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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 깃털은 바람을 타고 ]

네냐플 루엔、 2007-04-01 13:04 1984
루엔、님의 작성글 12 신고

 

우리는 사랑했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오래 갈것

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습니다.

신은 우리의 사랑을 허락

해주지 않았습니다.



 


 - 울지마...


       [ 깃털은 바람을 타고 ]




 



하아- 하아-.

 그녀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 그는 그녀와 오늘 만나기로 했다. 저 멀리 만나기로 한 장소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멀리서 걸어오는 그를 눈치 챘는지 해맑게 웃으며 저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아아, 저 맑은미소.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미소였다. 항상 그를 향해 보내는 사랑스러운 눈빛과 입술. 모든 게 매력적 이였다. 자신의 애인이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너무나도 고왔다. 그녀의 환한 웃음만 보면 행복에 녹아질것만 같았다. 하지만 곧 그것도 끝이겠지. 그는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한숨을 쉬었는지는 그도 잘 몰랐다.

 그는 드디어 그녀와의 멀던 거리를 좁혀 그녀 앞에 섰다. 역시 가까이서 보니 더 고왔다. 물론 애인이기도 해서 고울지도 몰랐지만 그녀는 꽤나 인기가 좋았다. 예전에는 그가 없어진다면 다른 남자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를 만날 때마다 생각났지만 금방 그녀의 미소를 보고 그 생각따윈 그도 미소로 답해서 사라지게 했다.

 역시 지금도 그녀의 미모에 그런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미소가 나오지 않았다. 나오는 것이라면 급하게도 오지 않았는데 줄줄 흐르는 땀이였다. 하나더로는 헐떡이는 숨이였다. 그는 전혀 뛰지도 않았지만 조금만 움직이더라도 몸이 힘들다고 보내는 신호가 그를 괴롭혔다. 신호를 보낼때가 바로 지금인것 같았다. 심장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빨리 뛰는게 아니였다. 창으로 수어번 찌르는 듯 한 느낌이였다. 그 느낌은 정말이지 참을수가 없었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잠시 심장에게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입술을 벌린다면 작은 비명을 지를지도 몰랐기 때문이였다. 이 고통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그는 가슴을 움켜쥐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아픔따윈 해소하지 못하는건가?'하는 문장이 그의 머리를 맴돌았기 때문이였다.


 그는 가슴을 움켜쥔채로 몇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행동이 이상해서 였을까? 그녀는 흠칫놀랐다. 왜냐하면 그가 예전같지 않다는것을 눈치챘기 때문이였다. 며칠사이 그는 많이 야위었다. 그것도 그랬지만 그가 확실하게 달라진것은 눈빛과 분위기였다. 저 날카로운 눈빛. 왜인지는 몰랐지만 슬픔을 노래하는 사람의 눈빛이였다. 그녀가 본적이라곤 한번도 없었다. 언제나 부드럽던 미소를 그녀에게 보냈는데. 어째서 저런 차가운 눈빛을 보내는 것일까?  왠지 그녀는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해가 안됐다. 저런 분위기를 가진 사람은 난생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잘 한다면 그는 눈빛하나로 모든 시선을 제압이라도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그의 눈치를 본채로 머쓱하게 웃었다.


 "이제 온 거야? 오늘은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그녀의 웃음따윈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눈썹이 더 치켜올라갈 뿐이였다. 그녀는 그제서야 얼굴에 미소를 서서히 지워냈다. 그녀도 잠시 후 그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아, 오늘은 왠지 아니구나!'라고 깨달았기 때문이였다.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잠시 살펴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주눅들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인채로 꼭 깨문 입술을 땠다.


 "본론만 말하겠어. 헤어지자."


 ...?! 이게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인가. 그녀는 흠칫 놀라서 잠시 움찔거렸다. 그는 여전히 아무표정 없이 그저 서있기만 했다. 그의 표정은 아무 표정이 없었지만 느낄수 있었다. 한가지 느낀게 있다면 귀찮은표정. 단 하나였다. 귀찮은 표정이였다. 지나가던 개미한마리 밟아죽이듯 잔인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그 표정을 그녀에게 지금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이해할수 없었다. 어떻게 저런 표정을 이 상황에서 지을수 있을까? 그 표정에 그녀는 너무나도 울컥거렸다. 그런 표정으로 서있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분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곧 이어 눈물이 맺히더니 입술도 떨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일어난 일은 그녀도 몰랐다. 너무나도 분했기 때문이였을까.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린다는것 외엔 전혀 느낄수가 없었다. 자신이 입술을 떨었는지 눈물이 맺혀있었는지 말이다.

 보는 그는 고난이였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지 않는가. 어린 소녀가 엄마한테 버림받았을때 그 표정이랄까? 아아, 불쌍한 소녀. 가서 쓰다듬고 안아주고 싶지만 그럴수가 없었다. 이미 그는 그녀를 버린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계속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속마음을 들키면 안 되니까 말이다. 귀찮은 척. 귀찮은 표정. 빨리 지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울음을 터뜨릴것 같았다.


 "농담....따윈 집어치워."


그녀가 떨리는 입술에서 나온말 이였다. 하지만 그는 냉담하게 받아쳤다.


 "농담아냐. 네가 지겨워."

 "아냐... 농담이야. 거짓말."


 그의 말에 그녀는 바로 받아쳤다. 그는 잠시 움찔거렸지만 표정변화는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로 중얼거렸다. "거짓말마.." 계속 이 말을 꺼내지 못한체 입에서만 헛돌게 했다. 그건 마치 '정신병자' 같았다. 그게 아니였다면 헤어짐이란 무서움에 사로잡혀 있는 소녀. 그게바로 그녀였다.


 "거짓말쟁이!!!!"

 


 그녀가 크게 소리친 것 이였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심장이 둘러싸인 근육들에게 압박을 당했는지 너무나도 아팠다. 그 아픔을 소리로라도 질러내고 싶었다. 소리를 지른 후 그녀는 고개를 그에게로 틀었다. 그녀는 그에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눈에선 이미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비유하자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녀'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역시나 울면서 웃고있는건 참 보기가 좋지 않았다. 사람들이 보는 그녀의 예로들어 말하자면 길 잃은 멍청한 소녀같아 보였다.

 그는 그녀의 꼴을 보고는 잠시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틀었다. 잘못하면 자신까지 눈물이 나올것 같았기 때문이였다. 이미 눈은 그도 빨개져 있었다. 그녀앞에서 눈물을 흘리면 게임은 끝이였다. 그럼 헤어지자고 하자는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는 아예 몸을 그녀에게 뒷모습이 보이도록 틀었다. 그가 몸을 틈과 동시에 그녀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싹 내려간채 표정이 바뀌었다. 이제는 아예 길 잃은 꼬마가 엄마찾기를 하다 지쳐 우는 모습이랄까.


 

 "나쁜자식. 지옥에나 떨어져버려."

 


 그녀가 한 저주의 말 이였다. 그것은 단순한 저주같은 말 이였다. 어린애처럼 심술궂게 그런말을 하는것 같았다. 어찌보면 그녀는 어린애라고 할 수 있었다. 마음이 너무나도 여려서 지금은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싶을 뿐 이였다. 훌쩍거리며 말이다.

 그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혹시라도 빨개진 얼굴에서 나오는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봐 말이였다. 그는 진정된 한참 뒤에나 중얼거렸다.


 "지옥? 정말 그런곳이 있더라면 좋겠군."


 그는 그 말을 마치자 마자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에게 빨개진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 드디어 새빨간 눈에서 나오는 눈물 한방울이 느껴졌다. '어, 언제부터인가인지 흐리게 보였는데, 눈물인가?' 그는 잠시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빨리. 빨리가야했다.  그녀가 그를 붙잡는다면 안됐다. 눈물따윌 들켰다간 그가 이제껏 해왔던 거짓말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테니까.

 그녀는 멀어지는 그를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였다. 뛰어가서 잡는다거나 그에게 용서를 빌거나 할 행동이 지금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선물로준 이별이란 것에 너무나도 슬픈 감동을 했을까. 그녀의 얇은다리는 그 감동의 무게에 이기지 못한 채로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녀는 매우 피곤했다. 왜인지는 몰랐다. 그냥 너무 울어대서 나올 눈물이 없어 눈이 잠시 뻑뻑해 진 것을 느꼈고, 어깨를 필수 없을만큼 어깨에 무엇인가를 달아놓은 무게감이 느껴질 뿐이였다. 왜 갑자기 몸이 피곤해 졌는지는 그녀도 잘 몰랐다.


 



 하아ㅡ.

 이젠 숨이 절로 나왔다. 여관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바닥에 '픽-'하고 쓰러졌다. 소설책의 자주 등장하는 아픈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역시나 그건 소설의 주인공이라서 힘들지 않은 척을 잘 할 수 있었을까? 그는 그녀를 속이기 위해 너무나도 죽을맛이였다. 그의 인생중 최고로 하기 힘들었던 거짓말이였던것 같았다. 힘들었던 만큼 그는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이젠 서서히 이마도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버티고 있는 그로선 정말 지옥보다도 더 한 세계였다. 언제부터인가 거칠어진 숨이 그의 목을 조여 왔었다.


 그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어선 귀찮은듯 눈을 살짝 떠보았다. 일단 바닥의 온도는 뼛속까지 바람이 통해올 정도로 너무나도 추운 온도였다. 오히려 밖이 더 따뜻했을지도 몰랐다. 2층의 차가운 바닥은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한의 전율을 느끼게 했다. 아, 지금정말 미칠 것 같다. 차가운 바닥에 그의 몸은 단 1초라도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꼼짝도 못했다. 어느 장난스러운 유령이 와서 엎어진 그에게 장난을 쳤을지도. 그 장난에 그는 압력의 중압감을 맛보는 중이였다. 그 맛은 꽤나 씁쓸했다.

 엎어진 그는 무의식중에 앞에 펼쳐진 한정된 바닥을 멍하니 보았다. 눈물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일까 눈이 침침했다. 하지만 그래도 눈을 찌푸린 체 몇 분 투자한 채로 있는다면 보이긴 했다. 아, 바닥엔 어느센가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여관의 5번방은 언제나 그의 차지였다. 그는 항상 정해진 방의 침대로 뛰어들어 얼굴을 묻었다. 피곤함에 축 늘어진 상태에서 잠을 청하기 바빠서 이런 방 따윌 둘러볼 시간도 제대로 없었던것 같았다.

 처음엔 깔끔한 방에 감탄사를 보냈지만 이제 자세히 보니 사람의 손길에 멀어진 방 같았다. 동화 속의 마녀가 쓰는 먼지가 가득한 방. 연상되는 거라면 그것밖에 없었다. 그정도로 옷이나 쓰레기 따윌 널부러트리진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먼지와 함께 생활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웩-"하고 혓바닥을 살짝 내밀었다.


"불치병이라."


 

 그는 잠시 눈을 내리 깔면서 중얼거렸다. 그는 몇 일전에 찾아간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몸속에 바이러스가 침투가 된 듯싶습니다. 이 바이러스엔 치료제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나씩 잃어가는 병이지요."라고 간단히 그를 불쌍한듯이 한번 훑어보곤 급히 다른 환자를 맡이했다. 그 증상에 대해서 어떤 대책을 세워줘야 할지는 의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눈빛으로 "빨리 가. 병을 옮기기 전에."라는듯 기분 나쁘게 쳐다볼 뿐이였다. 그는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의사의 눈빛을 받고선 문을 박차고 나갈 뿐이였다. 만약 그가 더 있었다면 의사는 그를 쫓아내고 말 테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눈이 왠지 많이 뻑뻑해져 있었다. 눈을 굴리기도 힘들어졌다. 이젠 더 흘릴 눈물도 없을텐데. 이젠 흐려보이는게 아니라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얼마 전 전투에서 눈 근처에 베인 상처와 배를 깊게 파고든 그 칼날에 독을 뭍혔다는게 사실이 였나보다. 다른 곳보다도 일단 눈이 며칠 전 부터 흐렸는데. 역시나 눈에 큰 타격을 입어서인 것 같았다.

 이제야 눈이 바이러스 덕에 보이지 않게 된 걸 깨닫다니. 조금은 자신이 한심해졌다.


 

 "읏차,"

 


 그는 힘겹게 일어나길 시도했다. 중압감을 깨기는 무척 힘들었다. 정말 유령이 그를 누르고 있는건지 그는 잘 일어날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힘들게 겨우 일어났다. 어깨에 무거운 물건을 달아났을까? 그의 어깨는 필수도 없었다. 구부정하게 있어선 배를 움켜 잡고서는 걷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자세였다.


 그는 일단 여관을 빠져나왔다. 밖은 아까와 공기가 달랐다. 낮과 밤의 온도차였을까. 시원하지는 않았고 약간 추웠을 뿐이였다. 밖의 햇빛이 변화 된 색깔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지금 눈을 뜨기도 힘들정도였다. 눈을 뜬다면 1분 내로 눈의 습기가 다 증발이 될 것만 같았다. 물론 이것은 그의 생각이였지만 말이다. 어차피 눈을 뜨더라도 제대로 볼 수 없는것은 마찬가지. 아까는 5분동안 한 곳만 자세히 본다면 약간의 먼지들이 보이긴 했지만 지금은 그건 무리였다. 눈의 상태는 최악.

 그는 일단 눈을 살며시 떠 보았다. 아 역시나 거리는 암흑으로 보였다. 도통 보이는것은 희미한 검은 물체들이 지나다니는 것이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는 게 어차피 더 나을 듯 싶었다. 눈을 뜨나 안뜨나 안보이긴 마찬가지기 때문이였다.

 "보고싶어."라고 그는 갑작스레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그는 미칠 지경이였다. 보이지 않는 눈을 이끌고서 나온 이유라고 한다면,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였다. 이 상태로는 그녀가 보이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는 일단 그녀가 그리웠다. 그립다라는 이유로 무턱대로 나온 것에 대해서 그도 자신이 한심하다는것은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로 간다면 일단은 그녀가 그를 무작정 때릴 것 같았다. 그녀와 같이한 세월동안 봐 왔으니까 그 정도는 이미 그녀의 행동이 뻔했다. 무작정 맞는것도 이 상태에선 힘들것 같았지만 찾아가서 그녀를 더 울리는것은 그 또한 싫었기 때문에 그녀를 찾아간다는 것은 그로서는 껄끄러운 일이였다. 그냥 그녀가 그럴것이다라는 예상만 하는 그 였다.


"데이지."

 


 그가 툭 뱉어놓은 말이였다. 맞다, 데이지꽃. 일단 그녀가 좋아하는 꽃이였다. 그 꽃은 그녀가 좋아했기에 그도 약간 좋아하는 꽃이였다. 솔직하게 그는 꽃과는 거리가 멀었다. 별로 좋아하는 꽃은 없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꽃이기에 보고 또 보더니 꽃과도 정이 든 것일까. 꽃장수인 데이지의 꽃을 자주 사서 그녀에게 선물했었다. 그 때마다 그녀는 "이 꽃을 볼때마다 나 생각해야해."라며 장난스레 미소를 지었다. 솔직하게 그건 유치한 맨트였지만 그때마다 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일단 감으로 걷기 시작했지만 지나다니던 사람들마다 툭툭 부딪혀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발해냈다. 꽃장수인 데이지가 있는곳은 별로 멀지는 않았다. 그저 쭉 가기만 하면 될 텐데 이렇게 힘들게 갈 줄은 그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데이지씨. 전 정말 속상해요."


 그녀가 한숨을 내뱉으며 한 말이였다. 그녀는 아까부터 데이지에게 하소연을 해댔다. 아까 그에게 차이고 난 후 그녀는 바닥에 멍 하니 앉아있다가 지나가던 데이지가 그녀의 무릎에 걸려 넘어졌었다. 데이지는 장님이였기 때문에 그녀의 무릎이 보이지가 않았다.

 걸려넘어지고 난 후에 그녀는 데이지의 치마자락을 잡으며 슬피 울어댔으며, 데이지는 아무것도 모른 체 그녀를 위로 해줄 겸 자신이 팔던 데이지꽃을 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참 안타까웠다. 그렇게 사이가 좋던 연인이 어느날 갑자기 헤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였다. 데이지는 아직 사랑따위를 해본적은 없지만 그건 너무나도 아픈일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벌써 두번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두 분이 같이 꽃을 사러올때가 행복했는데 아쉽군요."


 데이지가 진심으로 한 말이였다. 그 둘의 모습은 보이진 앖았지만 데이지는 둘이 희미하게 웃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덩달아 미소를 띄우곤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일이 없을거라니 조금은 아쉽긴 했었다.

 그녀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아니 아쉽기 보다는 너무나도 슬펐다. 뭔가 옆이 텅 비어있는게 너무나도 이상했다. 이 느낌이 무엇인지는 정말 알수 없었다.

잠시 그 둘은 침묵을 지켰다.


"실례합니다. 데이지씨."


 

 낯익은 소리. 누군가가 둘만의 침묵을 깼다. 데이지는 소리난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물론 그녀 또한 고개를 틀었다. 이미 귀로는 누군지 알았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린 셈이다. 역시나 그녀의 귀는 틀리지 않았다. 너무나도 얄미운 아까 그 나쁜녀석이 아닌가.

 그녀는 일단 그에게서 고개를 땠다. 아니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그가 그녀를 본다면 더 어색해 짐이 분명했기 때문이였다.


 "아아, 어서오세요."


 

 데이지는 당황하며 그를 맞이했다. 일단 그녀와 그의 사이는 헤어진 사이였다. 그런데 이런곳에서 만나다니 참 어찌할 바를 모를 일이였다. 데이지는 당황하며 꽃바구니에 있는 꽃을 하나 집어들어 그에게 내밀었다.


 

 "꽃을 사러 오셨나요?"

 "아, 하나만 주시겠어요?"

 


 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금 당황하는 두 사람의 심정은 몰랐다. 앞이 안보이기 때문이였다. 그녀가 있는지도 몰랐고 데이지가 왜 당황하는지도 그는 몰랐다. 신경쓰는 것이라곤 꽃의 향기였다. 좋은 향기가 그의 앞에서 퍼져 코로 전달해 내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보다는 꽃의 향기가 약했다. 이런, 이젠 후각까지 둔해지고 있나 보다.

 그는 잠시 데이지가 어디있는지 살폈다. 손으로 데이지가 있는곳을 대충 파악을 하려고 했다. 데이지는 그가 그러는 것을 몰랐고, 그녀는 잠시 힐끔 보다가 그의 이상한 행동에 잠시 얼빠지게 지켜볼 뿐이였다. 어이없다는듯이 말이다.

 그는 데이지의 어깨부분이 손에 닿은 것을 느꼈다. 데이지도 그가 어깨에 손을 놓았다는것은 대충 감으로 알았다. 그는 잠시 데이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근처에 아무도 없죠?"

 "아, 네."


 데이지는 말을 더듬었다. 그건 보면알텐데 굳이 장님인 데이지에게 묻는 것일까. 데이지는 일단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꽤나 열 받은 표정으로 볼을 부풀리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였다. 물론 데이지의 머리속에 그려진 얼굴은 지금 그녀의 표정과 거의 일치했다. 그녀가 있는데도 이렇게 뻔뻔하게 "아무도 없죠?"라고 말하다니! 지금 당장 그의 뺨을 때려주고 싶었지만 일단 그녀는 지켜보기로 했다.

 그는 아무도 없다는 말에 긴장을 풀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리곤 씨익 웃으며 말했다.


 "데이지씨, 이제 저도 당신의 동지가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무슨말씀이신가요?"


 데이지는 잠시 머리를 갸우뚱거리더니 그에게 물었다. 그는 킥킥 웃으며 말했다.


 "아아, 저 장님이 되고 말았어요."


 

 ...? 그녀가 잘못들은 것일까? 잠시 지켜보던 그녀의 입은 벌어졌다. 장님? 눈이 안보이는 사람말인가? 그녀는 벌어진 입을 손으로 막았다. 잘못한다면 목소리가 세어나갈뻔 했다. 저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지금 여기서 그녀가 있다는것을 들킨다면 그도 당황할 것이였고, 그녀도 좋을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가 오늘 그렇게도 야박하게 군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라는것은 그녀도 지금은 알고 있었다.


 

 "장님이라구요?"


 

 데이지가 흠칫놀랐다.


 

 "네, 얼마전 전투에서 다친 게 그렇게 만들었나봐요."

 "세상에나...!"

 데이지는 입을다물지 못했다. 그는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데이지는 곧바로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의 위치 근처에 앉았다.


 "안보이는게 답답한건줄 이제야 알겠네요."

 "네, 무척이나 답답하죠."

 "이런식으로 살아가시는게 참 신기하군요."


 

 그는 진심으로 신기해했다. 이 어둠속에서 항상 웃고있는 그녀는 너무나도 신기해 보였다.


 "하지만, 전 이상태도 좋다고 봐요. 장님인 덕분에 청각이 발달하잖아요? 전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진정으로 들리는 소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요. 제 억지일수도 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녀는 빙긋 웃어보였다.


 "씩씩하시군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움켜잡았다. 아까 눌러서 참아놓았던 진통이 시작됐기 때문이였다. 그 진통은 말로 못할정도로 괴로웠다. 몇 년씩 된 사악한 곰팡이가 배에서 퍼져선 사방 곳곳으로 돌아다니며 몸을 헤집고 다니는것만 같았다. 그는 약간의 신음을 냈다.

 지켜보던 그녀는 깜짝놀랐다. 지금 그녀는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그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그런 행동은 해선 안됐다. 지금 이상태에선 오직 지켜보는것.

 그는 잠시 미칠듯이 이상해지는 배가 미웠다. 이젠 배에 이어서 머리까지 아파왔다. 아아,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괜찮으신가요?"


 데이지는 걱정스레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는 이젠 쉽게 말을 못 이을 것만 같았다. 숨소리도 전보다 더 거칠어졌고 땀도 더 심하게 흘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싶었다. 아픔따윈 어떻게 되던 상관없었다.


 

 "무서워요...."

 그는 거칠어진 숨소리로 겨우 말했다. 지켜보던 그녀는 입술이 떨리기 시작했다. 데이지는 가까이 있는 그녀의 무릎에 손을 올렸다. '괜찮을거에요'라는 뜻이였다.


 "죽음...이란거...곧...맛볼지도 몰라요."

 

 데이지는 말을하지 않았다. 그저 지켜만 볼 뿐. 그에 비해 그녀는 위로에 말을 건내주고 싶어서 미칠지경이였다. 그 말을 전하지 못해서 눈도 새빨개져 있었고, 불안한지 다리도 떨어댔다. 잘하면 곧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그는 힘들게 말을 이어갔다.


 "죽는건...참 신기한것 같네요. 자신이 죽기전까진 그 느낌을 모르잖아요. 느낌은 힘들고 괴로운 것일까요? 아니면 편안할까요?"


 그는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데이지가 그런걸 알리가 없는데 쓸데없이 묻는게 자신도 웃겼다.


 "숨소리와 심장이 멎고 한숨을 내쉰 뒤엔, 그 속에 있는 추억은 마지막 숨과 함께 빠져나가요. 그리고 공기에 녹슬고, 비에 조금씩 녹아들고, 바람에 깎여나가고...추억을 조그맣게 변해요."


 데이지가 한 말이였다. 그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듣기만 했다.


 "죽을 때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그 조그맣게 변한 추억은 영원히 이 세상에 남아요. 영원한 사랑도 슬픔. 기쁨도 모든것들이 축소되서 남아있죠."


 

 데이지는 꽃바구니에 많던 꽃중 하나를 집어서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 꽃처럼 말이죠."


 생긋. 데이지는 웃었다.


 "이 꽃은 저희 어머니의 추억의 일부분이죠. 저희 어머니가 키우신 꽃이에요. 저와 매일같이 봐왔고 키운 석양처럼 예쁜 꽃이죠. 이 꽃은 저희 어머니를 지켜보았고 어머니도 이 꽃을 지켜봤어요. 서로서로 지켜본 셈이죠. 죽음도 함께 지켜봐준 아름다운 꽃이에요."


 

 데이지의 서글픈말에 그녀는 마침내 눈물이 터졌다. 이렇게 멍하니 지켜보는 그녀는 데이지가 말한 꽃과 매우 비슷한 처지였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고 저주할만큼 안타까운 존재였기 때문이였다. 그녀는 소리를 내며울지는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입을 틀어막고 그의 표정변화를 지켜볼뿐. 더 이상은 참견같은것을 할 수가 없었다. 데이지꽃처럼.


 "죽음은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서글픈존재에요. 모든 생명이 해야하는 당연한 존재지만 그건 너무나도 서글퍼요. 그 존재가 죽는 그 순간에도 해는 빛나겠죠. 아무렇지도 않은것 처럼."


 데이지의 말은 너무나도 정확했다. 언제나 생명은 죽기마련이였다. 그게 언제든 항상 죽음을 치러야만했다. 하지만 죽음뒤에도 해는 맑게 떠있었고 내일이라는것도 분명하게 찾아왔다. 어째서인지는 몰랐지만 서글프게도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였다.



 "죽기....싫어."


 그가 중얼거렸다. 데이지는 잠시 그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울려퍼지는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서서히 감은눈에서 눈물이 느껴지는걸 알았다. 하지만 눈물따윌 닦을 힘조차도 이젠 없었다. 그는 옆에있는 돌기둥에 힘없이 기댔다.


 "너무나도...걱정돼....서글퍼....보고싶어..."


 그는 눈물이란 존재에 아랑곳않고 마음에 담았던 말을 천천히 꺼냈다. 그렇게 서글피 노래를 해서였을까, 손등에는 어느새 따뜻한 감촉이 올라왔었다. 데이지의 걱정의 위로였나? 아니다. 이 손은 뭔가가 달랐다. 자신이 항상 느끼던 체온. 그녀인가? 아니, 그럴리가 없었다. 그녀는 지금 여기 없는걸.

 하지만 그가 아닐 거라고 하던 예상은 맞았다. 그녀였다. 그녀도 모르게 그의 손을 잡고선 끝없이 눈물을 흘려냈다. 그리고 더 다가가서 그의 손을 자신의 뺨에 댔다. 아아, 차가운 손. 얼마나 아팠을까. 예전엔 너무나도 따뜻한 손이였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몰랐던 자신도 참 한심했다. 눈물은 멈추지가 았았다. 그저 아무말없이 그의 손을 느껴볼 뿐이였다.


 "미안....."

 그는 싱긋 웃었다. 그가 사과의 말을 한 것은 데이지에게 한 것인지 그녀에게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슬프게 웃으며 안보이는 눈을 뜨며 느껴지는 뜨거운 얼굴을 쓰다듬어줄 뿐이였다. 눈은 피곤하고 너무나도 졸린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더라도 눈을 뜨고 싶었다.

 그녀는 더욱 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의 얼굴을 보기가 너무나도 괴로웠다.


 

 "고마워......."

 그는 활짝 웃었다. 그리곤 졸리운 눈을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눈을 감은 천사는 즐거운 잠을 청했다.


 










 









날개의 깃털 하나는 바람을 탄다. 그 천사의 깃털은 오랜세월 여행을 한다. 바람에 날리고, 비에 젖어 몇 가닥이 없어지고, 바람에 깃털의 모양새가 일그러진다.


하지만 그 깃털을 사라지지는 않는다. 깃털은 여행이 힘들어 모양이 다 일그러진 후 땅에 도착한다.


깃털은 그런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도착한 후 흙에 묻혀서 고이고이 남을 테니까.


데이지가 말한 추억처럼 말이다.










Fin.



 

 

 

 

 

 

 

 

 

 

 

 

원작:루안*님의

 뮤직 카툰.. Buzz - 울지마 ...

 

 

 

엄청늦었네요. 루안*님께는 죄송합니다. 그리고 무척 많이내용을 바꿨답니다.

 

실력없는 소설가의 바램을 허락해주신 루안*님께 큰 감사를....

 

아참, 악플이던 뭐던 환영합니다. 모자란 부분을 고쳐주실 분들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하게 옛날에 비해서 조금 는것은 느끼긴하지만 그래도 작품의 모자란부분을 고쳐주신다면야

 

환영입니다. 그럼 수고들하세요

전체 댓글 :
12
  • 보리스
    네냐플 Wlnterter
    2009.05.16
    제목부터가 뭔가다른...
  • 루시안
    네냐플 키폰
    2008.04.30
    와아... 정말 부럽네요. [실력 굳]! ㅡ-ㅡ
  • 이스핀
    네냐플 항상맑음★
    2008.03.01
    넋놓고울엇음...ㅠㅠ
  • 루시안
    네냐플 Bluelist
    2007.08.02
    아 진짜 저렇게 되고 싶어라~ 제 목표에요! 앞으로도 이런 글 많이 남겨주세요. 가슴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 밀라
    네냐플 cutly앙탈수
    2007.07.25
    뭔가가 부족한 것 같네요..죄송합니다...
  • 티치엘
    네냐플 St수하
    2007.07.16
    농담아니고살짝눈물이글썽ㅜㅜ
  • 시벨린
    네냐플 地下界人間
    2007.07.01
    역시 루엔님은 대단하셔요 작문에 소질있는듯?? 5점주고갑니다
  • 나야트레이
    하이아칸 캘스퍼
    2007.05.09
    역쉬 추천작품은 뭐가 달라도 한참 달라~-_- 5점 주고 가요~!!
  • 보리스
    네냐플 겸이〃
    2007.05.03
    냉무
  • 티치엘
    하이아칸 이해인
    2007.04.20
    굿이네요.;;;;
  • 티치엘
    네냐플 수박소녀oi
    2007.04.03
    루안님이젤좋아하시넴ㅋ참!저진짜렘므에하나만들었어요ㅋ마주칠지도몰라염^^
  • 보리스
    네냐플 루안*
    2007.04.01
    와앗!정말 잘쓰셨어요 제가 나타나고 싶어했던것도 너무 자세하게 묘사해주시고 ㅠ , 정말 실력 차이가 .. 정말 잘 보고 갑니다 ㅠ 5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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