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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세나씨에게
당신을 기억합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내딛었을 때의 당혹감.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던 혼란의 기억.
사람들은 저를 지나치기에 바빴고, 그 속에서 저는 점점 위축되어가고 있었어요.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당신이 내 눈앞에 나타난거죠.
그것은 인연이었다기보다는 기적이었어요.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무엇보다도 빛나는 찬란한 기적.
방황하고있던 저에게, 당신은 손을 내밀어서 작은 선물을 주었죠.
가격은 상관 없었어요. 그 선물은 저의 다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었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저에게 이 곳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과 지혜를 얻는 법을 알려주었죠.
제가 잘 모르겠다며 울상지으면, 당신은 몇번이고 저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저를 도와주었어요.
저를 가르쳐주던 당신의 손은 세상 어떤 난로보다도 따뜻했고,
저를 감싸안았던 당신의 머릿결은 세상 어떤 설경보다도 아름다웠으며,
저에게 미소짓는 당신의 눈동자는 세상 어떤 호수보다도 맑았어요.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저는 아노마라드 대륙으로 가야만 했고, 당신과 작별을 고했죠.
언젠가, 내가 해야할 일이 다 끝났을 때, 다시 당신과 만날 것을 다짐하며.
저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다시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당신을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길고 긴 시간이 흘러서, 저는 드디어 Lv.255를 달성했어요.
드디어 다시 세나씨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한달음에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하여 그리운 튜토리얼 탑으로 향했답니다.
그런데 제 눈앞에는, 제가 모르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있었어요.
에메랄드 빛의 튜토리얼 탑은 온데간데 없고, 우거진 수풀만이 저를 반겼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애타게 당신을 찾아다녔지만, 당신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어디에 가신걸까...'
저는 다시 아노마라드 대륙에서 세나씨를 찾기 시작했어요.
수소문해보았지만, 당신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세나씨의 형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하나씨도, 두나씨도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시는 것 같았어요.
당신은 어디에 가신걸까요?
제가 너무 늦었던걸까요?
저는 너무 레벨에만 치중해서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일까요?
단지 당신을 찾고 싶을 뿐이에요.
다시 만나는 그날, 어쩌면 당신은 저를 보고 웃을지도 모르겠네요.
몇년째 만렙도 달성하지 못했냐면서.
그러면 저는 말하겠죠.
남은 경험치는 당신과 함께 쌓고 싶다고.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주던 당신에게
당신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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