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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古土)의 옛 격언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주인을 잃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살육의 그러한 시대에──
검(劍)은 달을 살라먹고
그 절망의 끝에서
모두가 미쳐버리는 꿈을
혼자 안고 있었다.
Prologue
살인자를 규정하는데 있어 인간들의 근거는 매우 애매했다.
가령, 어떤 마을에서 나그네가 불량한 자를 죽였다고 한다면 마을 사람들은 기뻐하며 그를 무척이나 반길테지만,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고 일컫는 도덕의 교리를 따르고 보면 그는 일방적인 살인자로 어느샌가 몰려있었다.
도덕에서 주장하는 살인의 정의와 개개인이 주장하는 살인의 정의는 극과 극처럼 매우 엇갈렸으나 인간들은 쉽게 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관점에서 ** 않더라도 살인자에게 있어 살인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었다.
살인보다 더 쉬운 일은 없었으며 인간 사냥이 자신들의 전부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한 시점에서 그들은 이미 인격적으로 불합격이며, 사회적으로는 존재해서는 안되는 자들이었지만 인간들의 불합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낳았다.
이른바 순환과 고리의 시대.
살인은 증오를 낳고 증오는 또 다른 살인을.
악순환이 연관되는 그러한 시대의 정점에 선 청년은 '도덕 살인'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그런 살인과 증오와 또 다른 살인을 먹으며 살아왔다.
그렇기에 청년은 스스로를 살인자로 부르고 또한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나타난 느닷없이 나타난 광경에 잠시 본래의 목적을 잊고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음. 납치인가."
두 번 이해하지 않아도 모든 것은 분명했다.
도망자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쓰러져있는 검은 소녀는 어느 눈으로 보아도 명백히 수상했다.
발에 달린 족쇄와 피냄새, 그리고 그 주위를 서성거리는, 도저히 인간으로 볼 수 없는, 욕망이라는 털로 뒤덮힌 인간들.
보통 자들이라면 분명 그 모습을 보고 겁을 집어먹고 도망쳤으리라.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청년에게는 충분했기에 망설임없이 청년은 그들을 향해 조용히 다가갔다.
"이봐, 멈춰."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한 사내의 제지에 청년은 멈추어섰다.
소녀를 잡아 일으키다 말고서 모든 자들이 경계의 빛을 드러내며 그를 주목했다.
청년의 눈은 무엇보다 강한 호기심으로 쓰러진 소녀를 주목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지나가던 길."
"그럼 갈 길을 갈 것이지 여기는 왜 오는가?"
그 말에 청년은 시선을 돌려, 자신에게 말을 건 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인간인가?"
"햐? 뜬금없이 무슨? 보다시피 인간이다."
"인간치고는 불쾌한 털이 많군. 인간이면 다른 종족을 구속해도 되는 것인가."
"그게 무슨 상관이지?"
동문서답을 하는 듯한 청년의 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썼다.
그 모습에 청년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다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언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듯한 결론을 내린, 그런 표정이었다.
"뭐, 상관없겠지."
"무엇이 말인가?"
"일단 너희들은 도덕적으로 결여된 자들이니까."
"........ 뭐?"
반문한 자가 청년의 말을 이해하고 난 것은 이미 자신의 목이 땅에 떨어지고 난 뒤였다.
남은 자들은 느닷없는 동료의 변고에 눈이 휘둥그래해져 넋이 나가 있었다.
그들은 청년이 동료를 공격했다는 것에 놀랐기보다는, 동료가 너무 쉽게 청년에게 당한 것이 어이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멍청히 서서 바닥에 구르는 동료의 목을 한참 내려다보고 있는 그들을 향해 청년이 입을 열었다.
"얼빠져 있지 마라──"
"네, 네놈!"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고즈넉한 청년의 뇌아림에 그들은 순식간에 적의를 뿜어내었다.
붉게 물든 피보라 아래서 서서히 살의의 욕구가 샘솟았다.
그들은 분명 느닷없는 방해에 분노하고 있었다.
"네놈! 묘족을 찾으러 온 추격자였나?"
"만나면 이유없이 서로가 서로를 죽인다는 불문율을 모르지 않을텐데."
"묻는 말에 대답해라!"
분명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 속에, 방해자에 대한 분노가 잔뜩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청년에게 있어 그것 또한 의미없는 일이었다.
"불문율을 지켜라──"
"죽여주마! 이놈!"
청년의 대답에 분노를 느끼고 그들은 노호성을 터뜨리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어느샌가 그들의 모습은 인간에서 살기와 광기로 가득 찬 맹수로 변환되어 있었다.
적어도, 청년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도덕적으로 결여된 자들답군."
"웃기지 마라, 놈!!!"
그 말에 청년은 웃으며 검을 굳게 잡고 힘차게 휘둘렀다.
순식간에 두 개의 목이 떠오르면서 자욱하게 피비린내를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손을 교차하며 청년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어 자신의 가슴을 물어뜯기 위해 다가온 자의 눈을 힘차게 내리찍었다.
소리없이 눈을 부여잡으며 아우성을 하는 그 목을 장검으로 단숨에 쳐 날렸다.
그리고는 뒤로 접근하는 자의 목을 잡아 그 이상의 힘으로 단숨에 꺾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살인의 기술이었다.
"네놈, 애송이 주제에──"
"싸우는 중에 잡담은 금물."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지르는 한 사내의 말을 가로채며 육신을 세로로 가른다.
피분수가 잔뜩 대지에 머금는다.
청년은 입을 벌려 그 피를 받아 마셨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아아, 무엇보다 기쁘다.
이 짙은 혈향과, 무엇보다도 죽이는 이 감촉의 아름다움을.
청년은 무엇보다 만족해 히죽거렸다.
"이제 남은 것은──"
생존자는 둘.
그들은 이내 가망이 없는 것을 알고 물러섰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공포와 절망이라는 쇠사슬에 사로잡혀 그들은 꼼짝하지도 못한다.
완벽한 살인마.
피가 내리는 숲에서 그들과 대치하며 청년은 다시금 웃었다.
그것은 비웃음기가 가득하기보다는 뭔가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것에서 우러나온 웃음이었다.
"애송이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군. 도덕 살인은 그런 것으로 불릴 영광이 잘 없어서 말이지."
"도덕 살인!"
생존자들은 놀라 입을 벌렸다.
그들도 풍문으로서 언젠가 그 이름을 들은 적이 분명 있었다.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도덕적으로 타락한 자들만 찾아내어 죽인다는 미치광이 살인마.
그에게 희생된 자들에게 있어 공평한 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신분여하에 관계없이 자신의 판단하에 도덕적으로 어긋나있다고 생각되면 죽인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설령 한 나라의 대귀족이건, 왕이건간에.
"알면 죽어도 억울함은 없겠지."
생존자들의 반응을 별 감흥없이 느낀 청년은 그렇게 말하며 검의 힐트(손잡이)를 힘차게 쥐었다.
그 모습에 순식간에 의욕을 잃은 생존자들은 손을 내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이봐, 그, 그냥 물러설테니 보내줘! 묘, 묘족 따위는 가져가버리라고!"
"흠, 도주인가."
"그렇게봐도 상관없다. 너희들도 불문율이 있지 않나. 의욕을 잃은 자는 죽이지 않는다."
".......... 옛날이면 그렇겠지."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다 들었다는듯한 목소리로 청년은 성큼성큼 생존자들에게 다가갔다.
청년의 눈은 살인의 의욕으로 잔뜩 번득이고 있었다.
그것은 불문율을 깨드려서라도, 모두 죽이겠다는 청년의 명백한 거부이자 의지나 다름없었다.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절로 깨달은 생존자들은 비명과도 같은 항의를 내질렀다.
"이건 살인자들 간의 불문율이잖아!"
"불문율은 깨지라고 있는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켜라고 한 주제에.
하지만 항의 하기도 전에 그들의 목은 어느샌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흩뿌려지는 혈향의 아지랑이.
청년은 그토록 마시고 싶어하고, 바라지 않는 대지에 피를 흠뻑 적셔주었다.
짙은 혈향을 그대로 느끼며 대지는 만족해했고 청년 또한 흡족해한다.
"좋은 냄새군. 추악함과 아름다움의 여부를 떠나 피는 고귀하다."
옛 성전에나 나올 말을 중얼거리며 청년은 검을 챙겼다.
아아, 싸움은 이것으로 끝.
당분간의 욕구를 해결했으니 잠시간은 누군가를 죽일 이유는 없다.
그렇기에 청년은 이만 만족하고 이내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멍청히 앉아 살육의 장을 구경하는 소녀의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유난히도, 격전 속에서 신경이 잔뜩 쓰이던 아이였다.
글쎄, 그 옛날에도 이런 아이가 있었나──
그렇게 생각하며 청년은 목격자는 살려두지 않는다는 자신의 불문율을 다시 한번 깨뜨렸다.
"가라."
"........."
"아니면 죽여주기를 원하나? 너도?"
그 말에 붉은 눈의 소녀는 청년을 불만 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돌아갈 곳이 없는 걸."
"모두가 적인가?"
그것만으로도 소녀의 의도를 이해했는지 청년은 그렇게 물었다.
소녀는 약간 주저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 보호가 필요한건가?"
"말하자면 그렇지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은 없어."
"흠........."
청년은 턱을 쓰다듬었다.
말라버린 심장에 동정심 따위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소녀가 자신을 따라오고자 하면 그는 막을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그가 살인을 하는데 있어 이유없이 죽일 권리가 있는 것처럼, 소녀도 말없이 그를 따라올 권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청년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소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 당신 따라가도 괜찮아?"
"말릴 이유는 없다."
그렇게 허락하고 난 뒤, 잠시 생각을 하던 청년은 곧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따라오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 도덕 살인과 다녀서 좋은 일은 없을텐데. 게다가 난 살인자라서 말이야, 언제 너를 벨지도 모른다."
"괜찮아. 혼자 있는 것보다는 죽음과 가까이 있는게 낫겠지."
"죽음과 동반자라. 좋은 의견이다."
그렇게 말한 청년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고선,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동행자로서는 만점이다. 그럼 동행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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