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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스터(Master) - 6

네냐플 Bluelist 2007-07-30 12:28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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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크리도예프>



시에르가 수도에 도착하기 까지는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그것도 이제 곧 새로운 것을 배우리라 기대한 시에르가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전력을 다해서 달렸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하르타에서 수도 칼리프까지의 거리는 상당했다. 게다가 중간에 있던 성을 일부러 지나오지 않기 위해서, 멀리 숲을 돌아오는 바람에 그곳에서 트롤이나 오우거 따위의 공격을 자주 받았다. 꼭 그 숲에서가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서 수도 도착이 조금씩 지연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에르는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수도에 도착하고서도 곧장 왕궁을 찾아갔다. 미리 연락을 받아놓은 왕궁에서도 기사 몇 명이 배웅을 나와 있었다.

 

배웅을 나와있던 몇 명의 기사들은 툴툴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 도착할지도 모를 시에르를 배웅하러 며칠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하르타에서 수도까지는 일주일 거리가 아니다. 만약 기사들이라면 말을 탈 것이고, 여행자들이라면 그냥 걸어올 것이다. 걷는 것은 말의 여지가 없었다. 엄청난 몬스터들 때문에 왠만한 사람들은 지나갈 엄두도 못 내는 산이 여럿 있었기 때문에 범인(凡人)들이 온다면 꼬박 한달이 넘게 걸릴 것이다. 기사라면 실력에 따라 달라진다. 기사들은 실력이 뛰어난 자라면 보통 말보다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지만 그것을 얼마 지속하지 못한다. 시에르는 워낙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었다. 그저 몬스터들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고 올 수 있으냐의 차이였다. 하지만 거의 열흘에서 이주일은 걸리는 것이 보통이였다. 그랬기에 시에르를 배웅하기로 되어있는 기사들은 적어도 나흘은 더 여기서 무료하게 기다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 성의 정문쪽을 바라보고 있던 기사 한명의 눈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꽤 먼 거리였지만 그도 기사였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력을 가지고 있었다. 흙을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무엇인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료들이 기다리던 사람이라고 단정할수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다다다다다.

 

미세하게나마 소리까지 들려오자 다른 동료들도 무엇인가 낌새를 알아채고 정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엇인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말인가?”

 

“그런 것 같군. 아마 기사인 모양이야. 병력은 없고 단신인걸 보니, 전서구인가?”

 

하지만 그 물체가 좀 더 다가오자 그들은 속으로 꽤나 놀랐다. 흙보라를 보니 당연히 말일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사람이였던 것이다. 바로 시에르였다. 그들은 생각보다 빨리 온 목표물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급히 달려나가 정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2명의 병사들과 합류했다. 병사는 성문을 향해 달려온 사람을 붙잡고는 누군지 조사 중이였다. 전쟁 중이니만큼 조사 없이 왕궁으로 사람을 그냥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에잇, 실력도 없는 것들이 귀찮게 하고 있어.’

 

시에르는 내심 귀찮았다. 그는 일 초라도 빨리 자신을 지도할 마법사를 만나보고 마법을 접해보고 싶었는데, 실력도 없는 떨거지 들에게 발목을 잡힌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병사들을 삶았다가는 어떤 일이 또 생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약간 짜증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루이테 드 시에르다! 너희들도 이 이름은 잘 알고 있겠지?”

 

병사들은 그 이름을 듣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하더니 깜짝 놀라 시에르를 쳐다보았다. 그저 소식을 전해주러온 기사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엄청난 거물이였던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는 기사인 동시에 공작이였기에 그들은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위치의 인물이였다. 병사들은 급히 크로스 형태로 교차시켰던 창을 치웠다. 그리고 기사들은 존경하는 눈빛으로 시에르를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병사들을 지나친 시에르를 뒤쫒아가 말했다.

 

“시에르 공작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들은 공작님의 배웅을 맡으러······.”

 

그러나 그들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시끄러!”

 

그 말 한마디를 남겨놓고 시에르는 또다시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지나서 왕궁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이미 그의 정체를 알고 있던 왕궁 건물의 문앞 병사들은 그를 제지하지도 않았다. 반면에 기사들은 넋이 빠진 얼굴로 시에르가 사라진 곳을 바라볼 뿐이였다. 사흘동안 기다렸는데 배웅은 하지도 못하고, 목표물은 그냥 지나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따질 수도 없는 일. 허무하긴 했지만 어쨌든 임무를 완수했다. 이것은 리덴은 개인적인 부탁이였기 때문에 잘 하면 보수가 있을 수도 있었다. 리덴의 온자한 성품에 그들은 기대를 걸었다. 게다가 꼭 금전적인 것만을 원한것은 아니다. 리덴의 머릿속에 그저 자기들의 얼굴을 조금이나마 들이밀어 기억시킬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신임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어떤 임무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리덴은 국가적으로도 권력이 컸고, 그들 개인으로서도 존경하는 사람이였다. 그들은 이내 허무함은 떨쳐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왕궁 건물 내로 들어갔다.

 

시에르는 빠른 속도로 건물 내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리덴이 어디있는지, 마법을 배우는 곳이 어딘지, 마법사는 또 어디 있는지 시에르가 알리 만무했기 때문이다.

 

‘쳇, 차라리 아까 배웅했던 놈들에게 안내를 부탁할 걸 그랬군.’

 

시에르는 내심 후회되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다. 돌아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만나겠지 싶었다. 하지만 워낙 넓은 왕궁이라 언제까지 돌아다녀봐야 할지 기약할 수가 없었다. 일단 시에르는 짐작되는 곳부터 가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리덴의 방이였다. 리덴의 방은 계단을 올라가 3층에 있었다. 3층에서도 가장 왼쪽에 있었기 때문에 시에르는 꽤 많이 걸어야 했다. 황금으로 깔린 복도를 지나서 리덴의 방에 도착한 시에르는 문을 두드렸다.

 

똑똑

 

곧 반응이 왔다. 쾌활하면서도 위엄있는 리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나다.”

 

누군지 제대로 밝히지도 않은, 참 예의없는 말일 수 있었지만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들 역시 신경쓰지 않았다. 시에르임을 짐작한 리덴은 기쁜 얼굴로 방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일찍 오셨군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리덴이 말했다.

 

“고생 좀 했지. 그나저나 마법사는 어디있지?”

 

“절 따라오시죠.”

 

리덴은 앞장서서 안내했다. 리덴은 아까 시에르가 올라온 계단을 경유해서 1층의 오른쪽 끝으로 갔다. 그곳에는 거대한 철제로 된 두꺼운 문이 있었다. 왠만한 오러에도 잘리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철제 문이였다. 리덴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놓은 열쇠를 꺼내, 문 정 가운데에 있는 구멍에 집어 넣었다.

 

끼기기긱

 

리덴이 열쇠를 돌리자 두꺼운 문 답게 듣기 싫은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긁히는 쇳소리가 섞인 소리였다. 문이 모두 열리자 그곳에는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놓여있었다. 무엇인가 나올듯한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이런 곳이 있는줄은 몰랐는걸.”

 

“지하감옥입니다. 왕족이나 중요 귀족과 관련된 중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가두는 곳이죠.”

 

“그런 경우에는 즉각 사형되지 않나?”

 

시에르는 물었다.

 

“원래는 그렇지만 여기에 가두는 경우는 더욱 심한 죄를 저지른 경우죠. 여기 같힌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냥 사형시켜 달라고 조를 정돕니다.”

 

‘심한 고문이 뒤따르는군.’

 

시에르 역시 중원(中原)에 있을 때 그런 경우를 자주 보아 왔었다. 그곳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은 워낙 잔인하기 그지없어서, 그들이 심하게 괴롭히는 경우에도 그 괴롭힘을 당하는 자는 차라리 죽여달라고 조르기 일쑤였다. 시에르가 이곳에 와서 그나마 성격이 변하긴 했지만, 자기도 필요에 의해서, 혹은 장난으로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본 적이 꽤나 많았었다.

 

과연 안에 풍경은 장관이였다. 특이하게도 대부분 고문이 아니라 마법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으으으으······.”

 

“으으으······.으아악!”

 

“사, 살려······. 크헤엑!”

 

공격마법이 아니였다. 지극히 저주받을 저주나 흑마법이였다. 혹은 사람 몸 속에 작은 생명체를 집어넣어 고통받게 하는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눈이 뒤집힌 상태로 신음을 내거나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꿈만 같은 쉬는 시간을 맞보고 있었지만 그나마 몸을 움직일수도 없었다. 고통은 둘째치고 자살할 것을 염려한 마법사들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마법을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리덴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막상 시에르는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풍경이였다.

 

‘나는 이런 곳을 보며 자라났었던 거군.’

 

시에르는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리덴이 설마 자신에게 흑마법을 가르쳐주려고 이런 곳에 데리고 왔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시에르가 리덴을 쳐다보자 리덴은 그 시선을 느꼈는지 시에르에게 설명했다.

 

“사실 이 왕궁에 있는 최고 대마법사는 십년 전에 6클래스를 거의 마스터한 실력으로 아무도 오지 못하는 지하감옥의 끝에서 계속해서 마법 연무만 하고 계십니다. 지금 실력이 어느정도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확실하게 흑마법은 아닙니다. 백마법에 공격마법을 즐기시지요. 그 분은 결코 나오는 일이 없어요. 직접 가서 부탁드려야 합니다.”

 

“참 귀찮은 노인네군.”

 

“마법사들은 그런 일이 많지요.”

 

그런 얘기들을 하면서 어느새 둘은 지하감옥의 끝에 다다랐다. 많은 지하감옥들 중 끝에 것들은 비어있었기에 이제 신음소리와 비명소리는 작게 들려왔다. 그곳에서도 아까 1층에서 지하에 내려올 때 본 문이 있었다. 다만 크기가 조금 작았다. 리덴이 아까와는 다른 열쇠를 꺼내어 역시 문에 있는 구멍에 집어넣었다.

 

떨그럭

 

“어라?”

 

열쇠를 넣고 문을 열려던 리덴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왜 그래?”

 

“문이 열리질 않아요. 이상하네? 열쇠는 분명히 맞는데.”

 

이번엔 시에르가 문고리를 쥐고 흔들었다. 하지만 문은 요지부동이였다. 시에르는 눈을 찌푸렸다.

 

“마법을 걸어놓았군.”

 

“예? 마법요?”

 

리덴은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시에르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문 뒤쪽에서 일정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잖아. 마법을 썼을때나 나타나는 움직임이지.”

 

시에르가 말하자 리덴도 집중해 보았다. 과연 사실이였다. 뒤쪽에서 계속해서 일정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어쩌면좋죠?”

 

“할 수 없군.”

 

시에르는 검을 뽑아들었다. 이젠 너무나 오래 되어 이가 나가고 약간 녹이 슬었지만 시에르에겐 수십년을 함께한 검이였다. 리덴이 그 모습을 보고 의도를 알아차리고 얼른 뒤로 물러섰다. 시에르는 검에 마나를 모았다. 검이 푸르스름한 빛을 띠기 시작하더니 그 빛은 이내 검의 끝에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빛은 검의 길이에 2배에 달하는 길이였다. 리덴은 그것을 놀란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검의 길이보다 더 긴 오러 블레이드, 즉 유형의 마나를 ** 못했다. 자신이라도 그것은 힘들었다.

 

그렇게 생겨난 긴 검을 강하게 쥐고 시에르는 순식간에 몸을 움직였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대각선으로 그어내리면서 그 뒤에 바로 강하게 찔러 들어갔다. 그리고 또다시 베고 찔러 들어갔다. 어떠한 기술이나 초식도 아니였다. 그저 연속으로 베고 찌르는 것을 반복할 뿐이였다. 그 외에 어떠한 동작도 없었다. 하지만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고, 단순했지만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이였다. 마치 검무(劍舞)를 추는 듯했다. 하지만 부드럽게 보이는 춤과는 달리 그 오러 블레이드의 엄청난 위력에 검은 종잇장 잘리듯 쉽게 잘려나갔다.

 

마침내 문이 모두 잘려나가자 그 뒤에는 문의 크기와 같은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곳에는 계속해서 마나를 공급받아 빛을 내고 있었다. 시에르는 문이 모두 잘려나갔음에도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하압! 파산(破散)!”

 

기합을 내지른 시에르는 자세를 바꾸어 왼발을 앞으로 내밀에 몸을 지탱한 후, 오른쪽 팔을 몸보다 더 앞으로 내밀어 마법진을 찔러 들어갔다. 곧 오러 블레이드와 마법진이 닿아 엄청난 파공성을 냈다.

 

웅웅웅웅

 

아마도 마법진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같았다. 주위에 공기가 영향을 받아 토네이도처럼 휘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진과 검에 있는 오러 블레이드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휘말리는 공기가 점점 커지더니 주위의 철창과 부딫쳐서 소멸되곤 했다.

 

‘이런 **. 생각보다 왜 이렇게 마나가 쎄지?’

 

시에르가 마나를 더욱 집어넣을수록 마법진도 더욱 빛을 발하면서 버텨냈다. 결국 잠시 시에르는 검을 빼기로 했다. 지속적으로 마나를 넣어 지탱하면서 일순간 틈을 잡아 시에르는 검을 빼낼 수 있었다. 비록 강한 마나 싸움을 했지만 시에르는 전혀 지치치 않았다.

 

“뭐 저런게 있지?”

 

리덴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시에르의 일격에 마법진이 산산히 부서질줄 알았던 것이다.

 

“아마 그 얼어죽을 마법사가 설치해 놓은 거겠지? 반드시 부셔버리겠어!”

 

시에르는 더욱 결심을 굳혔다. 이대로는 저것이 부서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원래부터 사용하던 중원의 기술을 쓸 생각이였다. 사실 이곳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에는 이곳 사람처럼 행동하기 위해 일부러 이곳 검술을 익힌 후에 그것을 사용해 왔었다. 제 실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시에르의 본 실력을 모두 발휘해야만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에르는 심호흡을 하면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리덴은 어떤 기술이 나올까 기대하며 좀 더 뒤로 물러서며 그것을 지켜보았다. 어느새 시에르를 막던 마나들은 막을 대상이 사라지자 넘치는 힘에 이쪽으로 흘러나오고 있었고, 시에르는 그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뢰격검(雷擊劍)!”

 

시에르는 이번에도 검으로 마나를 베고 찌르면서 들어갔다. 흘러나와있던 미미한 마나의 양은 어짜피 시에르의 오러 블레이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시에르가 노리는 것은 마법진 본체였다. 시에르의 베기와 찌르기는 차라리 휘두르는 것에 가까웠다.

 

뢰격(雷擊)! 시에르의 검 주위에 있던 막대한 마나는 실제로 뢰(雷)의 성질을 띄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위에 있던 철창과 반응하여 스파크가 일면서 철창들이 검게 그을렸다. 저것들은 그저 검에서 새어나오는 미미한 마나였지만 만약 본체와 직접 부딫쳤다면 부러지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시에르는 검을 휘두르면서 계속해서 마법진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져서 리덴이 보기에는 그것은 꼭 검무를 추는 것 같았다.

 

“파혈뢰(破趐雷)!”

 

시에르가 쓰는 기술은 제 3단계의 초식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중 1차인 뢰격검은 상대를 압박하며 밀어붙이는 정도이고, 실제적인 공격은 파혈뢰부터 이루어졌다. 뢰격검을 시전하면서 마법진에 거의 다가간 시에르는 몸을 한바퀴 회전시키면서 비검술(飛劍術)로 오러를 잔뜩 머금은 검을 던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검이 붙잡고 있던 여러개의 뢰전도 검과 함께 쏘아져갔다. 검과 함께 뢰전들은 정확히 마법진에 작렬했다.

 

치지지지직.

 

강렬한 스파크가 쏘아지며 마법진과 검 사이에 강한 싸움이 벌어졌다. 시에르는 없었지만 이미 시에르가 뢰전의 기운을 머금은 내공을 잔뜩 검에 실어서 보낸 상태였고, 주위의 뢰전들이 마법진에 부딫치며 마법진의 마나를 분산시키며 소멸시켰기에 팽팽한 싸움을 벌였다. 어짜피 그 둘은 사람이 아니기에 그저 마나 싸움을 벌였다. 마나가 먼저 떨어지는 쪽이 싸움에서 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시에르의 검이 먼저 떨어져나갈 것이 뻔했다. 시에르의 손에서 떨어져 있어서 마나를 계속 잃고 있는 검과는 달리 마법진은 어떻게인지는 모르지만 계속 마나를 공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에르 역시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등에 여분으로 차고 다니는 검을 이미 뽑은 상태로 격전의 현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경공술을 극성으로 펼져 마법진으로 다가갔다. 조금이라도 검에 힘이 더욱 남아있을 때에 함께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한 빨리 제 3장을 시전했다.

 

“수혈뢰검격(壽趐雷劍擊)!”

 

또다시 순간적으로 마나를 뽑아내서 오러 블레이드를 검보다 더 긴 길이로 만들어낸 시에르는 그것으로 이미 검과 뢰전들을 제압하려 하는 마법진에 내리쳤다. 이미 시에르가 날려보낸 검을 제압하려고 힘을 모두 쏟아붓고 있던 마법진은 큰 타격을 받은채로 시에르의 검도 같이 상대하려 했다. 하지만 그 둘을 모두 상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였다. 서서히 마법진이 밀리기 시작했다. 마법진에 더욱 빠르게 마나가 공급되긴 했지만, 벌써 주 마나가 제압된 상태에서는 택도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에르는 검에 힘을 짜내서 더욱 많은 마나를 주입했다. 그의 목적은 마법진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였다. 곧 마법진에 뢰 속성을 띈 시에르의 마나가 주입되기 시작했다. 마법진은 흔들리더니 눈에 띄게 불안정해졌다. 다른 종류의 마나가 너무 많이 유입된 것이다. 결국 한계 이상의 마나를 머금어버린 마법진은 허물어지고 말았다.

 

퍼버버벙!

 

마법진은 검에 이가 나가듯 연속적으로 모양이 뒤틀어지더니 결국에는 너무 많은 상처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시에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마법진이 없어지자 몸에 힘이 빠지면서 뒤로 넘어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리덴이 급히 와서 그를 받쳐들었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시에르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는 사실 초식을 제 2장인 파혈뢰까지만 사용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의외로 마법진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의 예상도 뛰어넘어 버린 것이다. 그는 지금 너무 졸렸다. 빨리 쉬고 싶었다. 그는 남은 힘을 짜내서 애기를 꺼냈다.

 

“이봐······. 리덴?”

 

“네? 스승님, 괜찮으십니까?”

 

“이 마법사가······. 누구라고?”

 

“마법사요? 그게, 크리도예프입니다.”

 

“그녀석, 조심해라.”

 

그 말을 끝으로 시에르는 잠들어버렸다. 리덴은 조심스레 시에르를 눕혔다. 이미 엄청난 소음과 충격에 이 감옥을 지키는 간수와 윗층 기사들이 달려온 상태였다. 그들은 폐허가 되어버린 주변과 기절해 있는 시에르를 보고는 경악해 버렸다.

 

“데, 데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설명할 시간이 없다. 무슨 일이 필시 있다. 모두 긴장해라.”

 

기사들은 입을 닫았다. 그리고 검을 뽑았다. 꼭 무엇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리덴 역시 계획이 틀어진 것을 느꼈다. 리덴은 검을 들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먼지가 쌓인 연무장 내부만이 보일 뿐이였다. 간혹 마법 연구에 필요한 도구나 약품들이 보이기는 했으나, 정작 그것을 사용할 크리도예프가 보이질 않았다. 리덴은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필시 무슨일이 생긴 것이다.

 

“뭔가가 있다! 크리도예프님이 없어지셨다! 당장 이 사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수배령을 내려라! 그리고 시에르 님은 침실로 모시라!”

 

그 말을 듣고 모두들 경악했으나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 모두 불안했다. 이것이 이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사건의 예고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별 것 아닐 것이라 생각하며 그들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예상은 그들의 예측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서서히 들어맞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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