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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작. 테일즈위버 실화이야기를 소설화 시킨 것입니다.
그때는 유료화 초창기여서 각 마을에 접속자수가 별로 없었죠...
2003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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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작년 겨울. 눈이 시리도록 차가웠었던 크리스마스 날의 이야기.
Subject. 우연
作 Eli
(http://mtales.net, ssaul.byus.net.
sakuraeli@dreamwiz.com)
"눈이잖아…"
괜히 나왔을까. 작은 목소리로 한탄하며 그녀는 방금전에 자신이 머무르고 있었던 푸른색의 높은 지붕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물론 지금의 계절을 생각해 보았을 때, 그녀도 밖에 눈이 오리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나가자마자 말려드는 한기에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다시 들어가리라 생각했지만, 어차피 크리스마스고 하니 마을이나 둘러보자 라고 생각한 김에 워프로 냅다 뛰어갔다.
소녀가 달고있기에는 조금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천사빛 날개, 귀에 걸린 작고 아름다운 엘프귀에, 빨갛고 노란 리본을 은발의 머리위에 걸치고서 그녀는 푸른빛의 기묘한 스태프를 들고 있었다. 그녀가 머물고 있는 시간은 한창 새벽녘이었고, 크리스마스인 덕분에 사람들은 별로 마을에 그 수가 없었다. 그저 야밤에도 줄창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생들이 버얼개진 볼을 차가운 손으로 비벼가며 열심히 상점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전국인의 축제이기도 한, 1년의 단 하루뿐인 크리스마스. 그래서 일까? 오늘따라 온 마을에 눈이 내려지고 있었다. 하늘로부터 끊임없이 떨어지는 하얀색의 꽃씨는 그 속도를 멈출줄을 몰랐고 그녀의 머리맡에도 살며시 가라앉았지만, 자신들이 정작 발을 딛어야 할 곳에는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들과 제자리에 서서 열심히 장사하는 아르바이트 생들로 인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상에 그 흔적을 제대로 남겨놓지 못하고 있었다.
"잘했겠지."
그녀는 살짝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낮부터 저녁에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 보았다. 그래, 잘한거야. 마치 자기자신에게 암시를 거는 것처럼 말했다. 오늘 낮,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 외면상으로는 남을, 사실은-스스로를 위한 결단을 내렸고, 그리고 그것은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아무일도 없이."
정말로 일이 벌어졌을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정말로. 그저 가슴이 조금 훵-하고 빌줄이라도 알았건만. 지금 생각해보니 막상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때 막바로 느껴졌던 느낌은, 사실 별로 없었다. 정말로 나는, 역시나.
잘한거야.
그 사람을 사랑한게 아니라서. 그러니까….
아름다운 민요가 울려펴지고 있던, 푸른색의 카울마을에도 눈이 내렸다. 사람이 그나마 많았고 아르바이트생도 꽤 그수를 차지했지만 오늘은 그 느낌이 좀 생소한 듯 싶었다. 늘 따뜻함이 가득했던 카울마을의 초원에 흰색의 눈송이가 뿌려져 있었다. 그건, 나르비크도 마찬가지였고.
활발함이 가득해서 언제나 바쁠것처럼 분주해대던 나르비크도 오늘만은 그 분위기가 눌려지고 있었다. 그저 하늘에서 뿌려지는 눈꽃들에 의해서, 그저 그렇게 안그래도 하얗던 나르비크가 조용함과 같이 더 하얗게 빛났다.
"우와―여기가 최고네."
그녀는 워프를 타자마자 자신의 눈앞에 벌려져 있는 풍경에 입을 다물줄을 몰랐다. 아름답다. 그래, 자신이 서있는 나무 위의 라이디아가 그전부터 아름다운 마을이었다는건 깨닫고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커다란 잎새와 나뭇가지들에 가려져 거의 변함있는 기후조차 볼수 없었던 라이디아에도 눈꽃들이 펼쳐져, 그야말로 완벽한 겨울정경을 이뤄내어 정말이지 보는 이의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정말멋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워프에서 천천히 내려걸어와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라이디아는 상점을 운영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없었고 더욱이 새벽녘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늘 초록빛 잎새와 빛나는 주황빛 햇살과 가지를 이뤄내던 하나의―숲이, 오늘따라 하이얗게 수도없이, 하늘에서 늘어내리뜨리고 있는 눈꽃들에게 가려져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그건, 다른 마을들도, 필드들도 마찬가지인데. 어째서일까? 오늘은 너무나도 울창하였던 이 숲이 눈꽃에 자신의 모습이 가려져있는데도 말이다.
"이건 마치……"
그녀는 말을 잊지 못했다.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라이디아에서 원래 하늘은 잘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잎새들과 나무들 사이에서 들어오는 햇살만을 바라볼수 있었을뿐, 파아란 하늘은 늘상 볼수 없었고 오늘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그대신, 하늘에서 내리는 눈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문득 아이러니하게도, 봄의 만발하는 벚꽃잎들을 생각해버렸다.
오늘도 아름다운 나무, 잎새, 그리고 숲. 그리고 이렇게나 아름답게 뿌려지는 눈꽃들이….
"봄인가."
엉뚱한 소리. 손은 이미 얼어버려 호,호- 하고 입김을 불어도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차가운데, 봄이라니. 전혀 맞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마을에는 소수의 주민들과, 여행자인 그녀 한명뿐이었고 그 누구도 그녀의 봄풍경을 방해하지 않았으니까.
천천히 나뭇길을 걸어 광장으로 걸어가자, 어느샌가 자신의 귀에 울창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무척 익숙하게 울리는, 아름다운 리듬 이었다.
"어서와. 너도 케이크 받으러 온거야?"
아직은? 그리고 지금은 새벽녘인데. 눈이 내리는 가운데에도 광장에서 변함없이 추워보이는 미니스커트와 산타모자를 쓰고서 서있던, 조금은 뻗쳐버린 주황색의 머리를 가진 산타 밀라가 혼자 지나가던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케이크…….'
잊고있었다. 마침 1주년 행사로 모든 마을에서 서있는 산타들이 200명의 각 유저들에게 케이크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밀라것이 새벽까지 남아있던 모양이었다.
"운이 좋네. 마지막으로 남은건데 말이야."
산타는 그렇게 말하고서 그녀에게 차가운 케이크를 건넸다. 아니, 그녀의 손이 얼어서 차갑게 느껴지는 것일까? 어쨌거나 묘한 기분이 들어, 아무말 없이 그녀의 케이크를 건네받았다.
"자, 그럼 나는 또 새로운 케이크에 불을 붙여볼까나."
그렇게 말하고서 산타는 거대한 케이크를 갑자기 어디선가 가져오더니 다시 판위에 예쁘게 올려놓았고 맨위의 초에 불을 붙였다. 갑자기 따스한 기운이 돌았다. 정말 기묘하고도 기이했다. 하늘에서는 변함없이 눈이 내리고 있었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변한것이 없는데 산타와 케이크 주변에는 눈이 쌓여있지 않았고,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하는 촛불은 변함없이 내려오는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얀빛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불태웠다. 그리고 또다시 아름다운 생일축하 노래는 계속되었다. 그녀는 계속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산타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서 자신이 걸어온 나뭇길로 돌아걸어갔다. 노랫소리는 어느샌가 멀어져 고개를 들어보았을때는 이미 노래는 들리지 않았다.
"여기는 눈이 내리지 않는군."
그녀는 그렇게 또다시 혼자 중얼거리고서 가만히 서있었다. 치마라서 그런지 변함없는 한기가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고, 그런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실내로 들어갈 생각이 없는지, 눈이 내리지 않는 거대한 잎새의 그늘로 걸어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은 실로 위험해보였다. 바로 아래에는 바닥이 없이 끝도없는 숲과 나무들만 보였고, 군데 군데 빠져나와있는 커다란 나뭇가지들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오래되어 물이 고여있었다. 그녀는 바로 그위에 발을 딛고서 그대로 서있었다.
"그래, 이곳이네. 당신이 떠나간 곳이 말야…."
미소짓고는 있지만 사실은 슬프다는 것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다 알만할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와 눈동자에는 진실된 아픔과 슬픔, 그리움을 품고서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장소이기도 했다. 더 이상의 길은 없고, 그 옆으로 걸어나가야 광장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잎새들만이 지금의 그녀에게로 내려지는 수많은 눈송이들과 한기에게서 지켜줄수 있었고, 그렇게 그 장소에서 바로 앉아 가만히 그녀는 밑에 쪽의 물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원래 명경지수의 거울처럼, 늘 아무런 파동도 없이 그녀가 얼굴을 내밀때면 그녀의 얼굴을 고대로 비쳐줄 정도로 맑았는데, 오늘은 눈으로 인해 가끔 넘쳐나는 물로 흘러내렸을뿐더러 눈이 내려앉을때마다 자그만한 나선의 파동이 일어났다. 그녀가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중에도 그녀의 등에 있는 거대한 날개는 떨어져도 안전하게 날수있을 정도로 믿음직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네가 비춰주었겠지. 우리를 기억하고 있겠지. 하다못해, 너와 내가 기억하는 것을…."
그녀가 양 미간을 더 찡그려 뜨려 마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가,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가만히 쳐다보던 그녀는 어느샌가 고개를 들어올려 털썩, 하고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에 있었던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쳐다보았다. 왠지 너무나 달다는 소리에 그전엔 먹고싶다는 생각도 안해보고 은행에 보관하던 케이크였으나 허기가 졌는지, 괜한 유혹인지, 맛을 보고 싶었다. 그녀는 향긋한 연보랏빛 크림에게로 얼굴을 대어 한입 베어불었다.
서걱.
달콤하다. 아니, 달콤하다 못해 쓴맛이 느껴질 정도로 케이크는 달콤했고 그 향내 또한 맛처럼 달콤해서 마치 꿈에 취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다시 케이크를 한입 더 베어 먹었다. 여전히 몸은 추웠지만, 느껴지는 달콤함에 왠지 그런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져 버렸다.
"달콤하다…."
여전히 마을에는 그녀 혼자 뿐이었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사실, 누가 듣는다 해도 그 누가 자신에게 신경쓰고 관심가지지 않을것이란건 충분히 알고있었고 사람이 있다해도 클럽 통신모드로 바꿔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녀에게 그런 것은 이미 전혀 걸리적 거릴 문제가 아니었다. 애저녁-그렇게나 시끄러웠던 클럽통신은 새벽이라 무척이나 잠잠해져있었고…
"쓴맛이 나네…그치만 너무나도 달콤해서, 취해버릴 것 같아."
마치, 술을 먹는 것처럼 하나의 케이크의 맛을 보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새빨갛게 올려져 있던 딸기를 팔을 들어올려 집어 먹으려던 순간, 뒤에서는 어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짓말."
그녀는 순간 들어올렸던 팔을 그대로 움직이지도 멈춰버렸다. 그렇다고 내려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대로 멈춰버렸다는게――이런걸까? 어쨌거나 그녀는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말하는 것인지 분명하게 깨달아버리고서 그렇게 계속 자세를 부동시켜 놓고 있었다.
"이미 취해버렸잖아―――?"
사내의 목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 그는 아까의 그녀의 혼잣말에 대답을 해준 것이었겠지. 그런데, 막상 그 대답을 들은 여인은 아무런 말도, 뒤를 돌아**도 못한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는 드디어 팔을 살짝 내려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뒤를 돌아본 그녀의 표정에는 자신의 행동을 묵사시켰던 분노도, 화의 기운도 없었고 그저 슬프고도――…, 놀라움이 가득한 눈동자를 하고서 정말로 알수없는 표정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황색이 도는 금발의 긴 머리카락. 그리고 적색빛의 망토. 그는 목소리 만큼이나 더욱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걸치고 있진 않았지만 애초에 일일히 그런거 따지지 않아도 여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 보리스였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그가 그런 존재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에게 그 무엇을 주었던, 자신이 사랑했던, 사엘이란 존재에 불과했으니까.
"………―――――어째서?"
그녀가 천천히 일어나 그를 보았다. 그는 그녀보다 키가 컸다. 그가 살며시 그녀의 앞에 다가와서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운 미소. 그 무엇하나 더러울것 없이 순수할것 같고 좋을 것같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에게 그녀는 눈썹을 찡그리고 화가 나 있는 얼굴로 변해있었다.
"어째서――라니, 이것 참. 할말이 그것밖에 없는거야?"
웃기지마. 라는 식으로 째려보는 그녀에게 그는 여전히 미소만 지었다. 성격도 참 좋구나, 이 인간. 그녀가 속으로 정말로 뻔뻔하단 생각을 하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네가 할말이 아니야. 어째서―라는 말을 튀어나오게 한 장본인은 너니까 말이야."
픽, 하고 그가 웃어버린다. 그렇겠지. 어이가 없는가? 아니면, 어이가 없는건 나인가? 우리 둘다 이런 예상치도 못한 '재회'에 전혀 익숙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야, 원래 새벽녘에, 더욱이 이런 크리스마스날, 그녀가 이 시간에 있을리는 만무했을 테니까.
"그런가…."
그가 조금은 슬프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그를 화가 난 표정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그것은 적어도 조금뿐일지라도 거짓은 아니니라. 그녀는 티치엘 특유의 귀여운 얼굴로도 분노의 표정을 전혀 풀어놓지 않았다.
그러자 앞에 있던 그가 문득 그녀의 팔을 들어 그녀가 미처 먹지 못했던 새빨간 딸기를 집어먹었다. 자신의 손도 아닌 그녀의 손을 들어놓고서 말이다. 어느샌가 그녀의 먹다남긴 케이크는 바닥에 떨어져 하얀 눈밭속에서 무언가를 엎질른 것처럼 연보랏빛 색깔로 녹아 있었다.
"――맛있네. 하긴, 달콤한건 원래 네가 무척이나 좋아했었으니까. 그래서 초콜릿도―"
남들이 들으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을 말. 그리고 그 누구에게 듣는다 하여도 별로 이상할 것 없는 말인데도 순간 그녀는 벌겋게 달아올라 더욱더 화가 난 표정으로 잡고있던 손을 내리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슨 상관이야!"
그녀는 그 장소에서 더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는데도 한발자국 움직이며 그에게서 멀어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가 가만히 허리를 굽혀 그녀를 바라보다가 일어선 후, 그녀가 그렇게나 화를 내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할말을 전하고 싶어서."
둘사이에는 어느샌가 거대한 잎새는 보이지 않고, 눈꽃들이 시퍼렇게 그들의 머리위로 흘려내렸다. 그 속도는 알수없이 느려져서 보이지 않는 장벽을 나타내주고 싶을 만큼 아련하게도.
"보고싶었거든."
순간 그녀는 가슴이 아파왔다. 찔린걸까?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은 그가, 그렇게 떠나갔지만, 그래도 내가 보고싶어서 언제쯤은 반드시 돌아올거라고, 그리고 지금 온거라고 막연하게 품고있던 기대감이 이루어 지는 것이었으니까. 사실은, 나도 보고싶었다고….
하지만 입술은 달싹거리기만 할뿐, 움직이지는 않았다. 혀는 안에서 구르기만 할뿐 소리를 내진 못했다. 그러는 사이 그는 그녀를 쳐다보다가 어느샌가 자신의 뒤에있던 워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왕녀님……."
"아……!!"
그녀가 아무말도 못한 채 어느샌가 앞에 있던 그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그가 그렇게 나타났던 것처럼 그는 그렇게 예고없이-소리없이 사라져 버렸다. 덕분에 그녀는 중심을 잃고서 '팍' 하고 그가 서있었던 워프 위로 넘어져 버렸다.
그가 또 이곳에서 나갔으리란건 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럴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런 그에게 빠져버린 인간일 뿐이니까.
당신하고 우연처럼 만나 운명처럼 사랑하게 되었을때
나는 이미 불안하게도 당신이 떠나서 돌아오지 않을거란거 느끼고 있었으니까….
언젠가는 오랜만이야-하고 당신에게도 눈물없이 웃어주며 반겨주는 날이 올수 있지 않을까.
올수 있을까.
내가 웃을 수 있을까.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내가 기다릴 수 있을까.
네가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올까.
차갑게 느껴지는 눈밭위에서도 그녀는 도통 일어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또다시 밀려오는 오기와 한기속에서도 그렇게까지 오싹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머릿속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눈물때문인 것일까. 변함없이 등위로 내려오는 눈은 봄날의 흩날리는 벚꽃잎들처럼 아름답게 그녀를 감싸주고 있었다. 그리고 슬프게도 묻혀가고 있었다.
그녀의 거대한 날개가 그날따라 더욱더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다.
겨울날의 흩날리고 있는 거대한 나무들의 눈꽃들 속에서.
당신과의 크리스마스날의 만남은 기적이 아닌,
작은 우연이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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