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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검술 학원 네냐플 Chapter 1-2.

네냐플 lRls 2012-01-30 01:23 869
lRls님의 작성글 1 신고

마법, 검술 학원 네냐플 Chapter 1. 네냐플의 살인귀 (2)

 

1

 

 오늘의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모든 강의실의 문이 일제히 열리며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통로의 폭이 급격히 좁아지는 병목 구간인 애니 관의 로비는 기숙사로 돌아가려는 학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호리호리한 몸과 금빛 머리칼을 가진 소년, 에르곤 아시리아스 또한 그 틈에 섞여 있었다. 그는 가느다란 팔다리로 빼곡하게 들어찬 학생들을 헤집으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으면 문 손잡이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즈음, 그의 바로 옆 줄에서 책을 한가득 품에 안은 백금발의 소녀가 문을 밀치고 애니 관을 빠져나갔다. 그것을 본 에르곤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에르곤은 행여 그녀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애니 관을 나왔다.

 

 "티치엘!"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 준 덕에, 에르곤은 어렵지 않게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상급생으로 보이는 남자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티치엘의 뒷모습을 확인하며 뒤를 밟았다. 두 사람이 가는 방향은 기숙사와는 정반대였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었다. 그런 까닭에 에르곤은 미행하는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달리, 티치엘과 그 상급생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정하게 떠들기 바빴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던 에르곤은 때마침 나타난 이정표를 눈으로 읽었다.

 

 시나이 루블 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네냐플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학원 내의 건물을 얼마나 알겠느냐마는, 오고가며 한 번 정도는 귓등으로라도 흘려듣기 마련이었다. 에르곤은 머리를 굴려 보았다. 내일이 르노아의 날이니만큼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 다녀오거나 놀러 갈 계획을 짜기 위해 빌라에 틀어박혔을 터였다. 그런데 남녀 둘이서 아무도 모르는 건물을 찾는다는 건…

 

 "비밀 데이트…겠지."

 

 에르곤은 한숨을 푹 쉬었다. 입학식 날 티치엘 쥬스피앙과의 첫 만남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급하게 달려가다 그만 넘어진 그녀를 일으켜 준 것이 전부였지만 그 순간의 기억은 에르곤에게 매우 선명하게 각인되어 버렸다. 그는 또다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주머니에 넣어둔, 그 날 넘어졌던 티치엘이 복도에 떨어뜨린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한쪽 귀퉁이에 실로 수놓아진 티치엘 쥬스피앙의 머릿글자 'T.J.'가 느껴졌다. 오늘만큼은 손수건을 돌려주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붙여 보려고 했는데… 그녀가 잘생긴 상급생과 사이좋게 있는 모습을 보자 맥이 빠졌다. 수석 입학한 이후로 쭉 우등생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눈에 띄기 위해 초급 마법학을 죽어라 공부하던 자신이 문득 한심하게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초급 마법학 담당인 호이오크 교수의 총애를 받게 됐지만 결국 티치엘은 그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수?"

 

 생각에 잠겨 있던 에르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는 어느새 시나이 루블 관의 정문 앞에 도착해 있었고, 그런 그를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수수한 정원사 차림의 노인이었다.

 

 "아, 그게… 아까 그 여학생…."

 

 에르곤이 대강 얼버무리자 고맙게도 노인이 말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 주었다.

 

 "티치엘 아가씨 말이구먼. 참 고운 아이지. 안 그런가?"

 

 "네? 네, 그렇죠. 그런데 티치엘을 아세요?"

 

 "그럼, 알다마다. 레오멘티스 교수님 조카딸이 이번에 입학했다는 말은 이미 학원 안에 쫙 퍼졌는데, 학생은 몰랐나 보구먼. 아무튼, 학생도 아까 그 학생처럼 아가씰 도와주러 왔나? 이름이… 스베니안인가 그랬는데…."

 

 얼떨떨해진 에르곤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마당을 마저 쓸며 말했다.

 

 "3층으로 가보시게. 일 열심히 하구. 건장한 남정네가 둘이나 있으니 아가씨 고생시키지는 않겠지?"

 

2

 

 시나이 루블 관의 내부 인테리어는 다른 건물들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바닥의 카펫은 붉은색이었고―완전개방형인―창문은 트럼프의 스페이드 모양과 흡사했다. 남부 건축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벽화나 조각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에르곤은 처음 보는 수수한 실내 장식을 열심히 구경하면서도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3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올라온 계단은 일(一)자형 복도의 중간 지점이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괘종시계가 놓여진 홀이 있었고, 그 홀을 기준으로 방들이 길게 좌우로 늘어서 있는 구조였다. 고동색 문짝에는 여타 강의실과 마찬가지로 방 번호가 적힌 황금색 문패가 걸려 있었는데, 담당 교수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보아 강의용 방은 아닌 듯했다. 에르곤은 까치발을 든 채 살금살금 걷다가 307호실 앞에 가서 섰다. 방문과 바닥 사이의 틈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책들이 많긴 많네요. 이래서는 얼마나 걸릴지…."

 

 "괜찮아. 티치엘이 도와주고 있으니까 금방 끝낼 수 있을 거야."

 

 낯익은 목소리. 에르곤은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안에서는 분주하게 오가는 소리, 덜컥거리는 소리, 팔락거리는 소리가 쉴새없이 들려왔다. 책장에서 책들을 꺼내고, 그 책들을 테이블 위에 쌓아놓고, 페이지를 넘겨보고 있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내일이 르노아의 날인데, 티치엘은 어디 안 가니?"

 

 "네. 저희 집은 여기서 좀 멀거든요. 그냥 여기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니? 친구들이 다 집에 가고 나면 혼자 심심하겠구나."

 

 "아뇨, 친구들도 저랑 사정이 비슷해요. 그리고 선배도 여기 계실 거잖아요. 내일도 일 도와드릴까요? 이제 이 방이 마지막이라면서요."

 

 "내일은 쉴거야. 한 주 동안 수고하신 꼬마 숙녀님께 휴가는 줘야지. 오늘은 그만 가봐. 뒷정리는 내가 할게. 휴일 잘 보내렴, 티치엘."

 

 "네! 선배님도 휴일 잘 보내세요!"

 

 또각또각 경쾌한 구두 소리가 에르곤이 서 있는 문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황급히 벽에 붙어 섰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티치엘이 나왔다. 열린 문 뒤에 숨은 에르곤이 발각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티치엘은 문을 닫을 생각도 않고 곧장 홀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그리고, 아까와 같으면서도 분명히 다른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문 닫고 들어와. 얘기 좀 하지. 애니 관에서부터 우리를 졸졸 따라온 이유도 말이야."

 

 모골이 송연했다. 이토록 으스스한 기분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러나 에르곤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다리의 힘이 풀렸다는 것을 감추려 일부러 느릿느릿 걸었다. 그럼에도 두려운 기색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그 증거로, 문을 닫은 그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통성명이나 할까? 난 스베니안이다. 스베니안 라베스."

 

 스베니안은 책이 한가득 쌓인 테이블 옆에 서 있었다. 에르곤은 이를 악물고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너……."

 

3

 

 르노아의 날도 어김없이 아침은 밝았다. 집에 가거나 놀러 가려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네냐플의 기숙사는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전날 밤의 영향으로 술 냄새가 진동하는 도토리 빌라에는 네 소년의 코 고는 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보리스, 루시안, 막시민, 그리고 얹혀 들어온 조슈아까지. 어젯밤에는 10시 통금 시간이 없다는 점을 노리고 신나게 퍼마신 탓에 일어나기가 유독 고통스러웠다.

 

 가장 먼저 일어난 사람은―상대적으로―술을 적게 마셨던 보리스와 조슈아였다. 특히 보리스는 현관 앞에 널브러졌던 세 친구를 부축해 외투를 벗기고 각자의 침대에 눕혀 준 뒤 맨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심지어 마루의 탁자 위에 놓인 유리잔에 물을 절반 가량 따르고는 그것을 조슈아에게 권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조슈아는 씨익 웃으며 그 잔을 받아들었다.

 

 "고마워. 넌 좀 어때, 보리스?"

 

 "별로."

 

 짧게 대꾸한 보리스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 조슈아도 그의 맞은편 자리를 차지했다.

 

 …….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평소에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그리 많지 않던 두 사람이었다. 거기다 중간다리 역할을 하던 루시안과 막시민마저 없으니 빌라 안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보리스는 지금 이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은 듯 미동도 없이 물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조슈아는 그렇지 않았다. 네냐플에 온 뒤로 누군가와 이렇게 말 한 마디 나누지 않고 마주 있어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어제 불을 때고 미처 재를 들어내지 않은 벽난로, 술에 절은 두 소년이 정신없이 자고 있을 침실들, 그리고 반쯤 열린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오의 햇살. 조슈아는 문득 할 말이 떠올랐다.

 

 "힘들지 않아?"

 

 "…뭐가?"

 

 "우리 이렇게 말없이 앉아 있는 거."

 

 보리스의 얼굴에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윽고 적당한 대답을 찾아낸 보리스가 대답했다.

 

 "침묵하는 상대에게서 얻어갈 수 있는 것도 꽤 많아."

 

 조슈아는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미처 묻기도 전에 두 침실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타난 이들의 모습은 아주 가관이었다. 하나는 안경을 코끝에 걸쳐둔 채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긇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창백한 낯빛에 속이 쓰려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곧장 숙취로 인해 다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지만, 루시안과 막시민은 용케도 아침 인사를 주고받았다.

 

 "안녕… 막시민. 굉장히 피곤해 보이네. 우으으으윽…. 뭐 나도 그렇지만…."

 

 "난 멀쩡해. 단지 다른 사람들이 피곤해 보인다고 오해하지 않을 정도로 눈을 똑바로 뜨고 다니기가 귀찮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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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닉 거의 다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읽으니 매력이 색다른 것 같습니다.

3년 전에는 머리가 딸려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도 어느 정도 알아먹겠더라고요.

근래에 데모닉을 다시 읽으며 깨달은 거지만,

데모닉도 윈터러 못지않게 흡입력이 대단하네요 ㅎㅎㅎ

전민희 작가님 작품들이 워낙 좋기 때문이겠지만, 솔직히 데모닉은 저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추신 : 요즘 막시민이 너무너무 좋아요. 은근 매력덩어리라능!!! >3<

전체 댓글 :
1
  • 조슈아
    네냐플 MSP
    2012.01.30
    데모닉의 흡입력 쑤왑쑤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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