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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화이트] To. 피냐

네냐플 Saddest 2013-03-05 00:00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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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피냐. 짐작하고 있겠지만 나 오렌이야.

돌이켜 보면 우리는 항상 크고 작은 다툼을 벌여 왔었어.

때문에 서로 말을 안 하고 지냈던 적도 많았었지.

그런 우리의 모습을 차마 지켜보기가 힘들었던 아이조움 선생님께서

여행자 분들에게 부탁을 해서 화해시켜주신 적도 있고 말이야.

그 때는 니가 화해 신청을 먼저 해와서 놀랐고 일면으론 기뻤어.

이젠 아이조움 선생님께서 꾸미셨던 일이라는 걸 알게 됐지만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야. 아이조움 선생님께서 그래주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언제까지고 화해를 못 했었을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감사드려야 마땅하겠지.

너에게 미안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사과를 하기가 힘들었었거든.

그런데 말야. 당시에는 타의에 의해서 화해를 하게 된 것이긴 했어도 여행자 분에게 부탁 드려서

대신 전했던 그 꽃다발은 내 진심이 담긴 거였어. 너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번에도 또 너와 다투게 됐는데 역시나 그 때처럼 용기가 잘 안 나.

게다가 내 잘못으로 인해 다툰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래.

내가 잘못해 놓고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먼저 미안해, 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되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서 널 상처입힌 것 같아.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말다툼을 할 때 했던 말들은 내 진심이 아니었어.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정말로 후회가 돼.

니가 받아주지 않더라도 꼭 이 말을 전해야 할 것 같아.

미안해. 백 마디를 써도 모자라지만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못 하겠어.

어떻게든 너와 화해를 하고 싶어. 그래서 부족하지만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어.

더 이상은 아이조움 선생님이나 여행자 분들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내가 직접 너에게 전해주려 해.

만약에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있다면, 아니면 하다 못해 나와 이야기라도 해 볼 마음이 생긴다면

3월 14일에 바다의 계곡으로 와줬으면 좋겠어.

언제 오더라도 상관 없으니 올 때까지 기다릴게.

 

                                                                                          -오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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