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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리고……. : 하나★

하이아칸 푸른별빛、 2010-01-06 16:07 662
푸른별빛、님의 작성글 3 신고

 


***

 

 "야, 진짜 안경알 안 내놓을래?"


 이해가 안 된다, 이 말씀이야. 어? 야, 생각을 해 봐. 니가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어? 이런 일은 너한테 절대 용납 안 되는 거 알아, 몰라? 너 시치미 떼는 거 다 알아. 안경알도 네가 그저 그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지. 잃어버린 거 아니라는 거 다 알아.

 

 이런 속터지는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쟤는 아까부터 죄 없는 깔개를 가지고 팔랑팔랑 흔들고 있다. 내가 방금 전에도 찾아봤을 때, 거긴 텁텁하게 쌓인 먼지 밖에 없었지 진짜 별 다른 거 없었다. 어? 먼지? …내 눈 앞에서 아주 먼지가 덩어리져서 하늘하늘 날아가고 계신다.

 

 "…그 깔개 다시 제대로 안 깔아 놓을래. 먼지가 구멍이란 구멍으로 다 들어가잖아, 이 멍청아!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멀뚱히 날 쳐다보면서 샐쭉 웃길래 난 쟤가 오랜만에 내 말 좀 제대로 들어주나 했다. 근데 이거 웬걸, 니가 청개구리냐? 아주 좋아라 깔개를 팡팡 쳐댄다. 전에 침대를 팡팡 쳐대며 웃었던 것처럼. 그래서 결국엔 깔개를 홱 낚아채 바닥에 잘 깔아놨다. 먼지가 정말 장난 아니다. 근데, 내 안경알 진짜 어딨니.

 

 "어렸을 적 그냥 흘리듯이 한 말도 다 기억하는 녀석이 이걸 어디다 뒀는지 잊어버려서 잃어버렸다는 게 말이나 돼?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고."

 "왜, 나도 사람인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러곤 다시 샐쭉 웃는다. 꼭 저 같이 웃는다. 저러니 내가 속 터지고 복장 터지고 그러지. 안 터지고 배겨? 아악! 저 자식은 맨날 이러고 논다. 그 놀이에 희생양이 왜 내가 되어야 되느냔 말이야. 왜, 왜, 왜! 도대체 왜!
 안 그래도 부스스한 머리를 꽉 부여잡고 절규를 하는 마냥 허리를 푹 숙이고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데굴데굴 굴러다녔더니 흐흐흐, 하고 웃더라. 넌 재밌냐? 재밌으시겠지. 그래, 웃어. 웃으라고. 야, 근데 즐길만큼 즐기지 않았냐? 이제 좀 내놔라, 응?

 

 "막시민."

 

 이제 주나 봐. 드디어 저 녀석이 날 불쌍히 여겨 이 놀이를 그만 끝내려고 하는구나. 자, 여기. 하면서 참 인자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한테 건네주겠지. 이거 고마워서 어쩌냐. 고마워요, 고마워요 하면서 눈물이라도 주륵주륵 흘려줘야 되려나? 응? 어떻게 해줄까. 다음부턴 안경을 내가 숨겨놓던가 해야지, 어떤 도둑놈 보다도 이 녀석이 제일 무서운 거 같아.

 

 "너 진짜 재밌다."

 

 응, 그래. 칭찬 고마워.

 

 "……."

 "……."

 

 응?


 
 "왜 날 그렇게 봐?"

 "…끝이야?"

 "뭐가?"

 "할 말이 그게 다냐고."

 "응. 뭐, 더 해야 돼?"

 

 내가, 이래서 진짜…! 결국 참다 참다 못해서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녀석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후련하게 쳐버렸다. 꽤 둔탁한 소리가 난 것 같지만 저 녀석이 나한테 한 짓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암, 약과이고 말고.

 

 어떻게 저렇게 사람을 농락할 수가 있지? 씩씩거리며 녀석을 째려보자니 녀석은 나한테서 맞은 뒤통수를 부여잡고 이보다 더 놀랄 순 없다, 는 표정을 지어내고 있었다. 저딴 순진한 표정에 절대 안 넘어간다, 이거야. 봐줄 때까지 봐줬어. 이젠 안 봐 줘, 인마. 사람이 좋은 말 할 때 순순히 굴어야지. 아주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지가 왕인 줄 알아. 니가 공작님인 건 알겠는데, 이러는 건 곤란하다, 이 말씀이다.

 

 "왜 때려!"

 "당장 안경알 내놔."

 "왜 때리는데?"

 "안경알 내놓으라니까?"

 "왜 때리냐고."

 "야, 안경알…,"

 "몰라, 그딴 거. 내가 아까부터 말했지. 잃어버렸다고. 한 쪽 내줬으면 됐지 나한테 왜 자꾸 그래? 잃어버린 걸 어떡해. 내가 뭐 만들어 와야 해? 내가 그럴 재주가 없는데?"

 

 …날 닮아가는 게 확실하다. 배울렴 좋은 걸 배워야지 그 되도 안 먹히는 화법을 배우고 난리냐. 것도 스승님한테 써먹다니, 넌 글러먹었어.

 

 "야. 안경알은 두 개 있어야 쓸모가 있는 거야. 눈이 왜 두 개겠어? 하나가 없으면 쓸모가 없어지니까 그렇지. 안경알도 같은 이치야. 이것도 하나가 있으나 마나잖아. 근데 그걸 한 쪽만 내놓고 손 털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눈은 하나로도 쓸모 있어."

 "쓸모야 있겠지, 근데 불편할 거야. 예를 들어, 그 물체가 눈의 맹점에 맺히면 어떡해? 그럼 그걸로 끝인 거야. 알아? 눈이 두 개인 건 서로의 맹점을 보조해주기 위해서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얘기가 왜 나와."

 "뭐…니가 물어봤잖아!"

 "반박한 거지."

 "아, 그거나 그거나."

 "물어본거랑 반박은 달라."

 


 …말을 말자.

 

***

 

막시민의 안경알은 어디로 갔을까요.

전체 댓글 :
3
  • 막시민
    네냐플 농약맛제리
    2010.01.11
    ㅋㅎㅎㅎㅎ 정말 재밌게 보고 가요~^^ 막시민의 안경알이 어딨을지 은근히 기대되는난 뭐지.ㅋㅋㅋㅋ
  • 이스핀
    네냐플 갈래귀
    2010.01.07
    푸합 조슈는 저런성격하고 거리가먼것도 같은뎁 ㅋㅋ근데 너무우낌 ㅋㅋㅋ막군한테서 드디어 배운듯 ㅋ 역시 학습능력하나는 ㅋㅋ
  • 보리스
    네냐플 〃일진、〃
    2010.01.07
    허허, 소설이 되게 재밌네요?! 형식을 재밌게 하시려나봐요 +_+ 음... 막시민의 안경은 조슈아의 눈속에서 렌즈로 있다?!(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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