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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나를 사랑합니다.

네냐플 진골설렁탕 2013-03-06 01:41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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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평범한 소년이 한명 있습니다. 소년은 매우 소심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단

혼자 조용히 독서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걸 좋아했습니다. 자연히 소년은 '글'에 대해 점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언젠가부터는 '소설가'를 꿈꾸게 됩니다.

소년은 학창시절 내내 이 꿈을 잊지 않으며 '글쓰기'는 내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학교 수업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에 언제나 공부는 뒷전이었고, 어떤 주제를 정하여

이와 관련하여 자유롭게 논설하는 것에만 몰두했습니다. 전국 글짓기 대회에서도 몇번 입상하면서

이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논술'이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는 등 글짓기가 새로운 평가의 지표로 선정되면서부터

학업은 완전히 손을 놓게 됩니다. 자기 자신은 논술만으로도 무난히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지요. 몇번의 입상을 겪으면서 완전히 자만하게 된겁니다.

결국 소년은 지원했던 논술 특기자 전형에서 모두 탈락합니다.

소년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평소 꿈꿔왔던 '소설가'와는 완전히 관련 없는 '공과 계열'로

진학하는 걸 선택하고서 성인이 됩니다.

맘에도 없는 학과에 들어가서 1년간 놀다시피 하다가 입대하여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금방 전역하여 다시 그 학과에 복학을 한 성인이 된 그 소년은 바로 '나'입니다.

 

원래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제 뒷바라지를 해주시

는 부모님이 계시고 동생, 친구 등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다보니,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선 별 생각 없이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옛날엔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학창 시절엔 어땠는지. 또 지금은 옛날의 목표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는지. 등등...

잘하고 있다. 못하고 있다는 등의 칭찬이나 격려도 없이 나 자신을 지금까지 너무 홀대만 해온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아직까지는 옛날에 결심했던 일들 중 이루어놓은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공부

만 하고있지 불과 몇년 전까지 꿈꾸어왔던 소설가의 꿈은 점점 흐려지고, 현실과 타협해

가면서 꿈을 잃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 하지만 조금 멀리 돌아갈지라도 종착점에 이르면

 그 곳에는 나의 꿈이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렇게 바보같이 꿈을 쫓는 나 자신을 사랑합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아직까지도 예전의 꿈을 잊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이 대견합니다.

내가 가족과 친구를 믿고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나 자신을 믿으며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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