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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오지 않는다. from 아드셀 관리실

네냐플 왕녀 2006-08-27 23:22 1017
왕녀님의 작성글 3 신고

텔즈 장소들을 기준으로 썼었던 시리즈 첫번째, 아드셀 관리실 편..
비공개용으로 썼었기 때문에 이해가 안가시는 분들이 많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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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오오오오….


아스라지도록 바깥에서 불리는 바람이 차갑다.
그러나 실내로 들어와도 발끝으로부터 느껴지는 오한에 몸이 차가워진다.



먼지가 쌓인 차가운 대리석의 바닥이 보는 것만으로도 차가웠다.
소녀가 나아가 건물안에 있던 녹슨 램프에 불을 비벼본다.
바스락, 하면서 불이 엻게 붙었다. 그리고 마저 양편에 있는 램프의 불빛을 밝힌다.
아이가 조심스럽게 소녀의 뒤를 따랐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
From. 아드셀 관리실


by eli





얼마나 바람이 부는지 그 마을의 바깥바람이 부는 소리는 실내에 있을 때가 오히려 더 잘 들렸다. 적막하고 어두운 이 곳에 있으면, 바깥이 얼마나 매마른 곳인지 몸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소녀의 다리에 닿았지만 소녀는 아량 곳 하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누워 앉았다. 먼지가 옷에 묻었지만 그것조차 신경쓰지 않았다.



조용하긴 했지만 아무도 없었고, 사람의 흔적이 닿은지 너무나도 오래되어 보였다. 그리고 추웠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피할 수 있었으나 그 지하 특유의 차가움만은 땅에서부터 올라와 소녀의 몸을 차갑게 했다. 소녀는 몸을 끌어당기며 웅크렸다.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 같이 왔었을 때는, 이곳이 이렇게 외로운 곳이었다는 걸, 이렇게나 추운 곳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소녀는 가만히 귀를 대어 땅에 갖다 대어 보았다. 귀가 시렸지만 그대로 참았다. 조용히, 그대로 조용한 방안에서 있노라면 바깥의 바람소리가 땅에서 울리는 것 같이 거대하게 소녀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춥다. 시리다.
소녀는 조용히 앉아있는 채로 그런 생각을 했다. 손도 시려웠고 땅에 기대는 이 몸이 너무나 시려웠다. 이런건 휴식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소녀는 가만히 있었다. 아이가 옆에서 그대로 자신의 주인이 하는 행동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아이의 차가운 파란빛이 이 어두운 암갈색보다는 훨씬 따뜻해 보일 정도였다.



이곳의 입구엔 각종 문서와 필기도구가 놓여져 있었지만, 사람은 늘 없었고, 그것이 당연할 정도로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어쩐지 오싹하게 느껴질 만큼 무서운 곳이어서 사람들의 대부분이 호기심으로 한번 들어오고 난 후에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그 맞은 편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큰 터널안에 장치가 놓여져 있었는데 이미 녹슬어버린 태엽들이 그 안에서 짝을 맞추고 있었다. 허나 단 한번도 움직이지 않아 끼기긱 대는 소리 마저 들려오지 않았다. 그 터널장치 뒤쪽엔 커다란 계단이 있었는데 잠겨져 있어서 올라가볼 수도 없었다. 사실은 2층에 누가 사는게 아닐까? 소녀는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쓸모없는 생각이라 치부하여 금방 단념해버렸다.



-또박,또박.



무겁지도 않고, 그다지 딱딱하지도 않은 소녀의 발소리가 건물 안에서 뚜렷하게 울렸다. 소녀가 조용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여전히 그곳은 변한 게 없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램프 뒤의 작은 항아리들. 어느 날은 문득 너무나 심심하여 선반의 물건들을 뒤/져보았지만 나오는 것은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이런 곳에서 누가 살았을까? 소녀는 가만히 서있으면서 천장과 벽들을 둘러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너무나 춥고 습한 건물 안에서도 누군가가 살았을까? 그럴 때면 늘 의문의 2층이 궁금해지고는 했지만 소녀는 굳이 그 문을 열려고 하지는 않았다.
문득 할 일도 없이, 늘상 그랬던 것처럼-램프 주위를 무관심하게 둘러보던 소녀는 구석에 놓여진 한 상자를 발견했다. 안이 너무 어두워 그림자에 가려져 차마 소녀가 지난 날 보/지 못했던 물건이었다. 그 작은 상자는 선반 아래쪽에 무언가를 귀중히 간직해놓은 것처럼 꼭꼭 가려져 있었다. 모처럼만의 호기심이 일은 소녀는 바로 그곳으로 다가가 상자를 꺼내들었다.



-드륵.



제법 무게를 하는 차가운 돌상자가 거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무것도 없을 거라는 모종의 의심과 달리 그 안에는 공책 한 권이 놓여져 있었다. 놓여진지가 무척이나 오래된 듯, 만지던 느낌의 그것은 무척이나 차가웠고 아주 낡아 있었다. 잉크가 매말라 종이가 누래져 책장을 넘기기가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여 발견된 그것을 넘겨보던 소녀는 그것이 누군가의 일기란 것을 알아냈다. 맨 앞에 서있는 누군가의 이니셜…….









-N.T



소녀가 조심스럽게 손으로 공책의 앞면을 쓸었다. 갈색의 조금은 두꺼운 가죽표지가 비싼 물건인 듯은 하였지만 너무나 오래되어 그 형태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새겨져 있는 그 작은 이니셜은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곧 본 내용을 읽어보기로 했다.





‘11월 2일’


나는 시끄럽고 골치 아픈 그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이 생겼다는 지하 던젼의 마을로 부임해왔다. 정말이지 그 망할놈의 도시는 하루도 잔소리로 인해 편할 날이 없었다. 게다가 이 지하 던젼과 비교해보자면! 얼마나 이 조용하고 아득하지 아니한 마을이란 말인가. 나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곳에서 나의 혼을 다한 열성의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11월 5일’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다. 이웃들과 왕래를 할 일도 없었으며 사람도 별로 없어 밖에 나가도 그다지 말을 하지 않았다. 또한 내가 내 집안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하지 않는 게 제일이었고.…………본래 관리인의 명목으로 이곳에 오긴 했지만 그 역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2층은 나의 방이었다. 1층이 비록 사무실이라고는 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나는 1층을 놔두고 거의 2층에 올라가 있어도 무방했다. 정말 멋진 마을이다.





게엑. 소녀가 눈을 찌푸렸다. 알고 보니 꽤나 괴짜스런 박사가 이곳에 살았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저 낡은 기계도 마찬가지인가. 그녀는 낡아서 자신이 기대어도 소리를 내는 나무기둥에 아무렇지도 않게 서서는 그 일기를 마저 읽었다. 일기는 꽤 충실하게 적혀져 있긴 했지만 거의가 그의 실험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뿐이었고, 덕분에 소녀는 금방 그 내용에 질리고 말았다. 듣자하니 아드셀 마을 관리인으로 일을 왔던 모양이었지만, 본직엔 전혀 신경쓰지 않고 거의 실험만 되풀이했다. 게다가 그 실험들은 여간 정상이 아닌 게 많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이러니 과학자가 아니라 말단 공무원 직을 하고 있었겠지, 하고 소녀가 눈을 찌푸렸다.
바래진 종이를 한참이나 넘기던 그녀는 어느샌가 건성건성, 눈으로 흘겨보며 책장을 넘겨버렸다. 내용은 정말로 다 그뿐 인걸까? 가족도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하긴 이런 괴짜에게 누가 가까이 가려 하였을까. 그렇게 무심히 넘기던 중 그녀는 벌써 맨 끝장까지 넘겨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로 이 괴짜영감(나이는 잘 모르지만 그럴 거 같았다)의 일기 내용은 이게 전부인가?




‘1월 29일’


이제 나는 내 몸이 끝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아직 나의 이름을 빛낼 실험들이 채 반도 끝나지 않았건만…. 무참히도 나의 몸마저는 나의 어떤 연구로도 되돌릴 수가 없었다. 내가 과거, 아이를 낳다 사산하고 그렇게 내 곁을 떠난 캐롤을 살릴 수 없었던 것처럼…….


문득 그녀는 캐롤,이라는 이름에 무심하던 눈을 다시 바라보며 빛냈다. 캐롤이 누구일까? 부인이었나? 그러나 그보다도 한참 전에 사망한 모양이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나는 어찌되었을진데.



‘2월 1일’


나는 내 서재의 물건들을 다 정리했다. 이곳엔 나를 도와줄 이웃도 사람도 아무도 없다. 처음, 이곳을 왔을 때부터 나는 이곳이 족히나 매마른 마을이란 것을 알았고 그것이 좋았었다. 늙어가는 내가 이 병든 몸으로 궃은 혼자 일을 하는 건 상관없지만, 갑자기 문득 두려워진다. 나 혼자 이렇게 떠나가는 것인가. 이제 죽어가는 나의 곁에 남은 것이 이 수많은 책들과 나의 혼을 담았던 연구성과들뿐………. 캐롤, 당신이 기다리는 그 곳으로 간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문득 기뻐해야만 했지만 두려워졌다. 나의 이 죽음이 너무나 외롭다.







그리고 일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정말로 그는 이 일기를 쓰고난 후 죽어버린 걸까, 아니면 종이가 부족했던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공책의 다음 장은 단 한 장도 놓여있지 않았다.
일기 내용을 처음에 살펴보던 때는 상당한 괴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이 다가오면 마음이 변하는 법. 그는 더 살기 싶기보다는 평생 외롭게 산 자신의 인생을 후회했던 것이다. 이렇게 혼자 맞는 이 쓸쓸한 곳에서의 죽음이 너무나 외로웠던 것이다. 소녀는 문득 손안의 일기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네가 떠나갔을 적, 내가 곁에 있었지만 너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죽은 자보다는 죽음으로 남겨진 자가 더 외롭고, 힘들다. 적어도 이 일기의 주인공조차 죽음은 그를 반겨주었을 테니까. 그, 캐롤이라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문득 조여오는 가슴과 몸 안에 스며드는 외로움에 그녀는 힘이 없어졌다.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서있을 기력이 없어 그녀는 그대로 기둥 밑바닥에 주저앉았다. 춥다, 너무나 춥다. 이 사람이 떠나갔는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죽은 건 그래도 마을에서 알아서 처리했는지 2층은 폐쇄되어 버렸고, 후에 들어와 있을 관리인도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과 외로움이 너무나 힘들다. 알까? 사실은 자신의 연인이 손을 내밀었는데도 무의식중에 거절하고 있는 것을. 실은 얼굴을 마주치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어서 피하고 있다는 것을. 사실은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데도 나는 그 사람이 보고싶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 헤어지자는 말 따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떠난 후,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만약 이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 속에서 변해버리면 이제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이 너무나 두려웠다. 살아있으면서 죽어간 그를 잊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이리도 외롭고 힘든 일인줄, 어렸을 때는 몰랐다. 그만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도 그걸 몰랐다. 그래서 애써 꺼낸 마음을 다스리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외롭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그 사람이, 바라만 보고 있어도 곁에 있지 않아서 슬픈 그 마음이 자신을 늘 힘들게 했다.



“보고만 있어도………….”



얼굴이라도 마주치기 위해 방황하던 때면 말 한마디라고 듣자 하는 것이 제일로 좋았다. 난 정말 바보 같아. 소녀가 쭈그린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수치스러워서, 바보 같아서. 민망해서 울었다. 믿지 못하며 이렇게 솔직해지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추억만으로 행복을 되새기기에는 눈앞에서, 머릿속에서, 가슴으로 와닿는 현실이 가슴이 아파서. 오늘도 그립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싫어서 힘들다. 아무도 없는 이 곳엔 그 아무도 그녀의 눈물을 훔쳐보러 오지 않는다. 그 아무도. 오직 홀로 소녀의 곁을 늘 지키는 아이만이 그녀의 그런 외로운 모습을 눈동자로 간직할 뿐이었다.

전체 댓글 :
3
  • 보리스
    네냐플 Wlnterter
    2009.05.16
    오우 포스가 남다름...
  • 조슈아
    네냐플 0프린스0
    2008.01.16
    저도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요??ㅠㅠ
  • 시벨린
    네냐플 jdkls
    2006.09.14
    조금잘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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