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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Tales Weaver C1 #3

네냐플 네온천사v 2009-03-14 11:42 437
네온천사v님의 작성글 3 신고

Tales Weaver

Chapter 1 "The Vortex"

 

-

 

네냐플 기숙사 도토리 빌라에는 다섯 명이 둘러앉아 있었다.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창문과 문이 모두 닫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문은 빗장까지 질러져 있었다.

 

"그러니까 오를란느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네냐플이었다?"

"네."

"그 말을 누가 믿냐!"

 

 막시민이 발끈하자 소녀의 위협(?)을 감지한 조슈아가 일어나서 막시민을 말렸다. 간신히 진정한 막시민은 다시 자리에 앉아서 이스핀의 얼굴을 뜯어봤다. 소녀이기는 해도 머리카락이 짧았기에 마치 소년같은 용모였다. 어디 가서 남자라고 해도 상관없을 듯 했다. 한 마디로 중성적인 용모랄까. 중성적인 용모는 란지에를 비롯해 주변 인간들이 꽤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를란느에서… 샤를로트 공녀가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시 그것과 관계된 것입니까?"

 

 란지에는 예의바르게 물었지만 이스핀인 대답을 해야하는지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 속에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란지에는 다시 말을 꺼냈다.

 

"말하고 싶으신 것 같지는 않군요. 굳이 대답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관련은 있지만,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네요."

 

 말을 마친 이스핀은 그 때까지 쓰고 있던 빨간 베레모를 벗어 무릎 언저리에 올려놓았다. 그제서야 알았지만 베레모에는 꽤 여성적인 프릴장식이 달려있었다. 그 프릴에 눈이 간 란지에는 놀란 표정이 되었다.

 

"프릴이 달린 베레모는 오를란느 사교계에서 유행하는 것이라 들었는데… 혹시 귀족이십니까?"

"아니,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빨간색은 오를란느의 색, 그리고 귀족들만 쓰는 값비싼 프릴… 상당한 고위 귀족이 아니면 착용은 커녕 소지조차 할 수 없는 모자일텐데요."

 

 란지에의 현실적이고 예리한 지적에 이스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때 란지에는 묘한 것을 발견했다. 이스핀이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는 분명 평범한 펜던트가 아니었다.

 

"잠깐 실례."

 

 그 때까지 말없이 앉아있기만 했던 이솔렛이 이스핀의 펜던트에 손을 댔다. 이스핀이 놀라서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는 순간 이솔렛의 입에서 짧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신성 찬트였다.

 

"…!"

 

 찬트에 반응한 것인지 펜던트의 노란 보석이 빛을 내었다. 이윽고 이솔렛이 찬트를 끝내자 빛도 서서히 사라졌다. 펜던트에서 손을 뗀 이솔렛이 물러나서 앉으며 말했다.

 

"신성 찬트에 반응하는 것으로 봐서 상당한 능력의 마법아이템인 것 같네."

"…그게 당신의 찬트인가요?"

 

 물은 것은 조슈아였다. 이솔렛이 조슈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조슈아는 놀란 고양이 같은 눈을 했다. 투명한 분홍빛 눈동자가 찬트를 부르고 나니 강렬한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곧 가라앉았다.

 

"그래. 리프크네 군은 바이올린으로 하지만, 난 노래 자체로 할 수 있지. 그게 진짜 신성 찬트인거지."

"보리스도 찬트를 배웠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네요."

"자세히는 말할 수 없어. 약속이니까."

 

 잠시 대화가 오고간 뒤 그들은 다시 이스핀쪽으로 눈이 갔다. 이스핀은 그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면서 동시에 궁금한 표정이었다.

 

"조금 전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란지에가 말을 꺼내자, 이스핀은 다시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상당히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그 때, 문고리를 잡아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문이 잠겨있는거지?"

 

 보리스의 목소리였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조슈아가 보리스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채고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 보리스가 밀려들어왔다. 다섯 명이나 모여있는 광경을 보고 보리스의 표정은 평온하지 않았다. 특히 이스핀을 보더니 보리스의 표정이 다시 바뀌었다.

 

"당신은 실버스컬에서…"

"!"

 

 무언가를 짐작한 이스핀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보리스는 그녀를 당황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쯤에서 말을 그쳤다. 그러나 막시민은 이스핀의 상황같은건 이해할 필요도 없다는 듯 말했다.

 

"뭐야? 하기 시작한 말을 끊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막군, 이스핀 양이 하기 싫어하는 말인데 그렇게 하면 안돼."

"…네 녀석은 왜 내 편은 안 들어주냐?"

 

 투덜거리던 막시민이 조용해지자 결심한 듯이 이스핀이 입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전… 오를란느에서 어떤 사건에 휘말렸고, 그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가 됐죠. 그래서 저는 그들의 손에 죽느니 스스로 죽는 것을 택했고, 절벽에서 뛰어내렸어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깨어보니 이곳이더군요. 저도 뭐라 설명할 수가 없어요. 단지… 뛰어내리기 전부터 펜던트가 빛을 내고 있었다는 것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마지막 말에 무언가를 느낀 조슈아가 말했다.

 

"펜던트가 빛났다면, 그 펜던트가 당신을 지켜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잖냐."

"들은 적이 있는데, 강한 마력을 가진 마법아이템이 소유주를 지켜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

"…불가능한 경우는 아니죠."

 

 란지에의 진홍빛 눈동자가 잠깐 빛을 낸 것 같았다. 조금 가깝게 다가앉은 란지에가 이스핀에게 말했다.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라면 평민은 아니겠군요. 당신이 오를란느에서 가지는 위치는 무엇입니까?"

"샤를로트 비에트리스 드 오를란느."

 

 말을 꺼낸 것은 이스핀이 아닌 뒤에 서있던 보리스였다. 그 때까지 말을 들으며 서있던 보리스가 그 말을 하고 다가와서 앉았다.

 

"그렇다는건… 당신이 바로 실종된 오를란느의 공녀?"

 

 조슈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인물이 눈앞에 있으니 당연한 얘기였다. 이스핀, 아니 공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맞아요. 제가 샤를로트입니다."

"…이건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오를란느 공녀나 되는 사람이 이런덴 왜 와?"

"조금 전에 말했잖아. 목숨을 위협받는 처지라고."

"아."

"…상황설명을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만."

 

 란지에의 말이 끝나자 잠시 머뭇거리던 이스핀은 상황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세하지는 않았지만 대강 내용을 간추려보면 대공의 동생, 즉 이스핀에게 숙부가 되는 크라레트 공작이 꾸민 계략에 호위 기사 두 사람이 행방불명이 되어버렸고, 자신은 절벽 끝에 내몰린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뛰어내렸다는 것이었다.

 

"절벽에서 뛰어내렸더니 네냐플이라는 상황은 어쩐지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

"그렇겠죠. 그것은… 왠만한 마법으로도 힘든 일이니까요."

"아티펙트라면 가능할지도."

 

 보리스는 가끔씩 알 수 없는 말을 던지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한 말도 꼭 그런 종류인 듯 했다. 낯선 단어가 들어있었으니 당연히 질문이 튀어나왔다.

 

"그게 뭐야?"

"…내가 아는 사람이 가르쳐준 거지. 상당히 강한 마력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주인을 선택한다고 들었어.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지. 공녀의 펜던트가 아티펙트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야."

 

 눈을 보니 거짓이나 지어낸 말 같지는 않았다. 하긴 보리스는 원래 거짓말을 잘 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생사를 가를만한 거짓말 외에는 말이다. 사실 거짓말을 안 한다기 보다는 거짓이나 사실 둘 중 하나로 판단되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고 봐야하겠지만.

 

"그렇다면 조사해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보리스, 아티펙트에 대해 가르쳐준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아니. 하지만 헤어졌을 때, 아노마라드로 간다는 얘기는 들었어."

"너무 광범위하잖냐. 아노마라드는 엄청 넓다고."

"아노마라드 남부라고 했지. 그리고… 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

 

 막시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언니'라는 단어에 반응한 모양이었다.

 

"언니? 그럼 여자냐?"

"일단은."

"넌 도대체 아는 여자가 왜 그리 많아? 저 찬트쓰는 사람에, 오를란느 공녀, 아티펙트 여자…"

"겨우 셋 가지고 많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이 바보야, 그 세 명은 전부 평범한 인물이 아니잖아."

"아, 그런가."

 

 괜히 끼어들었다가 좋지 않은 대답만 들은 조슈아는 멋쩍게 고개를 돌렸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여름인데 문을 다 닫아뒀으니 더운건 당연했다. 결심한 조슈아가 일어서서 창문을 열자 가벼운 바람이 들어왔다. 그 때까지 문을 닫고 얘기하던 소년소녀들도 바람 덕분에 조금 기분이 풀린 듯 했다.

 

"아노마라드 남부… 아직 범위가 넓긴 하지만, 그래도 아노마라드 전역보다는 좁군요. 그리고 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면, 자매를 찾으면 될 것 같네요. 제가 힘써보도록 하죠."

 

 란지에의 말에 보리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조슈아가 팔을 올렸다. 그가 입고 있던 사복의 소매가 흔들렸다.

 

"나도 도울게. 아르님 가문의 정보망을 쓴다면야… 아, 그 사람의 이름을 알아야 조사할 수 있잖아?"

"…나야트레이."

"곧 좋은 소식을 줄테니까 기다려. 난 여기 있는 사람 모두 휴학신청을 해두고 준비해서 갈게."

 

 조슈아가 일어서서 문을 열고 나가자 다시 방이 조용해졌다. 다들 조슈아의 집안이 가지고 있는 정보망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면… 조군을 따라가는 수밖에 별 방법이 없겠구만."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두 번인 것을 보니 아노마라드 사람인 듯 했다. 조슈아가 없으니 목소리로 사람을 구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문을 열어보니 또다른 룸메이트, 루시안이 서있었다.

 

"헤헤- 나 돌아왔어."

 

 칼츠 가문의 후계자인 루시안은 보리스와 함께 휴학을 선언하고 따로 여행을 다녔었다. 그런데 보리스는 비교적 빨리 여행을 끝냈고 마무리를 짓느라 늦었지만, 루시안은 이제서야 돌아왔다. 보리스보다 하루 정도 늦었다는 것은 무언가 이유가 있을 터였다.

 

"…어디로 갔길래 늦은거지?"

"그건 비밀이야. 네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도 비밀이 있으니까."

 

 오랜만에 듣는 장난스런 어조가 반가웠지만 왠지 예전과는 달라져있었다. 장난꾸러기 소년의 인상을 주던 제멋대로 삐쳤었던 금발은 단정하게 손질이 되어있었고, 고생을 모르고 자란 부잣집 아드님에 걸맞던 순진한 푸른 눈은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미약한 변화였지만 비슷한 변화를 겪었던 보리스나 란지에는 그것을 바로 알아챘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구나."

 

 말한건 이솔렛이었다. 이솔렛을 본 루시안은 헷갈리는 표정이 되었다. 그도 이솔렛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녀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처음보는 또다른 두 사람, 즉 이스핀과 란지에를 보고 표정이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없는 동안에… 사람이 늘었네."

 

 루시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얼마 전에는 어두워진 표정도 나름 귀여웠지만 지금은 성숙한 어른 같았다. 무슨 일을 겪었길래 이렇게 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단 그들은 짤막하게 인사를 나눴다.

 그 때, 마법으로 증폭된 목소리가 울렸다. 대륙 전체에 방송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광범위하게 하기 위해서는 꽤 여러 사람이 필요할 듯 했다.

 

"대륙 내의 모든 학원에 알립니다. 올해 6월 말에 아르님 공작가문에서 '아르마다 챔피언십'을 개최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종목은 검술과 마법 두 가지로, 모든 학원에서는 3명 이상의 학생을 선발하여 출전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해당되는 학원은 각 종목에서 뛰어난 학생을 적어도 3명 이상 출전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출전 접수는 비취반지 성 입구이니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난데없이 들려온 검술 및 마법대회 개최 소식에 다들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더 놀란 것은 그것을 개최하는 것이 아르님 공작가문, 즉 조슈아의 집안이라는 것이었다. 그 때 조슈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르마다 챔피언십은 페리윙클의 아르님일 때 가끔씩 개최했던 대회야."

"그런데 대륙에서 왜 그걸 열어?"

"정보망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야. 이렇게 대회를 개최하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거고, 그렇게 된다면 아노마라드 남부에 사는 자매에 대해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들이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단서를 맞춰가던지. 좀더 좋은 상황으로는 그들이 직접 나타나는 거라고 할 수 있을거야."

 

 조슈아의 똑 부러지는 설명에 란지에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수긍한 표정이었다.

 

"괜찮을 것 같군요. 아노마라드 남부를 뒤지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난 대회준비하러 비취반지 성에 갈게. 참고로 휴학을 한 것은 우리 전원인데, 교장선생님은 이번 아르마다 챔피언십에서 이솔렛 양과 보리스를 출전시킨다고 했어. 나머지 한명은 아마 티치엘이 될 것 같아. 뭐, 이쯤하고 난 가볼게."

 

 조슈아는 등을 돌려서 다시 나갔다. 그들은 아무런 대화없이도 짐을 싸기 시작했다. 워낙 오랫동안 같이 지내서인지 별다른 말이 없어도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알았다.

 

"가볼까…"

전체 댓글 :
3
  • 조슈아
    하이아칸 쥬앙페소아
    2009.03.15
    도토리가 다섯명 있다고 한줄알았다 ㅎㄷㄷ;
  • 막시민
    네냐플 youkill호욱
    2009.03.14
    여전하시군요 소설 잘쓰시는것같아요
  • 나야트레이
    네냐플 『혼원일기』
    2009.03.14
    거의 룬의아이들 많이 읽으셧나 보네 저도 룬아 많이 읽었어요 윈터러7권 데모닉8권 다요! 근데 이건 룬아 풍이 너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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