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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가을에 사부에게 붙잡혀 버린 조령(造靈)은 어느새 천조처럼 사부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적(笛)과 금(琴)이 환상적인 궁합이라는 무림(武林)의 진리(眞理)를 깨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수입 때문이였다. 사부가 처음에 조령과 천조가 같이 일하는 대신 봉급을 둘 다 달라고 하자, 단번에 거절당했다. 원래 하루당 8500시드에 달했던 봉급이 둘이 하면 18000시드로 2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둘이 함께 일해서 손님들이 2배로 많이 온다면 주인장도 허락했겠지만 그럴 확률은 전무(戰無)했다.
천조의 환상적인 솜씨가 멀리멀리 퍼져나가서 이미 사람은 사람대로 몰려들었다. 이제 더 이상 몰려들 사람도 없었다. 만약 몰려드는 사람들이 음공(音功)에 대해서 잘 아는 무림인(武林人)이라면 둘이라는 말에 조화에 대해 알아본다거나,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하면서 찾아올 수 있겠지만, 여기오는 사람들은 술이나 음식을 먹으러 오는 서민들이였다. 결국 조령은 또 다른 여관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래봤자 천조가 일하는 여관의 별관(別官)이였지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분산되어 그동안 자리가 없어서 못 왔던 무수한 사람들이 올 수 있었고, 여고나의 수입은 멀리 내다보면 볼수록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2배로 오는게 아니라서 주인장과 약간의 협상은 있었다. 하지만 천조의 봉급이 하루 8000시드로 줄어든 대신 조령도 8000시드로 받으니 깎인건 거의 없었다. 이것에는 사부가 협상중 은연중에 막강한 마기(魔氣)를 주인장에게 살며시 뿌려준 덕이었다.
그렇게 둘은 계속해서 돈을 벌고 있었고, 사부는 더욱 더 많은 술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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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줄이 튕겨지면서 특유의 고유한 소리를 낸다. 금이라는 것이 원래 높고 발랄한 활발한 소리보다는 무겁고, 침체된 낮은 소리를 내는 것인데도 천조의 금은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활발하며 어떤 때는 엄중한 소리로 그것을 자유자제로 오가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신비하며 새롭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자는 없다.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다 정신이 나가있고, 단 한사람 제정신인 사람은 천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 뿐이였다.
'저 놈은 아직도 저거밖에 못하나... 저래가지고 언제 살음(殺音)에 달하고 예음(藝音)에 달하며 천상(天上)의 소리며... (중략)... 아니 차라리 음제(音帝)에만 들어도... (중략)... 신심음합일(身心音合一)에다가... 아니 신심음불이(身心音不二)인가? 나도 나이가 드니 기억력이... (중략)... 그런 면에서 저 덜떨어진 놈은... (중략)... 요즘 검강(劍剛) 성취도 느린 것이 저것도 못하니...'
제정신인 사람은 물론 사부. 사부의 천조에 대한 부정(不正)적 생각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도데체 천조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이 되어야 사부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런 괴물 사부가 생각할 때 곡은 끝났고, 여느때처럼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천조가 어떤 수를 썼는지 장내는 더욱 활발해졌다. 몇몇 사람들의 근심 어렸던 표정들이 이상하게 밝게 돌아오기도 했다. 아무튼 굉장히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는 갑자기 깨지고 말았다.
쾅! 우지끈!
갑자기 생긴 생소하고 큰 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耳目)이 집중되었다. 사부와 천조도 천천히 그곳에 시선을 갔다두었다.
"크하하핫! 여기가 요즘 어떤 꼬마 때문에 떠들석하다는 여관인가? 과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군."
은색으로 약간 빛나는 갑옷을 입고 허리에는 검을 찼으며, 갈색 머리카락과 수염을 기른 40대 중반 정도의 남자. 우락부락한 근육에 인생도 꽤나 험악했다. 게다가 뒤에는 30~40대 정도로 보이는 역시 갑옷에 검을 찬 사람들이 스무 명 남짓하게 서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공포로 물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 기사들에게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어떤 한 기사가 들고 있는 깃발에 머물러 있었다. 그 깃발에는 피로 물들기라도 한 것 같이 아주 진한 빨강색 방패가 있었고, 금색과 은색의 검이 크로스 형태로 방패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탕은 파란색에 빝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로니에르 드 발렌시안 백작>
'유치하군'
천조의 생각이였다. 전체적으로 괜찮아 보였는데 저 밑에 이름은 완전 꽝이였다. 멋 모르고 욕심만 많은 것들이 꼭 저런다. 게다가 뒤에 노골적으로 이름보다 더 크게 '백작' 이라고 새긴걸 보니,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하다.
'근데 사람들 표정은 왜 이모양이지? 깃발을 보면 기사단 같은데, 평판이 좋지 못한가?'
[저기 사부. 사람들이 저 사람들을 무서워하는 것 같나요, 왜 그러죠?]
천조는 사부에게 전음(全音)을 보냈다.
[저 놈들 말이냐? 로니에르 백작이라고 써져있지? 그녀석의 전속 기사단 녀석들인데, 백작이니 하는 신분을 빌려서 이런 데 와서는 돈도 뺏어가고, 마음에 드는 계집 있으면 자기들 맘대로 **하고 **하고, 또 성질나면 아무나 시민 가져다가 마구 패는 일도 있다더군. 생각해보면 정말 나쁜 놈들이지.]
'음, 마지막은 왠지 사부와 비슷하군.'
천조는 속으로만 말하고 스스로만 동의했다.
[그래요? 그럼 이번엔 여기 왜 온거죠? 돈 뺏으러?]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놈들은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은 많이 택하지 않던데.]
[어떻게 알아요?]
[쯪쯪,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난 술마시러 이리 저리 많은 여관을 돌아다녀봤지. 이 주변 도시들이랑 그 지리는 다 알아.]
'그런가?'
[하지만 겨우 1박 2일에 그게 되나요?]
[이런, 이런. 내 경공(經功)을 뭘로 보는거냐? 너 요즘 자꾸 이 사부님을 우습게 보는 것 같은데, 교육좀 시켜줄까?]
[아, 아닙니다. 우습게 보다니,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하하하...]
천조는 적당히 웃으면서 슬쩍 사부쪽을 돌아보았다. 다행히 사부는 여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천조의 대답은 건성으로 듣고 기사단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조는 속으로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면 보고 있자구. 이제 곧 저놈들이 뭔가 행동을 취하겠지.]
[네.]
기사단은 사부의 말을 훔쳐 듣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을 개시했다. 갑자기 천조에게 다가왔다. 이상하게도... 이번 목표는 시민들이나 다른 계집이 아닌 천조인가보다.
"어, 어라? 어라라?"
천조는 그냥 눈 뜨고 기사단들의 접근을 허용했다. 하지만 천조와 그 기사단들의 실력차를 생각했을 때 그 접근은 별 가치가 없었다. 맨 앞에 대장인 듯한 기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약간은 위협하듯 외쳤다.
"호오, 이 집에서 금을 켠다는게 네녀석이냐?"
천조를 보고 직접적으로 말하던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었다. 보통 이정도면 아직 성인도 안된 것들은 시시나무 떨리듯 떨거나 동요해야 정상인데 이 꼬마는 그렇기는 커녕 아까의 귀찮다는 표정을 자신을 직설적으로 쳐다보면서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그는 훨씬 더 위협적인 표정을 하고는 무섭게 변조시킨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후후훗, 꽤 귀엽게 생긴 놈이군. 사실은 우리 백작님께서 널 원하신다. 어쩌다가 네놈에 그 악기소리가 유명해져서, 우리 백작님께서도 꼭 듣고 싶으시단다. 백작님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다니, 이건 엄청난 영광이라구. 설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거절하면 죽이겠다는 저 표정. 거절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나 그 꼬마는 너무도 당당했다.
"꺼/져라. 난 니네한테도 니네 백작한테도 관심 없어. 금켜는데 집중력 흐트러지면 안되니까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기사단 대장의 눈이 부릅떠졌다. 지금까지 이런 시민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는가? 없었다.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깃발만 보여주면 벌벌 떨기 바빴다. 그에게는 이런 모욕이 처음이였다. 얼굴이 울그락풀그락하게 달아올랐다.
"이, 이놈이!!"
뒤에 있는 기사단을 슬쩍 보니 역시 화나기는 마찬가지.
"좋았어. 이놈을 포박해라!! 이런 예의도 없는 놈! 반항하면 힘을 가해도 좋지만 상처는 안나게 해라. 그래도 백작님 꺼니까 말야."
그리고 옆에다 퉤 하고 침을 뱉고는 뒤로 물러나고 기사 2명이 나온다. 그리고 천조를 잡아채려 했다. 물론 가만히 있을 천조가 아니다.
쉬익! 터억!
한 기사의 손이 다가오자 천조는 잽싸게 붙잡았다. 기사 둘은 어디서 손이 날아왔는지 갑자기 나타나자 어이없어 하며 두 눈을 끔벅거렸고, 천조는 붙잡은 기사의 손을 비틀어버렸다.
뚜두두둑!!
"끄아아아악!!"
여관 내로 크게 울려퍼지는 기사의 비명소리. 기사단 일행이야 단연 어이없고, 보통 사람들도 받아들이기 힘들기는 매한가지이다. 저런 꼬마가 뭘 믿고 저러지? 하고 있는데, 이젠 기사가 한 낱 꼬마에게 당하다니... 그런데 손이 비틀어진 기사 옆에있는 기사가 검을 집어들었다.
채앵!
그 기사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공포감이 서려있었다. 천조가 기사의 수준에 맞추어 마기(魔氣)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으으으으..."
비웃고 있는 천조를 보고 주춤주춤 물러나던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검을 휘둘렀다. 천조가 사부, 그리고 저쪽 기사들이 보기에도 저건 겁에 질려 그냥 휘두르는 거였다. 적이였다면 죽기 딱 좋은 상황. 그러나 실내의 여관 손님들은 달랐다.
"저, 꼬마야!!"
"꺄아아아악!!"
"으, 으악!"
당연히 검을 볼줄 모르는 손님들은 꼬마가 단칼에 베일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주인장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채앵!!
검에서 강한 소리가 나왔다. 강철과 비슷한 것과 부딫히는 소리. 그런데 그 강철이란 것은 천조의 팔이었다. 천조가 팔을 들어 검을 막은 것이다. 팔은 전혀 베이거나 절단되지 않았다. 철과 철이 부딫힌 것 같았다. 천조의 팔에는 상처하나 없었고, 비는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오, 이 호신강기(胡身剛氣)라는거 실제로는 처음 써보는데, 효과는 좋은데?"
천조는 자신의 기술의 효과를 보고는 활짝 웃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였다. 모두 이젠 어이없음을 넘어가서 공포에 질려있었다. 공포의 대상은 기사단이 아니라 이젠 천조였다. 검을 맨팔로 막가내고도 상처 하나 없는것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마 괴물로 비쳐졌을 것이다. 단 한사람, 예외가 있다면 사부였다. 그리고 천조를 내리치려 했던 기사는 벌벌 떨다가 검을 내버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으, 으으... 으아악!!"
그러나 가만히 내버려둘 천조는 아니다. 적어도 분풀이는 해야지.
"풍마장(風魔場)!! , 장풍마탄(長風魔彈)!!"
그리고 천조가 내뻗은 손에서는 천조가 공력(功力)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응축된 바람이 강력한 위력으로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기사는 약간 떠올라서는 이상한 포즈를 튀한 채 날아가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퍽!
여관 벽에 부딫힌 기사는 그에 멈추지 않고 벽을 아예 뚫어버렸고, 약간 시간차를 두고 쏜 천조의 장풍마탄에 의해서 배에 구멍이 뚤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꾸에엑!!"
여관 밖 바닥에 떨어진 기사. 미동도 않는 걸 보니 기절했나보다. 아무리 천조가 인심써줬다고 해도, 잘하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그걸 본 사람들은 비명을 마구 질러대고 미친 듯 뛰어다니기도 했으며, 도망치는 자도 있었다. 공포에 질려 돔아가는 기사단과 함께. 천조는 가만히 있었다. 자기 힘도 충분히 발휘했고, 이제 자기를 노릴 생각은 감히 못할 것이니까.
"으이구... 결국 이렇게 되는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사부가 뭘 모르시는군요. 이렇게 확실히 해 둬야지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할거면 아예 하지를 말라구. 힘 조금만 보여줘서 살생(殺生)하지 말고 보내던가, 기를 내뿜을 수도 있고. 그리고 정 화가나면 아예 다 죽이던가. 너무 어정쩡하잖아..."
"그, 그런가..."
잔인한 말을 하는 사부. 그럼 사부의 지론(至論) 대로라면 천조는 엄청난 살인마가 되었어야 했다.
"뭐, 어쨋든 난 올라가보마. 연주 잘 해라."
"예, 알겠습니다."
사부는 빠르게 사라져버렸고, 보이지도 않는 속도지만 천조는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앉아서 다시 연주를 시작했다.
딩, 디디딩, 디링, 디이잉!
다채롭게 울리는 금(琴)소리. 하지만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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