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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를란느를 뒤덮던 불기둥이 공중에 이끌려 올라가 온 하늘을 덮었던 사실이 무색하리 만큼
오를란느의 상공은 맑고 쾌청했다.
하지만 번창했던 오를란느 제국의 영화는 검은 숯더미로 변해 있었으며
변두리의 작은 마을이나, 사람들로 항상 넘처나던 번화가나 모두 다, 검은 그을림에 무너지고 부서졌다.
시장을 메우던 상인들의 메아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엇고, 알지 못할 금발 소녀가 뛰놀았던 거리는 재가 날리는 황량한 길로 변해 있었다.
모든 것을 앗아가고 태워버린 오를란느의 대화재가 비견될 정도로 하이아칸의 냉혹함은 차가웠다.
그 시각, 여전히 푸른 여인은 자유롭게, 그리고 잔혹하게 하이아칸의 하늘 위를 춤추고 있었다.
그녀의 손짓 하나에 눈이 내렸고, 그녀의 눈짓 하나에 다급히 뛰어가던 군중들이 얼어 붙었다.
" 하아~ 이렇게 얼려버리고 부숴버리고 파괴해버리는 것도 어느 정도 하니 질리군 ... "
푸른 여인이 손으로 하품 하는 입을 톡톡 치며 말했다.
" 그나저나 오를란느는 분부대로 잘 태우고 있는 건가? 예상외로 공기가 따뜻하지 않은데? "
푸른 여인이 그녀가 있는 반대 방향의 하늘을 응시했다.
" 흠 ... 뭐, 내가 알 바 아니지, 후훗. 나는 그냥 여기를 얼음 궁전으로 꾸미면 되니깐. "
여인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더욱 더 격렬하게 춤을 추었다.
하늘에 날리던 눈발은 더욱 더 거세어졌고, 이내 딱딱한 것이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구슬처럼 둥글고, 얼음처럼 차가운 무언가가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눈보다 더욱 더 무겁고, 땅에 부딪힐때마다 '탁' 거리는 소리를 그 물체는 내기 시작했다.
" 내가 좋아하는 나의 친구들 우박이군! 그 무엇보다 냉혹하고 차가워서 난 우박이 좋단 말이지. "
푸른 여인이 즐겁듯이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그 때, 작은 집들이 다닥 붙어 있는 골목 어귀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가죽을 꿰맨 신을 신고 꽁꽁 얼어붙은 얼음 장판 위를 어떤 소년이 조심스럽게 달리고 있었다.
어느 집안의 신하인듯한 차림이였지만, 결코 하인처럼 천해보이지는 않았다.
주인과 비교 되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말끔한 옷차림의 소년이였다.
그는 흰 장갑을 양 손에 끼고, 벨트를 차고 있었고 허리 춤에는 총을 걸고 있었다.
루비와 같은 붉은빛을 띄는 눈동자와 고운 비단 같은 푸른 머리가 알듯 모를듯한 조화를 이루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던 그는 냉혹한 공기 속에서도 땀을 흘리고 뛰고 있었다.
나무와 벽돌로 지어진 주택들 사이의 얼음장을 뛰어가는 그를 푸른 여인은 바라보고 있었다.
" 오호라 ... 이런 혹한 속에서도 살아 있다니 .. 더군다나 뛰고 있다니 ... 재밌는걸? "
푸른 여인이 공중에서 푸른 머리의 소년을 흥미롭게 고개를 쭉 뻗고 바라보았다.
" 하지만 ... 내 얼음 궁전에 저렇게 뜨겁게 뛰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 영 아름답지 못하잖아? "
푸른 여인의 흥미로운 표정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차가운 미소가 보였다.
그 순간 푸른 여인이 푸른 소년을 바라보았듯이,
알수 없는, 그리고 공허하지만 가득한 공간에서 두 빛의 남녀가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그대가 선택한 두 번째 인물인가? 흥미롭군, 매우 흥미로워, 후훗! "
빛을 띄는 여자가 즐겁다는 듯이 기쁜 미소를 띄웠다.
" 저 소년이라면 ... 냉혹한 상황속에서도 뜨거운 장미를 피울수 있기에 부족함이 없을거야. "
남성의 목소리로 말하는 빛이 흐뭇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하지만 ... 글쎄 ... 저 소년의 사상이 ... 시대를 거역하는 듯해 보이는군 ... 물론 바람직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 ... 하지만, 시대가 과연 그의 생각을 포용할까 ... ? "
여성의 목소리를 띄는 빛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 안타깝게도 그의 생각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아. 다만, 그의 생각의 뿌리가 선하기에 ... 저 소년이 네가 보는 방향과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겠지. "
빛의 남성이 상황을 지켜보던 것을 잠시 멈추고 빛의 여자를 보며 말했다.
" 글쎄 ... 그대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좋겠지만 ... 저 소년이 그대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군. "
빛의 여성의 말이 마치 메아리처럼 공허한 공간을 울리며 퍼져 나갔다.
눈발이 흩날리는 살기 가득한 하늘 아래 얼어붙은 비명을 지르는 하이아칸 제국이,
그리고 그곳의 더욱 아래에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푸른 머리, 붉은 눈의 소년이 뛰고 있었다.
' 조금만 더 ... 이제 곧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을수 있어 ... 조금만 더 기다려 줘 ... ! '
푸른 머리의 소년이 조심스럽게 얼음 장판 위를 뛰며 마음을 다시 한번 굳건히 하였다.
' 다행히 마물이 날 찾지 못했나 보군 ...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겠어 ... 조금만 더 .... '
푸른 머리의 소년이 미처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머릿속 울림을 마치었다.
" 흠 ... 조금만 더 뛰었으면 숨을 곳이라도 찾았을텐데 ... 길 잃은 고양이 마냥 안쓰럽군 ... 큭큭 "
냉혹한 살기의 목소리가 조롱하듯 키득키득 웃으며 손가락을 휙휙 저으며 말했다.
푸른 여인은 어느덧 푸른 머리 소년에게 몇 발자국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여유를 부리며 있었다.
" 허 ... ! "
푸른 머리의 소년은 당황한듯 걸음을 멈추고 하이아칸이 얼어 붙었듯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 이렇게 추운 곳에서 ... 모든 것이 얼어 붙어야 아름답지 않겠어? "
푸른 여인이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푸른 소년을 천천히 응시했다.
" 이런 ... 직접적 대면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는데, 귀찮게 됐군요. "
푸른 소년이 얼음처럼 멈추었던 몸을 마치 벽난로 앞 얼음이 녹듯이 부드럽게 다시 움직였다.
" 오호라 ... 그 근거 없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름답다고 생각해주겠어, 후훗! "
푸른 여인이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 후 잠깐의 정적이 얼음장 위를 바람이 지나가듯 엄습 하였다.
단단한 돌의 거리는 얼음으로 뒤덮인 미끄러운 얼음장으로 변해 있었고
땅을 두들기던 눈과 우박은 더욱 더 거세게 몰아치고 있었다.
주변의 나무와 돌로 지어진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마치 푸른 여인과 붉은 눈의 소년 둘 중, 한 쪽이 완전히 쓰러지지 이어지지 않는 이상 그들을 보내주지 않을 것 처럼 보였다.
이내 적막감이 사라지고 푸른 여인의 몸에서는 엄청난 한기가 오오라 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녀 주변의 공기가 모두 얼어붙은듯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고, 차원이 뒤틀린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공간이 뒤틀어진듯한 모습은 푸른 여인을 기준으로 엄청난 속도로 확장 되었고
그러한 공간에는 마치 사람들의 비명 같은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 나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길 바라겠어, 더러운 배짱의 애송이, 후훗 "
푸른 여인이 더 이상은 비웃음도, 가소로움도 아닌 엄청난 살기로 푸른 소년을 상대했다.
" 이렇게 된 이상, 결국 마물을 쓰러뜨려야 겠군요. 쉽진 않겠지만, 제 실력을 오랜만에 발휘할 수 있다니 영광입니다. "
푸른 머리, 그리고 붉은 눈의 소년이 푸른 여인의 살기를 맞상대하는 듯한 작은 미소를 보였다.
" 그럼 갑니다. "
푸른 머리의 소년이 손을 허리 춤에 찬 총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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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마시멜로∂2011.05.24반격의 시작이군요 우후훗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