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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이 좋고, 만화책이 좋고, 애니메이션이 좋고, 게임이 좋고, 그림이 좋았다.
판타지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쓰고 만화책을 읽고 에니메이션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게임을 했다. 중3, 진학을 준비하는 시기에 나는 이미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에 진학을 결정했고, 선생님께서도 그 쪽으로의 진학을 추천하셨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잘 풀리지만은 않았다.
"애니메이션 고등학교라니? 너, 엄마아빠한테는 그런소리 하지도 않았잖아?"
"그런데는 절대 못보낸다! 당장 보통학교에 원서 다시 써!"
일종의 인권침해다.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좋아서, 내가 진학하는 학교를 선택한 것인데도 부모님은 완강히 반대하셨다. 그 분들께선 내가 형처럼 보통의 대학교에 가서 안전하게 취직하길 바라신다. 하지만 난 학교를 다니고 취직을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학교를 다니고, 취직을 하고싶다.
선생님께 부모님께서 반대하신다고 말씀드렸다. 아쉽다는 선생님의 얼굴. 나도 아쉽다. 아니, 억울하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게임에 접속했다. 오래된 컴퓨터의 느릿한 속도에 익숙해진 나는 느릿느릿 로그인되는 화면을 바라보며 부모님말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고집을 부려서라도 원하는 곳으로 진학을 할 것인지는 고민했다. 한참을 화면을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화면이 지워지며 마치 '도스' 같은 검은 화면이 떴고, 그 와면의 정 중앙에는 푸른 글씨의 질문이 쓰여져 있었다.
[소원을 들어드립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들어드립니다. 단,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셔야 합니다.]
필기체인듯한 글씨. 종이에 쓴 듯 잉크가 번진 곳도 보였다. 소원을 이루어준다....터무니 없는 장난스런 말일 것이 틀림없었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니....그게 어디 쉬운일이겠는가. 그럼에도 시험해 보고싶었다. 나에게는 지금 내 인생을 결정하는 문제가 놓여있다. 정말로 소원이 이루어질까..?
"...내가..내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되었으면..."
작은 중얼거림. 그게 다였다. '~하게 해주세요.' 하는 소원전용 맨트를 읇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일' 은 일어났다. 그 작은 중얼거림이, 정말로 내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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