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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망자(fugitive)』- 4편

하이아칸 다비켜라CBRM 2007-01-02 16:58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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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터러(Winterer)>

 

"으...으음..."

 

일어났다. 일어나자 마자 약간씩 기억이 되돌아오더니, 약간의 기억이 되돌아오자 그 기억들이 또다시 다른 기억을 끄집어내고 불러일으켜서 기억이 돌아오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기억이 돌아오는 그 과정은 너무나도 복잡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 보기에 그 속도와 시간은 느끼기 힘들기 때문에 루시안 역시 기억이 매우 순식간에 올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앗! 맞다! 기사랑 그 사람이랑! 그, 근데 여긴...?"

 

루시안은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건물 안이였다. 아무리 봐도 집이였다. 그런데 매우 고급스러웠다. 크기도 참 컸다. 온 벽이 새하얗게 도배되어 있었는데 약간 때가 탓지만 새것일 때는 눈이 부셨을 것 같은 정도였다. 침대와 그 이부자리도 새하얗게 되어있었는데 베게만은 매우 연한 붉은색으로 눈에 띄었다. 바닥은 나무로 되어있었는데 굉장히 매끄러웠다. 루시안은 이제 전체적인 모습이 아닌 가구를 살펴보았다. 옷장과 침대 옆에 있던 탁자와 책상... 앗!

 

"여긴 내 방이잖아!!"

 

바로 루시안의 방이였다! 전체적인 모습이 아닌 가구의 형태와 배치를 보니 알 것 같았다. 자기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루시안은 곧장 창문으로 달려갔다.

 

"아, 역시 맞네..."

 

자기 집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햐얗고 맑은 느낌의 색채인 나르비크 거리. 그리고 약간 구석에 눈에 띄이는 파란 바다. 창문을 열지 않고는 바다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따뜻하고 인구가 많은 나르비크. 과연 활기찬 모습을 보니 나르비크가 확실했다. 결과는 한 가지. 결국 이번에도 모험다운 모험은 실패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중 가장 멀리 나가긴 했지만...

 

'아, 심심하네... 다음엔 언제 떠날까?'

 

벌써부터 다시 도망갈 생각을 하느라고 루시안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그 상념은 깨졌다.

똑똑똑.

노크 소리였다. 루시안은 아버지나 아니면 하인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하인일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가출하든 말든 상업말고는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아마 이번에도 꾸중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가끔씩 루시안은 왠지 아버지가 자기보다도 돈이 더 좋은 것 같아 속이 타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아버지와 정이 없었기에 사춘기때 처럼 짜증날 정도는 절대로 아니였다.

끼이익.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자신을 돌봐주던 플라비크 유모였다. 언제나 잘 대해주었고 루시안도 스스럼없이 대했다. 유모는 루시안이 깨어있는 것을 보더니 꽤 좋아하는 눈치였다.

 

"아, 일어나셨군요. 도련님."

 

"응. 이번에도 모험은 실패야."

 

"아... 저도 개인적으로 모험을 좋아하지도 않고, 또 그것도 그렇지만 너무 주인님 속을 썩이는 것이 아닌가요? 아닌것 같아도 매일 걱정하세요."

 

"웅... 아버지는 매일 돈버는 데만 충실한 것 아니셨나?"

 

"후훗! 아무리 그래도 자식있는 부모가 어떻게 그러겠어요. 그러니까 도련님도 조금만 참으시라니까요."

 

"치! 유모까지 그래..."

 

하지만 루시안도 마음속으로 작게나마 수긍할 수 밖에 없었기에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갔다. 하지만 유모도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루시안은 잠깐 토라져 있다가 문득 생각났다. 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였다.

 

"아, 참! 근데 나랑 같이 있던 사람이 있었는데... 검은 옷에다가 나랑 비슷한 또래였는데 혹시 못 봤나?"

 

유모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 재빨리 말했다.

 

"아! 저야 주인님은 거의 모시지 않아 잘 모르지만 이번 사건은 좀 유명한데다 하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서 알고있어요. 잘은 몰라도 도련님이 말씀하시는 그런 사람과 기사가 싸운 모양이에요. 어린 청년이 실력이 뛰어났는지 기사가 5명이나 죽었다더라고요. 죽이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던 걸로 봐서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싶다고 기사들이 말했다던데요. 게다가 왠일인지 주인님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그런 애가 돈을 가지고 있어도 주인님이 좋아 뛸 정도는 아닐테니까 아마 굉장히 값나가고 가치도 높은 보물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에요. 얼마나 귀중한지 비서에게도 안 알려줬다지요?  이건 이례가 없는 일이지요. 지금 심문 중인가봐요. 게다가..."

 

유모의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루시안이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뭔가 보물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가 좋아할 정도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거라는 거지? 지금 어딜 가면 만날 수 있지? 전부터 만나보고 싶었는데..."

 

"전 어딧는지는 잘 몰라요. 글쎄, 다른 사람은 좀 알련가 모르겠네. 도련님 정도면 알아내실 수 있을거에요."

 

"응! 고마워."

 

그리고 루시안은 특유의 활발한 기질로 자릴르 박차고 뛰어나갔다. 이제 아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루시안은 가슴이 부풀었다.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알 만한 사람이...?"

 

"앗, 도련님!"

 

뒤에서 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루시안이 지나쳤던 무기 및 장비 창고에서 한 사람이 나왔다. 현재 루시안의 아버지 드메린 칼츠(Demarin Kaltz)밑에서 기사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카린트였다. 강대국인 아마노라드에도 몇 없는 마스터(master)의 칭호를 받은자로써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칼츠 집안도 어렵게 구했다고 볼 수 있다.

 

"아, 깨어나셨군요. 그런데 도련님과 함께 있던 그 청년 말입니다. 생각보다 실력이 굉장하더군요. 실력이 있는 기사들이 5이나 당했습니다. 도련님은 다친 데가 없으십니까?"

 

걱정스런 물음에도 루시안은 쾌활하게 대답했다.

 

"응! 그런데, 나 그 애 만나보고 싶은데 지금 어디있어?"

 

그러자 카린트는 눈쌀을 찌푸렸다.

 

"지금은 마법으로 묶어놔서 안전하긴 하지만, 그래도 도련님은 좀..."

 

"아냐, 아냐! 꼭 만나보고 싶어! 어딧어? 응?"

 

"후, 그럼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실력이 꽤 대단했으니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제가 따라가도 괜찮겠습니까?"

 

"뭐, 그래! 난 그냥 만나보고 싶을 뿐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카린트가 앞장선 채로 둘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지하까지 내려간 후 연무장에 도착했다. 별로 검에 관심이 없는 루시안이지만 그래도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번 익혀서 익숙한 곳이였다. 그리고 카린트는 연무장의 오른쪽 끝에 있는 작은-원래는 크지만 다른 문에 비해서-문을 열었다. 보통 때는 잠겨있었던 문이였다.

 

"아, 여기가 누구를 잡아놓는 곳이였구나. 심문하는 중이라고?"

 

"들으셨군요. 맞습니다."

 

루시안이 알던 그 사람은 중앙에 있던 한 의자에 앉아있는 중이였다. 철로 된 단단한 의자로 뒤척여서 부수는 것은 아무리 괴력의 소유자라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어떤 마법인지는 몰라도 마법의 보석이 몇 군데 박혀있어 빠져나가기는 제로에 가까웠다. 고문실 치고 그리 거창한 고문도구는 없었다. 대개가 마법으로 고문하기 때문이다.

 

"아. 카린트군. 여기는 무슨 일인가?"

 

저편에서 한 늙은이가 걸어나왔다. 늙었다고는 하나 마법사였다. 게다가 실력이 상당히 좋았다. 마법사란 족속은 원래 자부심이 아주 강해서 카린트가 자기보다는 높은 위치라고는 하나 존댓말을 쓰지는 않았다. 루시안의 아버지나 다른 귀족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존댓말을 썼다.

 

"아, 도련님이 저 사람을 보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뭐야, 도련님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자네가 그러면 쓰나? 아아, 난 신경 안쓰겠네. 잘해보게나."

 

그리고 마법사는 정말로 신경을 안 쓸 모양인지 걸어가서 털썩 앉아버렸다.

 

"하여튼 마법사는 별로 마음에 안든단 말씀이야..."

 

카린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루시안은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약간 떨어져서 볼 때는 가만히 있어 잠들기라도 한 것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게 아니였다. 게다가 그 매서운 눈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또다시 움찔해버렸다. 그 사람은 고문받은 것 치고 크게 다쳐보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지쳐 보였다.

 

"넌 그 때 그 철부지 도련님이군..."

 

그 사람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지쳐서 비웃음을 띄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난 철부지 도련님이지. 그러는 넌 누구지?"

 

"글쎄, 누굴까. 지금은 너와 난 간접적이나마 적이다. 그러니까 난 너의 적이다."

 

"난 그런걸 묻는게 아니잖아? 이름 말이야."

 

"상대방의 이름을 물어볼 땐 네 이름부터 대라. 너 역시 도련님이라고 밖에 소개하지 않았다."

 

"네 이놈! 무례하다!"

 

갑자기 뒤에 서있던 카린트가 소리쳤다. 카린트는 그 사람을 경멸하고 있었다. 카린트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직도 네가 귀족에서 좋게 자라고 있는 자제인줄 알아? 주제를 파악하란 말이다!"

 

"귀족자제? 그럼 이 사람 귀족이였어? 그런데 왜 그렇게 도망쳤지?"

 

루시안은 의아해서 물었다. 귀족자제라면 그렇게 도망칠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곳에서 배회하고 있었을리도 물론 없고.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사해보니 트라바체스에 진네만 가문에 귀하디 귀하신 아드님이더라구요. 힘있는 가문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망한 가문입니다. 저희가 조심할 필요 없죠. 이름은 보리스 진네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 같습니다."

 

"아, 그럼 불쌍한 사람인데?"

 

"흥! 이딴 녀석이 불쌍하든 말든 도련님이 상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슨 소리야? 불쌍한 사람은 언제나 도와줘야 된다고 했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또 기사도 정신 운운했던게 누군데?"

 

루시안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카린트는 그걸 듣고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목소리를 낮췄다.

 

"흠흠, 하지만 저 녀석은 저희 기사를 죽인 놈입니다. 적입니다. 그런 놈을 불쌍하게 생각하다가는 저와 도련님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음... 알았어. 그런데 보리스라고 불러야 하나? 야, 보리스!"

 

얼굴을 약간 내리깔았던 보리스가 다시 얼굴을 들었다.

 

"뭐지? 난 할말이 없다."

 

"넌 왜 그렇게 도망다녔던 거야? 가문이 망했다고 그 트라바체스에서 아마노라드까지 도망칠 필요가 있었을까?"

 

"흥, 넌 알 필요 없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난 도망쳐야 한다. 사람이 없는 곳이 있으면 하나 소개해주면 좋겠군."

 

"뭐? 그런게 어딧어? 그렇게 말하니까 꼭 모든 사람이 네 적이라도 되는 것 같잖아? 너 범죄자야? 아니면 왜 그래?"

 

"그건 아마 '윈터러(Winterer)'때문일 겁니다."

 

그 때, 보리스의 얼굴이 치켜 올라가면서 눈이 한 층 더 가늘어지더니 카린트를 쏘아보았다. 카린트는 그걸 보고 오히려 즐거워하며 비웃었다.

 

"흥! 어짜피 저런 애송이 혼자 지킬 수 있는 그런 보물이 아닙니다. 주인님이 좋아하실만도 하죠."

 

"원...터러? 그거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책에서 보았나?"

 

"그러실 수도 있습니다. 국가간에 소문이 퍼질 정도로 엄청난 가지가 있으니까요. 검의 성능만 해도 무시무시하고 그와 짝을 이루는 갑옷이 있는데 그것과 합쳐지면 또다른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루시안은 별다른 능력이 있는 검이라고 하니 신기하면서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가치가 있을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얘기를 하면 할 수록 점점 가늘어지는 보리스의 눈매에서 어느정도 엿볼수 있었다.

 

전체 댓글 :
1
  • 보리스
    하이아칸 카월
    2007.01.03
    "하여튼 마법사는 별로 마음에 안든단 말씀이야..."라면 티치엘도 싫다는 뜻인가?귀엽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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