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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끌어안고 있는 너,
너에게서 그것을 가져가 수면 아래에 가라앉힌다면
무엇이 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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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저명한 학원인 네냐플의 수업, 그 중 하나의 정보가 열어놓은 창을 통해 흘러나가고 서늘한 바람이 나른한 기운을 그 공백에 채워넣는다. 까딱 잘못하면 수면의 기류로 빠져들 수 있는 기묘한 순환. 그 중심에 있는 이야기 속의 소년(小年)들의 펜은, 없거나, 제 수명을 다해 가거나, 책상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거나 셋 중 하나였다.
...아니, 하나 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만 또 속하지 않는 하나의 펜이.
그것은 바로 창가 끄트머리에 앉아있는 소년의 펜이었다. 손에 들려있지만, 꼭 무언가를 쓸것처럼 촉을 아래로 향하고 있지만 교수의 시선이 언뜻 맞닿았다 싶을 즈음 책으로 내려가도, 잉크가 적당하게 말라있어 종이 위 허공만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그렇다, 꼭 무언가를 쓰는 흉내를 내는 것처럼.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쓰면 될텐데, 불편해 보이기까지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그의 몸에 연기가 몸에 배어서, 인 것만이 아니라,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때이른 천재라는 이유로 '격리'되는 것은 이전의 경험으로 충분했기에.
다만, 그 천성은 어디가지 못해, 메모장을 겸하는 날카로운 눈매에 감싸인 회색 눈동자에는 공허한 빛이 반짝이곤 하였고 단발적인 것에 그치는 그 빛은 그의 주위를 맴도는 목소리 너머 보이지 않는 시선을 흥미로 이끌었다.
종이 울리고, 인파 속에 싸여 나온 소년이 그의 '친구들'과 다른 방향으로 틀면서 사위가 서서히 고요해지자 시선의 것으로 '보이는' 음성이 수군거리는 무형의 소리를 뚫고 그에게로 전달되었다.
「이보게, 자네 내 목소리 들리나?」
그 음성은 젊은이보단 노인의 것에 가까우며, 소년에게 말을 걸어댔던 형체들과 유사한 호기심을 띄고 있어 그는 그저 지나칠 뿐이었다. 그러한 것에 반응했다가는 일이 크게 꼬인다는 것을 충분히 겪었기에.
적의와 같은 것이 없어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한 몫했다.
그러나,
그는 곧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보이기도 할 테고 의사도 전달할 수 있을테지. 아니 그런가?」
부드러운 어조는 달라지지 않았으나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확신으로 바뀌어져 있어서였다. 꼭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나 방대한 창고와 같은 그의 머릿속에는 그러한 말을 쓰는 "유령"의 음성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 존재는 누구인가, 하는 의혹의 빛이 눈동자에 비치기 무섭게 그것을 읽은듯이 이만하면 돌아** 않겠냐는 음성이 공기에 실려 전해졌다.
"그러죠, 하지만 시시한 장난이라면 가만있지 않을겁니다"
소년의 미성이 바람을 흔들고, 전해진 음파 너머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되돌아온다.
-그러한 것이 아님을 잘 알지 않는가, 자네.
노여움 하나 없는 그 소리는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결국, 그는 걸음을 돌렸고, 지금과 다른 스타일의 자수가 수놓아진 푸른 로브의 현자와 마주하였다.
아래로 헐렁하게 묶은 밤색 머리칼, 주름하나 없는 얼굴에, 보이지 않는 연륜을 나타내는 초연한 눈빛과 깊은 눈매. 아무리 젊어 보여도 40대 이상은 될 듯 하였으나,그보다 더 외적인 연령대가 낮았다면 익히 잘 알았던, 제게 생명을 돌려주고 사라진 누군가를 연상하게끔 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소년의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스치고, 입을 열어 보내는 음성도 그의 연장선이 되었다.
"예. 장난은 아니군요. 하지만 제게 한동안 붙었던 유령이 말하길, 이렇게 끈질긴 유령은 그 원하는 바도 크다 하던데요"
「호오, 들어줄텐가?」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단적이면서도 확실한 그리고 곁에 없는 누군가가 들었다면 곧바로 멱살부터 잡았을 말에 현자는 반 장난식의 놀란 눈빛을 가라앉히고는 묘한 웃음을 띄웠다.
「확실해서 좋네 그려. 허면, 내 오랜 무료함을 풀어주지 않겠나? 자네도 때마침 그래보이니 말일세」
좋죠. 무엇으로 풀어드릴까요.
선선한 끄덕임이 곧바로 돌아오자 현자는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봤구먼, 하고 웃더니 음성을 다시금 흘렸다.
간단한 내기이자 게임일세.
거는 것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음성이 흩어지고, 잠시 침묵을 지키던 소년의 입이 다시금 열리자
메모장이자 주판인 친구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 툴툴거리며 찾으러 다니던 갈색 머리칼의 소년은 '말 안듣는 회색 고양이'의 뒷통수를 때려 기절시켜야 할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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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원작의 스토리를 지향하고 있는 가벼운 글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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