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게시판
은빛 머리 소년은 방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살던 부호와 호화 상점들이 즐비한 도시 중의 도시가 아닌,
어쩌면 지방에 자리잡고 자기를 도시라고 우기고 싶은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시골에 간 이유가 있었다.
" 순백색의 대리석이 아련하구나 ... 사람들이 밟고 돌아다녀도 그 빛깔을 잃지 않다니 ... 순수함이랄까 "
조슈아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감성에 젖어 시간을 허비할 여유 따위는 없어. 에쉴트 백작의 저택을 방문하고 나서야 복잡한 퍼즐이 차례대로 맞춰질것 같으니깐. "
그가 고개를 돌려 마을의 중심을 관통하는 도로 끝자락에 자리잡은 으리으리한 저택을 바라보았다.
" 큭, 그래도 나름 백작이라고 집은 크게도 지어놨군. 과연 내실도 그럴지는 의문이지만. "
나르비크는 밤의 어두움과 새벽의 밝음으로 뒤섞여 있었다.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어쩌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금발의 머릿결은 빛나고 붉은 리본은 그 빛을 따랐다.
" 아버님께 허락을 맡고 나르비크를 방문했다 하지만, 아버님의 성미를 생각하면 나를 따라올 첩자 하나 정도는 붙여두셨을지도 모르지. "
금발의 부드러운 머릿결은 소녀의 가슴위치 까지 길어져 있었고, 고귀한 청록과 녹색의 드레스조차 그녀의 고상함을 가릴순 없었다. 그녀는 눈을 힐긋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 세티리아, 이 야밤에 도시가 시끄러워지는 일은 여러모로 이득이 될 것이 없으니, 조용히 뒤 따라오는 저 어색한 검객을 처리해. 조용하면서도 기민하게. "
그녀가 잠시 멈추어 부채를 꺼내며 말했다.
그러자 푸른 머릿결에 붉은 리본을 맨 소녀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뒤로 뛰어갔다.
" 물론 다른 사람의 시선이 나를 지켜보는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가장 가까운 이도 모를정도로 은밀한 일도 있으니깐. 게다가 무엇을 하건 자유는 홀로 있을때 더욱 편한것. 물론 그런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지는 의문이지만. "
클로에가 사뿐 사뿐 걸어갔다.
그 시각, 나르비크의 부둣가 주변 한 구석은 왁**껄했다.
알코올 냄새가 가게를 흥건히 적시고, 두건과 문신을 한 사내들이 가득한 곳,
취한 흰 수염 고래 였다.
" 여어~ 막시민, 이제 오는가? "
푸른색의 두건에 비교적 뚱뚱해 보이는 노란 수염의 남자가 말했다.
" 쳇, 오늘은 돈 없으니깐 외상으로 줘. 나정도면 어느정도 신용은 있잖아? 크큭. "
" 뭐야? 외상이 벌써 한 두번이 아닌데다 돈은 지불도 하지 않았다는거, 잊지 않았겠지? 오늘만 봐주는거라고~ "
아저씨가 넉살 좋게 말했다.
" 크큭, 길드에 건수가 생기면 퍼뜩 잡아서 돈은 갚을테니 걱정 말라구. 그나저나 요즘 조금 독특한 소식은 없어? "
막시민이 자리를 잡아 앉으며 말했다.
" 이거 영 그쪽은 불쾌해할지 모르겠지만, 섀도우&애쉬에서 무언가를 밀수했다는군. 며칠 전 보름달이 뜬 저녁에 밀수선이 부둣가에 정착했다더군. 본 사람 말로는, 배 주위에 경계가 매우 삼엄해서 개 한마리 지나가지 않았더군, 큭. "
아저씨가 잔을 꺼내 들며 말했다.
" 오호, 섀도우&애쉬가 찜찜한 길드이긴 하지만, 뭔가 냄새가 풍기는데? 밀수선에다 삼엄한 경계까지. 최근에 불거진 에쉴트의 괴소문이랑 연관이 있는걸까? "
막시민이 안경을 손으로 추켜 올려 바로 끼웠다.
" 그야 모르지. 하지만 에쉴트 백작은 예상외로 과거가 있는 인물이 아닐세. 귀공녀들과 스캔들이 있지도 않았고, 귀족들의 그 자랑스러운 사치와 낭비에 관한 소문도 없었네. 뭐, 저 저택은 예외지만. "
" 그렇게 스캔들도 없고 어찌보면 청렴해보이는 사람이 이 촌구석 나르비크에 저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지은건 ... 뭘 감추려해서 였는거 말고는 딱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 없군. "
" 하하하! 억측도 적당히 해야 웃을수 있는걸세. "
술집이 땀내 가득한 사내들로 왁**껄한 동안,
나르비크 광장을 관통하는 길의 끝, 에쉴트 백작의 집은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 전체 댓글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