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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gos] - prologue

네냐플 브룩셀바 2012-09-11 20:28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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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gos] - prologue

 

화려한 마차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저녁노을이 짙어져가는 지저분한 거리를

소란스럽게 달려가고 있다.

마차의 측면부에 장식된 벨벳에는 고대언어인 시엔의 28글자에서 본따 만든 기하학적인 문양이

세겨져 있었다. 사나워 보이면서도 기품있는 검은 말 6마리가 거친 숨을 내뿜으며 육중한 마차를

끌고가고 있었고, 마차의 외관은 검은 바탕에 금박을 입혀 화려함이 극에 달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마차는 구경하려는 듯 웅성웅성 몰려드는 사람들을 빠르게 지나친 뒤, 지저분한 거리를 지나 어두운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날이 저물어 어두운 골목 안은 짙은 안개가 끼여 음습하고 더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마차는 골목 안의 공터에 다다르자 서서히 속력을 줄였다.

말은 신경질적으로 푸르릉- 소리를 내며 멈춰섰고, 마차의 접개 부분이 철커덕 내려오며 문이

열렸다.

화려한 드레스에 감쳐줘있던 다소곳한 발이 모습을 드러내며 접개위에 멈칫 올라온다.

시종 한명이 뛰어내려오며 호사스러운 마차의 주인을 모시기 위해 한손을 정중하게 들어올렸고,

이윽고 시종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땅 위에 발을 디뎠다.

그녀는 어둡고 습한 공기를 들이마신 뒤, 미간을 살짝 일그러트리며 손에 들고 있던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어딘가?"

 

"저 앞쪽의 -볼티모어-라고 씌어진 간판이 붙어있는 건물입니다."

 

"가지."

 

그녀는 짧게 답한 뒤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건물을 향해 기품있게 천천히 걸어갔다.

 

쾅쾅쾅-

 

아무 대답이 없자 시종은 헛기침을 조금 하고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칼자루로 더욱 세게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시종이 문을 두드리자 마자 갑자기 안에서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가 대답을 한다. "누구야!"

잠시동안 쨍그랑하며 술병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누군가 소란스럽게 쿵쾅거리며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금발의 여자는 슬쩍 눈을 내리깔며 두 시종에게 지시했다.

 

"나 혼자 가도록 하지."

 

시종들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문이 벌커덕 열렸다.

갸름한 얼굴에 신경질적으로 생긴 갈색머리의 사내가 눈을 치켜뜨며 열린 문 틈 사이로

얼굴을 삐쭉 내밀었다. 그는 코에 반쯤 걸쳐진 안경을 추켜올리더니 두 시종과 금발 여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누구쇼?"

 

"폰티나가의 영애. 클로에 다 폰티나 님 이시다. 어서 예의를 갖추도록!"

 

"응?"

 

울그락 불그락 하는 얼굴로 금발의 미녀를 "클로에 님"이라고 칭하는 시종의 말에,

지저분한 갈색머리 남자는 잠시 이해가 안된다는 듯한 얼굴로 멍하니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윽고 하품을 쩍- 하며 입맛을 다신 뒤 시종에게 말했다.

 

"거, 불손한 태도를 취했다고 하더라도 난 이해 받을만 해. 보름 뒤가 마감이거든."

 

남자의 말이 끝나자 마자 클로에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소리가 나게 탁- 접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바로 그 문제다. 네 연극으로 인해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안으로 안내하도록."

 

삐죽하니 얼굴만 내민 남자가 인상을 확 구기고는 궁시렁대며 토를 달려 하자, 클로에는 그가 기댄

문 틈 사이를 비집고 그녀의 부채를 끼워넣어 확 열어젖혔다. 그 바람에 남자는 중심을 잃고

허우적 거렸고 클로에는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 뒤 집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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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성향이나 성격이나 배경이 안맞을수도 있어요.

그냥 제 생각으로 쓴거니 재밌게 읽어주세요. 참고로 장편은 못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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