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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사이드 그린. 20대 중반의 남성에 혈액형은 A 키는 182 몸무게 67kg에 스리사이즈는 재** 않았지만 암튼 나이스함.
성격이면 성격, 외모면 외모, 실력이면 실력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나를 베크렐은 C급이라고 부른다. 이 몸의 어디가 C급이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정도면 솔직히 스페셜 아냐? 단 한 가지 짝이 없는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아, 짝이라고 해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건 꿍짝의 짝도, 짝짝꿍할 때의 짝도 아닌 섀도우&애쉬에서 페어를 맡는 짝을 말하는 것이다.
나랑 지금까지 페어를 한 녀석들은 전부 신입이 오기만 하면 나를 떠나 버렸는데 그건 분명 내가 너무 잘났기 때문에 옆에 있으면 자신의 존재가 한 없이 초라해 보이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매너 좋고 잘생기고 의협심 강한 남자를 싫어 할 사람이 있겠어?
그런데 다행히도 오늘 신입이 들어와 나도 괜찮은 의뢰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 그린씨, 인사하세요. 이쪽은 막시민 리프크네군입니다. ”
그러면서 베크렐이 소개해 준 녀석은 아직 수염도 안 날 것 같은 어린애에 전체적으로 후줄근한 갈색의 특징 없는 차림에 유난히 붉은 타이가 인상 깊은 소년이었다.
막시민은 오른손을 코트에 몇 번 문지르고 악수를 청해왔다.
“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입니다. 막시민 이라고 부르시죠.”
“ 그래, 난 사이드 그린, 그냥 사이드라고 불러 줘.”
우리들의 모습을 지켜본 베크렐은 인사가 끝나자 책 한권이 좀 안되는 서류뭉치를 막시민에게 건네주었다.
“ 리프크네씨는 일단 읽어 보세요. 그린씨에게는 제가 가면서 설명하죠. 절 따라 오세요. ”
무슨 일인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임무 일 것이 뻔했기에 군말 없이 베크렐을 따라가자 꽤 좋은 이두 마차가 있었다. 베크렐은 우리들에게 타라고 한 뒤 직접 마부 석에 앉아 마차를 끌며 이야기 했다.
“ 지금부터 우리는 벨라도나 영지로 갑니다. 마차로는 쉴 세 없이 달려서 하루 반이 소요될 예정이고 저와 그린씨, 리프크네씨 셋이 3교대로 마차를 몰아 갈 것이고 가는 도중 말을 세 번 갈 겁니다. ”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서둘러 가는 건가하고 나는 상당히 놀랐다.
“ 일주일 전 영주의 하인 7명이 일주일 만에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살해당했고 섀도우&애쉬에 서신을 띄우기 전에는 영주를 향해 ‘회개하라’는 쪽지가 배달됐다고 합니다. ”
살해 어쩌구 할 때부터 상당히 심각한 문제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런 위험할 일을 C랭크와 신입인 내가 한다고?
“ 아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리프크네군이 이야기를 듣고 자원했고 지부장인 르베리에씨가 허락하셨습니다. 다른 용병분들은 자는 사이에 심장에 단도를 선물 받고 싶지는 않다며 사양했고 그린씨는 보나마나 물 불 가릴 입장이 아니니 문제없다고 생각 합니다만?”
내 질문에 베크렐은 저렇게 얄밉게 대답한다.
“ 그럼 베크렐은 왜 가는 건데?”
“ 벨라도나 영주께서는 지금 상당히 당혹해 하고 계십니다. 극구 지부장을 호출하는 것을 지부장 대리 자격으로 제가 대신 가게 되었습니다.”
당혹이 아니라 잔뜩 쫄았다 이겠지만 그건 표현의 자유인거니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이윽고 보고서를 넘기듯 훑어본 막시민이 보고서를 나에게 넘겨주며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까 우린 가서 벨라도나인지 도나도나인지 하는 영주 놈의 목을 앞으로 한 10년은 붙어 있을 수 있게 지켜주기만 하면 되는 거지. 맞지 베크렐?”
“ 예 부분적으로 맞습니다.”
나는 보고서를 대충 훑어보는 척 하고 구석에 치워 버렸다.
“ 뭐 그럼 간단하네. 대충 그 연쇄살인범을 잡아 족치면 되는 거지.”
“ 그린씨의 말처럼 간단하다면 저도 좋겠군요.”
그리고 베크렐은 나를 위해 사건의 경위를 좀더 설명해 주었지만 내가 듣기에 그렇게 중요한 얘기는 없었다.
1박 2일의 강행군 동안 베크렐은 홀아비답지 않게 직접 싼 5단 도시락 3개를 꺼냈는데 보온병에는 베크렐이 직접 끓인 맛좋은 삼백초차 까지 있었다. 덕분에 가는 길은 꽤 호화판 식사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3교대로 마차를 몰았는데 지금은 베크렐이 몰고 있다. 먼저 식사를 끝낸 막시민은 다시 보고서를 훑어보고 있었고 식사를 마친 나는 식기를 정리해 두며 물었다.
“ 뭐 특별히 볼 거라도 있나**?”
“ 그렇지 않기 때문에 문제인 거죠. 첫날밤에 살해 된 것은 숲지기를 포함한 하인 4명인데 같은 방을 썼죠. 이름은 각각 클레릭, 조, 폴, 에디. 이 하인들은 부역 때문에 3개월간 일하기 위해 온 영민에 불과해요. 전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보고서에 의하면 이 셋은 마을에 허방다리를 만들거나 여자애들 치마를 들 춘 것 외에 특별한 원한 관계가 없어요. 아 여기 가장 심각한 것으로 한달 보름 전에 술을 마시고 외상을 진 게 있는데 못 갚을 액수는 아니고. 숲지기의 인간관계는 그리 많지도 않죠. 사인은 날카로운 물건에 의해 급소를 맞고 과다 출혈. 흉기는 숲지기 옆에서 발견된 부엌칼.
이틀 후에 살해 된 것이 클라라라는 시녀장인데 거의 매일 밤 뜨개질을 하는데 그 뜨개바늘에 목이 관통됐죠. 10살도 되기 전에 들어 와서 서른둘에 시녀장이 됐는데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성격은 대체로 끝맺음이 분명하고 완벽주의가 있긴 하지만 큰일과 작은 일을 분별할 줄 아는 성격이죠. 이런 성격이 적을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죠. 특히 시녀장이라는 신분으로는요.
다음날 죽은 세라라는 하녀역시 어릴 적부터 일한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고 사람들과 왕래가 없을 뿐 특이한 사항은 없고. 예외적으로 독살 됐는데 무슨 독을 썼는지는 불명.
마지막으로 조프리 집사는 특히나 인간관계가 깨끗하죠. 원한도 없고 어릴 때부터 들어와서 꽤 젊은 나이에 집사가 되었고 영주의 총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하인들에게 존경까지 받았다고 써 있죠. 시체는 자기방 샹들리에에 목을 매단 채 발견됨.”
그리고는 보고서를 툭 쳤다. 나는 그저 그 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 그런데 예전에 반지 끼셨나요?”
나는 무슨 일이냐는 듯 막시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응? 아니. 근데 왜?”
“ 아까부터 왼손 약지를 만지작거리잖아요. 허전 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니 정말이었다. 나는 꼭 잃어버린 반지를 아쉬워하는 사람처럼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언젠가 부터의 버릇이야.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떤 술집아가씨랑 반지를 나눠 낀 적은 있어. 불편해서 금방 빼버리긴 했는데…….”
막시민은 입만 올려 미소 지었다.
“ 그 아가씨가 매우 그리우신가 보죠?”
“ 그럴지도 모르지.”
도착한 벨라도나 영지는 입구부터 백합이 활짝 핀 아름다운 영지였다. 주로 하얀 백합꽃이 많았지만 하얀 수국도 눈에 띄었다.
“ 완전히 꽃의 영지로군.”
그 말에 베크렐이 대답했다.
“ 그 말이 맞습니다. 이곳 벨라도나는 벨라도나라는 백합의 원산지이고 수도의 귀족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꽃이니까요.”
“ 그래서 꽃이 많았군.”
“ 별로 내키진 않지만 영지에 도착하면 우리 셋은 같은 방을 쓰도록 하죠. 불침번은 못 서더라도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가만히 창밖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는 막시민의 말이었다. 저 막시민이라는 녀석은 나이는 그렇다 치고 막내인 주제에 설거지 같은 것도 나서서 하고 잠자리도 좀 돌보고 하며 귀염 떨 줄을 모른다. 딱딱 제 할 일만 하면 그만 이다는 식의 태도가 좀 못 마땅하다.
“ 그렇게 하도록 하죠.”
베크렐이 찬성하고 나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성의 영주 접견실에서 본 영주는 심장까지 비계살이 붙어 있을 듯한 느낌의 거구에다 두려움을 감추지도 않았다. 나와 막시민은 적당히 찌그러져서 그 벌벌 떠는 이야기를 들었고 베크렐만이 성실하게 경청했다.
대충 접견을 마치고 각자 탐문부터 개시했는데 난 대충 현장을 둘러보고 사람들에게 사건 개요를 들어보러 다녔다.
베크렐의 말에 의하면 첫째 날 죽은 4명은 하인3명을 먼저 죽이고 3명을 처리하는 동안 깨어나 도망가는 숲지기를 쫓아가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인방에서 시체가 발견된 장소까지 물**질을 했음에도 나무 바닥이었기에 채 지워지지 않은 점점이 떨어진 핏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이틀 후 죽은 시녀장은 뜨게 바늘에 목이 관통되었다고 하니 이것만 보더라도 살해자가 충분히 힘이 있는 남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섯 번째 피해는 다음날 독살된 시녀. 시녀의 방과 시녀장의 방에도 가보았지만 여자 방 아니랄까봐 꽃향기가 좀 날뿐-꽃병에는 시든 백합이 꽃혀 있었다-특별한 점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죽은 사람은 집사로 교살되어 샹들리에에 목이 매달린 채 발견된 집사. 방 역시 특별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살해자는 하인방에서 자는 누군가 또는 누군가들에게 원한이 있었고 도망가는 숲지기를 죽인 후 낌새를 차린 시녀장과 하녀, 그리고 집사를 죽인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
나는 대충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심문하기 위해 일단 부엌으로 갔다. 사실 먹을 걸 조금 먹고 싶기도 했고.
그 시각 막시민은 하인방-이라기보다는 헛간-에서 숲지기의 시체까지 난 얼룩진 핏자국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핏자국은 아주 작은 점으로 이어져 떨어져 있었지만 자세히 관찰하자 이상한 점이 보였다.
하인방은 부엌과 이어져 있었고 부엌을 나가면 어린시동과 하녀들의 방이 있었다. 하녀와 시동들의 방은 하인들의 방이 짚가리와 이끼만 깔려져 있는 것에 비해 침대도 있고 시트도 있고 비교적 사정이 좋았다. 시동들의 방 침대를 들쳐보니 특이하게 눌린 자국이 침대마다 있었고 얼룩이 져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다 들어간 하녀들의 방에는 꽃의 영지가 아니랄까봐 하얀 백합이 꽃병에 꽂혀 있었고 아련한 꽃향기도 났다.
하녀의 방과 시동의 방은 같은 구조로 창은 비교적 튼튼했고 환기를 위해 달아 놓은 것뿐이었기에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밖을 내다보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문은 나무로 되 있어서 소리가 안 나도록 조심스럽게 여는 것은 힘들었지만 부신다해도 맨손인 막시민으로서 못할 것도 없어 보였다.
시녀장의 방은 시녀방 옆에 붙어 있었고 집사의 방은 영주방 옆에 있었다. 지금껏 둘러본 방에 비해 비교적 깔끔하고 깨끗하다는 것 외에 특별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집사가 목을 매달았다는 샹들리에는 튼튼해 보여서 잡고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았다. 집사가 집무를 볼 때 쓰는 의자와 책상 옷장 외에 특별한 가구는 없었다. 바닥은 어두운 쥐색의 양모카펫이었는데 막시민이 찾는 것은 없었다.
내가 부엌으로 갔을 때 적당히 근육이 붙은 균형 잡힌 몸매와 연한 금발이 매우 인상적인 여성이 고기를 다듬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이번에 길드에서 내려온 사람이에요. 이름은 사이드 그린이죠. 사이드라고 불러 주세요.”
금발여인은 잠시 멈칫하며 나를 돌아보고 고기 다듬는 칼을 고기에 푹 꽂아 놓고는 앞치마에 손을 슥슥 문지르고 손을 내밀었다.
“ 아 영주가 벌벌 떨며 부른 쥐**군? 반가워. 난 릴리라고 불러줘. ”
나는 멋쩍게 악수를 했다.
“ 초면인데 너무 막대하는 거 같은데…….”
적당히 말을 흐렸더니 릴리는 코웃음을 쳤다.
“ 그럼 너도 반말하던가. 나랑 비슷하던가.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나는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처럼 멋진 남자를 보고도 막대하다니 심장이 도대체 뭘 로 된 거지?
“ 여긴 근데 하인이 별로 많이 보이지 않네? 다들 어디 있지?”
처음 영주성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낀 것이다. 잔심부름을 하는 몇몇 시동과 이런 저런 힘쓰는 일을 하는 하인 한두 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질문에 릴리는 피식 웃었다.
“ 이봐, 사람이 7명이나 죽었다고 다들 얌전히 일이나 할 거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 하지만 영주는 돈을 갖고 있지.”
다시 한번 릴리가 피식 웃었는데 입 꼬리만 올라가며 웃는 그 미소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 완전히 바보는 아니군. 하지만 바보는 맞는 거 같아. 오면서 얘기 못 들었어? 이곳은 꽃을 재배 한다고. 다들 화원에 나갔지. 지금이 한창이거든.”
아 처음부터 바보 취급당해 버렸다.
“ 그럼 당신은?”
“ 나? 난 푸줏간 여인이야. 돼지나 양 같은 걸 도살하고 부위별로 잘라서 갈무리 해 두는 사람. 내가 백정이라고 용의자 리스트 첫 번째 칸에 올려놓는 건 아닐 테지?”
“ 모든 백정이 살해자인건 맞지만 살인자는 아니지. 그래, 여기서 얼마나 일하고 있지?”
“ 글쎄, 십년은 넘었고 15년은 아직 안됐을 거야.”
“ 사건이 일어나던 밤엔 어디서 뭘 하고 있었지?”
릴리는 또 예의 그 미소를 지어 보였다.
“ 그걸 질문이라고 해? 당연히 내 방에서 자고 있었지.”
베크렐은 숲지기와 친구인 사냥꾼을 만나보고 있었다. 사냥꾼의 이름은 메이버로 마흔 다섯에 갈색 깊은 눈을 가진 빳빳한 검은 수염을 기른 근육질의 남자였다.
“ 하여튼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들 날 먼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
베크렐은 예의 바른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 당신은 강해 보이니까요.”
“ 그래, 사람은 4명이나 힘 안 들이고 죽이게 생기긴 했지. 하지만 난 아냐.”
“ 제가 그것을 증명해 낼 수 있길 바랍니다.”
메이버는 입맛을 다셨다.
“ 자네 말투가 상당히 노련하군. 몇 살이지?”
“ 생일이 지나면 서른일곱이 됩니다.”
“ 그래, 좋은 나이로군. 결혼은 했나?”
“ 아니오.”
“ 어쩌다 여태 장가를 가지 않았지?”
베크렐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대답했다.
“ 한 때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던 여인이 있었는데 저에게 가장자리가 탄 팬케익을 먹여서 그만 두었습니다.”
그 말에 메이버는 낄낄 거렸다.
“ 나도 사실은 여태까지 홀아비야. 영지 돌아보랴 사냥하랴 집은커녕 오두막에 붙어 있을 세가 있어야지. 어쩌다 푹신한 침대에 발 붙여도 피곤해 죽겠고 말야.”
“ 불편이 많으시겠군요.”
“ 그래 정말 불편하지.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 생활이 맞아서 말야. 궁하면 마을로 내려가 맘 편하게 보석을 캘 수도 있으니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지.”
베크렐은 보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엔 몰랐으나 금방 그것이 뜻하는 바를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밤에는 어디 계셨나요?”
메이버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재수 없게도 영주성에 있었지. 마침 덫에 걸린 사슴을 잡았거든. 주방 창고에 가면 갈무리 되 있는 암사슴을 볼 수 있을 걸세. 거기다가 더 운 나쁘게도 혼자서 도끼니 단도니 하는 것들을 손질하고 있었지.”
“ 크흠 ”
한참 릴리와 한담을 나누고 있는데 어디서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하얀 앞치마를 두른 깔끔하게 면도를 한 건장한 남자가 부엌으로 들어와 문에 기대서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인사 했다.
“ 안녕하십까? 전 길드에서 내려온 해결사입니다. 사이드라고 불러 주세요.”
“ 난 제슨이네. 악수는 하고 싶지 않아. 자네 지금 주방에서 뭐하고 있는 건가?”
“ 여기 있는 릴리양과 잠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릴리양이란 말에 릴리는 뭐냐는 듯 쳐다보았지만 나는 무시했다.
“ 그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태도 이었는가? 나에겐 노닥거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나는 솔직히 이런 타입의 깐깐한 아저씨들 따위 정말 싫다.
“ 그럼 콧수염이라도 달고 파이프도 어디서 하나 찾아 물고 코맹맹이 목소리로 딱딱하게 취조라도 해야 하나요?”
“ 나랑 지금 장난치자는 건가? 노닥거리는 게 목적이라면 주방에서 나가.”
기분이 좀 나빴지만 릴리에게 눈짓하고 제슨을 향해 말했다.
“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난 밤 어디에 계셨죠?”
제슨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섰다.
“ 마을에 내려가 술을 마셨네. 붉은 수탉이 그려진 집이지. 가면 주인이 증언해 줄 걸세.”
“ 밤새도록 술을 마셨나요?”
“ 늦게 까지 마시다 나왔네.”
“ 그때가 몇 시죠?”
“ 정확한 걸 어떻게 아는가. 나왔을 때 이미 주변은 깜깜했네.”
“ 주점에서 그렇게 늦게 까지 술을 마신 이유는 뭐죠?”
“ 나는 주방장이네. 주방 살림을 총괄하고 있지. 그런데 시동이란 녀석들은 허구한 날 훔쳐 먹을 궁리나 하고 *** 굵어졌다는 녀석들도 별다를 거 없지. 시녀들은 나를 하대하고 집사라는 녀석은 새파랗게 젊어서 꼬박꼬박 반말을 하지. 주일에 한번씩 한잔하는 것이 내 삶의 낙이네.”
“ 그 후에도 3명이나 더 죽었는데 무섭지 않으신가요?”
그 말에 제슨은 가볍게 웃었다.
“ 솔직히 그 살인자라는 녀석이 나한테 온다면 그 놈들을 죽여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
막시민은 성의 구석 마법사의 탑에 와 있었다. 푸석한 모래빛 머리카락에 햇빛을 못 쫴서인지 하얀 얼굴에 기미가 가득했다. 얘기를 나눠보니 이 마법사는 사교성이 없고 원래 수줍음이 있는지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주로 연구하는 것은 저주에 관한 것이었는데 저주를 거는 것 보다는 저주를 푸는 것에 주안점을 둔 연구였다. 오브젝트니 인젝트니 골치 아픈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막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이해 할 수 없는 것이니 관두고 간신히 영주와 집사 이야기로 돌렸다. 마법사는 기억력이나 관찰력이 보통사람 보다는 확실히 좋아서 영주나 집사의 이상한 점이나 수상한 점을 물어보자 아는 대로 대답해 주었다.
“ 집사는 자주 본적이 없지만 볼 때마다 항상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어요. 아직 30은 안된 청년인데 인상도 좋고 능력도 좋은 듯 하더군요. 말수도 적고. 일만은 착실히 잘해서 영주에게 돈은 많이 받는 듯하던데 이상하게 장가를 가지 않더라구요. 영주는 이 시기면 성안의 하인들을 다 데리고 화원으로 대려가 꽃 수확을 하는데 한번은 베르테라는 하인에게 여기서 수확한 꽃을 수도까지 시들지 않게 어떻게 옮기냐고 물어 봤더니-아 전 혹시 마법이라도 사용하는 줄 알고 물어 봤던 거죠. 근데 베르테는 그냥 말을 돌리고 말더군요. 그때는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지금 와보니 어쩐지 걸리네요.”
거기까지 들은 막시민은 마법사의 탑에서 나와 영주관을 향해 걸었다. 꽃의 영지답게 주변은 꽃이 만발해 있었는데 환형으로 이루어진 정원에 한 무리의 수국이 파랗게 피어 있었다. 모든 꽃이 하얀 가운데 파랗게 핀 수국은 부조화의 미를 이루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막시민은 만발한 백합의 정원에서 백합꽃 한 송이를 꺾어 향기를 맡았다. 한참 백합을 들여다보던 막시민은 생각난 듯 발걸음을 옮겼다.
주방에서 나는 릴리와 제슨에게 나머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디서 뭘 했는지 물었지만 제슨은 성 외각의 집에서-그는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었다- 자고 있었다고 했고 릴리는 낮에는 성에서 주로 일하지만 원래 일하는 푸줏간이 있기에-그녀가 일하는 푸줏간에서만 영주에게 고기를 납품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후에는 계속 그곳에서 잤다고 한다.
별로 유쾌한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는 릴리와 함께 주방을 나왔다.
“ 릴리가 보기에 이상한 점은 없어? 원한 관계라든가. 숨기고 있었던 점이라든가.”
“ 글쎄. 모두들 여기서 오랫동안 함께한 사이였고 원한도 사고 싸움도 했지만 죽을 만큼은 아니었어. 하지만 세상에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이란 건 없는 법이니까 말야.”
“ 너도 그래?”
“ 누구나 그런 것이 조금씩 있는 법 아냐? 그것이 죽어야 할 정도인지 아닌지는 살인자가 결정하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물었다.
“ 왜, 넌 없나**? 섀도우&애쉬의 길원 이잖아? 손에 피를 묻혀 본 적이 없다 하더라도 더러운 일은 한 적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누군가에게 지독한 원망을 살 정도의.”
나는 그 말을 듣고 침묵하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여러 가지 일을 했어. 하지만 내 랭크가 그리 높지 않아서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뭐 적어도 누군가에게 원망을 살 만한 일은 했지.”
릴리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말했다.
“ 그게 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 더 있다 해도 그것이 내 죄는 아닐 거야. 내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세상의 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베크렐은 영주의 마르고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을 한 키 큰 크레일이라는 비서에게 전의 집사가 쓰던 일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지만 비서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 원본은 보여드릴 수 없습니다. 필요한 내용은 보고서에 빠짐없이 써 넣었습니다.”
이유인 즉슨,
“ 집사의 일지에는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도 있기 때문입니다.”
몇 번을 말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슷한 말이었기에 베크렐은 화제를 바꾸었다.
“ 유쾌한 의미에서는 아니지만 이렇게 벨라도나영지에 방문하게 되었으니 수도에서도 유명한 벨라도나백합을 한번 보고 싶군요.”
비서는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 벨라도나라면 이곳으로 오시면서 보시지 않았나요? 영지를 가득 채운 백합꽃이 바로 벨라도나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비서는 볼일이 있다면서 자리를 떴다. 베크렐은 비서의 뒷모습을 바라 볼 뿐이었다.
내가 보기에 모든 사건의 출발점은 숲지기와 하인3명에 있었다. 분명 이 네 명 중 한명이 어떤 원한 관계나 비밀을 갖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죽인 것이니까. 그것이 금전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것은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숲지기가 돈을 어디에 두는지는 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하인 셋 다 돈이 없는 영민들 이었으니까.
릴리와 헤어진 나는 하인들과 만나면서 직접 그들의 평판을 듣기로 했다.
릴리의 말대로 꽃 수확 철 이어서 성 안에 하인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좀 걷다 보니 구석에서 사방치기를 하며 노는 10살이 좀 안 돼 보이는 시동들이 보였다.
“ 여어- ”
나는 손을 흔들며 밝게 인사했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멈칫하며 겁먹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았는데 그럴 만도 했다. 성에서 7명이나 죽었으니. 하지만 이렇게 노는 걸 보면 역시 애는 애인가 보다.
“ 난 영주님이 불러서 이번 일을 해결하러 온 사람이야. 몇 가지 물어 보고 싶은 게 있는데.”
모인 아이들은 여자아이 3명에 남자아이 두 명이었다.
“ 죽은 클레릭 아저씨나 조 오빠 등에 대해 아는 게 있니?”
아이들은 그저 눈을 깜빡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럼 시녀장 언니나, 죽은 하녀언니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 역시 살인사건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거나 내가 외부인 이기 때문이겠지. 별수 없으니 애교 좀 떨어 볼까.
“ 대답해 주면 이 잘 생긴 오빠가 목마를 태워 줄게.”
그러면서 한 아이에게 손을 내밀자 아이는 흠칫하며 물러섰다. 뭐야, 좀 기분 나쁘네.
“ 목마 싫어?”
그렇게 말하자 가장 나이가 많은 듯한 여자아이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눈동자로 나를 보며 말했다.
“ 누가 죽든 상관 안 해요. 어른들은 다 똑같으니까.”
그리고 자리를 뜨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 가버렸다. 저게 어린애 입에서 나올 말인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막시민은 주방에서 슬쩍한 육포를 질겅거리며 베크렐에게 물었다.
“ 사이드가 여태 페어가 없는 이유가 뭐야?”
보고서를 읽던 베크렐은 막시민의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 그건 그가 자신의 페어들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요.”
막시민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상당히 잘난척하던데.”
“ 그건 그저 그의 방어 기재일 뿐입니다. 그는 표면적인 의협심과 정의감을 갖고 있지요. 리프크네씨이라면 그의 그런 성격을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막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 구체적으로?”
베크렐은 보고서를 치워 두었다.
“ 섀도우&애쉬에는 화려한 신입 환영식이 있습니다. 리프크네씨는 요령 좋게 모두 빠져나갔지만 그가 면한 환영식은 몇 되지 않죠. 그것이 부당함을 스스로 잘 알고 있음에도 나선적은 없습니다.”
환영식이라는 말이 나오자 막시민은 잠시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베크렐은 말을 이었다.
“ 섀도우&애쉬는 성격상 비밀스런 임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그런 임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기에 지금까지는 전투력이 필요한 임무를 맡았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서랍을 ** 보던 막시민은 서랍을 탁 닫고는 말했다.
“ 꽤 잔인하군. 무서운걸. 나도 이용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어.”
베크렐은 다시 보고서를 집어 들며 말했다.
“ 그는 사실상 전투력에 있어서도 높은 등급은 아니니까요.”
“ 그래서 C랭크를 매겼군. 적당히 날뛰도록.”
베크렐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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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어른스러운 이야기라 짤릴지도.
법의학 지식은 거의 전무한 아마추어가 쓴 추리물입니다. 범인은 맞추셨나요?
막시민이 주인공이지만 절대 주인공은 아닌 이야기를쓰자! 가 모토였는데 나름대로 성공한듯..?
그나저나 작가의 감이란건 신기하죠. 쓰고나서야 찾아봤는데 파란 수국의 꽃말은 망각.
예전에 쓴 소설에서도 벗꽃이 중요한 배경으로 나왔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영혼의 개화... 어쩜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는지.
- 전체 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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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녹슨연2007.01.27넴 알겠습니다 +_+ -
네냐플 紅蓮女帝2007.01.26역시 간밤에 추리물 보는 건 으시시 ;ㅅ; -
네냐플 紅蓮女帝2007.01.26아니요 'ㅅ'; 반 절을 나눠서 2화 분량으로 'ㅅ';; -
네냐플 녹슨연2007.01.26윽 단 줄씩 띄었는데..! -
네냐플 紅蓮女帝2007.01.26음, 전 추리물엔 취약하지만... 잘 쓰셨네요 ^^ 하지만 잘 읽을 수 있게 좀 나누시면서 글을 써주셨으면 해요 '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