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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전화>

네냐플 2010-06-08 20:40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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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전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맥이 좁고 근래에 들어서는 만나온 사람도 거의 없던 내게, 그것은 상당히 의외의 사건이었다. 전화라는 것을 사용해본 적이 언제인지 떠올려보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접고 시끄럽게 울어대는 전화를 바라봤다.


 누굴까.


 오밤중이었다. 전화를 건지도, 받은지도 오래되었지만 이런 한밤중에 전화를 건다는 행위가 몰상식하다는 것쯤은 기억하고 있었다.


 받아야될지 잠시 망설이던 나는 결국 수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린 목소리는 놀랍게도 여성의 것이었다.


 "야! 도대체 뭐하는데 이렇게 늦게 받는 거야?!"


 " … … 누구세요?"


 "나야. 나."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들을까? 목소리로 유추해보려고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근래에 들어 만나본 사람이라고는 편집자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편집자는 남자다.


 혹시 잘못 걸린 전화일까?


 하지만 이 여자는 너무도 확신에 차서 친한 척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럼 잘못 건게 아닌가? 만약 나를 알고 있는 지인이라면, 그녀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한 결례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야! 너 혹시 내가 누구인지 몰라보는 건 아니지?!"


 "그, 그럴 리가? 당연히 알다마다."


 "헤에 … … "


 수화기 너머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으며 나는 미간을 좁혔다. 가운데 손가락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며 도대체 누구일지 머릿속으로 떠올려봤지만, 내 인생에 있어 술먹고 전화걸 여자는 없었던 것 같았다.


 "오랜만에 전화했는데, 정말 내가 누군지 아는 거야?"


 "무, 물론. 내가 네 목소리를 잊을 것 같아?"


 무심코 내뱉은 말에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어쩌자고 거짓말을 했을까. 그 때문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가 내 가슴을 바늘로 찔러대는 것 같았다.


 "기뻐. 날 기억해주는 사람도 있고."


 누군지 모르지만, 그 말에 혼란이 찾아왔다. 아무리 생각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른다고 그녀에게 상처주는 것보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녀를 기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잘하는 일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도 그녀에게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물론 첫 날을 제외하고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건 적은 없었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나는 전화를 걸기보다 항상 전화를 받아왔다. 그리고 웃기게도, 어느 순간 그 전화를 기다리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요리하면서도, 샤워하면서도 계속 전화기를 옆에 두고 있던 것이다.


 재미난 일이었다. 나는 상대에 대해 모르는데 그녀는 나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게 너무도 신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점점 그녀가 누구인지 궁금해져 어느 날 나는 이런 말을 꺼내봤다.


 "우리 만날까?"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간 공백이 이어졌다. 실수한 걸까,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나르비크 분수대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정했다.


 "그럼. 내일 봐~!"


 전화를 끊으려는 그녀를 불러봤다. 평소와 달리 이른 시간에 끊는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지만, 어째선지 쑥스러워져 말을 돌려봤다.


 "저기, 그때는 왜 술먹은 거야?"


 첫 날 내게 전화를 걸었을 때 얘기였다. 그녀는 잠시 우물거리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졌거든.'이라며 애써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이다.


 순간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뚜- 뚜- 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다 수화기를 내려놨다. 내일 만나서 뭐라고 사과해야 하는 걸까. 미안한 마음이 바이러스처럼 마음을 잠식해갔다.




 그리고 밤을 새버렸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샤워하고 옷입고, 머리에 젤바른 뒤, 마지막으로 겨드랑이에 향수까지 뿌린 나는 조금 빠르지만 나르비크 분수대에 나와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분수대에 앉아 광장을 지켜보니, 의외로 커플들이 많이 보였다. 한 손에 지팡이를 든 여자가 다른 한 손으로 남자에게 팔짱을 끼는 모습, 훗- 하는 웃음과 함께 손가락을 튕기자 주위에 빛이 번쩍였고 그 순간을 노려 여자친구에게 뽀뽀하는 남자 … … 아, 뺨을 맞았다.


 가만히 웃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긴 여자일까?"


 목소리만 들어서는 굉장히 귀여울 것 같았지만, 의외로 목소리만 귀여운 여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가 아는 편집자만해도 쇠갈가먹는 목소리인데, 얼굴은 미남에 속했으니까.


 "아, 많이 기다리셨죠?"


 갑자기 들린 소리나 나는 고개를 돌려봤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귀여운 목소리의 여자! 하지만 이내 나는 숨이 턱- 막혀오는 착각을 느꼈다.


 뒤뚱뒤뚱.


 출렁출렁.


 인간의 몸에서 제법 귀여운 효과음이 나는 것 같았다. 환청인가? 하지만 환청만은 아닌 듯, 출렁거리는 뱃살과 균형축이 이래저래 흔들리는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나를 깔아뭉게버릴 것만 같은 기세로 그녀가 달려왔다. 무서워진 나는 달아나야된다고 속으로 소리쳤지만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코앞까지 왔을 때는 좌절해버렸다.


 미인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평범한 여자이길 바랐다.


 아니, 막시민! 지금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거냐? 전화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제는 말실수한 것에 대해 괴로워하지 않았더냐? 그깟 외모가 대수야? 응?!


 이내 잘못을 뉘우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내 옆을 지나간 건 그때였다.


 "많이 기다리셨죠?"


 "에휴. 괜찮아요. 어디 쉬원한 대라도 들어가죠."


 " … … "


 내가 아니었다. 내 옆에 앉아있던 남자한테 가던 거였어.


 손목시계를 보니 이미 약속시간이 지나있었다. 볼을 긁적이던 나는 하늘을 바라보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말실수한 것 때문일까? 어쩌면 만나자고 한 게 잘못된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전화도 안 걸려오겠지. 겨우 전화 사용법을 다 터득했건만.


 그래. 그녀는 오지 않았던 것이다.


 "많이 기다렸지?"


 너털걸음으로 가려던 내 앞에 누군가 가로막았다.


 "미안. 나르비크는 … … 하아 … 오랜만이라서 길을 헤맸어!"


 금발머리의 소녀가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도 사과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분명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던 그녀를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운 목소리다.


 "혹시 화났어?"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는 소녀를 바라보고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아봤다.


 "티치엘?"


 방긋 웃는 그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분수대가 유리알처럼 부서지며 물을 뿜어냈다. 그래, 그렇게 나와 그녀는 의문의 전화로 만나게 되었다.



전체 댓글 :
7
  • 클로에
    네냐플 lAbsoluteZerol
    2010.06.30
    헉 이분 탈퇴하거나 캐릭삭제하셨나..ㄷㄷㄷ 아이디가 공백인줄로만 알았더니,, 정보가 전혀 없음...
  • 막시민
    네냐플 농약맛제리
    2010.06.14
    소설 잘 읽었어요~ 그런데 글씨체 설정 안하는게 더 깨끗해 보이지 않을까요..? 뭐, 그건 작가님 개인의 취향이시니 상관은 없지만요.ㅎㅎ
  • 티치엘
    네냐플 Love퍼플
    2010.06.13
    연애소설 치고는 상당히 재밌네요. 앞으로 열심히 써주시기 바랍니다.
  • 시벨린
    네냐플 손오공
    2010.06.12
    재미있네요 의문의 전화로 어떨결에 찾아온 전화에 이 두사람에게 사랑이 찾아올까요? 전화올리 없다 생각하고잇엇던 뜬금 없는 인물과 무언가 매시지를 전하려는 두 사람 만남 쭈욱 분수대 유리알 처럼 빛나길 바랍니다.
  • 막시민
    네냐플 니아스카
    2010.06.09
    막시민이랑 티치엘이었군요(순간 이스핀인줄 안 1人..) 근데 편집자는 누구예요??
  • 이스핀
    네냐플 갈래귀
    2010.06.08
    ㅇㅂ!!! 계속연재해주세열 ㄲㄲ멋있당..
  • 보리스
    네냐플 〃일진、〃
    2010.06.08
    테일즈위버를 배경으로 한 연애 소설!? 잘 봤어요~ (대표 캐릭터 지정해 주시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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