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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서로를 흘겨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에나의 커다란 보름달이 호숫가를 비춰, 호수엔 반짝 반짝거리는 붉은빛이 감돌았다.
막시민은 외투를 벗어젖히고, 바지는 벗지 않고 상의를 훌렁 벗어 올렸다.
벗은 옷가지를 손에 쥔 채, 호수 가장자리로 들어갔다.
물이 배까지 차오르는 곳에 다다르자 막시민은 피가 흥건한 옷들을 물로 씻어냈다
잔잔했던 호수가 막시민의 손힘에 의해 생긴 잔잔한 물결이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투명하고 반짝반짝했던 호수엔 어느새 막시민의 옷에서 나온 피가 섞여 탁해졌다
티치엘은 땅위에 쭈그려 앉아 그런 막시민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막시민은 약간 마른 체격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갖은 일을 다 해왔다고 해서 그런지
건강해 보이는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몸 군데군데에 흉터들이 있는듯했다.
따뜻한 불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 티치엘은 일어서서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와 한데 모아 놨다
"이그니션"
티치엘이 오른손 검지로 모아놓은 나뭇가지를 가리키고 주문을 외우자,
붉은빛이 튀어나오더니 이내 나뭇가지에 불씨가 생겼다.
불씨는 커져서 나뭇가지를 천천히 태워나갔다.
옷을 다 빨고, 세수까지 한 막시민은 물가에서 빠져나왔다.
바지에 물이 휘감기는 소리가 조용한 숲속을 울렸다.
막시민이 물가위로 올라오자, 뚝뚝뚝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막시민은 티치엘이 준비해놓은 나무걸이에 젖은 옷들을 걸어놓고,티치엘 마주 편에 주저앉았다.
사심에 잠긴 얼굴을 한 막시민은 젖은 앞머리를 뒤로 넘겨 올리고,
안경을 벗어 옆에 내려놓았다
막시민 옷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나뭇가지가 불에 타며 내는 소리만이 들렸다
한참 후, 막시민은 고개를 들어 티치엘을 올려다보았다.
티치엘의 얼굴엔 놀라움이나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 같은 얼굴로 막시민을 바라볼 뿐이었다.막시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몇 달 전에 애쉴트백작 저택 잠입 임무 기억해?"
"응. 그 임무 이후로 네 실수가 잦아지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긴했어"
티치엘이 말했다
"혹시,그 검 때문인거야?"
티치엘은 나무걸이 옆에 기대어있는 막시민의 검을 쳐다봤다.
막시민도 같이 시선을 돌리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 그 저택에서 가져온 검이야…….어떻게 하다보니까 갖게 되었는데
버리고 싶단 생각이 들어도 이상하게 검을 버리는 행동을 할 수가 없어.
내 몸이 꼭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듯이 말이야"
막시민이 말을 계속해서 이었다.
"내가 위험에 처해서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면
저 녀석이 말을 걸어와. 내가 도와주겠다면서 말야. 그리고는 의식이 희미해지더군.
다시 정신을 차려보면 날 위협했던 녀석들이 전부 시체로 변해있어.
난 의식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 녀석들을 전부 죽였던 거야.
그 뒤론 검을 쓰다가 저녀석이 말을 걸어올때쯤 되면 도망쳤어.
자꾸 몸을 빼앗기다보면 언젠가 정말 저 놈의 꼭두각시가 될거같았거든"
막시민은 그때의 일을 회상하는듯 깊게 눈을 내리깔았다.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검을 만든 장인의 강한 염원이 들어간 검이나
많은 세월을 보낸 검은 인격을 지니게 된다고……."
티치엘이 모닥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정신만 차리고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이렇게 쉽게 몸을 빼앗길 줄이야.
완전 자존심 구겼는걸."
막시민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애쉴트백작이 그 검을 다시 찾으려하진 않았어?"
"날 쫓아온 놈들은 없었어. 아직까지도."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야?"
티치엘의 질문에 막시민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 검이 기분 나쁜걸 아는데,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망할…….이렇게 일이 터질 줄이야"
막시민은 한손으로 머리를 쥐고 무릎위에 팔을 걸쳤다.
"아까 넘어진 건 다 나은 거야?"
막시민이 다친 티치엘의 팔을 쳐다봤다.
"응 가벼운 상처였어. 그런데...이제 어떡할 거야?"
"글쎄……."
막시민은 말을 흐렸다.
"앞으로도 그 검을 계속 쥐고 다닌다면, 언젠가 또 오늘처럼 검에게 정신을 빼앗겨서
큰일을 벌일지 몰라"
티치엘의 말에 막시민은 수긍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잠깐 검 좀 볼게."
티치엘은 일어나서 칼집에서 검을 뽑아보았다.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검인듯, 요즘 찾아보기 힘든 촌스런 디자인에 여기저기 흠집이 보였다.
티치엘은 검을 하늘위로 들어올렸다.
시에나의 달빛을 받자 검의 검붉은빛이 더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티치엘은 검에 새겨진 문자를 발견하고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검은 시에나의 기운을 받아 만들어졌어.
평소 너의 의식에 억눌려 있다가, 시에나의 기운이 제일 강한 보름달의 힘을 얻어
널 지배할 수 있었던걸거야"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거야?"
막시민은 약간 신기한 표정으로 티치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티치엘은 검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 막시민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어릴 때 온갖 마법 서적들은 거의 외울 정도로 읽어댔으니까……."
막시민은 티치엘의 마법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길드장이 신입인 티치엘을 막시민의 페어로 붙인 것도 티치엘의 실력 때문이었다.
티치엘은 공격마법은 물론이고 치료마법도 능숙했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티치엘은 검을 다시 칼집에 넣어놓고, 앉던 자리에 돌아와서 앉아 막시민을 응시했다.
그리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페어인 이유는 임무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감시하기 위함이기도 해.파트너의 비리를 밀고하면
길드에서 상당한 보상을 내려주고 말이야.
네가 위험한 검을 지니고 있다는걸 길드에서 알게 된다면
길드에선 널 쓰려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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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칸 아스모디2011.03.10계속 보고있는데 재밌네요 -
네냐플 마시멜로∂2011.03.09그...그래서요;;말할거아니죠 티치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