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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neer] #1 새장 속의 새

네냐플 애교없는여자 2010-03-25 22:32 1371
애교없는여자님의 작성글 3 신고

화창한 오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정원을 내딛는건 내가 좋아하는 일과 중 하나이다.

5월을 너도 나도 알리겠다는듯 튤립들이 활짝 얼굴을 펴고 있는걸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살짝, 미소가 나오게 된다.

 

"아가씨, 아직 여름은 이르지만 슬슬 햇볕이 따가워요, 양산을 씌어드릴까요"

 

뒤에 따라오던 세티리아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햇빛이 눈부신듯 눈을 찡그렸다.

 

"가끔씩은 햇볕을 쬐어주는것도 몸에 좋은거야"

 

난 씽긋 세티리아에게 미소를 띄어주고, 다시 정원을 거닐었다.

늘 사람들 앞에선 폰티나 가 공작의 딸로써, 그에 맞는 품격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렇게 세티리아와 단 둘이 있을땐 조금 긴장이 풀어진다.

아무리 완벽해야할 나라지만, 이런 여유정도는 가져도 되겠지.

 

"아가씨 이제 슬슬 외출 준비를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가면극이 있었지 참, 이번에 신인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던데 기대가 되는걸 훗"

 

 

"아가씨는 연극을 무척 좋아하시는것 같아요"

 

 

연극을 보고 있자면, 나도 지금 어떤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화려한 가문에서 태어나 새장 속의 새처럼 살아가는 운명을 지닌 배역...

이 배역이 끝난 후엔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배역도 할 수 있지않을까...

그치만 연극은 가상이고 난 현실이니까...배역은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만 가자 세티리아. 오늘은 귀족들이 많이 올테니 신경써서 차려입어야겠어"

 

"네"

 

 

 

 

 

 

 

 

 

 

 

 

 

연극이 시작하기전, 많은 귀족들이 자리에 앉아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귀족들은 아마도 날 보러온거겠지. 약혼상대는 누구로 정했냐를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난 항상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

 

오늘은 클로에 아가씨가 어떤 드레스를 입었다, 오늘은 클로에 아가씨가 어떤 차를 마셨다,

오늘은 클로에 아가씨가 어느공께 약혼신청을 받았다등..

사람들의 관심거리는 한도 끝도 없다

 

아노마라드 국왕의 왕비 안리체 다 아노마라드는 나의 고모님이다

아버지인 안토니오 다 폰티나는 왕정 수복에 일등 공신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신 분이다

이런 이유들로 폰티나가는 아노마라드 귀족가 중에서도 최고로 일컬어진다.

폰티나 가의 현재 외동딸인 나, 결혼할 나이가 다가오면서

어느 가문과 결혼할 것인가가 요새 큰 화두다. 난 그저 윗 어른들의 의견에 따라 결혼해야겠지

내가 아직 결혼 같은건 생각 없다 말해봤자들 어느 누가 신경써줄까...

 

 

 

 

 

 

 

 

 

수군수군 거리던 소리가 어느덧 잠잠해지고, 무대의 막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막이 올라가자 보이는건 흰 가면을 쓴, 푸른빛 은발의 남자가 서있는 모습이었다

남자치고는 조금 마른 체격이었다. 배역이 서민 역할이었는지 거친 안감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티가 흘러보였다

 

남자는 연기를 시작하는듯, 두 팔을 벌리고는 위를 쳐다본다

 

"아, 하늘은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난 이토록 초라하단 말인가"

 

우렁차면서도 절도있는 목소리.

남자는 한숨을 짓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연극을 보는 관중들도 인상적인 남자의 모습에 금새 연극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조명에 반사된 남자의 머릿빛은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은발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단원들이 모두 나와 손을 잡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나 역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신인인데도 이렇게 관중들을 매료할수 있다니, 평범한 배우가 아닌것 같다

 

 

"좋은 연극이었어. 가자 세티리아"

 

"네 아가씨"

 

나와 세티리아는 자리를 일어나 극장을 빠져나왔다

 

복도에는 나를 만나기위해 먼저 나온 귀족들이 즐비해있었다

 

"안녕하세요 루신다 부인"

 

거추장스러울정도로 과도한 보석들로 치장한 부인에게 인사했다

이 부인은 오만감이 가득 차 있고, 보석을 매우 좋아하는 사치스런 여자다

 

"클로에 아가씨 오늘도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정말 감탄밖에 안나온답니다 호호호"

 

루신다 부인은 부채로 입을 가리며 귀에 거슬리는 높은 음으로 짧게 웃었다

 

"과찬이십니다. 연극은 어떠셨나요"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그 주인공을 맡은 배우, 인사할때도 가면을 안 벗어서 아쉬웠는데,

왠지 미남일거 같단 생각이 들더군요 호호호"

 

루신다 부인의 말에 난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목인사를 한뒤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귀족들에게 몸을 돌렸다

여기저기서 칭찬과 질문을 던지는 귀족들...

다들 폰티나 가에 조금이라도 관계를 갖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러는거겠지..

 

 

 

 

 

 

 

난 그저 이들의 장단에 맞추어 요조숙녀로 있으면 그만이다.

이게 나의 운명이니까, 내가 싫증을 내고 따분함을 느낀들 벗어날 수는 없다

벗어날 수 없다면 이 상황을 최대한 즐기는 수밖에...

 

전체 댓글 :
3
  • 막시민
    네냐플 니아스카
    2010.03.28
    우와 대단하세요 전 글솜씨가 달려서 못쓰겠는데 클로에가 주인공인거는 본적이 없어서 궁금해요
  • 나야트레이
    네냐플 『혼원일기』
    2010.03.26
    오옷 멋지다 그런데 마지막말 챕터에서 들어본듯한 느낌이..아닌가요?
  • 이스핀
    네냐플 갈래귀
    2010.03.26
    잘쓰셨어요 담편도~그담편~그담펴언X??도 올려주세요~기대할게요~ 한번쓰고 작가방분들 기대를 부풀리고 가는사람이 너무많아서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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