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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민
소설

『도망자(fugitive)』- 3편

하이아칸 다비켜라CBRM 2007-01-01 20:09 418
다비켜라CBRM님의 작성글 1 신고

<술래잡기>

 

루시안은 아까 그 사람이 아직도 신경쓰였다.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철부지 루시안에게는 충격적이였다. 만약 자기도 그 사람처럼 되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아버지에게 어느정도 배웠던 차 마시는 예절로 차를 음미했지만 생각이 다른데로 가 있어서 제대로 맛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음... 아까 그 애는 뭘까..."

 

"아직도 그 생각을 하고 계셨습니까, 도련님? 하긴 충격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저도 놀랐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런 모습을 계속 기억하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루시안은 차를 딱 1잔만 마시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차 맛도 느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아이를 한번 찾아볼 생각이였다. 루시안은 아직 철부지였고, 철부지 어린아이에겐 호기심은 참을 수 없는 것이였다. 게다가 호기심은 자기와는 다른 대상을 만났을 때가 가장 큰 법이다.

 

"어머, 그만 마시게? 조금만 더 먹지... 1만 시드야. 원래는 1만2000시드인데 네가 예쁘다고 해줘서 깎아주는 거야. 알겠어?"

 

크리티가 물었다. 루시안은 그 소년 생각을 하다가 간신히 대답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라피트가 말했다.

 

"그런데 아까 그 검은 옷을 입었던 아이, 뭘 물어봤던 것 같은데 뭘 물었죠?"

 

"아, 그 애요? 그냥 여기가 어디냐고, 그리고 지리를 물어봤어요. 저도 그 애를 봤을 땐 깜짝 놀랐어요. 가출이라도 했나? 그런데 무슨 관계가 있나요?"

 

"아, 아닙니다. 다만 조금 호기심이 있어서요."

 

그렇게만 말하고 찻집을 나왔다. 크리티가 인사하며 또 들르라고 말했다. 찻집을 나오니 아까와 같이 떠들석했다. 찻집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는 꼭 온탕에 있다가 냉탕에 들어간 기분이였다. 잠깐 움찔해버렸다.

 

"후아, 그런데 그 애는 아직도 있을까? 한번 만나보고 싶어."

 

"저는 그리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있을 확률이 높죠. 관광차원에서도 그렇고, 또 그냥 여행자라도... 다만 여기 그냥 정보를 구하려고 왔다면 빨리 떠나겠죠."

 

"정보?"

 

"뭐, 여기 지리도 하나의 정보죠. 여행하는데는 중요하니까요. 저희는 지도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그렇구나! 그럼 난 그 애를 찾아볼께! 라피트는 뭐 할래?"

 

"여러가지를 구경하렵니다. 가운데 큰 분수 앞에서 만나지요."

 

"그래. 그럼 안녕!!"

 

그리고 루시안은 라피트와 헤어졌다. 그리고 그 아이를 찾아보았지만 떠나버렸는지 아니면 어디 식당이나 찻집에서 뭘 먹고있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루시안은 이리저리 뛰다가 곧 지쳐버렸다.

 

"헥헥... 정말로 떠나버린걸까? 좀 쉬어야지."

 

그렇게 말하면서 루시안이 딱 앞에있는 의자에 앉은 때였다. 갑자기 광장으로 단단히 갑옷을 차려입고 검을 든 기사들이 10명이나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사람들을 위협하며 오고 있는 것을 보니 평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듯 싶었다. 전쟁도 아닌데 꼭 적의 잔당이라도 토벌하러 온 듯했다. 게다가 한 기사가 들고있는 깃발 모양은...

 

'켁! 우리 칼츠 집안이잖아!'

 

칼츠 집안은 귀족 집안은 아니였지만 돈이 워낙 많아 군사력, 사교력, 정치력 뭐 하나 귀족집안보다 더 한건 많았어도 못 한건 없었다. 그래서 저렇게 깃발도 하나 장만했다. 붉은 바탕에 가운데는 동그란 모양같가도 하고 별 모양 같기도 한 노랑색 물체가 하나 있고 그 앞에 검이 크로스 모양으로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그 앞에 다시 방패가 지키고 있었다. 가문의 존명이나 사업에는 일체 관심이 없는 루시안은 그 깃발의 뜻이 무언지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였다. 루시안은 뒤에 있던 나무 건물에 붙어서 조심조심 움직인 다음 그 건물의 모서리에서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 때 사람들이 선 모양이 자신을 가려주자 볼 것 없이 뒤쪽으로 뛰어갔다.

 

'으으... 잡히면 또 따분한 생활이 연속이지. 여기까지 왔는데 또 잡힐 수야 없지.'

 

그런데 그 때 묘한 기분을 느꼈다. 무엇인가 친근한-꼭 동료같기도 한-느낌이 자기를 뒤따라오고 있는 듯했다. 뒤를 돌아보자 당연히 모르는 사람들 천지였다. 위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것도 같았다. 위를 보니 파란 하늘 뿐이였다. 앞에 있는 것도 같았으나 그럴 리는 없었다. 어느 새 그 친근감은 루시안의 온 몸 전체를 뒤덮었다. 하지만 루시안은 곧 떨쳐버리고 계속 달렸다. 계속 달리고 나서 힘들어 잠깐 쉬고 뒤를 돌아보았다.

 

"에에엑!!"

 

어느새 기사들이 뒤딸아오고 있었다! 정말 어느새지? 왜 저런 것조차 느끼지 못한 것일까? 사람들을 밀고 위협하며 쫒아오는데 인기척이 안날리가 없는데... 이래저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같은 생각을 하며 달렸다. 기사들의 속도는 역시 루시안에 비해 월등히 빨랐지만 이상하게도 루시안은 잡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루시안이 오면 피해주면서 고의인지 아닌지 기사들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그것이 화가나서 이젠 누가 시비걸면 검을 당장이라도 뽑을 테세였다. 사람들의 그런 행동이 억지같지만, 사실이였다. 루시안의 낙천적인 성격이 정말로 신의 도움을 부르기라도 한 것일까?

 

"이런... 길이 점점 좁아지잖아. 하지만 어쩔 수도 없고... 이러다가 또 잡히겠군."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지만 길이 좁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사람도 점점 없어졌다.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이제는 큰 길은 온데간데 없고 골목길 뿐이였다. 집들이 이리저리 얽허 있어 이런 미로같은 데서 누가 사나 할 지경이였다. 수많은 갈림길이 있었는데, 두개의 갈림길중 하나로 가면 그곳은 또 세 갈림길, 그리고 그 중 하나로 가면 또 갈림길... 이런 식이였다. 하는 수 없었다. 루시안은 그런 골목길 중 하나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아무 곳이나 택해서 무작정 들어갔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 기사 10명으로 어림도 없을 정도였다. 여기는 루시안의 유일한 희망이였다.

 

"포기할 수는 없지! 나 루시안에게 포기는 없어!"

 

단단히 마음먹고 어느정도 골목길로 들어서자 기사들이 따라오지 않았다. 다른 길에서 루시안을 찾고 있을 것이였다. 간간히 기사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있다가는 빨리 걸리든 적게 걸리는 발각될 것이였다. 무슨 수를 찾아야 했다. 바로 그 때였다.

 

"아...!"

 

찻집에서 만났던 그 사람이였다. 검은 옷과 망토, 그리고 매우 진한 보랏빛 머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변한 것은, 침울한 표정에서 이제는 매서운 표정으로 변했다는 것이였다. 그 사람이 먼저 말했다.

 

"넌... 아까 찻집에서 잠깐 스쳤던 것 같군."

 

그리고 루시안이 뭐라고 말을 하려 할 때였다.

쉬익!

피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그 사람의 검이 바로 루시안의 목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바로 목 앞에서 멈추었다. 완벽한 대검은 아니였지만 꽤 크고 무거운 검이였다.

 

"악의는 없는 것 같지만 일단은 조용히 하는게 좋을거야."

 

그 사람은 매우 조용히 말했다.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고 말투와 목소리는 그 눈빛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닐 것만 같은 그 모습과는 달리 검을 든 팔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루시안의 몸은 더욱 떨리고 있어 그 사람의 팔이 떨리는 것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 사람이 말했다.

 

"질문을 좀 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안 되니 딱 한개만 묻자. 예, 아니오로만 답해. 너는 저 사람들과는 적인가?"

 

루시안은 좀 망설였다. 지금 쫓기고 있는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저 기사들은 절대로 자기를 헤치지 않을 것은 물론, 자기도 저 기사들과 싸울 마음은 없었다. 솔직히 도망친건 자신이였다. 그렇다면 적일까, 아니면 적이 아닐까?

 

"빨리 답해라."

 

루시안은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매일 보호만 받고 자란 부잣집 외동아들에게는 너무 지독한 고역이였다. 루시안은 머릭 하얗게 되면서 일단은 대답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냥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어버렸다. '예'였다.

 

"그런가. 그럼 지금만 손을 잡자. 하긴 그렇게 힘이 되어 보일것 같진 않지만..."

 

또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지금 루시안은 완전히 공포가 지배하고 공포때문에 움직이고 있었다. 그 사람은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루시안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반대로 서 버렸다.

 

"너도 반대로 서라. 그리고 서로 기사를 막는거다. 항복한다면 네 자유고, 도망칠 수 있다면 해라. 정식으로 같은 편도 아니니까... 하지만 그럴 경우 넌 내 적이 된다. 그렇게 된다면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인 널 내가 맨 먼저 베어버린다."

 

루시안은 이젠 완전히 울상이 되어서 반대로 서 버렸다. 하지만 곧 상황판단이 될 것 같았다. 지금 같은 편이 되어 기사와 맞서 싸우자는 이야기. 하지만 자기를 잡혔으면 잡혔지 아버지의 기사와 싸울 마음은 없었다. 모험은 아버지와 맞서고 대립해서라도 하고 싶은 것이지만, 검을 들이대는 적이 되면서까지 할 마음은 없었다.

 

'어쩌지, 어떻하면 좋아...'

 

하지만 루시안이 생각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 곧 기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좁은 골목길에서 앞, 뒤로 루시안을 포위해버렸다.

 

"왔군. 조심해라. 서로 상대편까지 챙겨주지는..."

 

"도련님!!"

 

검은 옷을 입은 그 사람이 가식적이나마 같은 편처럼 말하다가 기사의 한 마디로 눈빛이 변해버렸다. 그리고 루시안을 보았다. 루시안은 그 사람과 마주보고 있지 않았다. 그 사람은 비웃음인지 모를 웃음을 띄웠다.

 

"그랬군. 그래서 대답을 망설였나. 그럼 완벽한 적은 아니잖아. 그렇다면 우리가 동지도 아니라는 뜻..."

 

퍼억!

그 사람은 주먹으로 루시안의 등을 가격했다. 그것도 척추가 있는 중앙에서 폐를 지나가는 곳. 완벽하게 급소를 가격당한 루시안은 일순간 엄청난 고통과 함께 호흡곤란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고통이 사라지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

 

전체 댓글 :
1
  • 보리스
    네냐플 카르시엔
    2007.01.02
    이야, 한 방에 루시안의 의식을 끊어버린 그 사람은 대체...!? 정체가 궁금해지는 다음화! 건필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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