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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스터(Master) - 11

네냐플 Bluelist 2007-08-09 14:29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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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과의 조우>



두 건달(?)들을 가뿐하게 강제 꿈나라로 보내버린 시에르는 일단 평상복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건달의 옷을 벗겨서 입었기 때문이다. 다만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입을 건 대충 된거고······. 돈은 어떻게 구하지?’

 

사실 인간의 필수 해결과제 의식주(衣食住) 중 ‘의’를 해결한 시에르에게 남은 것은 ‘식’과 ‘주’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돈이였던 것이다.

 

‘아까 그 놈들한테서 빼올걸 그랬나?’

 

때려눕힌 사내들은 먼저 시비를 걸어온 것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냥 보통 사람들에게 강도짓을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땅히 돈을 구할 길도 없었다. 사실 아까 놈들에게는 돈이 아예 없었다. 있었다면 이미 옷을 빼입은 시에르의 손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 놈들이 먹고 사는 짓은 거의 반 강도짓이였기 때문에 이미 쓸 생각을 버렸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돈이 있어야 하는데······.’

 

시에르는 내심 건달 녀석들이 아무나 시비를 걸어주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이면 자신이 걸릴 확률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방법이 있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계획들이 착착 정리되고 있었다. 계획이라 할 것도 거의 없었지만.

 

그는 걸음걸이를 빨리했다. 건달들에게서 빼낸 기억들 중에서는 그들 조직의 아지트가 있었다.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건달들 주제에 꽤나 그럴듯한 집-좀 더 정확히는 방-을 가지고 있었다. 꽤나 많은 놈들을 상대하게 될 테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다만 확실하게 제압하고 돈을 긁어낼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 역시 시에르에게는 간단했다. 그는 갑자기 배가 고파오자 걷다가 신법으로 뛰기 시작했다. 뛰는 그의 모습을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작지만 꽤나 멋있게 꾸며놓은 방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다. 척 봐도 험상굿은 얼굴들에 싸움에는 노장들인 사람들이였다. 게다가 몇몇 사람은 증거로 흉터까지 남아있었다. 그 중 가장 위엄있는 모습으로 앉아있는 한 사람이 옆에 있는 자에게 물었다. 그가 대장으로 보였다.

 

“안 온 녀석은 없겠지?”

 

그러자 질문을 받은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약간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저, 두 명이 안왔습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험악한 얼굴을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뜨렸다.

 

“뭐야? 누구야? 쫄다군가?”

 

“그게, 진고랑 상진입니다.”

 

“그 둘이? 활동 잘 했던 놈들이잖아?”

 

“네. 게다가 그 둘은 정말로 이 일이 아니면 못 먹고사는 놈들이라 빠질 리가 없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게 아닐까요?”

 

“조사해봐. 무단 결석일 경우는 손봐주고.”

 

“네, 형님!”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두 명인가? 지각이군. 열어줘라.”

 

대장이 명령하자 문에 가까이 있던 녀석이 대답하며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앞에 보이는 사람은 기대했던 사람이 아니였다. 모르는 사람이였던 것이다. 바로 시에르였다.

 

“아이고, 거긴 들어가면 안된다니까요!”

 

급히 뒤따라오던 종업원이 말했다가 시에르에게 다가오던 건달과 눈이 마주쳤다. 종업원은 뛰어오다가 겁에 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여긴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을텐데?”

 

“저, 갑자기 저 손님이 사라지셨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각오하고 있으라고 전해.”

 

안에서 듣고 있던 대장이 종업원의 말을 끊고 말했다. 문을 열었던 건달은 종업원에게 눈을 부라리며 말을 전했다. 종업원은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사라졌다. 이제 다시 모든 시선이 시에르에게로 옮겨졌다.

 

“넌 뭐냐? 간덩이가 부은 모양이지?”

 

문을 연 건달이 위협하며 말했다. 하지만 시에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방 안으로 그냥 들어가 버렸다. 문을 연 건달은 물론 방 안에 있던 모든 건달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표정은 화와 함께 어이없음이 섞인 묘한 표정이였다. 문을 연 건달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화를 참고 있는 모양이였다. 대장이 일어나 시에르에게 말했다.

 

“손수 찾아온 걸 보니 일이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어떤 일이 있든 넌 장소를 잘못 찾았다.”

 

“돈이 필요해서 말야. 너희들이 하는 짓좀 따라해보자.”

 

“이, 이게!”

 

“이익!” 

 

대장이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렸고 다른 건달들도 모두 일어났다. 그들은 앞으로의 전개를 생각했다. 대장이 분명 이길 것이고, 진다고 해도 모두 덤벼들어 제압할 것이다. 그러면 저 겁 없는 녀석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과는 전혀 다르게 돌아갔다. 일단 싸우는 것 부터가 그들이 흔히 생각하는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었다. 그들의 대장이 날린 주먹을 손쉽게 피한 시에르가 발차기를 해 버렸는데, 보이지도 않는 발차기였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눈에는 주먹을 날린 대장이 그냥 날아가는 것으로 보였다. 한참을 날아가서 벽에 부딫친 대장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그들은 모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부대장쯤 되는 사내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전, 전부 덤벼!”

 

“으아아!”

 

거의 비명처럼 들리는 기합소리와 함께 그들은 모두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하지만 다수와 싸워본 경험이 많은 시에르는 잘 알고 있었다. 어짜피 한번에 자기에게 다가올 만한 주먹이나 발은 많아야 세 개였다. 보통은 한 두 개씩 날아왔다. 시에르는 손쉽게 건달들을 요리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퍽! 콰콰콰콰콰콰콰쾅! 쿠에에에에에에엑! 크아아악! 콰직! 빠각! 큭! 컥! 끄아악!

 

잔인한 학살극이 펼쳐졌다. 당연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기절한 사람도 없었다. 확실한 계획을 위해 힘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기분을 위해 결코 위장에 있는 것들이 다시 올라와 버릴 수 없도록 골라 때렸다.

 

“으으으······.”

 

모두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상대를 잘 선택해야지.”

 

시에르는 일단 그들이 정신을 어느정도 차릴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시에르가 급소만을 정확히 가격했기 때문에 뱃속을 울리는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그들이 비틀거리며 일어나기 까지는 삼십초 가까이 걸렸다. 짧게 느껴지겠지만 한 사람을 떡실신 만들 수 있을만큼의 시간이였다. 즉 진짜 싸움에서 이렇게 쓰러졌다가는 그대로 실신한다는 말이다. 그들은 비틀비틀 일어나더니 두려운 눈빛으로 시에르를 쳐다보았다. 시에르가 맞대응하자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제대로 쳐다**도 못했다.

 

“이봐 너.”

 

그는 문에 가장 가까이 있는 건달을 불렀다.

 

“네, 네?”

 

“물 떠와서 니네 대장 깨워라.”

 

“네. 아, 알겠습니다.”

 

그는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갔고 곧 물을 떠왔다. 대장 역시 일어났고 두려움과 존경이 섞인 눈으로 시에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건달이라도 이것으로 먹고사는 조폭이다. 그는 다른 부하들을 상태와 행동을 보고 상황을 모두 파악했다. 믿기 힘들었지만 엄연한 현실이였다. 몇몇 건달들은 이게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대장이 다가와 조금-혹은 많이-정중해진 말투로 물었다.

 

“원하는게 뭡니까?”

 

“말했잖아. 돈이라고. 니네들 중에서 돈 있는 놈은 다 꺼내라. 물론 **본다.”

 

그 말을 들은 건달들은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이내 돈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서로서로 눈치를 보더니 맨 처음 한 녀석이 돈을 꺼내들자 그것이 기폭제인 듯 나머지도 단념하는 표정으로 돈을 내놓았다. 대부분이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였다. 그래도 모으니까 꽤 되었다. 약 100만원 정도 되어 보였다.

 

“누구 종이나 필기도구 있는 사람 있냐?”

 

그 말에 모두들 의문이 얼굴에 떠올랐지만 맞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제지하지는 않았다. 한 녀석이 책상위에 있는 수첩을 가지고 왔다. 시에르는 그것을 받지 않고 말했다.

 

“다들 한 장씩 들어라. 최대한 자세히 자기소개를 쓰도록. 그렇다고 글로 쓰란 말은 아니다. 이름, 나이, 주소······. 혈액형이나 별자리도 상관없다. 자료 정리하듯 쓰도록.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은 벌칙이 있을거다."

 

모두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상에 수첩과 함께 있던 펜을 돌려쓰기 시작했다. 펜이 하나뿐이라서 서른 명이 모두 쓸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 사람들을 보고 썼기 때문에 거의 내용이 똑같았다. 대표적으로는

 

이름, 나이, -왜 쓰는지 모르지만-성별, 주소, 가족관계, 취미, 특기, 학력, 혈액형, 조직 안에서의 위치 등이였다. 그것들은 모두 시에르의 손에 넘어갔다.

 

“만약 방금 있었던 일들이 다른 곳으로 발설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겠지?”

 

시에르가 웃어보이면서 말했다. 정말로 감미로운 미소였지만 이 분위기에 따라 그것은 전혀 다른 뜻으로 보였다. 물론 개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지만, 서로서로 불안해했다. 자신과 동료의 문제를 떠나, 이런일은 항상 어떻게 일어났는지도 모르게 알려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만약 여관주인이 경찰에라도 연락해 조사한다면 정말 낭패였다.

 

“그럼 난 간다. 내가 여기에 처음 왔거든. 그래서 자주자주 도움을 청할 생각이니까 지금 해어진다고 안도의 한숨쉬지마. 비밀 지켜주기 바라고 말이야.”

 

그리고 시에르는 밖으로 나왔다.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신법으로 최대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물론 나가서 사람이 없는 곳을 찾을 때까지 사람들은 시에르를 발견하지 못했다. 반면 건달들은 죽을

맛이였다. 시에르가 나가자마자 졸병부터 대장까지 체면이고 뭐고 신음 을 내면서 누워버렸다. 게다

가 다시 만날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근데 그 녀석은 도데체 뭐하는 놈이지? 조폭 서른 명을 단신으로 순식간에 때려눕혀?’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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