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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둠, 혹은 빛이라고 볼 수 있는 ‘검’이었다.
검의 위쪽 날과 아래쪽 날을 구별하는 것은 거의 의미 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굳이 구별하자면 위쪽은 흑색, 아래쪽은 흰색을 차지하는 ‘검’이었다.
“……”
그리고 그 검을 든 자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위쪽은 흑색의 재킷을 걸치고, 아래쪽은 하얀색의 ‘검도복’ 비슷한 것을 입고 있다.
그리고 하얀색 머리카락에 검은색 눈동자.
말 그대로 흑백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다만 신고 있는 운동화가 이상하게 ‘색깔’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 조금 위화감이 들었지만, 그것은 잘 눈에 띄지 않으니 논외로 친다.
“……”
‘그’는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검은 눈동자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바라보며 계속해서 눈동자를 움직이고 있다.
그 ‘무언가’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리프크네(Liebkne)가 잠입 임무를?]
나는 물었다.
나의 ‘상관’이라면 ‘상관’일 수 있는 자를 바라보며 묻고 있었다.
[그래.]
그의 눈동자는 차갑다.
하나밖에 없는 녀석인데도, 그 하나조차 ‘생기’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지 몰라도, 내게는 보인다.
[…….]
[가볼 건가?]
[……. 임무는 끝마쳤다. 더 이상 너에게 내 이동을 보고해야 할 필요는 없어.]
[훗. 그렇군. 가장 용병다운 용병이니까, 넌.]
[안다면 참견하지 마라.]
나는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상관’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다.
단지 내 생계를 위하여 그 밑에서 일하고 있을 뿐이다.
[왜 그렇게 ‘리프크네’에게 집착하는 거지?]
그는 내 등을 향해 묻는다.
역시 생기는 없는 목소리다.
별로 관심도 없겠지만, 그래도 물어본다는 느낌, 그런 식으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말해줄 필요는 없다.]
-은인의 가족을 지키는 건 당연한 일.
“……”
그는 생각했다.
저 ‘저택’으로 잠입하는 녀석은 정말 ‘바보’에다 ‘생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녀석이라고, 절대 ‘잠입’같은 일이 어울리지 않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뻔히 ‘보이는 루트’를 향하고 있다.
게다가 ‘경비의 순찰 루트’와 중복되는 곳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잠입’을 전문으로 하는 자는 저런 ‘루트’는 건들지도 않을 것 같다.
“후우……”
그는 한숨을 한 번 쉬어 본다.
그리고 그가 지나가는 곳을 향해 ‘검’을 들었다.
“……”
위에서 쳐다보는 것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잘 보였다.
경비원들의 순찰, 그들의 시야, 마지막으로 저 저택을 휘감고 있는 ‘마나’라 불리는 ‘마력’의 형태, 모든 것이 잘 보였다.
“’르베리에’녀석. 하필이면 이런 곳으로……”
아니,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리프크네’가 움직이면, ‘그’도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리프크네는 여태껏 ‘잠입’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바람의 진’인가……”
그는 조금 인상을 구긴다.
“정말 왜 이런 곳으로…… ‘바람’이 관련되면 ‘좋은 일’따위 한 순간에 날아가버리는 법. 게다가 이 바람, ‘녀석’에게 나쁘면 나빴지, 좋은 바람이 아닌 데…… 후우……”
그는 한숨을 쉰다.
그리고 눈을 ‘녀석’에게 고정시킨다.
‘아무’에게도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을 바라본다.
‘녀석’은 실제로 모를 것이다.
‘그’가 ‘녀석’의 ‘길’을 일부러 열어주었다는 것, 그 탓이 아니었으면, 이 ‘난공불락’같은 저택 안에 아무런 상처 없이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것을 모를 것이다.
“뭐, 어쨌든 할 수 없나…… 가자, ‘흑월(黑月)’”
그는 뛴다.
그 높은 곳에서, 저택이 다 보이는 곳에서, 그는 뛰었다.
낙하산도, ‘중력’을 무마시킬 수 있는 그 어느 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는 뛰었다.
단 한가지를 위해서.
그의 ‘은인’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그는 뛰었다.
“……”
지루했다.
‘리프크네’가 혼잣말을 지껄이면서 ‘밀서’와 ‘이상한 마검’ 하나를 꺼내는 동안 ‘그’는 너무나도 지루했다.
‘난공불락’의 성이 있다면, 그 안 쪽은 분명 지루할 것이다.
안의 경비는 별로 대단할 것이 없는 게 바로, ‘난공불락’이라는 성이기 때문이다.
일단 들어오면 그 성은 끝이다.
그 때문에 바깥에만 최대한 노력한다.
“…….”
할 일도 없기에 ‘리프크네’가 들어간 서재 말고 다른 서재에서 시간을 때웠다.
하지만 지루하다.
‘책벌레’인 그가 들어간 서재가 운 좋은 지 운 나쁜 지, 대부분이 ‘책’이 아니라 ‘비밀스러운 편지’나 ‘장부’를 책으로 위장한 것이었다.
‘책’이라고 부를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 확 불질러 버릴까……”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리프크네’의 일이 헛일이 되고 만다.
뭐, 보기에는 애초에 ‘헛일’같았다.
뻔히 보이는 곳에 ‘밀서’를 놔두는 그런 바보 같은 ‘녀석’이 있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저건 분명히 ‘리프크네’나 누군가가 ‘가져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로 ‘경비 체제’에 대한 ‘변화’를 주어, 더욱 ‘난공불락’에 가깝게 할 수 있다.
다만 귀찮은 일이다.
아직도 이런 ‘귀찮은 수법’을 쓰는 ‘머리 좋은 녀석’이 있었다니, 정말 세상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음. ‘슬슬’인가……”
‘리프크네’는 들키고 말았다.
당연한 일이다.
‘그’에게도 ‘한계’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길을 여는 행위’ 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난공불락’이다.
여기까지 한 것도 대단한 일이다.
“……. 정말 귀찮게 하는 군.”
-아예 저 ‘마검’을 쓸 수 있는 상태로 ‘개방’해 버릴까.
“…….”
-하지만 저건 ‘흑월’과 같이 ‘침묵’하는 ‘마검(魔劍)’이 아니다. 녀석에게 의외로 위험할 지도.
“…….”
-그렇다고 ‘스틸 셰이드’와 ‘녀석의 실력’으로는 이 곳의 ‘경비’를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지. ‘바람의 진’을 깨는 건 ‘바람’뿐. 이번에는 ‘녀석’에게 활약을 하게 놔둘까……”
그는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 손의 한 손가락을 향해 자신의 ‘흑월’을 휘두른다.
아주 빠르고 ‘무음(無音)’, ‘무풍(無風)’으로 자신의 손가락에 ‘상처’를 냈다.
하지만 별로 실용적인 행위는 아니다.
크게 휘두른 것 치고, 상처는 아주 미미한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괜한 열량을 잡아먹는 행위이다.
“……”
그는 피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피’가 새는 손가락을 ‘리프크네’가 들고 있는 ‘마검’쪽으로 향했다.
“…… 바람은 언제나 있다.”
그는 중얼거린다.
“바람은 언제나 이 세상에 존재하고, 바람은 언제나 이 대지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그는 ‘리프크네’를 바라보았다.
‘은인’과 조금 닮은 듯한 얼굴이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다만 결단코 ‘호감’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 ‘그대(너)도 세상(현재)에 흔적(상처)을 남겨라(새겨라)!’”
-‘그대의 힘을 개방하라!’
“……”
허무했다.
솔직히 ‘직접’싸우는 게 좋았다.
남이 싸우는 것을, 그것도 ‘마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니 허무했다.
영화도 이런 식은 아닐 것이다.
재미없다.
귀찮다.
될 대로 되라.
그리고 ‘그’는 돌아서려 했다.
일단 나가는 ‘길’을 열어뒀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나가려’ 했다.
“…….!”
그런데 ‘마나’가, ‘바람의 진’이 움직였다.
갑자기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도 아니다.
지금의 ‘그’와는 대등한 상대, 그런 상대가 이 세계에 있다고 생각되지 않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에……”
하얀 놈이다.
더럽게 ‘이상하게’ 생긴 놈이다.
전혀 ‘관련’되고 싶은 녀석은 아니다.
무시하고 싶은 분위기의 녀석이다.
하지만 ‘무시’라는 게 가능하지 않았다.
저 자가 ‘리프크네’를 바라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다.
“르베리에…… 이 자식…….”
‘리프크네’를 무언가에 끌어들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군. 나도 이제 ‘훈련’이라는 것을 해야겠어.
은인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그는 미소 짓는 얼굴로, ‘하얀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랜 만에 ‘기분’이 좋았다.
무시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상대, 그런 것을 눈앞에 두고서, 그는 미소 짓는다.
오랜 만의 ‘어쩔 수 없는 쾌락’이다.
“흑월. 올해는 즐길 게 꽤 많아. 안 그래?”
-올해는 정말 ‘달’이라도 베어버릴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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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엔티나☆2007.03.19재밌네요 ^^.. 문장간 띄워쓰기를 하면 더 보기 쉽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