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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은 불타오르고 살아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누군가에게 당한듯한 시체들이 불에 타거나 썩어 없어질 뿐...
뚜벅..뚜벅..
한 인영이 불 속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어깨를 넘는 군청색 머리카락, 군청색 눈동자. 1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소년. 차갑게 굳어있는 눈동자가 아니었다면, 소년의 머리와 옷에 튀어있는,검에 묻어있는 피가 아니었다면 이 참사를 낸 장본인이라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발걸음에는 흔들림이 없다. 소년은 이제 볼 일이 없다는 듯 피에 묻은 검을 닦고 나가려고 한다.
"누나!!누나!!"
한 소년의 흐느끼는 듯한 미성이 소년의 발걸음을 잡는다.
"누나...흐윽....."
불길 속에서 피투성이의 한 소년이 무릎을 꿇은 채로 자신의 누나로 보이는 소녀의 시체를 껴안고 울고 있다. 10대 초반정도의, 마족으로 착각할만한 흑단같이 까만 머리에 매혹적인 적안(赤眼).
소년 암살자는 몸을 돌려 걸어간다.
뚜벅..뚜벅..
스릉-
암살자가 다가오는데도 소년은 눈치채지 못한건지 피하지도 않고 계속 흐느낄 뿐이었다.
가까이 다가와서야 암살자의 존재를 눈치챈다. 소년은 소리친다. 그 소리가 거의 끝남과 동시에...
푹-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소년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 소년의 눈동자가 커진다.
털썩-
마지막 생존자인 소년마저 숨이 끊어지자 소년 암살자는 그제서야 다시 발걸음을 돌려 사라진다.
작은 새 한마리조차 날아다니지 않는 페허가 된 마을에 소년이 마지막으로 소리친 말만이 마을 주위를 돌며 메아리 칠 뿐이다.
한 단체의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갔다. 한 청년이 눈을 뜬 채로 생을 마감한 소년의 시체를 보더니 사람들을 부른다. 군청색 머리의 온화해 보이는 청년이 소년의 시체를 안아 올리더니 눈을 감겨준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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