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게시판
네냐플 건물을 빠져나와 잘 정돈된 길을 걷던 보리스는 문득 고개를 들어 네냐플 학원 정원의 분수대 위에서 날고 있는 새를 보았다.
"저 새는...."
장미보다 더 빨간 눈에 태양빛에 부각되는 하얀 몸체, 마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양 고고함을 드러내며 그 새는 분수대 위에 앉아 자신을 바라본다.
"저렇게 아름다운 새가 또 있다니..."
보리스는 네냐플에 와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서도 항상 잊지 않았던, 아니 잊을 수가 없었던 그녀를 떠올린다.
'이솔렛.....'
이제는 볼 수 없을 존재, 달의 섬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의식을 치뤘지만 잊지 못한 한 존재. 섬의 모든 것을 다 두고 섬에서의 모든 마음을 섬에 묻고 왔지만 버리지 못한 한 마음.
아름다운 그녀와 항상 함께 있던 달의 섬의 새들의 고고한 공주 요즈렐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새를 잠시 향수에 잠겨 멍하니 바라보던 보리스는 새의 목에 걸려있는, 새의 눈과 똑같이 붉은 색의 목걸이에 시선이 멈춘다.
"!!"
보리스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뛴다. 왜 진작 알아** 못했을까, 보리스는 그동안 검술을 연마하며 예리한 감각이 있었지만 이럴 때 둔감한 자신을 책망한다. 어떻게 저런 특이한 새가 세상에 둘이나 존재 할 수 있단 말인가. 보리스는 갑작스런 혼란스러움과 기대, 자신의 기대가 틀렸을 경우의 두려움으로 뒤죽박죽 된 머리를 세차게 흔드며 재빨리 주위를 살핀다. 하지만 이미 모두가 학원을 마치고 떠난 주위는 네냐플 정원의 분수와 그에 어울리게 한없이 아름다운 조경 그리고 적막함뿐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 몇분이나 지났을까... 분수 위에 고고히 앉아있던 요즈렐이 아름다운 울음소리와 함께 누군가에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리스는 눈만으로 쫓는다.
요즈렐이 누군가의 어깨에 앉는다.
일부분이 하얗게 빛나는 머리카락, 일말의 오차도 없이 예리하게 만들어진 조각상처럼 섬세하고 반듯한 몸매, 유리 구슬보다도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연분홍색 눈동자. 이 세상의 아름다움이 아닌 듯 네냐플의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도 독보적으로 빛나는 그 존재. 섬에서 떠나온 뒤에도 항상 그려왔고 마음 속으로 항상 원해왔던 존재.
절대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붉어지는 자신의 눈시울과 뜨거워지는 머리를 느끼며 보리스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자신에게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듯 그녀의 시선도 그에게로 옮겨지고, 그 아름다운 얼굴에 한 줄기 놀라움과 혼란이 어린다.
"이솔렛....."
이 이름을 다시 부를 수 있게 될 줄이야.
"다프넨...."
이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될줄이야.
- 전체 댓글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