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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리덴은 기사다. 하지만 보통 기사가 아니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그랜드 마스터다. 이 대륙에 있는 7개의 나라들중 그랜드 마스터가 있는 나라는 5개. 즉 그랜드 마스터란 존재는 이 전 대륙에 5명 뿐인 것이다. 리덴은 그 중 한 명이다. 이제는 왕궁에서 그 누구도 그를 무시하지 못하고, 방에 들어갈 때는 항상 호위 기사의 인사를 받는다. 모두들 그의 사랑 이야기나 모험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그를 찬양하고 그것으로 즐거워한다. 혹은 그 덕분에 나라의 안보가 한 층 더 낮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못미더운 왕족이나 귀족보다는 차라리 인자한 기사가 훨씬 더 좋다면서 오히려 기사를 지금의 귀족 자리로 올리자는 주장도 하지만, 모두가 그것을 무시할 뿐이다. 실제로도 리덴은 인자해서, 그가 지도하는 기사들도 실력은 빠르게 향상시키면서도 너무 혹독하지 않은 훈련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한다. 레온은 할아버지가 공작인 이름있는 가문인 시온가의 자손이다. 아버지 역시 실력이 뛰어나 공을 세워 그대로 공작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리덴은 어릴 때부터 진짜 기사와 검으로 놀이를 할 말큼 검에 재능이 뛰어나 특별히 검으로 훈련을 받던 것이 결국에는 공작대신 그랜드 마스터라는 직위를 받게 된 것이다.-사실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 자연스레 공작에 오르게 된다.-
*****
리덴은 지금 표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런 상황은 자신이 이런 실력을 쌓은 이래 생각해**도 못한 일이였다. 너무나도 황당했다. 지금 그의 앞에는 남자 한명이 우뚝 서있다. 분명히 리덴이 아는 남자다. 방비가 철저한 그랜드 마스터의 방이라도 충분히 숨어들어올만한 실력이 되는 남자였다. 하지만 정말로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힌 리덴은 입을 열었다.
“스승님.”
그랜드 마스터의 스승이라는 그 엄청난 작자는 인사를 받고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래.”
“여기는 어떻게, 아니 그보다 왜 오신겁니까? 이렇게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너, 왠지 내가 온게 마음에 안드는 말툰데? 따지는거냐?”
“그런게 아니라, 정말 황당하단 말입니다. 다시는 속세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요?”
“그런 종교신자같은 건 내 스승 뿐이다. 난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구. 산속에만 처박혀서 어떻게 사냐? 막상 그 무서운 스승이 가고 나니까 힘들다고 도망친 제자 녀석이 당최 어떻게 살고 있나 궁금해서 이렇게 와봤지. 잘 살고 있을거라고 예상이야 했지만, 힘들어서 포기한 놈이 이 나라 제일의 기사로 존경받으며 살고 있다니, 이거 너무한거 아냐?”
“제발 목소리좀 낮추세요. 일단 좀 앉으시죠.”
그리고 리덴은 금으로 장식되어 있는 호화로운 탁자로 스승을 안내했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자 리덴은 밖에 하인을 불러, 고급 차를 내오라고 명령했다. 하인은 형식적인 인사를 하더니 물러갔고, 곧 차가 대령되었다.
“역시 차가 다른데? 상당히 고급이야.”
“그럼요. 보통 귀중한 손님이여야 말이죠.”
“훗. 어짜피 곧 떠나갈 사람인데 뭘.”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리덴은 당황하는 듯 하면서 급히 말했다.
“저, 그러시지 말고 스승님이 여기에 남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뭐야? 밖에서 좀 들으니까 전쟁이라던데 그것 때문이냐?”
“네. 거의 대륙 전쟁 수준이니까요. 시나리아 공국을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공식적인 전쟁중입니다. 비공식적으로는 시나리아도 마찬가지죠.”
“정황은?”
“유리하면 스승님을 붙잡겠습니까. 저희 나라는 지금 상황이 상당히 앉좋습니다. 여러 강대국에서 둘러쌓여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저희 나라가 지형상 나라들이 전쟁하는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나라들은 그 양쪽에서 화살만 날리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죠. 저희 나라를 차지하는 나라가 그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겁니다.”
“흠······. 그렇단 말이군.”
“그래서입니다. 스승님이 남아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리덴은 사뭇 진지하고 심각하게 물었다. 그 스승은 약간 뜸을 들였다.
“뭐, 난 상관없지. 목적도 없고 목적지도 없는 몸이거든.”
리덴에 심각했던 얼굴이 그 말을 듣자 금새 화색이 돌았다.
“정말이십니까? 아아, 그럼 이제부터 뭘 해야 하나. 할 것이 너무 많은데.”
“그렇게 좋으냐? 나에게는 대들기밖에 못했던 녀석이 나랏일에는 저렇게 민감하다니.”
그러면서도 스승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올랐다.
“아! 그럼 먼저 국왕께 인사를 드리죠.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하게 되었네요.”
“지금 당장 가야하는 거냐?”
“무슨 일이 있지만 않다면요. 빠를 수록 좋겠죠. 아, 그러고보니 이름은 정해놓으셨습니까?”
“그딴 거 없는데. 사람들과 만날 일이 없으니까.”
리덴은 헛웃음이 나왔다. 왕궁에 오면서 준비따윈 하나 해오지 않은 스승이 어이없을 뿐이였다.
“왕을 알현하는데 이름정돈 있어야죠. 이제 곧 작위도 받게 될 테고.”
“니가 좀 지어봐. 난 작명하는데는 재능이 없어서.”
“귀찮은게 아니구요?”
“뭐, 그런 면도 있긴 하지.”
“옛날부터 이름이란 이름은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나 둘 쯤 생각해 놓은 것도 있구요. 시에르 드 루이테. 어때요?”
스승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얼굴로 리덴을 째려보았다. 누가 봐도 마음에 안든다는 눈치였다.
“싫으십니까?”
“아니, 괜찮아. 아무 이름이나 상관없겠지. 욕하는 놈들은 혼내주면 되니까.”
도데체 뭘 욕한다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리덴과 그 스승(시에르)은 방을 빠져나왔다. 뒤쪽 통로로 몰래 숨어들어온 시에르로써는 처음 보는 것이였지만, 역시 왕궁은 왕궁이구나 할 정도였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지만, 깔리지 않은 곳들은 모두가 금이였다. 모든 왕궁이 다 금은 아니였으나, 거의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의 액자)이나 조각, 다른 예술품 역시 가능한 부분은 모두 금으로 처리해 놓았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시에르는 주변에 있는 멋있게 드레스나 양복을 차려입은 귀족들과 곳곳의 기사들의 시선이 자기에게로 쏠리는 것을 느꼈다. 아마 왕궁에는 어울리지 않는 평민같은 차림 때문일 것이다. 긴 복도를 지나 왕이 있는 방에 도착하자, 그 앞에는 거대한 문이 있었다. 금으로 된 문은 한낮 작은 도시에 있는 성문만했다.
“정말 크긴 크군. 너희 나라가 원래 이렇게 재정이 튼튼했냐?”
“전쟁 전까지는 그랬죠. 중간 무역으로 이득을 많이 취했거든요.”
문 앞에는 척 보기에도 실력있는 기사들이 많이 있었지만 리덴을 보고는 그냥 길을 열어주었다. 다만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과 의심이 가득했다. 물론 그 의심은 모두 시에르에게 쏟아지는 것이였다. 누구길래 허물없이(그것도 반말로)그랜드 마스터와 이야기하면서 왕실을 찾느냐는 것이다.
“들어가도 되겠지?”
“물론 문제 없습니다만······. 이분은 일행이신가요?”
“그래.”
“안전합니까?”
그 말을 듣고 시에르는 눈을 말한 기사 앞으로 돌렸다. 그 기사 역시 시에르를 쏘아보았다.
‘이걸······. 실력 발휘를 해? 말어?’
리덴 역시 분위기를 알아채고는 약간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분은 나의 스승님이시다! 자객이 아니란 말이다! 이 무슨 실례란 말인가!”
그 말을 듣자 모든 기사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곧장 시에르에게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몰라보고 실례를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요즘 전쟁이라 암살범이 언제 국왕님을 살해하러 올지 모르거든요.”
리덴이 말했지만 시에르는 여전히 맘에 안드는 표정이였다.
“그래도 그렇지, 어떤 바보같은 자객이 왕실 정면에서 기사들에게 허락맡고 왕실 들어가냐?”
그 말을 들은 기사들은 모두 얼굴을 붉혔다. 시에르의 말에는 틀린 곳은 전혀 없었다. 시에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려 왕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기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귓속말하듯 작은 소리로 리덴에게 말했다.
“네가 쎄긴 쎄구나. 네 스승이라고만 하면 다 이러는거냐?”
“일단 기사들은요. 기사들은 항상 실력과 작위에 의해서 복종하거든요.”
시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랜드 마스터의 스승이라고 한다면 말 다 한 셈이였다.
“문을 열어라.”
리덴이 명령하자 문 앞에 있던 기사가 대답했고, 곧 거대한 문은 열리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매우 거대하고 무거운 문이였는데 소음은 없다는 것이였다. 리덴과 시에르가 붉은 제단을 밟으며 들어서자 거대한 몸의 국왕은 힘겹게 말했다.
“오, 리덴이군. 무슨 일인가?”
“오늘은 귀중한 사람을 한명 소개해드리러 왔습니다.”
그러면서 리덴은 무릎을 꿇었다. 시에르는 못마땅한 얼굴이였지만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게.”
리덴과 시에르는 일어섰고, 리덴은 시에르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이쪽은 시에르 드 루이테 경이며 제 스승님이십니다.”
그러자 국왕 역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더니 시에르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사실인가? 시에르 경?”
“네, 그렇습니다.”
국왕은 감동한 건지 단순히 놀란 건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말문이 막혀 잠시 정지하듯 있었다.
“이, 이럴수가······. 정말 축하할 일이군. 내가 경을 만난건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말이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당장 경에게 공작 작위를 하사할 걸세. 오늘밤 성대한 축제가 열릴 것이야. 공작 하사식은 그곳에서 하도록 하지. 모두들 준비하세! 아, 그리고 경에게는 왕궁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성대한 방을 내어드리도록 하게.”
“네!”
국왕이 말하자 주변에 있던 하녀들과 기사들, 관리들은 모두 일제히 대답했다.
‘리덴 이녀석이 이정도였나. 그나저나 앞으로는 재미있겠군. 나야 어짜피 전쟁도구로 사용될테니 그게 좀 걸리긴 해도, 그것 때문에 칼좀 휘둘러 볼테니까.’
그러면서 시에르는 은근한 웃음을 지엇으나, 그것을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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