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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스터(Master) -10

네냐플 Bluelist 2007-08-07 15:21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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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곳>



쿵!

 

“크으윽!”

 

맑디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한 물체가 숲에 나무를 향해서 떨어져내렸다. 곧 그것은 나뭇가지들을 스치면서 엄청난 속도로 추락해 땅에 쳐박혔다. 하지만 그것은 물체가 아닌 사람이였다. 시에르였던 것이다.

 

“도데체 얼마나 높이서 떨어진거야?”

 

시에르는 막혔던 감각들이 모두 돌아온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일순간이였다. 어리둥절할 만큼 찰나에 모든 감각이 돌아와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맨 처음 느낀 것은 고통이였다. 땅에 부딫치기 직전에 신법을 써서 속도를 줄였지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쳐박혀버린 것이다. 시에르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고개를 들어 먼저 주위를 살폈다. 점차 사라져가는 고통과 함께 주위에 보이는 것은 숲이였다. 하지만 자신이 보던 곳의 숲과는 달랐다. 풀들도 겨우 자신의 발목에도 오지 않았고, 나무들 역시 키가 너무 작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사람의 손이 너무 많이 묻은 숲이라고나 할까?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던 곳에도 숲이 많았지만 이곳의 숲은 오히려 낮설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자연의 기운, 자신의 내공으로 쌓을 수 있는 기(氣)도 별로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있었던 대륙에 비하면 거의 1/10의 수준이였다. 이곳에서는 내공을 연성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시에르의 얼굴은 밝아졌다. 이곳이 중원 같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꼭 중원이 아니라 중원과 같은 차원이기만 하면 되었다. 묘하게 낮설긴 했어도 산 중턱쯤에만 가도 있을법한 숲의 형태였다. 적어도 대강의 형태는 그랬다. 게다가 자신이 다른 차원에 가서 쌓은 지식에 의하면 세상은 넓었으니까. 일단 시에르는 산을 내려가보기로 했다.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그럼 가볼까.”

 

정보를 얻는것이 급선무였기에 시에르는 신법을 극성으로 전개해서 산을 내려갔다. 하지만 얼마 가지도 않아 시에르는 멈춰섰다. 아니, 그냥 얼어붙어버렸다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저, 저게 뭐냐?”

 

시에르가 본 풍경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황당할 정도였다. 그곳에는 사각의 형태로 우뚝우뚝 솟아있는 건물들이 있었다. 눈에 기를 모아서 보니 나무도 아니고 돌도, 철도 아닌 재료로 지은 의문이 건물들이였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의 규모였다. 그들은 모두 몇 십 미터나 되는 것들이였고, 그 주위에는 십 미터는 족히 되는 건물들이 엄청난 숫자로 모여있었다. 그것들이 하나의 지역을 완전히 꽉 채우고 있다고 말할 만큼 빽빽했다. 말 그대로 엄청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또 그 넓은 지역에서 녹지(綠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듬성듬성 있었지만 거의 공원이였다. 자연적인 자연은 이 산 뿐인듯 했다. 기의 분포가 몇 배나 적었던 것도 이제는 이해가 갔다.

 

“그런데 여기는 기계 세상이라도 되는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연을 파괴해 놓으면 사람인 이상 살기 힘들텐데······.”

 

일단 내려가 보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곳은 오지였다. 계속해서 시에르는 산을 내려갔고 그 엄청난 건물들의 사이로 들어갔다. 가까이서 본 건물들은 더욱더 대단했다. 시에르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었다. 여기저기 신기한 것들 투성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 무엇인가가 다가오는 기운을 받았다. 시에르가 다급히 앞쪽을 보자 그곳에서는 거대한 물체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높이가 3m정도는 되는 거대한 물체였다. 시에르는 놀라면서도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의외로 그 물체는 시에르의 앞에서 급격하게 속도를 줄였고, 간발의 차이로 시에르의 앞에서 멈춰섰다. 시에르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 그 물체와의 거리를 넓힌 후, 물체를 주시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고려해서 검을 뽑지는 않았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검과 같은 무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사의 복장을 입고 있는 시에르를 도리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게다가 앞에서 급격히 속도를 줄인 것을 보니 자신을 당장 해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였다. 그 물체 안에서 사람이 나온 것이다.

 

‘뭐지? 그럼 저 이상한 괴물을 저 사람이 조종하는건가?’

 

사실 시에르는 여기까지 오면서 저 괴물과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제 갈 길을 갈 뿐 시에르는 물론 아무 사람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유독 왜 이 괴물만 그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안에서 내린 사람의 행동을 주목하고 있는 시에르에게 대뜸 그 사람의 호통이 들려왔다.

 

“당신 뭐야? 죽으려고 환장했어?”

 

시에르는 도리어 눈살을 찌푸렸다. 생전 처음 보는 태도였다. 저 사람이 자신을 정말 죽이려고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뭘 잘못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도리어 상대방보고 죽으려는 것이냐고 물어보다? 이건 사람들 앞에서 나 이사람 죽인다, 하고 광고하는 꼴이 아닌가? 하지만 그 사람은 시에르의 태도가 더욱 어이없다는 듯 했다.

 

“이 사람이 지금 뭘 잘했다고 노려봐? 지금 이거 범죄 행위라는 거 몰라? 죽으려면 딴데가서 죽어. 괜히 사람 살인자만들지 말고!”

 

시에르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 사람이 태도로 봐서 장난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죽이려고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고,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시에르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시에르를 손가락질 한다는 것이였다.

 

‘내가 뭘 잘못한거지?’

 

시에르는 생각하려 애썼다. 그리고 곧 알 수 있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얘기였다. 지금까지 시에르가 이곳을 둘러본 바에 따르면 저 이상한 괴물이 다니는 통로와 사람이 다니는 통로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을 따라 사람만이 다니는 곳으로 잘 가던 시에르가 괴물들이 다니는 곳으로 들어오자마자 아니나 다를까 시비가 붙은 것이다.

 

‘그렇군. 만약 섞이면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건가? **.’

 

일단은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시에르는 정중한 태도로 돌변해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직 잘 몰라서······.”

 

“흥! 알았으면 빨리 갈 길이나 가! 막고 있지 말고.”

 

시에르는 급히 인도(人道)로 걸어갔고, 다시 그 사람과 함께 뒤에서 막혀 있던 차들도 정상통행을 시작했다. 사람들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치 별 것 아니라는 듯. 시에르는 인적이 드믄 곳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도시는 인적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사람들과 부딫칠수록 경험이 없는 시에르는 불리했다. 무슨 실수를 할지 모르니까. 시에르는 거의 반 본능적으로 인적이 드믄 곳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매우 음침하고 어두운 곳. 큰 길에서 몇 번이나 작은 길로 들어와서 찾아낸 곳이였다. 흔히 말하는 골목길. 저 뒤편에서 쓰레기가 있었고, 저 앞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간간히 보였다. 이미 정보를 알아낼 방법은 생각해 두었다. 다만 그 방법에는 희생해 줄 사람이 한명 필요했는데, 그것이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어이, 저건 뭐야.”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시에르가 있던 골목길로 들어오며 던진 말이였다. 시에르는 그 사내들을 보면서 슬며시 웃었다. 이제 희생자가 정해진 것이다. 들어오는 것을 보아하니 먼저 시비를 걸 것으로 보이니, 그 댓가로 희생시키는 거라면 저쪽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과연 아니나다를까, 사내중 한명이 시에르에게 말을 걸었다.

 

“넌 뭐야? 오늘 우리가 기분이 나쁘거든? 특별히 봐줄 테니까 **라.”

 

욕부터 던지는 말투에 시에르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걸 무서워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시에르는 그대로 대꾸해 주었다.

 

“놀구 있네. 여기가 너희 집이냐? 너희가 꺼지시지?”

 

그 말을 듣자마자 두 사내들 모두 화가 난 모양인지 얼굴이 붉어졌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면서 이번엔 아까와 다른 사내가 말했다.

 

“죽고 싶냐? ***?”

시에르는 그 소리를 듣고는 꿈틀했다. 중원에서는 상대방을 죽인다는 소리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일단 상대방에게 죽인다고 얘기를 하는 것은 정말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이며, 상대방이 어떤 수를 쓰든 죽일 자신이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그럴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몰래 수를 써서 죽이는 것이 보통이였기 때문이다.

 

‘여기가 정말 이 녀석들의 집이란 말인가? 이곳 사람들은 자신이 집에 들어오면 죽이는 것까지 허용되는 건가?’

 

시에르는 일을 빨리 처리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자신을 죽이는 데에 자신있다는 것은 개인이 아닐 조직일 확률이 높다는 뜻으로 봐야 했다. 그렇다면 주위에 다른 동료들이 숨어있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살인 청부를 받는 조직이라면 자신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를 할 터, 고수를 보낼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시에르는 상대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주먹으로 끝낼 수 없는 상대라면 검을 뽑을 생각이였다.

 

퍼어억! 퍽! 쿠엑! 빠직!

 

엄청나게 빠른 주먹과 발차기. 지금까지 했던 시에르의 상상은 모두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이들은 고수가 아니였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였다. 게다가 주위에 동료따위도 없었다. 시에르는 편하게 두 사람을 제압했다. 각각 복부와 명치를 가격당한 사내들은 한 방에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렸다. 시에르는 무릎을 꿇고는 그 사내들중 한 사람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사령귀심술(死靈歸心術)을 발동했다. 사령귀심술은 살아있는 사람의 모든 기억을 읽어내는 술법(術法)이였다. 지금까지 이 사람이 살아온 배경과 모든 사람의 지식, 심지어 언어 능력까지······. 여기까지 생각하자 시에르는 문득 깨닫는 것이 있었다.

 

‘잠깐! 나 이쪽 세계 말을 어떻게 알지?’

 

그러고 보니 그랬다. 중원에서 대륙으로 건너갔을 때 사령귀심술로 언어 능력을 얻어내기까지 말이 통하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어색하고 어눌하긴 하지만 그래도 대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분명히 자신의 고향의 말은 아니였지만 시에르는 중원 주변에 있는 여러나라의 말을 배웠던 적이 있었다. 시에르는 이곳에서 쓰고 들었던 말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어떤 말과 일치하는지 생각해보았다. 곧 알 수 있었다. 바로 중원의 동쪽에 있었던 고려의 말이였다.

 

‘그럼 여기는 고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고려가 이렇게 생겼을 리가 없었다. 시에르는 연속적인 사건에서 계속 정보의 부족성을 느끼고 있었다. 시에르는 잡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재빨리 사령귀심술을 발동시켰다. 그것으로 두 사람의 기억을 모두 읽어들인 시에르는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갔다. 처음부터 동료들 따윈 없었고 정말 죽일 생각이 없었다는 것까지. 이 사람들로서도 어이가 없을 것이다. 시에르로서도 참 이상한 곳이 아닐 수 없었다. 이곳 사람들은 내공이나 마나 따위를 전혀 다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더욱 더 중요한 정보와 합해 본다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였다. 이곳이 어디냐 하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 시에르는 곧 웃음지었다. 여기는 시에르와 살던 곳과 같은 차원이였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이 달랐을 뿐. 그리고 시에르는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이곳의 이름을 곱씹었다.


대한민국(大韓民國)!


어색하고도 정겨웠다. 참 묘한 이름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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