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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스터(Master) - 12

네냐플 Bluelist 2007-08-16 09:46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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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한 준비들>



시에르는 이미 알바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현재 시에르가 하기에 가장 적당한 일이 바로 알바였다.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할 만한 것이 그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바가 아직 덜배운 학생들에게 먹히는 것이다.

 

시에르에게 집은 사실 필요없는 상황이다. 한서불침(寒暑不侵)! 이라는 체온유지에 강한 포유류의 극강을 보여주는 몸 때문에 밖에서 자도 상관없다. 밥은 하루 한끼로도 버틸 수 있다. 비상시에는-거의 없을 상황이지만-굶어도 된다. 하지만 옷은 좀 필요할 것 같았다. 지금처럼 검은 양복만 계속 입고 돌아다니다가는 정말 건달이 될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알바였다.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알바는 시에르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인관계. 사람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 혼자 살다간 외로워서 자살할지도 모른다. 그런 사례도 많이 있긴 하고. 무림(武林)에는 사람이고 뭐고 몇 십년동안 한 연무장에만 틀어박혀서 무공만 수련하는 미친 것들도 있긴 하지만 시에르는 그런 괴물 축에는 끼지 못했다-거의 다 10년을 못 버티고 나와버렸다-. 건달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건달이라는 것 자체도 그랬지만 일단 친하게 지낼 수 없을 듯 했다. 하지만 알바라면 같이 일하는 사람이 있을터. 어찌되었든 같이 하다보면 말도 자주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만 된다면 사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라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도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그나저나 참 이상한 곳으로 떨어졌단 말야.’

 

이 세계에서는 무공도 없고 마법도 없었다. 하지만 힘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무공과 마법 대신 이 곳에는 기술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기술을 생각하면 시에르 자신도 결코 강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의 ‘몸’을 단련시키는 무림과 대륙과는 달리 이곳은 무기가 엄청난 힘을 가졌다. 그러니까 그 중에서도 강력한 무기만 가지고 다룰 수 있다면 누구든 시에르와 맞설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은 무기를 소지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모양이군. 그럼 안심이지.’

 

간혹 몸을 키우는 사람도 있었으나 아무래도 내공이나 마나가 없는 이상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몸 속에 내공을 쌓는 법을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몇백년 전에는 있었던 것이 왜 이렇게 사라져 버렸는지 의아할 뿐이였다.

 



먼저 옷을 구입하기로 한 시에르는 돈을 주머니에 두둑히 넣어서는 옷가게로 들어갔다. 옷을 구입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정말로 철저히 시에르의 취향에 맞추어서 사게 되었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점원의 태도였다. 맨 처음에 엄청난 옷의 양에 감탄하며 한 옷을 집어들었을 때부터 점원은 ‘정말 잘 어울리세요.’라는 말만을 되풀이하는 것이였다. 처음 옷을 집어들었을 때는 그 말에 정말 어울리는지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아무래도 취향이 아니였다. 그렇게 마음에 들 때까지 대략 10개 쯤 집었다가 다시 걸어놓았는데 그 때마다 어울릴 거라고 얘기하는게 가식인 것이 딱 티가 났다. 나중에는 그래도 양심이 있는 모양인지 조금씩 잦아들다가 시에르가 째려보자 움찔한 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시에르는 아랫도리, 윗도리에 신발까지 샀다. 마음에 드는 것 하나는 탈의실이 있다는 것 하나였다. 옷을 구입하고서는 나가서 적당한 곳-쓰레기더미-에 건달이 입던 옷을 던져버렸다. 문제는 검이였는데 그나마 전에는 나았는데, 평상복에 카산드라를 차니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가까운 백화점에 들려서 아주 큰 가방-등산용으로-도 하나 샀다. 물론 들어갈 것은 검 하나였다. 큰 가방에 꾸역꾸역 넣고서 시에르는 다시 길을 떠났다. 등산용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할 일은 집을 구하는 것. 시에르는 그저 주변에 있는 모텔에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싼 방으로 하나 잡아두었다. 하지만 100만원으로는 두 달도 있을 수가 없었다. 하루에 2만원. 그나마 인심 좋은 주인아저씨의 배려였다. 하지만 일단은 주거공간이 필요할 뿐 별로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분명히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짜피 잘 때를 제외하고는 별로 방에 있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았다. 시에르는 검을 방에 놔두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빌라를 나와 도심으로 나갔다.

 

도심은 정말 복잡했다. 당연히 땅에 비해서 너무많은 인구가 문제였는데, 처음 겪어보는 시에르는 이 복잡한 곳이 싫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소음도 엄청나게 들려왔다.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청각이 싫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몰려서 느릿느릿 가고있는 자동차는 도저히 말보다 빠른 기계로 보이지 않았다. 몰려 있는 사람들도 보기 거북했다. 시에르는 능력껏 빠르게 피해가고는 있었지만 이래서야 산책 같지도 않았다.

 

“일단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텐데······.”

 

건달들의 기억에 있던 것처럼 가장 흔한 것은 편의점에서 점원을 하는 것이였고, 시에르도 그러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시에르가 하려는 알바는 정식 직업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였으므로 절차도 간단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가게 유리창에 ‘알바 구함’ 쪽지가 있었다. 생각보다 많아 시에르는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1시진-많이도 돌아다녔다-이나 돌아다녀 거의 한 동네에 있는 알바점을 파악한 시에르는 패스트 푸드점에서 일하기로 했다. 전혀 ** 못한 새로운 음식에 호기심이 든 탓이다. 알바하면서 하나씩 먹어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였지만.

 

그런데 바로 거기에서 시에르의 알바 계획은 탁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 가게 사장에게 말해보니, 몇가지 얘기를 한 후에 이력서를 줘 보란다. 당연히 이력서가 없어서 가만히 있으니 사장은 이력서를 써 오라고 했다. 왠만한 문구점에만 가도 오백원이면 산다는 것이다. 사실 이력서가 뭔지도 모르고 샀기 때문에 일단 주변 문구점에서 이력서를 받아든 시에르는 순간 얼어버렸다. 이력서에서 원하는 것은 이름, 주소, 주민번호, 가족 등이였는데 주민번호는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던 데다가 이름에 ‘시에르 드 루이테’ 혹은 ‘패천마주(霸天魔住)-중원에서 아는 이름은 별호(別號)뿐이였다-’라고 썼다가는 미친놈 취급을 받을 것이다. 차라리 시에르는 이 기회에 이 세계에 맞는 자기자신을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짜피 많은 사람들과 부딫칠텐데, 그 때 철저히 이쪽 세계의 사람으로 보여야 했으니까. 이력서 말고도 필요한 것은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아야 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이름이야 대충 알고 있었지만, 예를 들어 주민등록번호 같은 경우 그것이 만들어지는 규칙만 알고 있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주민번호는 흡수한 기억에 있는 건달의 주민번호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물론 자칫하면 혼돈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름 : 진성태(眞星太)

나이 : 29-앞으로 1년마다 1씩 추가됨-

성별 : 남자

주민등록번호 : ☐☐☐☐☐☐ - ☐☐☐☐☐☐☐

주소 : 원래부터 고아였으며 기댈 친척도 없음. 따라서 노숙 및 모텔 등에서 버팀.

가족관계 : 없음.

학력 : 대졸. 직업 구하는데 열중하고 있음.


일단 이정도였다. 차차 더 추가해야 할 것이 있으면 추가할 계획이였다. 성격이나 생일 같은 것들은 굳이 설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였으니까. 딱딱해 보이는 이력서에 넣어야 하는 것들은 저것들로도 충분했다. 결국 이력서에 모든 칸을 시에르는 채워넣었고, 알바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알바는 사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였다. 하지만 이 세계에 대한 기초지식이 아예 없는 시에르로서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기억을 흡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것들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주문을 받고 요리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전달해주고 다시 받아오면 목소리를 높여서 나온 음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가끔 음료수를 주문하면-슬러쉬처럼- 자신이 전해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처음이고 들어본 적도 없는 시에르는 힘든 일이였다. 때문에 일종의 알바 고참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매우 난해하다는 무공들을 익힌 시에르답게 알바 과정쯤은 한, 두시간만에 익힐 수 있었다. 간혹가다 변칙적인 상황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거 참 특이한 놈이군.”

 

고참과 사장이 하는 말이였다.

 

알바는 정말 말 그대로 막노동이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은 틀린 곳이 전혀 없었다. 시에르가 아는 바로는 이곳에서는 지식이 얼마나 많느냐, 하는 순서대로 일자리가 부여되었다. 당연히 힘이 아닌 기술로 지배되는 이곳에서 지식으로 채용된 곳이 봉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몇몇 배우지 못했거나, 다 배우지 않는 사람들-학생들이 여기에 속한다- 머리가 받쳐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몸으로 뛰는 것이다. 물론 알바가 아닌 것들도 있었지만 알바 역시 몸으로 뛰는 부수적인 직업이라 할 수 있었다.

 

알바는 매일매일 지루할 정도로 똑같이 진행되었고 시에르가 최고로 나이가 많았다. 사실 시에르보다 나이 많은 고참이 한 명 뿐이였던 것이다. 이제 그는 일이 생겼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나가버렸다. 30살이라는 나이를 고려해 볼 때 당연하기도 했다. 그 정도 나이면 직업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닐 시기니까. 당연히 아는 동생이나 친구도 많이 늘어났다. 많이 살아본 시에르답게 최대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면서 접근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 방법 외에도 시에르는 아랫 사람을 굴리는 방법과 사람의 가까이 접근해서 신뢰를 쌓는 방법 등에는 통달해 있었고-무림의 무사라면 필수적인 요소였다- 21세기에서도 여지없이 통했던 것이다. 어느새 시에르는 알바 하러온 사람들과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시에르에게 많은 것들 가르쳐 주었고 특히 노는 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뭐 주로 친구들끼리 모여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을 가거나 하는 정도였지만. 간혹가다 나이트클럽 등에 가서 미팅을 하기도 한다고. 물론 아직까지 시에르의 관심에는 없는 얘기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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