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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상쾌한 아침이라도 말하려 했지만 ... 비가 계속 오니 영 찝찝하군요~ "
높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은빛이 도는 머리카락의 미소년이 말했다.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도련님. "
외눈 안경을 쓴 흰 머리의 집사가 한 손에는 수건을 걸치고 소년을 맞이했다.
" 응! 좋은 아침이지? 오늘도 아버지는 왕성에 들르셔서 폐하와 얘기를 나누시겠군 ... 따분해~ "
미소년이 빙긋이 집사를 보며 웃었다.
" 항상 바쁘시니깐 말이죠, 하하 "
집사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 하지만 그렇게 폐하 앞에서 고개나 조아리는 그런 하루하루 ... 지겹지 않을까? "
소년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 귀족으로써의 지위는 의무라는 것이 있으니 어쩔수 없는 것이지요. 그나저나 오늘도 외출 하실겁니까? "
집사가 손에 건 수건을 건내려 하면서 말했다.
" 비가 오는 날의 연속이라 조금 축축하지만 ... 여행은 언제나 재밌는 법! 오늘도 난 나가겠어! "
소년이 수건을 당차게 받고선 어딘가로 향하였다.
유리로 도배가 된 어떤 큰 공간에 잠시 후 소년이 들어왔다.
푸른빛이 도는 타일들과 투명한 유리의 조화는 그야말로 몽환적이였다.
고급스러운 욕조와 세면대, 그리고 따뜻한 물이 천천히 흘러오는 그곳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소년은 목에 수건을 걸치고선 찬 물로 가볍게 세수를 했다.
얼굴 씻기를 두 세번, 소년은 문득 그 앞에 놓여진 큰 거울을 바라보았다.
" ... 귀족으로써 항상 웃는척 하기도 힘들군 ...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다른 모습의 귀족이란. "
소년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 그래도 귀족의 신분으로써 평민처럼 살지는 않잖아? 스스로 귀족이라 칭하고 평민과 구별하다니 ... 풉 ... "
소년이 스스로의 말을 듣고 웃었다.
소년이 말을 마치고 나자, 그의 발 밑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다리, 그의 몸, 그의 머리를 쏙 빼닮은 그의 그림자가 갑자기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는 이내 거울을 보고 있는 소년의 어깨에 살짝 한쪽 팔을 언지고선 넌지시 말을했다.
" 평민 따위 생각해서 무엇하려고? 우리와는 관련 없잖아. 그깟 평민들은 하찮게 살라고해. 귀족으로써, 귀족답게 우리는 사는것일 뿐이야. "
그림자가 음흉하게 말했다.
"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는 않아, 바보같으니. 공화정을 지지하는 세력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줬잖아. "
소년이 매정하게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거울에는 오직 소년의 모습만이 비춰질뿐, 그림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그건 변명일 뿐이잖아? 크큭 ... 웃기군. 너는 귀족의 의무라고 생각하는척 하려고 그런말 하잖아? 네 스스로가 가소롭군 ... 크큭. "
그림자가 소년을 비웃으며 말했다.
" 큭 ... 웃기긴 웃기군 ... 하지만 넌 이만 사라져야겠어. "
소년이 그림자를 천천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림자는 마치 거짓말인것처럼 소년의 옆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거울 속에는 오직 그 미소년만이 스스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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