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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血魔)] - 18. <기묘한 인연>

하이아칸 Boss사냥2 2006-10-27 20:49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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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조는 정말 싱글벙글해있다. 내공이 회복되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거쳐 드디어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옛날 어려웠던 구걸 생활부터 시작해 최고의 불행으로 꼽히는 사부와의 만남, 게다가 일주일 하고 조금 더 된 알 수 없는 일까지 나쁜 기억은 많아도 좋은 추억이라고는 찾기 힘든 그런 세상이지만, 그래도 일주일동안 한번도 밖에 나오지 못하고 집안에만 있어보자니 이렇게 나오는 것만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것은 대변하듯 발걸음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조령은 피식 웃었다.

 

"흥, 좋긴 좋은 모양이구나?"

 

"그러엄! 이게 얼마많인데! 역시 난 돌아다니는 체질인가봐."

 

천조는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렘므의 기사단과의 충돌은 벌써 잊어버린 것 같았다. 벌써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시를 계속해서 구경할 뿐이였다. 하긴 돈이 아예 없으니 뭘 하고 싶어도 할게 없었다.

그렇게 계속 돌아다녔다. 계속... 계속... 계속... 조령은 연신 하품을 해댓지만 천조를 위해 정보를 수집할 때 발휘했던 그 천부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서 참고 있었다. 지루해서 미칠 지경이였다. 어디 화장실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조령이 미치기 일보직전까지 참고 있자 드디어 천조가 입을 열었다. 그도 이제는 지루한 표정이였다.

 

"웅... 이제 심심한데, 조령 너 돈 좀 있어? 술 먹고 싶다."

 

'술이라고? 너 아직 미성년자야!!'

 

천조는 아직 16살. 아무리 고수라도 정신적으로 심심하다고 술먹기에는 좀 이른 나이이다. 거의 30이 다 되어가는 조령과 친구처럼 대할 수 있었던 것은 무공(武功)이 높은 자에 대한 조령의 존경심 때문이였다. 무림(武林)에서는 더 무공이 높다는 이유로 30대 젊은이가 70대 노인에게 반말하는 것도 뭐라고 할 대상은 아니였다. 다만 그럴 경우 젊은이는 무공은 높아도 성품(聖品)이 좋지 못하다는 평을 받을 뿐... 게다가 천조는 화경(化境)급 고수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수, 술? 미, 미한하지만 우리 돈은 하나도 없다."

 

'내가 데체 왜 미안하냐고? 저럴때는 친구로서 술 먹지 말라고 해야 하는거 아냐?'

 

"돈이 없다고? 그럼 뭐 하지? 에이, 사부는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으면 1할만 줬어도 많이 일했으니까 술은 많이 마실 수 있었을텐데... 어디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나?"

 

재미있는 일이란 필시 어디선가 싸움이라도 일어나라는 뜻일거라고 조령은 생각했다. 그런 천조의 모습을 본 조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건 완전히 어디서 굴러들어온 불량배같은 모습이였으니 말이다.

 

"저, 그러지말고 우리..."

 

"아싸! 재미있는일 발견!"

 

조령은 뭐라 말하면서 천조를 말려보려 했지만 말을 모두 끝내기도 전에 천조는 달려나가고 있었다. 정말로 신이 났는지 무의식중에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비록 10할 전부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조령에게는 벅찬 속도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조령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쫒아갈 수 밖에 없었다.

계속 쫒아가자 얼마 안가서 조령 자신도 살기(殺氣)를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30명 이상되는 여러명의 살기. 적어도 실력은 얼마 되지 않는 놈들의 살기였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어떤 불량배들이 한 선량한 시민을 여럿 둘러싸고 있거나, 병사들이 수상한 자를 체포하고 있거나. 하지만 불량배들은 대략 보통 5~6명 정도이고 또 이정도의 살기를 내뿜기는 힘들기 때문에 후자일 확률이 높았다. 천조는 이 살기를 자기보다 먼저 느끼고 살기를 따라간 것이다. 살기까지는 이제 20장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 때 쯤, 조령의 눈앞에서 천조가 높이 점프하더니, 곧 벽을 타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쉬운것은 아닌데도, 상당한 속도였다.

 

'호, 벽을 뛰어가는데 저정도 속도라니... 나도 언제 한번 가르쳐달라고 해볼까?'

 

그렇게 생각하고선 곧 조령도 건을 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천조에 비해서는 훨씬 느린 속도였다. 조령은 이번에는 별로 주변의 눈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것은 실수일 수 있었다. 하지만 보는 눈이 없어서 다행이였다. 올라가보니 천조는 밑 광경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봐. 꽤 재미있는데?"

 

천조가 웃으며 말하자 조령도 무슨일인가 싶어 내려다 보았다. 갑옷을 입은 30명 정도되는 병사들이 한 마차를 포위하고 검이나 창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 마차 옆에는 마부가 한명 있기는 했지만 무기도 없고 말만 다룰줄 아는 마부라 별다른 저항은 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천천히 마차를 향해 조여들어왔고, 드디어 그 마차 안에서 한 여자가 내렸다. 꽤 날씬하고 예쁘게 차려입은 모습이 꽤나 미인인 여자였는데,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 잔뜩 찡그려서는 호통을 쳤다. 천조와 조령은 아무래도 무림인(武林人)답게 귀 하나는 밝아서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런 무례한 것들! 감히 하찮은 렘므가 하이아칸의 사자를 막는다는게 있을 수 있는 것인가?"

 

여자의 말과 말투는 충분히 모욕적이였다. 그정도면 상당히 기분 나쁠만도 한데, 병사들은 모욕에 대해서 미동도 없었고 심지어 얼굴을 찡그리거나 하지도 않았다. 병사들이 자신의 말에 미동도 하지 않자 여자는 더욱 악을 썼다.

 

"이놈들! 당장 비켜! 날 당장 발렌시아드 2세에게 안내하란 말이다!!"

 

여자는 한 이름을 언급하면서 욕을 했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 조령이 천조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건 좀 심한데요."

 

천조는 뭔가 싶어 조령을 바라보았다. 조령은 조용히 얘기했다.

 

"저 여자가 언급한 발렌시아드 2세란 현재 렘므의 왕을 말하는 겁니다. 여자는 하이아칸의 사자 같은데, 아마 자신의 뒷 배경인 하이아칸을 믿고 까부는 거겠지만, 아무리 렘므가 약소국이라도 왕을 아무런 호칭도 붙이지 않고 이름만 부른다는 것은 심했다는 거죠."

 

"듣고보니 그건 좀 심했군."

 

천조가 대꾸했다. 듣고 보니 천조도 여자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둘은 다시 여자쪽을 바라보았다. 그 때까지 여자는 계속해서 발악을 하며 욕을 해대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얼굴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미동도 없었다. 왕을 친구 대하듯 부르는데 미동도 안한다는 것에는 약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천조가 얼굴을 찡그렸다.

 

"쳇, 저게 뭐야. 저렇게 계속 욕만 해대고 있으면 재미없잖아. 할 수 없지. 내가 나서는 수밖에."

 

"어, 어떻게 하게요?"

 

"뭐, 여자나 병사들. 한쪽을 도와줘야 겠지만 몸도 풀겸 역시 여자쪽을 도와주는게 낫겠지? 보아하니 귀족 같은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그렇군요. 하지만 전 이런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혼자 가세요..."

 

스스스스

 

역시나 조용히 그자리에서 사라지는 천조. 능정허공답보(能精虛孔踏步)였다. 조령은 여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예상대로 천조는 그곳에서 나타났다. 천조도 도시 한가운데라 살수(殺手)는 펴지않고 그냥 권법(拳法)으로 상대했다.

 

퍽! 퍼퍽! 퍽! 퍽! 퍽! 퍽!

 

단조롭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크고 통괘한 소리. 그 소리는 께속 끊이지 않고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잘 들어보면 흥이 나기는 했지만 그 소리를 내기 위해 치는 것이 사람이라는게 마음에 걸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천조는 마음에 걸리는 것 따위는 추호도 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주먹을 날렸다.

 

"십이각왕명권(十二却往銘拳)!!"

 

크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벌써 10여명 남짓되는 병사들이 나가떨어졌지만 아직 무사한 병사들은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그냥 갑자기 옆에 있던 동료들이 날아가 버린 것처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천조가 기대한 것과는 달리 그들은 잠시 놀라워하더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서 자기들의 검과 창을 들고 대비했다. 엄청나게 침착했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침착했다.

 

'뭐, 뭐야? 이것들은. 원래는 놀라서 까무러쳐야 하는건데. 이런 쫄따구 들에게 내 움직임이 보일리가 없는데? 뭐지? 왜 이렇게 침착하지?'

 

그러는 동안에도 병사들은 계속해서 주위를 주시하고 있었다. 뭔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렸다. 그에 따른 의문은 조령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이상해.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아다고 한들 처음보는 광경 앞에서 저렇게 침착할리가 없다. 그 증거로 저 여자는... 꼴이 말이 아니군.'

 

여자는 이미 바닥에 털썩 주저않은채로 주위를 계속 두리번거리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온 몸이 벌벌 떠는 것은 물론, 마차에 올라타려고 하고 있었는데 보통 때 같으면 그냥 또박또박 올라갈텐데, 기어 올라간다는 것이 계속 올라가지 못하고 떨어져서 도저히 귀족히 할 짓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떨고 있었고, 자신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하고 기어올라가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고는 해도 저 병사들이 저렇게까지 침착하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뭔가 있어... 설마 우리가 당했던 일과 관계가 있는 걸까?'

 

조령은 번뜩 떠오른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 때 분명히 기사와 마법사들은 동시에 워프카드를 찢어서 가버렸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남자의 행적조차 알 수 없었지만, 그 때 그들의 행동은 너무 이상했고 지금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다시 조사를 해봐야겠군. 잘 하면 뭐가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조령이 생각하는 사이 이미 병사들은 전부 기절해서 뻗어 버렸다. 지금 보니 주위에는 꽤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공포감 같은것은 없었다. 아마도 무슨 서커스 같다고 생각이라도 하는 모양이였다. 천조는 모두 뻗은 것 같다고 생각하더니 일명 확인사살(?) 같은 것으로 30명 모두 내공(內功)을 이용해서 한번씩 밟아주었다.

빠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등쪽이였다.

 

'아무래도 척추같군. 살아있어서 내가 살인마(殺人魔)가 안되었으면 좋겠는데...'

 

조용히 생각한 후 천조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서커스일 거라고 생각할 수 없는 여자는 당연히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천조는 슬쩍 비웃음을 날렸다.

 

'그, 근데 무슨 말을 해야 되지?'

 

천조는 일순간 고민했다. 여자는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고, 그렇다고 안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그냥 한번 심심해서 다 때려부순 것이다.

 

"에, 저..."

 

천조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은 더듬더듬이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 갑자기 여자가 벌떡 일어났다. 여자의 얼굴에는 아까와는 다르게 불쾌함이 가득했다.

 

"감히 네놈이 어디다가 하대를 하는 것이냐? 당장 무릎을 꿇어라!!"

 

"에에엑?"

 

도데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거지? 모르긴 몰라도 이 여자는 신분이라는 방편을 등에 업고 시민들을 깔보는 광오한 여자가 분명했다. 하지만 천조로서는 하대를 거둘 이유가 없었고, 그렇다고 무릎을 꿇어줄 것도 아니였다.

 

'되게 이상한 여자군. 이 여자가 골려줄까? 흐흐흐...'

 

이 여자는 다른 사람들 천대시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인간이니, 골려주기도 쉬울 것 같았다.

 

"무릎? 무릎을 내가 왜 꿇어?"

 

천조의 은근히 비꼬는 말투.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그락풀그락 해졌다.

 

"뭐, 뭐야? 네, 네놈은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거냐?"

 

"너? 너는 아마... 발렌시아드 2세를... 만나러온 하이아칸의 사자. 이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 이놈이?"

 

여자의 오른쪽 손이 올라갔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여자에게는 가능한 빨리 휘둘러졌다. 목표는 천조의 오른쪽 얼굴이였다. 그러나...

턱!

여자의 손은 천조의 손에 의해서 너무나 쉽게 막히고 말았다.

 

"이놈... 네놈은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뿌드드득!

이가는 소리가 무섭게 들렸다.

 

'허 참. 겨우 이정도 가지고 사람 죽이려고 드네... 조령 말에도 가끔 신분높은 놈들중에 계급 낮은 놈들을 깔보는 재수없는 유형이 있다고 말은 들었는데...'

 

여자는 여전히 화난 얼굴이였지만 도데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여자의 얼굴이 점점 풀리더니 놀라는 얼굴로 바뀌어 갔다. 그러나 그것은 눈, 코, 입의 모양만 보았을 때 그런 것이고 얼굴은 점차 창백해지고 미세하게 떨고 있는것을 보아 단순한 감정은 아닌 듯 싶었다. 그 옆에서 천조는 은근히 웃고 있었다.

 

'후후... 어디까지 견디나 볼까?'

 

천조는 지금 잡은 여자의 오른쪽 손을 통해서 내공(內功)을 집어넣어 온몸을 헤집게 하고 있었다. 일반인도 견딜 수 있을 정도라고는 하지만 그건 생명으로 보았을 때의 문제고, 무공(武功)이나 검법(劍法)등 수련은 하나도 안 하고, 그냥 연약한 몸 자체인 여자에게 그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충격이였다. 천조는 여자를 시험해보기로 작정했다. 순식간에 주입해서 유지하는 내공의 양을 늘린 후, 왼쪽 손으로는 순식간에 아혈(牙血)을 제압해서 입을 봉해버렸다. 순간 여자의 어깨가 들썩했다. 여자는 비명을 내지르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비명을 통해서라고 고통을 토해내야 하는데, 그 무지막지한(내장이 망가지고, 피가 역류하고, 뼈가 깨지는 듯한)고통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천조가 적당히 움직임을 제안하고 있었기에, 여자가 엄청나게 고통의 몸부림치는 것을 주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조령을 제외하고는...

 

[자, 내가 이제부터 이야기를 하겠다.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예이면 고개 한번, 아니오일 경우 고개를 두번 끄덕여라. 알겠냐?]

 

여자는 들려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앞에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엄청난 속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였지만 엄청난 고통 때문에 그녀의 사고력은 정상이 아니였다.

끄덕끄덕끄덕.

 

[딱 한번이라고 했어. 자, 그럼 질문! 지금부터 나에게 무릎을 꿇으라느니 뭘 하라르니 하면서 명령을 하거나, 천하게 보는 짓을 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슬쩍 고통을 조금 가미치켜주었다. 여자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좋아. 그렇게 해라. 우린, 그러니까 나와 내 친구는 앞으로 너와 좀 함께 다니고 싶은데, 거절할건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니까 꼭 거절할 거라는 것같이 들리네... 하지만, 뭐 좋았어!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너랑 같이 다니면서 무슨 짓을 하든지 신경쓰지마라. 그리고 너희 나라에 가서 우릴 어떻게 해보겠다느니 그런것은 하지는 않는게 좋아. 방금 내 실력은 봤을테니. 알겠냐?]

 

끄덕.

 

[좋아, 좋아. 그럼 막힌 혈도(血道)를 풀어줄테니까 조용히 해라.]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순식간에 혈도를 풀었다. 그리고 여자의 어깨가 들썩이자 순식간에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지금까지 자세한 내막을 모르던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 하고 재미있어하고 있기까지 했다. 모든 것이 연기인줄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근데 너 이름이 뭐야?"

 

그러면서 이번엔 대답할 수 있도록 손을 떼는 대신, 마기를 내뿜어서 위협을 가했다. 그러자 여자는 비명을 지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이리네스 로넨시아드..."

 

"이리네스? 이름이 너무 어려운 거 아냐? 앞으로 이리...는 너무 이상하니까 로넨이라고 부르마."

 

그리고 조령에게 전음을 보냈다.

 

[야, 조령! 앞으로 얘랑 같이 다녀도 돼지? 너도 빨리 와.]

 

조령은 토를 달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도 심심했기에, 어딘가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손해볼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조령이 순식간에 나타나자 천조는 이번에는 마부에게 전음(傳音)을 날렸다. 그리고 상당한 마기로 위협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제 빨리 그 렘므의 왕한테로 우릴 데려가봐라. 재밌을 것 같으니까.]

 

마부는 순식간에 그 기운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털썩하고 주저앉을 뻔하다가 단신히 일어나 떨리는 발걸음으로 말로 걸어갔다. 천조의 기운은 완전히 끈질긴 생존본능(生存本能)을 자극하는 기운이였다. 그리고 로넨이라는 비극의 여자와 둘은 마차에 올라탔고, 세명을 싫은 마차는 마부와 말에 이끌려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구경꾼들은 마차가 지나가도록 길을 내주었고, 별 문제 없이 지나올 수 있었다. 마차가 사람들을 통과하자 미련하게도 사람들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박수를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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