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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une-5

네냐플 MagiC 2010-02-06 01:06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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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초순, 봄을 앞두고 파티가 꽤나 열리는 시즌이었다. 원래라면 오를란느에 콕 박혀서 아이들 가르치기나 할 지스카르가 이곳에 온것도 그것 때문이었다.(오를란느에서 여기까지 도보로 온것은 사소한 변덕이라고 생각하자.)


 "본의 아니게 하인역이 되었구만. 내 친구의 조카 정도로 데리고 가고 싶었는데."

 "실업자보다는 낫습니다."

 여타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농담일텐데, 이 사람이 말하면 진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좀 더 웃긴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두달동안 거의 하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젊은이가 늙은이 챙기는건 당연한거지. 란지에 군."

 "당신이 저보다 '훨씬' 건강합니다. 그리고, 본명은 웬만하면 안 부르시는 건?"

 "이런 불법적이지 않은 자리에서 본명 안쓰면 어디에 쓰려고 하는건가."

 "글쎄요. 불법적이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속이죠. 아, 여기가.."

 

 


 어느새 파티를 여는 폰티나 공작가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차에서 내리고, 그저 서있는 란지에를 대신해 지스카르가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초대장을 건넸다ㅡ 멍하게 서있던 경비병은 화들짝 놀라더니 안내하기 시작했다.

 "...자기 마차를 안타고 오는 귀족은 지스카르님 한분 뿐이겠죠."

 "그러니까 경비병이 저렇게 놀라겠지. 경비병의 지루한 일상을 타파시키기 위한 활력소라고나 할까."

란지에의 어투가 미묘하게 극존칭으로 바뀌었다. 애초에 하인으로 말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지스카르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원래라면 걸어오려고 했다네. 길도 못찾는 제자덕에 길만 잃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겠지."

 "...항상 맨 앞에 가시던 분이 어디에 누구시더라.."

 여행지의 상점가는 가봐야 한다면서, 오늘 입을 예복도 마련할 겸(다시 말하지만 오를란느에서 여기까지 도보 여행이었다. 예복같이 불필요하고  부피 크고 관리 어려운것은 도보여행할때 필요 없다면서 지스카르가 짐에서 빼버렸다.) 란지에를 끌고 번화가에 간것이 다섯시간 전, 정오 약간 전이다. 그리고 터무니 없게도, 길을 잃었다ㅡ분명히 일직선으로 난 길이었는데,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켈티카의 번화가에는 마법이라도 걸려있는걸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그리고 마차 다니는 길을 찾아 동분서주하다가, 하나를 골라잡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많이 걷고 굶은 덕분에 파티 음식을 양껏 먹을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데."

 "손해 많이 본것 같습니다만."

 란지에가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굶는거야 익숙하지 않나."

 "먹으실래요, 굶으실래요?"

 

 돈 없어서 굶은적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돈 있음에도 불구하고 굶은적은 이번이 처음인것 같다.

 "음. 때에 따라 다르지."

 "99.9%로 먹겠군요."

 "그렇지."

 이게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굶은 사람의 박력이란 말인가. 란지에 본인이야 지금 온몸에 힘이 없다. 굶으면서 걸어다니면 이렇게 된다..

 

 그리고 위화감 없이 파티장 입성, 몇명의 귀족들은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수다를 떨고있다ㅡ 아는 사람이 있나 살펴봤더니..?

 "아.?"

 

 

 

 

 

 

 

 

 

 

 

 

 

 


 "진심이냐?"

 

 

 

 조슈아가 막시민에게 '오늘 파티있으니까 가자.'라고 말하자마자의 반응이다. 농담이나 반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칠 기세라 잠깐 움츠러들었다.

 "역시, 갈 사람이 없는건가."

 막시민의 살기에 무의식적으로 한걸음 뒤로 빠진 조슈아가 중얼거렸다.


 우선, 아르님 공작가는 샤를로트 공녀에게 도움을 줄것을 약속했다.(그때 있었던 일을 약속이라 말할 수 있다면야,) 고로, 적어도 오를란느의 크라레트에게 향하는 도움은 막아줘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귀족들과의 만남이 필수, 즉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

 조슈아야 매력이 철철 넘치는 스타일에다가 언변도 장난 아니니 중립 귀족들을 설득하는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이 있다면, 아르님 공작가에는 사교계에 관심있는 사람이 없다는것.


 리체는 아르님 공작가 사람이 아니고,(위조해서 내보내자니 리체 본인의 연기력은 바닥중 바닥이라. 거기에다가 귀족을 대하는 예절도 그리 좋지는 않다.) 샤를로트 공녀는 참석하지만 어차피 말을 많이 해서는 안되는 입장이다, 정찰 겸 설득용으로 같이 다니기는 할테지만 정체를 최대한 숨겨야 하기 때문에, 목소리조차도 드러내서는 안되는 입장의 그녀다.

 현 아르님 공작 프란츠 폰 아르님은 무인에 가까워서 파티에 가는것을 내켜하지는 않는데다가, 그의 아내이자 조슈아의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밖으로 잘 나갈 수조차 없다.

 최후의 보루는 막시민인가.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도록 그를 설득할 가능성은 제로에 한없이 가깝다.

 거기에다가 시킬 일이 몸단장 류의 일이라면 그 난이도는 백텀블링을 하며 헤드스핀을 하는 것이나. 혹은 샤워하며 노트에 필기하는 것. 혹은 젓가락으로 죽먹기. 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그렇다고 파티에 혼자 나가는 것은 왠지 도마위에 올려진 생선 신세가 되는것 같아 싫다.

소문에 대한 진상을 파악한다나 뭐라나 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귀족도 있을테고..

 


 "애초에 무리야."

 리체가 좌절하는 조슈아에게 친절히 충고했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은 높이 사주겠지만."

 아니, 절망시키려는 건가.

 

 

 

 

 

 

 

 "비책 같은것은 없을까. 사람들에게 주목받는거 진짜 싫다고.."

 그렇게 정오가 넘어 식사를 하기 위해 다들 모였을때ㅡ공작과 공작부인은 빼고ㅡ 조슈아가 말했다.

 "아는 사람 한명 꼬셔서 대화상대로 붙잡는건?"

 공녀의 조언.

 "아는 사람이 없어."

 조슈아는 안타깝게도 귀족쪽의 인맥이 상당히 적다. 친한 귀족이라고 해봐야. 범위를 아주 넓게 잡아도 귀족 급의 지위를 가진 루시안밖에 없다. 일단 거기에 삼일 전 알게된 샤를로트 공녀는 빼고.


 "왕따의 말로로군."

 

 "리체, 크리티컬 히트."

 조슈아가 말했다.

 "참내, 그 주제로 네시간 넘게 중얼중얼. 지겹지도 않냐."

 "애초에 당신이 같이 가줬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행동결핍증 환자씨."

 그리고, 갑자기 환청이 들려왔다,

 

 

 

 


 "ㅡ알았다. 가줄게. 시끄러워서. 나원."

 

 

 

 ...환청이 아니잖아?

 

 

 

 

 

 

 

 

 

 

 

 


 

 

 

 

 

 

 

 

 

 

 

 머리카락들을 정리해 짧아보이게 만들고 헐렁한 검은 정장으로 몸의 굴곡을 최대한 가린다. 가슴쪽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만 전문적인 변장도구가 없는데다가 시간도 부족한터라 일단 운에 맡겨야했다.

 굽 높은 구두안에 깔창을 하나깔아 키를 높이고 연습삼아 몇걸음 걸어본다. 여자치고는 큰편인 168cm의 키인터라, 171cm까지는 키를 위장 할수 있었다. 21살의 남자치고는 작은 키이기 때문에, 혹시 묻는다면 16살이라고 말할 터였다.

 어차피 남자치고는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테니, 아예 나이를 어리게 위장하는 것이다.

 조슈아를 형이라고 불러야 할테지만 원래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다.(막시민과 리체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대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던 것이다.) 오빠라고 불러야 할것을 형이라고 바꿔 부르면 되는것이다...

 뭐, 어색할테니 되도록 안부를 생각이다.

 

 파티에 참석하는 신분은 조슈아의 친구의 동생정도로 정해졌다. 사실 조슈아가 워낙 독특한 귀족이기 때문에 친구로 거지(..막시민?)을 데리고 있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것 이라는게 모두의 의견이었다. 그러므로 가장 무난한 신분을 선택.


 "가볼까."

 사뭇 긴장된 모습으로 걸어 로비로 내려간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구두굽과 대리석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여어. 누가봐도 여자인줄 모르겠는데."

 "....칭찬이냐..?"

 로비에 내려가자 마자 광속 태클! 말투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막시민이 분명했다.


 "그쪽도. 누가봐도 막시민인줄 모르겠는데."

 "칭찬으로 받지."

 아. 알아서 생각 하세요. 원래 칭찬이었습니다.


 항상 난잡하게 어지러져 있던 긴 갈색 머리카락은 어느새 조슈아가 약간 자른듯, 조금 짧아져 있었고, 윤기 없던 갈색머리카락은 어떻게 했는지 윤기있고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샤기컷 비슷하게ㅡ작가 왈)


 안경은 어디갔는지 없었고, 꼬질꼬질(....!)하던 얼굴은 드디어 본연의 모습(백옥같은 피부, 까지는 아니지만 하얀 편.)을 보이고 있었다.

 옷이야, 공작가의 최고급 정장이니까. 상당히 멋졌다.


 "평소에 그러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사치."

 "...씻기라도."

 "고려하지."

 그러고는 막시민이 말했다.


 "문제는 생김새가 아니잖아. 어차피 귀족이 아닌 역할이니까. 연기에는 자신 있어?"

 "글쎄. 세세한 연기는 못하겠지만. 대략은 할 수 있어."

 "그런가. 조금 어색하다면 평민으로써 귀족의 파티에 참여해서 그런거라고, 얼버무려,"

 너무 허술한 방비같다는 생각이 든다. 최우선책은 일단 의심받지 않는것이니까. 표정관리에 신경쓰고 웬만하면.

 "네가 나서서 주목을 유도해야돼."

 "맡겨줘. 본의가 아니긴 하지만 여태껏 해낸 일중 99%가 그거거든."

 "듬직하군."

 

 

 큭큭, 조슈아가 웃고는 아주 쾌활한 목소리로 선언하듯 말했다.

 "자, 그럼 오를란느 반란 진압군의 첫 임무를 수행해볼까ㅡ"

 위기감 없는 녀석! 막시민이 그렇게 생각한뒤에 분노를 진정시키고 말했다.

 "어련하시겠냐. 이 23살 먹고도 꼬마같이 구는 아이는 내가 잘 돌볼게. 걱정하지 말기를. 리체."

 그러고보니 리체는 저기 구석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 만담을 지켜보고만 있었다ㅡ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너희 세명 다 걱정이야! 어쩐지 이번에도 터무니 없는 일에 말려든것 같단 말야..!"

 

 

 

 

 

 

 

 

 

 

 

 

 

 

 

 

Rune은 개그지향적 소설입니다. 웃기면 ㅋㅋㅋㅋ라도 댓글에 달아주시길.

그럼 작가는 기뻐서 글을 더 많이 쓰겠죠<<확신못함.

전체 댓글 :
2
  • 이스핀
    하이아칸 sta센티나tks
    2010.10.15
    첫편인가 "오 마이 갓"은 좀 아닌것 같은데요
  • 이스핀
    네냐플 갈래귀
    2010.02.06
    주제는 심각해보이는데 개그라..어려울거같은데 의외로 정말 잘하시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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