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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 몇 개만이 넓은 홀을 밝히고 있을 뿐이었다. 램프에서 나오는 빛을 제외 하고는 어둠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뚜벅.. 뚜벅..
한 남자가 무대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따금 관객석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희미한 미소를 짓던 그
는 주위가 너무 어둡다고 생각됐는지 근처에 있는 램프 하나를 더 켰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무대에 걸터앉고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훅,
램프 하나가 소리 없이 꺼졌다. 남자는 바지를 털고 일어나 무대 아래에 있던 기름을 가져와 램프에
조금씩 덜어 부었다. 꺼진 램프 하나를 다시 켜고 나니 어이없게도 이번엔 옆 램프가 꺼/져버렸다.
그러나 더 이상 기름을 붓진 않았다.
"오늘은 좀 늦었네요"
관객석을 향해 울리지 않을 정도로 말하자 동시에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것은 여자였다. 연보랏빛 머
리카락과 하늘색 드레스는 주위 배경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지만 어둠은 그녀의 아름다움 까지는 가
릴 수 없었는지 저 너머로 사라진 것 같았다.
"좀 어두운가요?"
남자가 물었지만 희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뭐, 어쩔수 없어요. 이 극장 사정상 램프가 이정도 밖에 없더군요."
망해가는 극장에 뭔가가 남아있을리가 없었다. 남자는 입을 한번 다시고, 물었다.
"오늘은 뭘 보여 줄까나"
무대위의 남자가 연극내용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곧 관객이 될 여자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볼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연극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얼마 되지 않아, 연극은 시작됐다. 조연배우도 없이 진행되는 연극이 그리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았
다. 연극의 내용은 언제나 좋았고, 다른 배우들이 없어도 다역을 혼자서 다 소화해 낼 수도 있었다.
그는 데모닉, '조슈아 폰 아르님' 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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