭐하러 여길 온거냐."

 

 

막시민의 말에 그는 잘생긴 얼굴로 씩 웃으며 대답했다.

 

 

"감시. 너의 주연배우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그리고......"

 

"닥치고 얼른 들어와. 도둑고양이마냥 담넘는 짓은 이제 그만해. 훔쳐갈것도 없는 집에. 귀공자나으리."

 

"네가 왠만하면 문을 안열어주니까 그렇지."

 

 

꿍얼꿍얼 거리는 막시민의 말에 다정하게(?) 대꾸하며 남자는 가볍게 창문을 넘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볼수록 가관이였다. 대체 여기서 어떤 싸움이 났던건지 앵간한 살림살이는 다 부서진 대다가 온갖 잡동사니가 어질러져 있었고 여기저기 깨지고 굴러다니는 술병은 삼일전보다 네배는 늘어난것 같았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이거 선물을 줘야돼, 말아야돼.

막시민은 다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이끼와 곰팡이가 잔뜩 낀 부억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막시민은 부엌 귀퉁이에 널부러진 술병을 발로 밀면서 남자에게 말했다.

 

 

"근데 조슈아. 너 뭐냐 그.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지 않았냐?"

 

"아 그거. 갔다가 그냥 왔지. 재미 없어."

 

 

조슈아의 대답에 찬장에서 술병과 잔을 꺼내던 막시민은 혀를 차며 대꾸했다.

 

 

"왠만하면 좀 봐줘. 넌 네 몫 챙기는데 너무 허술해."

 

"내 몫? 너를 말하는거야, 아님 그 대공 후계자를 말하는거야."

 

"둘 다. 난 정치에는 관심없는 작가나부랭이라지만 넌 아니잖아 임마. 여유롭게 배우로 살려면 너도 그 값을 네 집에 해줘야될것 아니냐."

 

 

잔에 금이 간건지 안간건지 알 길이 없는 때묻은 유리잔을 심각하게 살피며 막시민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조슈아는 사람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보는데. 나 정도면 꽤나 쓸만한 후계자야, 그럼."

 

"어련하시겠어. 네가 이런데 죽치고 앉아서 쓰잘대기없는짓 하고 돌아다니는걸 알면 네 아버지 뒷목잡지."

 

 

썩어서 반쯤 떨어져나간 나무테이블에 막시민은 신경질 적으로 싸구려 럼주가 든 술병과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입을 꾹 다문채 인상을 쓰고있는 막시민을 바라보며 조슈아는 의자에 털썩 소리가 날정도로 푹 구겨앉았다.

막시민이 술을 따르려는듯 잠시 럼주병을 잡다가 이내 손을 떨어뜨리며 한숨을 푹 쉬자, 조슈아는 고양이처럼 눈을 치켜 뜨며 말했다.

 

 

"빨리 말해봐. 무슨 일이야."

 

"뭐가."

 

"뭔일 있어. 빨리 말해."

 

"...... 귀찮아."

 

 

막시민의 대답에 조슈아는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집이야 원래 난장판이였다지만. 집안에 사람이 왔다간 흔적은 분명히 있었다. 막시민 성격에 반 강제로 불법침입이나 무단침입을 일삼는 조슈아 빼고는 왠만하면 집에 사람은 절대 들이지 않는다. 조슈아는 자신의 양복 조끼 밑단을 무의식중에 만지작 거리다가 툭 내뱉었다.

 

 

"왕가 쪽에서 왔다간거 같은데."

 

"......"

 

"극본은 잘 되가고 있어?"

 

"...... 무서운놈."

 

 

드르륵 의자를 끌며 테이블 가까이 앉은 막시민은 짜증난다는 몸짓으로 잔에 술을 따랐다. 그 모습을 보며 조슈아는 의자 깊숙히 몸을 기댄뒤 다리를 꼰채 배 위에 깍지를 끼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주춤거리며 말 못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아까 꽤나 당황했나보군.

막시민은 색바랜 낡은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주섬주섬 담배쌈지와 파이프를 꺼내들었다.

조슈아가 머리를 갸웃 거리자 그가 말했다.

 

 

"그래. 잘나빠진 폰티나 공녀께서 왔다 가셨지."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힌 채 뻑뻑 소리가 날정도로 연기를 들이마시며 파이프에 불을 붙이던 막시민은

뒷말을 이었다.

 

 

"나한테 꽤나 관심이 있으셔."

 

"푸하핫!"

 

 

조슈아가 잘생긴 얼굴을 잔뜩 일그러 뜨리며 큰소리로 웃어 젖혔다. 그런 그를 보며 막시민은 차갑게 말했다.

 

 

"웃지마. 귀족들은 죄다 이상한 취미는 한두개씩 가지고 있나본데. 너도 그 중에 포함된다."

 

"하하핫- 하하- 와- 그래. 그럴 수 있어. 막시민. 네 물건 꽤나 대단하잖아."

 

"알면 됬다."

 

"그래, 공녀께서는 뭐라고 널 유혹했는데?"

 

 

조슈아가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꾹 누르며 은회색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막시민은 입이 쓰다는듯 입맛을 쩝쩝 다셨다. 파이프를 테이블에 거꾸로 탁 치며 재를 털고는 막시민이 말했다.

 

 

"꽤나 만족하셨는지 화대를 주시던데?"

 

"푸흐흐흐핫핫하핫!"

 

 

 

 

 

 

 

 

눈에 눈물까지 질질 흘리며 웃어젖히는 조슈아를 진정시키느라 막시민은 꽤나 애를 먹었다. 죽은 날파리가 들어간듯한 유리잔에 담긴 럼주를 조슈아의 입안에 억지로 쏟아붓고, 그 뒤로 한참동안 콜록거리며 웃기를 반복하던 조슈아가 어느정도 진정됬는지 한숨을 쉬며 뒷 말을 이은건 한 참 후의 일이다.

 

 

"후우- 그래. 고귀하고 아름다우신 클로에님의 맛은 어땠는데?"

 

"차가워서 도저히 못해먹겠더군."

 

 

또다시 터져나오는 웃음을 크큭 거리며 참던 조슈아는 자신의 코트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 모습에 막시민이 의아하다는듯 눈썹을 추켜세우자 조슈아는 한쪽 눈을 찡긋 거리며 말했다. "수고했다는 의미로 선물이 있어."

조슈아의 손이 가려진 코트 주머니 밖으로 나오자 그의 손에는 초록빛의 찰랑거리는 물이 담긴 작은 병이 들려있었다. 막시민이 그걸 보고 (오늘 조슈아를 본 뒤 처음으로)비죽 웃자, 조슈아는 그에게 턱짓으로 찬장을 가르키며 말했다.

 

 

"압생트. 각설탕 가져와."

 

"그건 또 언제 가져왔어."

 

 

빠른걸음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찬장으로 향하는 막시민의 뒷모습을 보며 조슈아가 기분좋게 말했다.

 

 

"상당히 품질 좋은 허브를 녹여 만든거라길래. 오를란느에서 공수해온거라는데 그냥 지나칠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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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뜻은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가볍게 넘기세요
...... 개인적으로 클로에 굉장히 좋아합니다.
전체 댓글 :
1
  • 클로에
    네냐플 CrakYS2
    2016.06.08
    123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