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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땅
'머지 않아 우리는 그 땅을 향해 갈 것이다.'
치이익.
'비록 지금의 우리는 버려진…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치이익. 치이익.
'우… 혼이… 닿아… 그곳… 에덴, 우리의 고향, 우리의 땅…'
치이익. 치이익. 치이익.
'곧… 우리가… 나서야할… 심판자가…'
치이익. 치이익. 치이익. 펑.
… … 끼리릭
"코드 번호 입력. ID 전송. 번호 입력 완료. 코드 명 아나이스. 임무를 실행합니다."
끼익, 끼익, 끼익, 철컹.
"첫 번째 임무, 기억을 지울 것."
삐리릭, 삐리릭. 임무 완료. 푸쉬이익… 덜컹.
"… … ?"
쿵, 쿵, 쿵.
삐리릭. 삐리릭.
"… 아나이스?"
삐리릭. 삐리릭.
"아니야, 나는 아나벨이야."
삐리릭. 삐리릭. 오작동. 메모리 카드가 훼손되었습니다.
"난 누구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 그리고 여기는 어디지? 사막?"
탁, 탁, 탁.
"휴우, 먼지 봐.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야지. 사방이 사막인데… 아나벨이 있기에는 너무 험한 곳인 것 같아. 일단 걷다 보면 어디로든지 길이 나오겠지… 얼른 나가는 길을 찾으면 좋겠다아… 그러면 아나벨 초코케이크도 먹고 와플도 먹고 파르페도 먹을거다!"
이 대륙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들어가는 그 자체로 이미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다고 전해지는 땅이 있다. 그 땅의 이름은 필멸의 땅. 황무지라고도 불린다. 이 황무지는 과거 가나폴리라는 나라가 세워졌던 곳이고, 한순간에 재로 변한 곳이다.
가나폴리는 매우 장성했던 나라임과 동시에 재화도 많이 갖춘 나라라 가나폴리 멸망 당시에 있었던 보물들이 현재의 황무지 곳곳에 묻혀있었다. 이런 과거 가나폴리의 보물들을 노리는 자들을 '황무지 사냥꾼'이라고 한다.
"으으으, 아나벨 화날 것 같아! 가도가도 사막만 나오고… 아나벨 목마르단 말이야."
그러나 그런 황무지 사냥꾼들조차도 필멸의 땅의 겉둘레만 멤돌 뿐, 그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 때문에 더 이상 가기를 꺼려한다.
삐리릭, 삐리릭.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1492837582839…
"끄으으… 뭐야, 이 소리는?"
갑자기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놀라 넘어질 뻔하다가, 가까스로 땅을 짚고 선 아나벨은 두 손을 관자놀이에 대고 신음했다.
삐리릭. 삐리릭. 코드 명 아나이스. 비상 회선에 접속합니다.
"나, 나는… 아니야… 나는 아나…"
아나벨은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조금 버티는 듯 하며 신음을 내었고, 이윽고 그쳤다.
"아나이스, 접속 완료."
아나벨의 몸은 축 처지고, 그 상태로 고개만 위로 들어 예의 초점없는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행성 이름, 테시스. 과거에 열 세명의 수호자가 지켰던 별. 현재 위치는 필멸의 땅. 시간은…"
아나벨은 잠시 말을 멈추고 가만히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바라았다.
"…현재의 상황, 필요성, 위험 여부에 따라 아티펙트 사용, 결정합니다."
아나벨의 말이 마쳐짐과 동시에, 불어오던 모래바람이 아나벨이 있는 곳을 향해 거세게 몰아쳤다.
펑.
한순간의 폭발음이 들리더니 거세게 몰아치던 모래바람이 순식간에 그 자취를 감췄다. 그와 동시에 아나벨의 모습까지도 있던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그곳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모래바람이 아무도 없는 허공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 뭐지?"
모래바람이 부는 쪽으로부터 나온 탁한 색의 로브로 온몸을 감싼 사내가 아나벨이 있었던 자리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무언가 꺼림직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마치 이계(異界)의 기운과도 같은…"
사내는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 밑에 있는 모래를 한 움큼 쥐었다.
"… 우물로 가봐야곘어."
남자는 로브 속을 조용히 여민 후에 다시 모래바람이 불어온 곳으로 자리를 떴다. 모래바람이 유난히 심하게 부는데도 불구하고 그 남자의 걸음은 오히려 점점 빨라져갔다.
네냐플이라고도 불리는 네냐 야플리아(Nenya-Yaffleria)라는 학원은 아노마라드에서 최고로 꼽히는 마법 학원이다. 마법 학원이라고 해서 모두 마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마법에 특화된 학원이기 때문에 마법 학원이라고 불리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오면 모두 마법 한 두개 씩은 익혀가기 때문에, 결국은 마법 학원이란 말이 틀리진 않게 된 것이다.
"후우, 날씨 한 번 더럽게 춥네…"
한숨을 푸욱 쉬고 바깥으로 나온 한 갈색머리 소년이 눈앞에 쌓여있는 눈들을 바라보며 불만을 내뱉었다.
"도대체 이놈의 학교는 진짜… 겨우 지각 몇 번 한 정도로 눈을 치우라는거야. 돌겠네 진짜."
"우와, 눈 진짜 많이 내렸다! 눈싸움 하면 재밌겠는데…"
사이좋게 지각해서 벌을 받고 있는 갈색머리 소년과 노란머리 소년은 서로 상반된 관점에서 쌓여있는 눈을 바라보았다.
"명색에 마법 학원인데, 그 마법이라는 걸론 이 눈님들을 어떻게 치울 순 없는거야?"
노란머리 소년의 불평에 갈색머리 소년이 삽을 들고는 말했다.
"그 잘난 마법을 쓰는 사람이 이 학원에 교수직을 제외한 사람들 중에 몇 명이나 있겠냐? 티치엘 같은 괴물들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같은 일 학년들은 기초적인 마법조차도 제대로 못 써서 헤메고 다니는데 어떻게 이 눈을… **, 왜 우리가 눈을 푸면 풀 수록 더 많은 눈이 내리는건데!"
갈색머리 소년이 불평하며 눈을 푸자 노란머리 소년은 수북히 쌓여있는 눈들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으아아, 이런거 한 번도 안해봤는데. 너무 눈들이 많아… 그냥 다 그치고 하면 안될까?"
"으으으! 이 눈발들은 왜 점점 더 거세지는 건데!"
"으으, 일단 한 쪽에 쌓아둬볼까."
"멍청아! 그렇게 쌓으면 나중에 다시 무너져버리잖아!"
"으아아 막시민! 그 쪽에 쌓아둔 눈들이 쓰러진다!"
"으아악! 제기라… 우풉풉!"
"어어? 이쪽도 쓰러… 우풉풉!"
두 소년이 한참을 눈과 씨름하고 있을 떄 숙소 안, 일명 도토리 빌라라고 불리는 건물의 안에서는 그 광경이 정말로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저거 참 돈주고도 못 보는 명장면이네. 일부로 저렇게 하기도 참 힘들텐데…"
"… 하아."
"흐음… 도와줄까?"
안에서 구경하고 있던 세 사람은 바깥에 벌어진 참혹한(?) 광경을 보고는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11월의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저 두 사람은 갑자기 찾아온 동곤증(?)에 의한 연이은 지각으로, 현재 낙제 위험 인물의 1순위와 2순위를 나란히 차지하였다. 게다가 그 지각으로 인해 현재 저 두 사람이 받고 있는 처벌은 빌라 앞의 쌓여있는 눈 치우기!
"막시민, 루시안, 힘내!"
"… 휴우."
"힘내, 둘 다!"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빌라 안에 남은 세 사람은 바깥의 두 사람을 응원해주기만 하였다.
막시민이라 불린 갈색머리의 소년은 눈속에서 나와 제일 먼저 불평했다.
"**! 내가 왜 이런 빌어먹을 노동 짓을 하고 있는건데! 조슈아 네놈과 그 썩은 바이올린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어!"
조슈아라 불린 회색머리 소년은 그저 막시민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으으, 눈한테 묻히다니 분하다… 있는 눈, 없는 눈을 전부 싹싹 긁어버려서 치울테다!"
루시안이란 소년은 불평아닌 불평을 하면서 착실하게 눈을 치웠다. 막시민이란 소년도 열심히 삽으로 눈을 펐다. 단, 입에서는 불평 절대 떼어놓지 않았다.
"**, 내가 두 번 다시 이 눈들을 치우나 봐라… 꼭 감자 깎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더 더러운데?"
"웬 감자? 감자 깎는건 쉽지 않아?"
"이틀 내내 감자만 깎아봤냐?"
"난 감자 별로 안좋아하는데… 바나나를 까라고하면 깔지도?"
"… 그냥 계속 눈이나 치워라."
바깥의 두 사람을 계속 구경하고 있던 세 사람 중, 회색머리를 한 소년이 불현듯 말했다.
"아, 티치엘, 보리스. 너희들 혹시 편지 받았어?"
소년의 물음에 바깥을 구경하던 티치엘이라 불린 소녀와 보리스라 불린 소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난 받은 적이 없는데…?"
"…나도."
회색머리 소년은 두 사람의 대답에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아아, 그렇구나…"
회색머리 소년은 흘러가듯 말하고나서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데…"
「오셨나요?」
어두운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위치해서 주위를 빛으로 비추는, 마치 반딧불과도 같은 거대한 고치, 그리고 그 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소녀의 잔상이 고치의 앞에 서 있었다. 고치 안에 있는 곳에서 자그마한 빛이 나와 소녀의 잔상이 있는 곳 위에서 멈추고 그 빛에서 사근사근한 여성의 목소리가 숲 속에 울려퍼졌다.
"넌 내가 이곳에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구나."
거대한 고치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거대한 고치 쪽에 있는 빛을 올려다보고 있는 소녀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잔상 속의 소녀는 도도하게 말했다.
「네. 당신에게 닥친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지요. 그런데 굳이 저에게 찾아오신 이유가 궁금하군요.」
마치 웃음을 지었을 것만 같은 말투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입가에 아무런 움직임 하나조차 비치지 않은 채 단호하게 말했다.
"내 안에 있는 영혼을 떼어 내."
잠시 빛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곧 빛에서 약간 경직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그 어려운 걸 쉽게도 얘기하시는군요.」
소녀의 잔상이 잠깐 흐릿하게 보이더니 곧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렵겠지. 하지만 가능하겠지. 그게 내가 이곳에 온 이유야."
냉정히 딱 자른 소녀의 말을 들은 빛은 곧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소녀의 앞으로 다시 모여 소녀의 잔상과 같은 빛의 잔상을 만들었다.
「이미 붙어버린 한 영혼 만을 따로 떼어내는 건 불가능해요. 이건 아무리 뛰어난 재주가도 어쩔 수 없는 법칙이에요. 이미 그 영혼은 당신의 몸 속에 들어가 당신과 하나가 되어버렸어요. 그와 동시에 당신과 그 영혼의 운명도 하나가 되어버렸답니다. 설사 이 둘을 분리시킨다 하더라도 두 영혼이 정상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어요. 이것은 흐르는 강에 떨어진 빗방울 하나를 찾아 그것만 따로 분리해내는 것만큼 희박하고 불가능한 일입니다.」
빛의 잔상은 다시 넓게 퍼지더니, 소녀의 잔상 주위를 구의 모양으로 감쌌다.
"하지만 너라면 가능하겠지. 헤아릴 수 없을만큼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온, 시율(始律)의 법칙을 거스른 피를 가진 너라면 말이야."
빛의 구는 점차 소녀의 잔상에 가까워졌다.
「… 하지만 저는 법칙을 거스를 순 없어요.」
빛의 구가 소녀의 잔상에 닿을 즈음, 소녀가 말했다.
"아티펙트."
빛이 움직임을 멈췄다.
"이 별을 최초로 만든 열 세명의 수호자가 각자 지녔던 힘, 그 힘들은 봉인한 각각의 아티펙트. 그것들이 있는 곳을 알아."
갑자기 빛이 넓게 퍼지고 그 빛들은 고치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고치 안에서 커다란 빛이 번쩍했다.
고치로부터 시작된 빛은 가까이 있는 소녀의 잔상을 덮고, 또 거대한 숲을 모두 감싸고도 남을 정도의 빛을 내뿜었다.
「… 당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셔야 할거에요.」
소녀는 마지막 잔상이 모두 가려 사라지기 전에 짧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빛에 잠식해 사라져갔다.
"물론."
어두움을 모두 감싼 빛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초록빛의 숲들은 더 싱그러워졌고 하늘 위에 떠 있는 노란 달은 더 고귀해졌다. 하얀 빛이 아닌 밝은 빛이 고치가 있는 곳에서, 고치가 있는 숲 속에서, 숲이 자리잡고 있는 땅 위에서 서서히 넓게 퍼져나갔다.
안녕하세요~ 작가 지망생 서링입니다.
룬의 아이들 팬픽을 쓰던 도중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소설의 평을 받아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에덴의 땅은 룬의 아이들과 테일즈위버의 두 세계관을 합쳐서 만든 이야기입니다.
아나이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소설은 과거와 미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어 여러 이야기들을 파헤치는
내용이에요. 재밌게 봐주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이만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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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칸 Dissilent2013.06.20굳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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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아샤른2013.01.06우왕 잘보고 갈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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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땡칠J2012.12.08Love퍼플,라즈도 / 덧글 감사합니다, 두 분의 덧글이 제가 소설을 쓸 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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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라즈도2012.12.03우왕 재밌어요. 굳이 말하자면 뭐라고 해야되지? 아 여기에 재대로 된 소설이 올라온적이 별로 없어서ㅋㅋ 잘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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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Love퍼플2012.11.30아티펙트와 관련되어있는 소설들이 참많았었는데 몇몇개는 참 좋은 작품들이었어요 에덴의땅도 거기에 견줄만한 멋진소설인 것 같습니다 ㅎㅎ 연재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