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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마스터(Master) - 7

네냐플 Bluelist 2007-08-01 14:49 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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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들은 허황된 꿈을 꾸는 존재였다>



골드 드래곤 카르보네스는 지금 굉장히 초조한 상태였다. 현재 일어난 아주 커다란 사건 때문이였다. 게다가 그 일은 드래곤 장로로서 에이션트 급 드래곤인 자신도 무시할 수 없을 만한 문제였다. 바로 차원과 차원 사이의 문제였기 때문에 그랬다.

 

차원과 차원!

 

드래곤이 비록 이 세계에서는 맞설 상대가 없는 최상의 생명체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다른 여러 차원으로 넓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제아무리 드래곤일지라도, 다른 차원의 생명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자기보다 강한 생명체이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서로 다른 차원끼리 접촉할 확률은 거의 없긴 하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천계과 마계이다. 드래곤 역시 여럿이 모여 힘을 쓰면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는 만큼 천족과 마족 역시 차원 이동을 통해 이 세계로 왔던 것이다. 그들은 드래곤이 오히려 약간 두려워하는 존재이기까지 했다.

 

그들의 척박한 환경에 비해 매우 좋았던 이 세계에 눈독을 들였던 천족과 마족은 계속해서 이곳을 점령하려 했었고, 그것을 막던 것은 항상 드래곤이였다. 사실 천족과 마족이 모든 힘을 이 세계에 쏟아붓는다면 드래곤이라도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천족과 마족의 대립이였다. 이 세계의 소유권을 놓고 말이다. 이것이 천마전쟁(天魔戰爭)이다. 거의 힘이 대등했던 천족과 마족은 그동안 별다른 갈등이 없어 엄청나게 성장해온 세력으로 서로를 공격했다. 그 사이에서 이쪽 세계는 고래 싸움에 새우 터지는 격에 피해를 보긴 했지만, 힘이 비슷했던 두 종족이 부딫치자 두 종족 모두 폐허가 되어서 이 세계에 관여하기도 힘들 정도의 수준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서로에게 호되게 혼났지만 아직도 서로가 좋은 차원의 땅을 차지하는 꼴을 못보고 견제하고 있는 실정이라 이 세계는 무사히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카르보네스는 그 생각만하면 분통이 터져올랐다.

 

“으으으······. 감히 어떤 인간 녀석이 이런 짓을 했는지 걸리기만 하면!”

 

지금은 어떤 인간과 관련해서 차원 이동이 직접 터져버렸는데, 그 인간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만 차원의 벽에 금이 가 버렸다. 정확히는 그 공간이 왜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로의 차원으로 가는 문이 완전히 열려버린 격이였다. 전에는 차원의 벽이 버티고 있는 실정에서 엄청난 마나를 소모해서 그 벽을 뛰어넘는 차원 이동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인원도 극소수였다. 즉 천마전쟁을 벌인 천족과 마족은 그 명성과는 달리 몇몇의 정예병 정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천족과 마족이 원하는 만큼 마나를 거의 소모하지 않고 이쪽으로 걸어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전 천마전쟁에서는 몇 명 되지않는 소수의 싸움이였기에 사이에 끼어있는 새우가 등만 터진 것이지만, 천마의 전 세력이 이곳을 전장으로 삼고 싸운다면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버릴 것은 뻔했다. 그 덕분에 전 천마전쟁 때를 제회하고는 유례가 없던 드래곤들의 회의가 또다시 천마전쟁 때문에 소집되게 된 것이다.

 

카르보네스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 역시 지금은 폴리모프한 상태였고, 저것 역시 폴리모프한 드래곤일 것이다. 발소리는 일부러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려고 내는 것만 같았다. 곧 카르보네스는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의외로 모두 3명이였다. 집단 행동을 하지 않는 드래곤이라 1명씩 따로따로 올 줄 알았었던 카르보네스로서는 의외였다. 하지만 더 이상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들은 각각 레드, 그린, 블루 드래곤을 대표하는 에이션트 급이다. 이 회의에는 총 7마리의 드래곤이 참석하도록 되어 있다. 레드, 그린, 블루, 블랙, 화이트, 골드, 실버라는 일곱 가지 종류의 드래곤을 각각 대표하는 자들이다. 모두 에이션트 급의 드래곤이며, 그중 골드 드래곤의 대표자인 카르보네스는 장로이다. 장로는 장로가 죽을 때마다 다른 종류의 드래곤으로 바뀌게 되어 있었다.

 

그 3명을 시작으로 1명씩 연달아 드래곤들이 카르보네스의 레어로 모여들었다. 중대사이니 만큼 빠지는 드래곤은 없었다. 사실 드래곤 회의 자체가 중대사이기 때문에 열리는 것이였다. 일단 열린 이상 회의에 빠지는 드래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곧 모든 드래곤이 모였고 회의가 시작되었다. 카르보네스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2번째로 열리게 된 드래곤 회의의 시작을 알리겠소.”

 

카르보네스가 자리에 앉자 모든 드래곤의 안색이 처연해졌다. 회의를 하려다보니 막상 자기들이 처한 상황이 떠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드래곤들 모두 떨어뜨렸던 고개를 들고 서로서로를 쳐다보았다. 회의에는 일정한 절차가 있었다. 비록 형식적인 절차이기는 했지만 형식과 명예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드래곤 들이였기에 결코 형식을 어기지 않았다. 일단 처음에 드래곤 장로가 회의의 시작을 알리고 나면 다른 드래곤이 나서서 회의가 열리게 된 이유와 사건을 설명한다. 이번 회의에는 그린 드래곤이 그 일을 맡게 되었다.

 

“모두 알고 계실테지만, 이번 일은 차원의 벽에 관련된 일입니다. 차원의 벽 주위 공간이 왜곡되면서 차원의 문이 열린 것과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린 드래곤은 그것만을 말하고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경유나 그에 따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하는 것들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절차에도 일어나게 된 사건만을 간단명료하게 말하기로 되어 있었다. 사건의 경유나 결과는 각각의 드래곤이 유추해낼 몫이며, 모두 유추해낸지 오래였다. 사건에 대해 설명한 그린 드래곤 루시페르가 먼저 의견을 냈다.

 

“이번에 차원의 벽 주위 공간 왜곡은 그곳을 통과해온 한 인간의 짓입니다. 그로서로 모드고 한 짓이겠지만, 그가 가진 힘에 의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성격 급한 레드 드래곤 하펠스는 오히려 노한 표정으로 반박해댔다.

 

“말도 안되는 소리! 아무리 이계의 인간이라도 인간일 뿐이요. 물론 당신의 정보에 따라 그 인간이 보통이 넘는다는 것은 인정하겠소. 하지만 순식간에 공간을 왜곡시킬 마나량? 그것은 드래곤도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설마 모르지는 않겠지요?”

 

그 말에는 한치의 틀림도 없었다. 그린 드래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그러자 레드 드래곤도 자리에 앉아서 그린 드래곤과 같이 앉아 있었다. 그의 말이 맞긴 했지만 어쨌든 그 덕에 모든 것이 원점으로 되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소에도 급한 그의 성격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다른 드래곤들이 그를 보는 눈빛은 좋지 않았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다시 이야기를 꺼낸 것은 블루 드래곤 파키온이였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그는 경어를 사용했다.

 

“제가 말해보겠습니다. 저 역시 다른분들처럼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조사를 하는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자세히는 알지 못했지만, 그곳에 있는 에너지는 루시페르님이 보내오신 그 인간의 정보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가 존재했습니다. 그것이 일을 저지른 것 같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인간의 에너지는 아니였습니다. 하지만 그 인간의 몸을 통하지 않고서는 에너지가 그곳으로 들어올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데체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요?”

 

장로 카르보네스가 파키온을 재촉했다. 그의 말의 저의가 무엇인지 도데체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가 고도의 수법으로 그 인간의 몸에 다른 에너지를 엄청나게 집어넣은 것 같습니다. 도중에 어떤 사고가 나서 차원 이동이 되었던 것이고요.”

 

이번엔 루시페르가 나서서 반박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물론 다른 차원이니 그런 고도의 수법이 있을 수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런 짓을 당한 인간이 저렇게 팔팔하게 뛰어다닐 수 있다는 것입니까? 몸이 갈갈이 찢겨서 소멸하는게 아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팔키온은 지지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군요. 하지만 누군가가 그 인간의 몸에 막대한 에너지를 넣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무엇인지 조사해본 결과 마나였고, 그것도 흑마법사의 사악한 마나였습니다.”

 

그 말에 모든 드래곤들의 눈이 커졌다. 블랙 드래곤 플로베르가 흥분해 언성을 높였다.

 

“흑마법사? 잠깐, 그럼 지금 네크로맨서들이 대거 그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는건가요?”

 

그건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기본적으로 아무리 많은 네크로맨서가 달려들어도 그들은 인간, 마나를 다른 몸에 집어넣어도 그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를 차원 이동 시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플로베르님, 무례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이것은 차원의 문제입니다. 다른 차원의 존재까지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마나의 양은 한낮 인간의 것이 아니였습니다.”

 

플로베르는 약간 화가 나긴 했지만 따로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 생각해본 플로베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다른 드래곤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마족(魔族)!

그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더욱 큰일이였다. 만약 마계가 일부러 일을 만들었다면 차원의 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은 물론, 이쪽 세계로 쳐들어올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는 뜻이 된다. 드래곤들은 이 일을 천계나 마계가 모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들이 알아채기 전에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할 생각이였다. 하지만 이 추측이 맞아들어가면 드래곤들의 계획이 완전히 무효가 됨은 물론 오히려 절망의 그림자만 짙어지에 될 것은 자명했다. 하펠스는 얼굴이 하얗게 되어 파키온에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막대한 마나를 집어넣어 일부러 차원 이동을 시켰다는 것이오?”

 

파키온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드래곤들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지나갔다. 사태는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것이다.

 

“그,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장로 카르보네스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그 인간을 잡아와야겠지요. 저쪽에서 막대한 마나로 차원의 문을 열었으니, 우리는 같은 방법으로 닫아야 합니다. 저 인간이 그런 짓을 당하고도 살아있다는건 의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좋은 일이지요.”

 

“으음······.”

 

모든 드래곤들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것은 아니였다. 천족과 마족이 일을 벌이기 전에 먼저 끝내야만 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구려. 그럼 일단 저번에 인간을 상대해본 적이 있는 루시페르가 그 인간을 다시 잡아와 주시오. 나머지 드래곤은 저와 함께 차원의 문을 닫을 수 있는 준비를 해놓도록 하겠소.”

 

그리고 카르보네스는 약간 뜸을 들였다. 마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듯이. 그리고 한숨쉬듯 말했다.

 

“그럼 회의는 여기서 끝이오. 모두 이번 사태 해결에 만전을 기해 주시오.”

 

그 말을 끝으로 해서 각각의 드래곤들은 공간이동으로 모두 자신의 레어로 돌아갔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카르보네스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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