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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엘
소설

꿈꾸다 지친 새 - Prologue. 준비된 무대

네냐플 세니카 2010-02-15 03:14 432
세니카님의 작성글 3 신고

막시민은 일단 의자에 너저분한 코트를 대충 걸쳐놓았다. 본래 그의 성격에 짐은 넝마같은 코트와 낡아빠진 바이올린 하나 뿐이었지만 네냐플에서 가끔씩 코츠볼트에 들리는 이후로는 그의 손에는 짐보따리 하나가 더 들려져 있었다. 꽤 묵직한 보따리를 대충 식탁에 던지듯이 내려놓고서는-실제로는 던졌지만-그는 한숨을 쉬었다. 묵직한 보따리 안에는 티치엘이 차곡차곡 정리해서 쥐어준-그게 막시민 손에 들어가면 며칠 후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숙제들이 있었다.

- 알았지, 막시민! 이번 방학 동안에는 이거 다 끝내놓고 와! -

티치엘이 마차로 오르는 막시민을 배웅해주며 강조한 그 말을 다시 기억해내고서 한숨을 쉬었다. 조군더러 같이 오라고 할걸, 하고 내심 후회하긴 했지만 아르님 공작부인이 조슈아가 네냐플에 입학한 후로는 한번도 ** 못했다며 당장 비취반지 성으로 먼저 들르라고 했다고 했다. 조슈아가 먼저 마차에 오를 때는 무척 미안한 표정이긴 했다.

- 미안해, 막군. 그냥 우리 같이 가자니까. -

- 됐어. 내가 가면 그 고귀하신 아르님 가문에 먹칠이라도 할 지 몰라. -

- 나라면 괜찮은데. 어차피 리체랑 밤늦게 술마시고 돌아다닌 적도 있잖아. -

- 니가 괜찮은게 중요한 게 아니란 말이다! -

피식 웃으며 마차에 올라타던 녀석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티치엘은 다시 블루 코럴 섬으로 돌아가 괴팍한 마법사 영감탱이를 만난다고 했다. 티치엘은 그에게 같이 가자고 하긴 했지만 차라리 코츠볼트로 다시 돌아가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가면 그 영감탱이가 말도 안 되는 은색 로브를 입히고 잔소리를 머리 위로 퍼부어댈 일을 생각하니...

" ...뭐, 여름이니까 놀러온 셈 치지. "

테라스에는 낡은 그물침대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유쾌한 여름날의 첫만남...

" 뭘 그리 생각하고 있냐? "

엘베리크가 괴팍한 마법사 영감탱이면 이쪽은 괴팍한 늙다리 영감탱이였다. 사실 늙은 쪽은 히스파니에가 아니라 엘베리크였지만 막시민이 그딴 것을 중요하게 여길 리가 만무했다. 햇빛이 손을 뻗치지 않은 어두운 방문 앞에서 히스파니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 그냥. 아무거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

" 모처럼의 여름 방학인데 니 동생들은 거들떠**도 않을려고? "

" 내가 가봤자 뭐해요. 잘들 알아서 지내고 있겠지. 못지내고 있었으면 당신이 여기서 느긋하게 나와 얘기를 나눌 일은 없는 거잖아요? "

" 네 동생들 일은 아니지만, 급한 일이 왔다. 엄청나게 길고 긴 네냐플의 휴가에 이런 일이 굴러들어와서 유감이긴 하다만. "

히스파니에가 손에 든 편지봉투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머리를 벅벅 긁던 막시민은 귀찮은 듯 히스파니에의 손에 들린 편지를 힐끔 쳐다보더니 내뱉듯이 말했다.

" 망할 놈의 과제. 티치엘이 내준 것도 있구만. "

그러자 히스파니에는 피식 웃으면서 편지 겉봉을 보여주었다. 겉봉 한구석에는 '네냐플의 마녀'라고 적혀 있었다. 깔끔한 그녀의 필기체에 막시민은 히스파니에를 흘겨보며 말했다.

" 내가 워낙 천재들이랑 가깝다보니 의심이 많아졌어. 이해해주시지. "

" 네가 무슨 생각 하는 지는 알겠는데, 그렇다고 나를 의심하진 마라. 내가 뭐하러 레오멘티스 교수를 사칭하겠냐. "

" 이 여자가 자기를 네냐플의 마녀라고 칭할 일이 있을까요. "

" 그거야 자기 맘대로지. 일단 보기나 해봐라. "

막시민은 편지봉투를 찌익 하고 성의없게 뜯어놓고서 편지부터 읽었다. 그런데 편지 첫머리부터 그의 표정이 싹 바뀌기 시작했다. 첫머리를 다섯 번 정도 읽은 막시민은 곧이어 그 다음 내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그답지 않게 편지를 나름대로 깔끔하게 접어서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서 히스파니에를 바라보며 외쳤다.

" 나 아노마라드 남부에 있는 나르비크로 가요, 영감! 동생들 잘 챙겨줘보고! "

*

" 티치엘, 부탁이 있어. "

그녀는 우선 아버지의 표정을 읽었다. 그의 표정은 더없이 심각하고 급박해보였다. 티치엘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아버지를 응시한 채 말했다.

" 말씀하세요. "

" 지금 당장 아노마라드 남부의 나르비크라는 항구도시로 가줘야겠다. 이유는 일단 묻지 말고. 그리고 그곳에서 '액시피터'란 길드와 '슈왈터' 아저씨를 찾으렴. 슈왈터 아저씨는 잘 알고 있지? "

티치엘은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녀의 미소는 편안해보였지만 그녀는 편안하지 않았다. 단지 이런 표정을 보여주고서 아버지를 안심시킬 수만 있다면 무슨 연기든지 할 것이다.

" 네. 잘 알고 있어요. 그럼 갈게요. "

*

엘티보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렘므의 전통적인 날씨였지만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는 오늘은 왠지 더욱 춥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천천히 내리는 눈에 시선을 둔 채 중얼거렸다.

" ...맨날 겪는 날씨지만, 오늘따라 더 춥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야. 다들 무대를 준비하고 있으니까. "

언뜻 듣기에는 중얼거림이었지만 자세히 듣다 보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실제로 대답할 사람이 있었다면 그럴지도 몰랐다. 그러나 대꾸는 들려오지 않았고 소녀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 사실은 오질 않길 바라고 있었어. 행복할 수만 있다면 영원히 행복하길 바랬어. 그렇지만 해피엔딩은 찾아오지 않는 거였지. 어떤 식으로 막을 걷든, 그리고 다시 내리든 그게 꼭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거였어. "

언뜻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스쳐갔다. 하늘에서는 계속해서 눈발이 쏟아지고 있었다. 미소를 잃은 표정으로 소녀는 말을 맺었다.

" 그렇지만 가야겠지. 그녀가 준비해 둔 인생인걸. 배우는 시나리오에 맞춰 춤춰줄 수 밖에 없고 무희는 극장의 주인을 위해 춤추지. 그리고 이 삶도 안배니까 난 주인을 위해 춤춰야 해. 그러니까 곁에 있어줘. 당신은 나고 나는 당신이었지만 그건 모순이니까. 그러니까 그녀가 안배해둔 삶에 맞춰 무대에 올라가자...에브니아. "

 

 

 

안녕하세요, 세니카라고 합니다.

첫 소설이네요 ^^ 사실 생각은 꽤 많이 했었지만...제목도 급조했고(...)....제목을 생각해 둔 게 있었는데 분위기가 지못미...ㅋ

재미 없으셨을 것 같지만...ㅜㅜ 그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벨업이나 해야 되는데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그리고 제가 레벨이 낮아서 챕터가 아주 느린 상태라서 (그리고 룬/아 독자라서) 필요한 내용은 룬/아에서 갖다 붙이겠습니다!(...) 조언주실분 구해요...ㅜ.ㅜ 그리고 제가 손이 꽤 느린지라(작년부터 생각한 내용 ㅋㅋㅋㅋ) 연재가 들쑥날쑥해요! 이해좀...ㅜㅜ

꿈꾸다 지친 작은 새에서는 테일즈위버와 룬의아이들에서 나오지 않았던 캐릭터가 하나 등장합니다. 텔즈나 룬아에서는 나오지도 않는 주제에 주인공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룬아를 기반삼아 맞춘 소설이니(강조드리지만 저 챕터 거의 안합니다 ㅋㅋㅋㅋ 클장님 ㄳ)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은 댓글로 질문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전체 댓글 :
3
  • 티치엘
    네냐플 Love퍼플
    2010.02.15
    소설실력은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우리 소설방의 새로운 꿈나무가 생겼네요? 아.. 제 댓글이 너무 많이 달린 듯 싶네요 다른분들께 피해입힐까 전 가보겠습니다. 열심히 쓰세요!
  • 티치엘
    네냐플 Love퍼플
    2010.02.15
    그리고 사람이 대화할땐 " 이렇게 " 하는건데 밑에는 잘하셨는데 위에 조슈아와 막군 대화할때는 그리 되있더군요 그리고 한 사람이 말한 후 일때 즉 과거겠죠? 그때는 ' 이런 ' 이렇게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 티치엘
    네냐플 Love퍼플
    2010.02.15
    잘쓰셨습니다. 그런데 맨 위 문단. -여기-에 무슨 표현 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여기 는.. ( ) 를 하고 하면 좋겠구요 또 글마다 한칸씩 띄우세염. 그럼 글도 멋지게 보이실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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