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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비크는 복잡한 대도시였다.
오전에는 저 멀리 푸른 대양의 매서움을 뚫고 오는 선원들의 안식처였으며
오후에는 신흥 상인들이 활개를 펼치는 상업의 중심이였으며
저녁에는 여자들과 남자들이 매그놀리아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낭만의 도시였다.
바다 내음이 평소보다 조금 더 짙고, 갈매기들이 저녁 하늘을 조심히 날고 있을 무렵에
나르비크는 평소처럼 백색 대리석 도로를 뽐내듯 맑아 보였다.
'터벅, 터벅'
멀리서 발에 무엇이라도 단듯,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 **, 매그놀리아에서 외상 한지도 벌써 오래인지라 ... 술은 땡기는데 흰 수염집으로나 갈까. "
안경을 낀 갈색 머리의 소년이 말했다.
갈빛이 도는 긴 코트를 입었으나, 코트는 여기저기 먼지가 많이 묻어 보였고
누가 봐도 안경을 낀 그 소년은 영락없는 가난한 소시민이였다.
" 쳇 ... 길드에서는 왜 연락을 안주는거야,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액시피터는 요즘들어 더욱 북적이는것 같은데 ... 역시 섀도우&애쉬의 이미지는 영 꽝인가 보군, 크크. "
소년이 작은 미소를 띄우며 나르비크의 광장을 지나 부둣가로 걸어갔다.
갈색 머리의 소년과는 대조적인, 은빛이 도는 부드러운 머릿결의 소년이 맞은 편에서 걸어왔다.
하늘빛 자켓, 매끈한 구두를 신고 있던 그는 누가 봐도 귀족 자제였다.
" 이야~ 나르비크는 역시 번화가긴 한가보군! 비록 시골에 있는 일개 도시에 불과하지만, 켈티카와도 견줄 정도로 나르비크만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감상은 이정도 까지! "
쾌활한 목소리로 은빛 머리의 소년이 말했다.
그렇게 갈색 머리의 소년과 은빛 머리의 소년은 너무나 대조적이지만 같은 곳을 서로 지나쳐갔다.
'딱 봐도 귀족나부랭이 자식이구만. 번지르르한 구두에다 옷까지, 크큭. 공화정이 얼른 도래해서 저런 애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싶군. '
갈색 머리의 소년이 옆으로 지나가는 은빛 머리의 소년을 힐끗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흠~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 역시 호의적이진 않군. 시골이라 그런지 귀족에 대한 반감이 더욱 심한건가. 괜히 나르비크 시민들한테 찍힐 필요는 없으니, 조금 더 조심해야겠어. '
은빛 머리의 소년이 싱긋이 미소를 짓고선 걸어갔다.
반딧불이만이 나르비크의 백색 도로를 비추고 있었지만,
그들의 만남과 여행은 벌써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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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IceStream2012.02.02저런 두 사람이 친구가 된다면 생각하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