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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망자(fugitive)』- 2편

하이아칸 다비켜라CBRM 2006-12-29 19:46 443
다비켜라CBRM님의 작성글 3 신고

<마을 여행>

 

"도련님. 이제 일어나세요. 도련님!"

 

"우...웅. 좀만 더 자자."

 

"지금은 역경과 고난의 여행중이잖아요? 늦잠자는 것도 끝이라고요! 언제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전 불안해서 한잠도 잘 수가 없었던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절대로 일어나지 않으려는 청년과 꼭 일으켜 세우려는 아저씨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청년이 한 번 살짝 눈을 뜨자 익숙하지 않은 정글같은 숲의 형태인지, 아니면 고요한 것도 같고 시끄러운 것도 같은 주위의 소리 때문인지 잠이 확 달아나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니 비쳐지는 햇빛이 남다른 것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밝고 화창한 햇빛으로 보는 숲 속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10m터는 기본일 듯한 활엽수들이 왠지 답답한 느낌이였고 습한 지역 아니랄까봐 큰 것은 허리까지 자라난 풀들은 여행에 방해가 되었다. 청년은 자연스레 얼굴을 찡그렸다.

 

"음... 생각만큼 좋은 숲은 아니군. 뭐, 하지만 좋아!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많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마을이 어느 쪽이지?"

 

"휴, 어젯밤엔 운이 좋았는지 몬스터가 없었지만 제발 조심히 움직여주시죠. 그리고 마을은 저쪽입니다. 미리 지도를 보아놨죠. 도련님은 이런 준비 안했죠?"

 

아저씨는 북쪽을 가리키며 발했다. 청년은 졸린것이 달아나자 어제와 같은 무척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걱정따윈 존재하지 않는 듯 또다시 걸어갔다. 아저씨는 또다시 한숨쉬며 따라갔다. 그러고 보면 북쪽으로 가는 길에는 나무가 적고 풀도 많이 짧아서 길인 것도 같았으나 그 경계가 모호했다.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매우 편한 곳이였다.

 

"그런데 도련님. 어제는 아저씨라며 존대하더니, 이제 포기하셨습니까? 역시 불편하시죠?"

 

그러자 청년은 무엇인가 깨달은 듯 크게 놀라며, 

 

"아앗! 그랬었지!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겁니다. 저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쇼."

 

라며 윗사람을 대하는 듯 말투를 바꾸며 90도로 인사했다. 아저씨는 괜히 말한 듯 싶었다. 매일 도련님으로 모셔왔기에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굉장히 불편했기 때문이다. 내심 생각하며 두은 계속 걸었다. 길은 모두 사람 사는 곳으로 통한다더니, 아마 숲이 너무 울창해 마을 가까운 곳에만, 그렇게 경계도 모호한 길이 있었던 모양이다. 얼마 안 가자 마을이 나왔다. 마을 입구에서 부터 마을의 이름이 광고라도 하듯 붙어있었다. 나무가 많아 그럴 것이겠지만, 재료는 나무였다. 받침대와 옆에 있는 안내판도 마찬가지였다.

 

'라이디아(Laydia)'

 

"마을 입구부터 이렇게 간판을 만들었네...? 몬스터도 있는 곳인데. 왜 그렇죠?"

 

"라이디아는 원래 휴향지 및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니까요. 저희도 여행이라면 여기서 쉬엄쉬엄 쉬면서 가죠."

 

"좋았어! 일단 험악한 여행을 하기 전에 여기서 푹 쉬다 가기로 하죠!"

 

하지만 그렇게 느릿느릿 쉬면서 가다가는 아마 지금쯤 추격해오고 있을 기사들에게 붙잡힐 것이다. 아저씨의 속셈도 그것이였다. 마을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많았다. 들어가자마자 마을 광장이였고 그 주변에 인가나 무기점, 상점, 그리고 관광지에 있을 법한 식당이나 기념품 가게도 있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식당도 많지만 찻집이 많다는 것이였다. 여기저기 찻집이 널려있었다.

 

"여긴 차가 넘쳐나나? 왜 이렇게 찻집이 많아요?"

 

"넘져나죠. 또 유명하기도 하고요. 차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도 많이 있으니까요."

 

"음. 그럼 한 번 먹어봐야 겠군요."

 

"아, 잠깐만요. 도련님 돈은 있습니까? 라이디아 차는 꽤나 비싸서요."

 

"훗, 그건 걱정 마세요. 내가 여행하기 일주일 전부터 꾸준히 창고에 숨어들어가 훔쳐왔거든요. 한 100만시드 될 껄요?"

 

"100만 시드..."

 

100만 시드면 4인 가족이 몇 달은 버틸 수 있는 돈이였다. 단 둘이서 아껴쓰면 1년 가까이 버틸 수 있을 만큼이였다. 아저씨라면 그의 주인이 도시의 절반 가까이의 상권을 잡고 있는 거대 상업가이기에 1000만시드 이상의 큰 돈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어 봐도 100만 시드가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심 아직 애송이가 많이도 훔쳤다고 생각했다.

 

"그럼 한 번 즐겨보자구요!"

 

"좋긴 하지만 적당히 합시다."

 

두 사람은 찻집으로 들어갔다. 큰 집이여서 그런지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그래서 테이블이 거의 차 있었다. 하지만 술집의 분위기와는 정말 달랐다. 사람이 많지만 간간히 말소리만 들려올 뿐, 정말 조용했다. 차는 음미하는 것이라더니 사람들은 모두 그런 것을 잘 지키는 모양이였다. 허풍을 잘 떨고 또 잘 떠드는 여행자가 분명히 많이 있을 텐데 조용한 것은 좀 이상한 점이였다. 그 분위기 덕에 차를 나르는 사람들도 덩달아 살금살금 움직이고 있었다.

 

"웅... 너무 조용하네. 난 이런게 싫어요."

 

"그런가요? 하지만 이렇게 조용할수록 그만큼 차의 맛과 향이 깊다는 뜻이죠. 여행자가 많이 모이는 곳이 이 정도라니 정말 차가 기대되는군요."

 

"무지 감성적으로 말하시네요. 그런건 어떻게 알아요?"

 

"늙으면 늙을수록 알게 되는 거죠. 하긴 전 늙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카운터에 닿았다. 그곳에는 갈색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뒤를 보고 있었다.

 

"아, 누나 안녕하세요?"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을 보면 굉장히 예뻤다. 그리고 항상 웃고 있어 더욱 아름다웠다.

 

"와, 누나. 정말 예쁘군요!"

 

"호홋! 손님이시네요. 정말 반가워요. 예쁘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여행자이신가요? 얼굴이 낮설군요."

 

"아! 저희라면 나르비크에서 여기까지 온 거랍니다. 차나 한 번 마시려고 들렸죠."

 

"그렇군요! 하긴 라이디아에 왔자면 차는 가진 돈 털어서라도 맛 봐야죠. 그런데 이름이?"

 

"이름이요? 저는 루시안! 루시안 칼츠! 그리고 이쪽 아저씨는 라피트라고 해요."

 

루시안이 아저씨를 라피트라고 소개했고 라피트는 여자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군요. 전 크리티라고 해요."

 

"예쁜 이름이군요. 그런데 이렇게 손님마다 이름을 물어보나요?"

 

"아! 제 습관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다보니 기억력이 좋아지고 또 적어놓은 것도 있어 단골손님이나 여러번 지나치는 여행자는 기억해서 소수는 인연이 되기도 하죠.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럼 차는?"

 

"아, 허브차로 주세요! 맛있는걸로!"

 

"홋! 맛있는 건 비쌀텐데. 빈털털이는 아니죠?"

 

"걱정마세요! 이런 걸 위해 든든히 챙겨왔죠."

 

"그렇군요. 제가 하나 추천할까요?"

 

"마음대로 해 주세요."

 

그 말을 듣고 크리티는 인사 후 안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갔고, 루시안과 라피트는 가까이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 중앙에 입구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워낙 조용해서 그런지 작은 소리도 매우 잘 들렸다. 루시안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움찔했다.

 

"......"

 

"뭔가가 있는 아이 같군요."

 

루시안이 놀란 것을 보았는지 라피트가 옆에서 거들었다. 들어온 사람은 소년이였는데 키는 루시안보다 조금 컸다. 그런데 굉장히 시선을 끄는 모습이였다. 보랏빛 머리에 검은 색 옷에다가 검정색 망토, 어찌나 검정색으로 치장을 했는지 얼핏 잘못 보면 머리까지 검게 보일 지경이였다. 노랑머리에다가 항상 밝은 색의 옷만 입고 다니는 루시안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게다가 얼굴 표정까지 루시안을 움찔하게 만들었다.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어 입 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약간 아래로 늘어진 입은 나머지 표정을 연상케 했다. 어둡고 고독한 얼굴. 항상 밝은 얼굴인 루시안의 얼굴이 마치 반대의 표정이 옮은 듯 일그러졌다.

 

"아저씨. 쟨 도데체 뭐지? 내 또래 같은데, 왜 저렇게 침울하게 다녀?"

 

라피트는 조용히 대답했다.

 

"보통 아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저런 경우는 과거에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것도 어린 시절에..."

 

"그, 그런 일이 있으면 저렇게 되는거야? 끔찍하게?"

 

루시안은 지금까지 자기또래에 저럴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 왔었다. 그는 자기는 원래 쾌활해서 사람들의 모든 심리가 그렇듯 다른 사람도 굉장히 쾌활하다고만 생각해왔고, 다른 아이들과는 별로 어울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저렇게 침울한 것은 어른들 뿐이라고 생각했다. 침울한 어른들은 많이 보아 왔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였다. 그것을 저 애는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루시안은 그것에 대해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호감 같기도 했고 반감 같기도 했다. 도와주고 싶었지만 무시해버리고 싶기도 했다. 루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그 침묵이 시작이였다.

 

 

 

전체 댓글 :
3
  • 보리스
    네냐플 silverdevil
    2007.01.02
    야, 드디어 보리스의 등장이군요^0^ 건필하세요!
  • 조슈아
    네냐플 다크라피드
    2006.12.30
    재밌었어요
  • 보리스
    네냐플 슬픈운명의아이
    2006.12.30
    재밌게 보다 가요~~ ^^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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