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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소드와 란지에의 묘한 시선이 정적 속을 오고갔다.
아무것도 모르는듯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순진한 눈으로 란지에를 바라보는 롱소드.
그리고 갑자기 엄습한 정체 모를 베테랑 여행가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의 눈길로 롱소드를 바라보는 란지에.
그들의 장엄한 침묵은 롱소드가 입을 열자마자, 언제 있었냐는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 하하, 너무 이상하게만 ** 마시라구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앞으로 자주 보게 될겁니다, 란지에 군. "
롱소드가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알지 못하는 자가 그렇게 계속 제 이름을 부르는것, 꽤나 불쾌하군요. "
란지에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롱소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그 분이 불꽃 같은 눈빛을 가진 당신을 지명한 이유를 알겠군요. 하아- 멋진 모험이 될겁니다. "
롱소드가 윙크를 하며 말했다.
" ... 무슨 말씀이신진 잘 모르겠지만, 저는 여행이나 모험을 떠날 계획이 없습니다. "
란지에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롱소드의 말을 되받아쳤다.
" 지금은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를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곧 멋진 모습으로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날겁니다. "
롱소드가 싱긋이 웃다가 손에 차고 있던 손목 시계를 바라보았다.
" 이런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되었군요. 저는 바쁜 모험가이자, 여행가이자, 상인인지라 '다른 고객들'과도 만남을 가져야 해서 말이지요. 안타깝게도 멋진 란지에 군과는 작별을 해야겠군요. "
롱소드가 손목 시계를 바라보며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 ... 뭔가 어설픈 연기군요. 아,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
란지에가 도통 이해 할수 없다는 듯 롱소드를 바라보다가 허리 춤의 총을 바라보았다.
" 하하, 다음에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군요~ 멋진 총은 아껴 쓰는게 맞겠죠? 후후 "
롱소드가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 칭찬이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
란지에가 오른쪽 허리 춤에 있던 총 한 자루를 꺼내어 두 손에 들고 바라보았다.
" 이런이런~ 얼른 가야겠군요. 시간이 우리의 만남을 허락해주지 않다니 ... 하- 애석하군요. 하지만 저는 더욱 더 멋진 손님들을 만나러 가봐야겠습니다. 하하. "
롱소드가 눈인사를 하더니 몸을 란지에 방향으로 휙 돌렸다.
" 저기 ... 아무 이유 없이 등장하진 않았을 터 ... 제게 나타나신 이유가 무엇이고 ... 당신의 정확한 정체는 무엇이죠? "
란지에가 롱소드를 향해 발자국을 순간 그도 모르게 내딛었다.
" 하하! 란지에 군에게 제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나타난 것이라고 오늘은 해두죠. 앞으로 우린 분명 자주 만날거니, 차근차근 알아나가도록 하자구요~ 흠 ... 멋진 친구들과 만날 준비나 제대로 해두시라구요! "
롱소드가 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란지에 에게 옆모습만 보이더니, 다시 앞을 바라보고 걷기 시작했다.
" 그럼, 잘 지내고 계세요! "
롱소드가 손을 뒤로 흔들면서 걸어갔다.
롱소드가 몇 발자국 더 걸어나가자, 롱소드의 발 밑에서 흰색 마법진과 같은 것이 생성 되었다.
이내 마법진이 빛을 발하자, 롱소드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롱소드가 끝까지 존재를 알리려는 듯, 워프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 마법진의 빛들은 공중으로 산란되었다.
" ... "
란지에는 아무 반응 없이 그저 사라진 워프가 있던 위치만을, 어쩌면 롱소드를 잠잠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알 수 없는 공간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두 빛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 오호 ... 계획한 방향으로 잘 따라주고 있군. 그림자 아저씨가 아무리 가장 약한 마물을 보냈다 하더라도, 인간이 마물을 저렇게 쉽게 잡다니 ... 인상적이야, 후훗. "
여성의 목소리를 발하는 빛이 기분 좋은듯한 어투로 말했다.
" 푸른 머리의 소년인 란지에가 눈을 떴으니, 이제 그가 또 움직이기 시작하겠군 ... 잘 버텨주거라. "
남성 모양의 빛이 어딘가 알지 못할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알 수 없는 공간의 정반대편, 끝 없는 나락의 아래에서는 어두움의 오오라를 뿜어내는 무언가가 있었다.
알 수 없는 형상의 주위에서는 모든 것을 삼킬듯한 어두움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었고
그러한 어둠 속에는 알지 못할 비명 소리들이 섞여 들려왔다.
" 인간을 사랑했기에 인간에 의해 파멸을 당할 그가 선택한 최후의 선택이 고작 이것인가 ... ? "
어두움을 뿜어내는 남성의 형상이 피식 비웃었다.
" 직접적 개입은 하지 않고 ... 인간의 손으로 나를 공격하겠다 ... 이건가 ... ? "
짙은 어두움이 뿜겨지는 목소리가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 흥미롭군 ... 만약 ... 그가 선택할 기둥들을 내가 미리 부숴버린다면 ... 재미있겠군 ... "
어두움의 형상이 말을 마치자 그의 주위로 엄청난 어두운 그림자가 뿜어져 나왔다.
"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
어두움의 근원이 뿜어져 나오는 그림자에게 말했다.
" ... 그들을 ... 하나도 남기지 말고 없애라 ... "
어두움을 풍기는 목소리가 어딘지 모를듯한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두운 형상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자 그의 주위를 둘러 싸고 있던 그림자들이 일제히 나락의 끝에서 공중으로 솟아 올랐다.
검은 공 처럼 둥근 형상으로 공중에 높이 치솟은 그림자들은 이내 동방의 끝으로 날아갔다.
검은 공의 형상이 날아가고 있던 방향의 끝에는 나무와 모래로 뒤덮인 곳이 있었다.
황금빛 모래가 땅을 뒤덮은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할 죽은 땅 처럼 보이는 곳에,
원뿔 모양의 집 같은 것들이 여럿이 모여 있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땅 위에도 푸른 잎의 나무들이 뿔뿔이 흩어져 자라고 있었고
움집 모양의 집들 가운데에는 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고 있었다.
아노마라드, 하이아칸, 오를란느와 같은 대제국들과는 달리 그곳의 사람들은 구릿빛을 띄었다.
푸른색과 보라색 혹은 갈색을 띄는 밴드와 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의 눈은 보랏빛이 대부분이었다.
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의 소유자였던 이들은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나무 사이를 뛰어 다녔고,
날카롭고 짧은 단검과 표창을 허리에 찬 밴드에 끼워두고 있었다.
그 중 유독 어려보이는 한 소녀가 있었다.
얼핏 봐서는 소녀인지, 소년인지 분간이 안 가는 차림새를 하고 있던 그녀는
그녀 보다 조금 더 커보이는 여인의 옆에 붙어 있었다.
" 언니, 오늘은 유독 별이 많아 보여. 저 별이 우리를 지켜주는 걸까? "
보랏빛 눈빛, 은빛 머리카락, 구릿빛 피부의 소녀가 하늘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 별이라 ... 별이 우리를 지켜주듯, 너도 저 별을 지켜주어야해. "
어깨 정도 내려오는 은빛 머리칼의 그녀는 단검과 표창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 나는 꼭 별을 수호할거야. 별이 나를 환하게 비추어 주듯이 말야. "
어린 소녀가 언니 얼굴을 보며 싱긋이 작은 미소를 띄었다.
" 오늘은 유달리 날이 춥구나. 얼른 들어가서 이불 덮고 자렴. "
소녀의 언니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안 피곤해- 오히려, 저 별을 바라보는 것이 그저 즐거울 뿐 ... "
소녀가 짓고 있던 웃음을 이내 감추고선 말했다.
" 내일 또 많은 훈련을 해야 하니깐, 미리 자두는게 건강에도 좋아 ... 무리하지 말고, 가서 자. "
소녀의 언니가 소녀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 ... 또 훈련이라 ... 생각하니 자두는 것이 좋겠군. "
소녀가 생각을 갑자기 바꾼것 처럼 얼렁뚱땅 말했다.
소녀는 말을 마치고 모닥불에서 가장 먼 움집 안으로 들어갔다.
천으로 덮여지고 하늘이 뚫려 있던 집은 아늑해 보였다.
소녀는 이불과 담요들이 헝클어져 있던 사이의 틈새에 숨어 움집의 천막을 살짝 들어선 별을 바라보았다.
" 별은 여전히 아름답군 ... 푸르고, 붉고, 귀한 별 ... 꼭 지킬거야. "
소녀의 눈망울 속에 별이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한편 여전히 밖에 있던 소녀의 언니의 표정은 소녀가 떠나자 마자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 날씨가 이상할정도로 춥고 별의 밝음이 어제와는 다르다니 ... 제국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
소녀의 언니가 불안한 낌새를 보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 게다가 ... 두려울 정도로 불안한 이 느낌 ... 무언가 ... 그저 오늘따라 예민할 뿐인가. '
긴 은발 머리의 여인의 몸이 살짝 미동을 보였다.
그 때, 어린 소녀가 있는 움집에서 멀지 않은 다른 움집에서 한 할머니가 나왔다.
화려한 녹색 두건을 쓰고 있던 그 할머니는 소녀의 언니를 향해 손짓을 하였다.
소녀의 언니는 할머니가 나오는 소리를 듣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 무슨 일이십니까? "
소녀의 언니가 할머니를 보고선 몸을 급히 돌려 할머니에게로 향했다.
" ... 할 얘기가 있네. "
할머니가 주위를 조심스럽게 둘러보더니 다시 움집 안으로 들어갔다.
늙은 할머니가 머물고 있던 움집은 소녀가 머물던 움집과는 달리 조금 더 어둡고 칙칙해보였다.
하지만 신기한 물건들이 움집 안을 꾸미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할머니가 앉는 듯한 의자가 있었다.
의자의 옆 에는 횃불이 밝게 타오르고 있어, 할머니가 앉는 의자만이 비교적 밝게 보였다.
할머니가 의자에 앉을 쯤, 소녀의 언니가 움집 안으로 들어왔다.
" 무슨 일로 이렇게 밤에, 그것도 그렇게 조심스럽게 저를 부르셨습니까? "
소녀의 언니가 궁금한 표정으로 늙은 노인에게 다가가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 ... 심각한 기운 정도는 그대도 느꼈을걸세 ... "
늙은 할머니가 그녀 앞에 서있는 젊은 여인을 힐긋 바라보았다.
" ... 제가 오늘따라 예민하게 군것이 아니군요. 세상의 기운에 엄연한 변화가 생긴거로군요 ... "
여인이 예상했다는 듯이 얼른 대답했다.
" 세상 기운의 변화 정도로만 끝날 일이 아닐세 ... 세계는 종말을 볼거야 ... "
늙은 할머니가 그녀 앞의 여인을 거의 째려보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 벌써 그 때가 다가온 것입니까 ... ? 하지만 ... "
소녀의 언니가 당황한 기색을 애써 숨기며 물었다.
" ... 그 때와는 다른 순간일세. 법칙과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 그런 존재 때문이야 ... "
늙은 노인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 ... 세 개체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겁니까 ... ? "
여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허허 ... 원래 유독 한 개체가 독특하지 않은가 ... 안타깝게도 ... "
늙은 할머니가 껄껄 웃는듯이 말했다.
" ... 안타깝게도 ... ? "
여인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급히 물었다.
" ... 안타깝게도 그 첫번째 화가 ... 다름 아닌 묘족에 미칠거라는 것이네 ... "
늙은 할머니가 웃음을 멈추고 그 어느때 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 허 ... "
소녀의 언니가 그 말을 듣고선 얼어 붙은 것 처럼 멈추었다.
" ... 불쾌한 손님들이 벌써 오셨나보군 ... 허허 ... "
늙은 노인이 여인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다는듯 슬프게 껄껄 웃으며 말했다.
늙은 할머니가 말을 마치기 전에, 어두운 구의 형상을 띄던 그림자들이 황량한 땅 위에 떠 있었다.
여러개의 검은 구들은 곧 팽창하고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곧 날카로운 모자와 검은 망토를 뒤집어 쓴 무언가로 변하였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과 비슷한 비율과 형상의 존재로 그들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이내 흩어져 움집들을 넓게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이 곧 넓은 원의 모양으로 움집들 주변에 서자, 원 모양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선 알지 못할 그림과 문자가 섞인 듯한 어두운 빛을 마법진이 발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부서지거나 파괴되지 않았지만, 마법진이 강렬한 어두움을 발하고 나자
어디선가 '쨍그랑' 깨지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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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마시멜로∂2011.05.29숙련된자는 흠...나야였나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