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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다른세계에 존재하는 또다른 나에게.

네냐플 百化亂舞。 2013-03-09 01:10 462
百化亂舞。님의 작성글 0 신고

저에겐 신경 쓰이는 사람이 한명 있습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약 일주일 전, 이곳 테일즈위버의 세계에 5년 만에 다시한번 발을 디뎠을 때였습니다.

검은색의 윤기가 흐르는 긴 머리와, 녹색의 망토가 인상적이었던 ‘그’는 처음 본 순간부터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엄청난 관심을 끌어 저에게 선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수려한 외모와는 달리 정말로 허약했습니다.

다른 필드로 넘어가 테일즈위버 속에서 펼쳐지는 풍경과 울려 퍼지는 BGM을 듣기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려 하였지만, 해안가로 가면 덕워리어 피쉬, 평원으로 나가면 레드 미네 등등의 공격을 채 몇 대도 견디지도 못하고 쓰러지기 일쑤였으니까요.

 

저는 정말로 화가 났었습니다.

딱 보아도 이 게임의 주인공급은 되어 보이는 수려한 외모를 가졌는데 실상은 이렇게 허약하다니…….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심정이었죠.

그렇게 ‘그’의 약함을 깨닫고 크게 상심하고 있던 와중에, 저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안겨준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롱소드 굿나이트.

금발의 머리에 두 개의 알이 달린 밴드를 머리에 걸치고, 깊이를 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빛나는 눈동자. 특이하게도 푸른색의 머플러를 메고 있던 그는, 저에게 한 가지 제안(퀘스트)을 하였습니다.

“축복의 던전에 가보세요.”

 

저는 그 말을 들은 즉시 뒤도 돌아** 않고 ‘그’를 강제적으로 이끌어 축복의 던전에 들어서게 만들었습니다.

그곳은 젤리삐부터 시작해서, 그것의 변형종인 포이즌 젤리삐, 베이빙과 그것의 진화형인 크루엘 베이빙, 플라바 등등 여러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곳이었습니다만, 어째서인지 ‘그’는 이곳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몬스터들이 약하다는 것을 확인한 저는, ‘그’에게 강제적으로 명령을 내려 발 빠르게 움직여 몬스터들에게 두 손으로 쥔 칼을 힘껏 휘두르게 만들었죠.

 

그것은 약 2시간동안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정확히는 ‘그’가 강해지고, 더욱 강해져서, 강제적으로 이곳에서 마을로 이동될 때 까지였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 시간은 저에겐 참으로 지루하기도 하고, 또 힘들기도 했었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으로 명령만을 내리는 것뿐이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런 저와는 달리 ‘그’는 그 긴 시간동안 단 한 번도 저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저의 요구대로 몬스터를 향해 무거운 칼을 끊임없이 휘두르고, 그 몬스터가 사라지면 다른 곳으로 움직여 그곳에 있는 몬스터를 베고, 또 베고…….

그것은 정말 힘든 일일 텐데 ‘그’는 단 한 번의 불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살짝 미소 짓는 듯한 표정을 유지할 뿐이었죠.

 

그러나 그때 2시간에 걸친 사냥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좀 더 강해진,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른 ‘그’가 보고 싶었기에 다시금 그를 움직여 엄청나게 긴 시간동안 칼을 휘두르게 만들었으니까요.

 

때로는 많은 대화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저와는 다르게 과묵한 성격의 ‘그’였지만, ‘그’는 이번에도 저의 요구를 마다하지 않고 여러 마을에 위치한 NPC라는 공통된 간판을 걸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또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랬습니다.

물론, 이런 것 또한 ‘그’를 강하게 성장시키는데 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까 시킨 것이지만요.

 

 

 

 

 

……그렇게 어느새 일주일이나 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그’의 레벨은 100이라는 문턱에 다다를 정도로 놀랍게 성장하여,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맞고 다니지 않을 만큼 강해지기에 이르렀습니다만, 아직은 200이 넘는 다른 유저들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기만 하죠.

 

하지만, 얻은 강함에 대한 대가로,

일수로 치면 약 10일.

플레이시간으로 친다면 거의 150시간은 되는 긴 시간동안, 자신보다 강력한 몬스터와 싸우라고 한 무리한 명령들부터 시작하여, 펫을 부화시키기 위해 자는 시간동안 아무런 명령 없이 홀로 세워놓은 것, 등등…….

‘그’는 그 오랜 시간동안 저의 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부응하기위해 온갖 고난을 겪어야 했죠.

그런데,

저의 그 바람을 이루어주기 위해 자신을 고생시키면서 까지도 열심히 노력한 ‘그’에게 정작 단 하나의 선물조차 제대로 해주지 못했네요.

 

 

그래서

저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되어 테일즈위버라는 가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

아무리 힘들고, 고되고, 지루할법한 명령들일지라도 군소리 없이 모두 소화해낸 ‘그’

이제는 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된 ‘그’에게 이 자리를 빌려,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서 저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 테일즈위버의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 百化亂舞。에게…….

 

안녕?

못난 주인이지만 너에게 처음으로 나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한통 써볼까 해.

 

우리가 처음 만난 지 벌써 1주일이 넘은 시간이 지났어.

그동안 못난 주인 때문에 고생해서 레벨 업을 하고, 혼자 세워두기도 하고, 다른 NPC들의 무리한 부탁도 억지로 들어주게 해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그건 모두 너를 위해서 라는 거 알고 있지?

물론, 너에겐 정말 힘든 것들이겠지만, 나는 네가 조금 더 강해진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거야.

너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써 테일즈위버라는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잖아?

그래서 나는 그곳에 존재하는 내가 약하다는 것을 용서할 수가 없어서 그랬던 거였어.

너를 위한 나의 마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고난과 시련이 너에게 **올지 몰라.

그것은 물론, 나의 욕심 때문이겠지만 그 고난과 시련을 하나둘씩 견디고, 참아내어서 극복해 낸다면, 반드시 너는 지금과는 몰라볼 정도로 강한 힘을 얻게 될 거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

너와 내가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테니까.

우리 둘이 함께한다면 못해낼 것도 없으니까!

 

나는 네가 나의 분신인 이상, 그 세계에서 최고로 강한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 최고의 존재가 되기 위해 나와 같이 노력해줄래?

물론, 네가 싫다고 한다면 나는 이쯤에서 포기할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겐 너의 대답이 들리는 것도 같네.

아하핫, 나도 참 정신나갔나봐.

 

그런데, 이 글을 읽을 너는 내가 그저 네가 강해지는 것에만 **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아.

강한 힘은 그저 부수적인 요소일 뿐.

나는 너와 테일즈위버라는 세계에서 만나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

 

 

강해지지 않아도 좋아.

굳은 일을 하지 않아도 좋아.

그저 지금처럼 테일즈위버라는 세계에서 언제까지나 같이 웃고 즐기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건 내 진심이야.

그러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자. 알겠지?

 

 

 

 

……역시 글을 쓰는 재주는 없어서 나의 진심을 제대로 못 표현한거 같아서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2013년 3월 9일 너의 못난 주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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