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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pisode 1. Chapter 1-16 빛

네냐플 〃푸른태양〃 2011-06-30 13:32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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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어두움 속, 오직 바닷물이 흰 대리석에 부딪히는 소리만이 나르비크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두움이 내리 앉아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있었기에,

모든 건물이나 물체들이 희미하게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 어두운 고요함을 두터운 가죽 신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와

고급스러운 구두가 땅에 부딪혀 낸 소리가 깨트렸다.

 

그들은 비록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나르비크를 걷고 있었지만,

둘 다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대저택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었다.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일수 없듯, 고급 가죽 가방과 거의다 뜯겨진 가죽신은 어울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그러한 자각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 할지라도,

어두운 곳에서 유독 강하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그들의 노력을 무시한듯 더욱 더 또렷이 들렸다.

 

그들의 걸음이 대저택의 입구에 다다른 순간,

그들은 무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 ... 금발의 귀족처럼 보이는 저 소녀 ...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 거슬리는군요. '

푸른 머리의 소년이 그의 머릿빛처럼 차갑게 속으로 말했다.

 

' 사람을 신분에 따라 분류한다는게 웃기지만, 분명 저 소년은 평민같군. 평민이 아까전부터 왜, 대저택을 향하고 걷고 있는 거지. '

금발의 아름다운 귀족 역시 속으로 생각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떠한 것도 확실한 것은 없었다. 그저, 추측과 억측만이 그들 속을 떠돌고 있을뿐이였다.

 

나무가 된 마냥, 대저택의 입구 앞에서 멍하게 그들은 서있었다.

 

폰티나가의 대저택에 비하면 대저택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 크기의 저택이 그들의 시야 저편에 있었다.

비교적 높다라한 기둥으로 입구라는 것 정도를 표시해두고, 모양을 위해서 사병들을 입구에 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사병들은 그저 졸고 있을 뿐이였기 때문이다.

 

입구 너머의 정원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흰 색 대리석 위로 흙이 묻어나왔기도 했고, 어떤 풀은 높이, 어떤 풀은 자라다 말아서 정원이 들쑥날쑥 했다.

무엇보다 예쁜 꽃들이 심겨져 있지 않았다.

폰티나가에는 즐비했던 화려한 활력초도, 그렇다고 정령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에쉴트 백작은 나르비크의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더 어두워 보였다.

 

 

하지만 클로에와 란지에의 머릿 속에는 에쉴트 백작의 정원이 어떻다는 등, 이러한 어찌보면 사소한 생각을 할 시간은 없었다.

그들은 그들 앞에 놓여진 의문의 인물들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풀어야만 했다.

 

 

' ... 보아하니 나르비크 같은 소도시의 가문은 아닌것 같군요. 차림새나, 행동 ... 무엇보다 느낌이 ... 수도 켈티카의 귀족 정도 되는듯 한데 ... '

란지에가 그가 지금껏 본 귀족들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클로에와 비교하였다.

 

' 흠 ... 하지만 켈티카의 귀족이라면 나르비크에 직접 올 필요는 없었겠지요, 간단히 시종에게 일을 시키면 되니깐 말이죠.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란지에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러한 '관찰'은 클로에 역시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저택의 입구 앞에서 주변을 구경하는 척 했지만

실제로는 알게모르게 푸른 머리의 소년쪽으로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 ... 보아하니 저 소년은 평민임이 틀림없는데, 왜 저택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거지. 그리고 저 아이의 옷에 새겨진 문양은 에쉴트 백작의 가문것이 아니야 ... 무엇을 하려고 거기에 서있는 것인가, 평민이여 ... '

클로에가 아무것도 모르는척, 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때 란지에가 무슨 결심이라도 선듯, 불안하게 정원을 보던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선 클로에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유난히 어두웠던지라 클로에는 그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푸른 머리의 소년의 가죽신 소리가 커짐에 따라 클로에의 신경도 그쪽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 ... 무엇을 하려는겐가, 평민 ... '

클로에가 살짝 불안한듯 소리가 다가오는 쪽을 살짝 바라보았다.

 

 

어둠의 안개를 헤치고, 푸른 빛깔의 머리카락의 소년이 점점 더 다가왔다.

뿌옇게 비추어졌던 그의 모습이, 클로에의 눈에 점점 다 선명히 그려졌다.

 

 

그 때, 클로에의 손에 들고 있던 홀이 심장이 뛰듯 '쿵쾅' 거렸다.

홀 자체가 움직인 것은 아니지만, 분명 홀이 무언가를 말하기라도 하려는 듯했다.

 

갑작스러운 느낌에 클로에는 쥐고 있던 홀을 주시하였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옅은 황금빛이 홀을 감싸고 있었다.

 

 

금발의 귀족에게 다가가던 란지에는 어둠속, 갑자기 비췬 빛을 보고선 걸음을 멈추었다.

유난히 어두웠기에, 갑자기 만들어진 빛은 더욱 더 밝게 보였다.

그 빛은 불안과 초조함에 떨고 있던 란지에의 마음을 살며시 녹여주는 것 같았다.

 

그때, 란지에의 허리춤에 찬 총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던 황금빛이 아닌, 연한 붉은 색을 발하고 있었다.

 

 

역시, 클로에도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붉은 빛을 느꼈다.

마치 그녀에게 손짓이라도 하듯, 클로에는 알듯 모를듯한 위로를 그 빛에서 느꼈다.

 

 

그리고 빛이 띄기시작 한 후, 멀리서 아까와 같은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옅은 붉은 빛은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짐에 따라 더욱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클로에의 홀에서도 빛이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힘을 뽐내기라도 하듯, 빛은 더욱 더 강해졌다.

 

 

그리고선 다가오던 빛들 사이에서 하늘색 머리의 소녀가 땅에서 발을 딛지 않은 채 나타났다.

공허한듯 하지만 모든 것을 아는듯한 표정의 그 소녀는, 천천히 다가오던 빛들을 바라보았다.

 

붉은 빛은 클로에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란지에가 하늘색 머리 소녀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한채 계속 클로에에게 다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하늘색 머리의 소녀가 조용히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 빛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 그들이 너희를 시험할거야 ... "

짧고 분명한 목소리로 하늘색 머리의 소녀가 말했다.

 

 

그리고 이 소리를 클로에와 란지에는 분명하게 들었다.

 

클로에와 란지에가 이러한 뜬금없는 말에 이상한 표정을 짓고,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들은 어딘가로 워프되었다.

 

 

대기도, 땅도, 바람도, 어둠도 없는 흰 공간에 란지에와 클로에가 따로 나타났다.

 

그들이 당혹스러움과 두려움을 표현하기도 전에,

그들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클로에의 앞에는 클로에가, 란지에의 앞에는 란지에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 긴 홀과, 총을 꺼내들어 클로에와 란지에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처 클로에와 란지에가 아무 말도 하기전에,

그들 앞에 나타난 클로에와 란지에는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클로에의 앞에 서 있던 클로에에게서 붉은 빛의 구체가 여러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란지에의 앞에 서 있던 란지에에게서 연기를 뿜으며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클로에와 란지에는 아무것도 묻지 못한채, 무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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