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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Episode 1. Chapter 1-15 혈통

네냐플 〃푸른태양〃 2011-06-26 19:31 731
〃푸른태양〃님의 작성글 1 신고

 

따스했던 햇살이 서서히 산의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을때, 고요한 침묵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차가운 얼음이 허무하게 남겨져있던 하이아칸에서는 가죽신의 터벅터벅 소리가,

그리고 아직은 견고한 모습의 아노마라드에서 굽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비록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지만

그들이 달리고자 했던 목표로는 동시에 한걸음씩 내딛고 있었다.

 

 

금발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정원의 끝을 지나쳐서, 대저택을 향하는 대리석 계단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무엇인가 미련이라도 남은듯이 그녀 뒤에 남겨진 정원을 바라보았다.

 

정원의 곳곳을 밝혀둔 횃불들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고,

횃불이 만들어낸 빛 아래에는 다소곳하게 앉은듯한 꽃들과 온갖 식물들이 있었다.

 

 

" ... 당분간은 못 볼지도 모르겠군. 이 화려한 정원도, 이 순백의 대리석도 ... 그리고 ... "

클로에가 말 끝을 흐렸다.

 

" ... 정원에 뿌리 박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예쁜척하는 다소곳한 꽃마냥 가만히 있지는 않겠어. "

클로에가 미련을 보이는 눈동자를 거두곡 대리석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계단을 오를때마다 들리는 소리는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세상의 모든 괴로움과 번뇌를 다 진듯한 그 소리는, 그녀의 마음을 닮은듯 했다.

 

 

 

푸른 머리, 루비빛 눈동자의 소년 또한 어딘가로 달리고 있었다.

무적의 요새였던 하이아칸이 짧은 시간만에 파멸의 끝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 그를 지나쳤다.

견고했던 성은 눈과 얼음으로 무너지고 부서져 있었고, 병사들은 장난감 마냥 얼어 붙어있었다.

 

 

" ... 처참하군요. 아무리 몬스터라 하지만 ... 견고했던 대제국의 몰락이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다니 "

란지에가 가급적 무너지는 건물들에 눈길을 두려 하지 않으며 앞만 보고 달려갔다.

 

" ... 란즈미 ... 제발 아무런 일 없이 ... 무사히 있어줘 ... "

란지에가 거의 흐느끼는듯한 감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란지에는 처참한 몰골의 마을 끝에 있는 워프를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워프는 차가운 결빙 속에서도 황금빛 불을 잃지 않고 있었다.

마치 란지에를 반기듯, 불빛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 ... 지난 번에 나르비크를 다녀온 적이 있어서 다행이군요 ... "

란지에가 말을 마치고 워프에 발을 올리기 전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그의 뒤에 놓여진 차가운 대제국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눈을 감고 두 발을 워프 위에 올렸다.

 

워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흰 빛의 기둥들 사이로 그를 숨겨주었다.

그리고, 란지에는 모든 것에 벗어나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 시각, 클로에는 그녀의 서재 안에서 필요한 책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겉 표지가 낡아 색이 변할정도로 오래된 것들로 부터 시작하여,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책까지,

온갖 종류의 책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녀는 어두움을 고요히 밝히는 전등 아래 천천히 필요한 책들을 뽑았다.

서재의 이곳 저곳을 몇번 두리번 거리더니, 그녀는 세 권의 책을 그녀의 품에 들고 있었다.

 

 

" ... 꼭 필요한 책들이라하지만 ... 이 책들도 벌써 번거로운 짐이 되었군 ... "

클로에가 천천히 그녀 손에 안겨진 책을 바라보았다.

 

" ... 오랜만에 매는 가방이라 ... 귀족 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얼마만인지 ... 참 ... 귀족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가방은 내가 안맸지 ... ? "

클로에가 웃기다는 듯 작은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서재의 한 구석에 쳐박혀 있던 최고급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집어들었다.

책을 차근차근 집어 넣은 후, 클로에는 방을 건너가 의상실로 갔다.

 

" ... 내가 귀족이라 하여서 모든 상황이 나를 환대해주지는 않겠지 ... 가볍고 편한 차림으로 가야겠어. "

클로에가 위아래로 가득 채워진 옷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찾으며 말했다.

 

얼마 후, 그녀는 연미복 형식의 옷을 집었다.

비록 드레스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고급스럽고 예쁜 옷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레스보다 활동하기에 편한 옷임에는 틀림 없었다.

 

잠시 후, 클로에는 옷을 갈아 입고 대저택의 현관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가 나가려하자 신하들과 병사들이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 클로에님의 외출을 어떠한 상황에도 허용하지 말라는 공작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

정장을 입고 있던 어떤 나이 많은 여자가 클로에에게 다가와 말했다.

 

" ... 그대의 직속 기관이 어디지 ... ? 나의 아래인가, 혹은 공작의 아래인가 ... ? "

클로에가 차가운 눈빛을 그녀에게 보냈다.

 

" ... 클로에님의 산하입니다. "

나이 많은 여자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 그렇다면 나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나는 지금 그대 행동이 심히 불쾌하군. 신하가 귀족의 앞 길을 가로 막는다는 것 ... 왕실에 보고할 경우 그대가 어떻게 될지는 알고는 있겠지 ? "

클로에가 쉬지 않고 말했다.

 

" 하지만 ... "

늙은 시녀가 당황한듯 말하려 했지만, 클로에가 말을 끊었다.

 

" 나는 자비로우니 이번 한 번은 봐주겠네. 하지만 다시 한 번 더 내 행동을 방해한다면 그때는 내 자비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네. "

클로에가 말을 마치고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대로 거대한 문을 밀고 나갔다.

 

 

대저택 앞에 펼쳐진 대로를 10여분 정도 걷고 나서야 대저택의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입구의 철창 앞에 빛나는 워프가 보였다.

 

클로에는 어깨에 맨 가방을 다시 제대로 매고선, 빠른 속도로 걸어 나갔다.

이런 와중에도 그녀의 손에는 홀이 있었다.

 

클로에가 입구의 철창 앞에 도착하여, 무엇이라고 중얼거리자 무겁고 거대한 쇠문이 갑자기 움직였다.

마치 클로에의 외출을 도와려도 주는듯, 문은 평소와는 달리 조용한 소리로 벽에 부딪히며 열렸다.

 

 

" ... 당분간 ... 여행이군 ... "

클로에는 게이트를 나가, 뒤에 화려하게 장식된 거대한 대저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이후 한치의 망설임 없이 워프 위에 올라가 나르비크를 향해 나아갔다.

 

 

 

란지에와 클로에 모두, 워프를 사용 한 후 빠른 속도로 어딘가로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비록 그들이 보는 것들은 달랐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본 것은 있었다.

불타오른 오를란느와 얼어붙은 하이아칸의 잔영.

 

그 모습이 지나가자 그들은 온 몸에 천천히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고민하기도 전에 그들은 짠 냄새가 가득한 어느 항구로 워프 했다.

 

갈매기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었고, 푸른색 지붕과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건물도 보였다.

나르비크, 분명 나르비크가 그들의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란지에는 비교적 익숙한듯 나르비크의 워프 위에 나타났지만

클로에는 어색하게 주줌 서있었다.

 

 

" ... 바닷물이 벽을 찰싹때리는 소리는 분명 나르비크만의 특산품이군요 ... "

란지에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것은 저녁의 어두움에 묻혀있었고, 일부분 만이 달빛에 비춰 보였다.

붉은 그의 눈에 처음 보인 것은 액시피터였다.

그가 전에 주인의 심부름으로 온 적이 있었던 지라, 비교적 그에게는 익숙했다.

 

그리고 흰색의 땅이 나르비크를 감싸고 있었다.

하이아칸 만큼 견고한 것은 아니였지만, 작은 도시 치고는 꽤나 발전된 모습이였다.

 

그런데, 어색한 무언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달빛을 받을때마다 더욱 번들거리는 부드러운 금발 머리카락의 여성이였다.

딱 봐도 귀족인 것 같은 고급 옷과 가방, 그리고 유난히 반짝이는 그녀 손에 잡힌 홀은

란지** 하여금 위화감을 느끼게 하였다.

 

란지에는 마치 그녀를 애써 무시하려는 척, 뒤를 돌아 그의 목적지인 에쉴트 백작으로 걸어갔다.

 

 

한편, 클로에의 눈에도 나르비크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 역시 일개 소도시의 전형적 모습이군, 이 나르비크란 도시 ... 하지만 ... 불쾌하지는 않다랄까 ... 즐거운 여행이 될 것 같아. "

클로에가 작은 미소를 띄우며 어색하게 선 그녀의 모습을 보고선 똑바로 서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 처음 들어온건 저 멀리 있는 광장 가운데에 있는 날개 모양의 형상이였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고 있던 그것은 클로에에겐 심지어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클로에는 주위의 다른 것들도 바라보았다.

역시 소도시답게 그녀의 눈에 띄게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마치 나르비크의 연한 바닷물과 같은 색의 머리카락과, 그와는 대조적인 붉은 눈빛의 소년은 확실히 그녀의 눈에 특이하게 비춰졌다.

 

허름한 가죽신, 허리춤에 찬 총은 그의 신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클로에는 그를 보고선 관심이 없다는 듯, 천천히 에쉴트 백작의 대저택 쪽으로 기품있게 걸어갔다.

 

 

그들은 각자 따로 천천히 대저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대저택이 워프에서 멀지 않았던지라, 그들은 멀리 보이는 저택의 입구를 볼수 있었다.

허술한 사병 두 명이, 한 손에는 거대한 도끼를 들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런데 란지에의 눈에 밟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금발 소녀가 마치 그를 미행이라도 하는 듯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클로에의 눈에도 역시 그 푸른 머리의 소년이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애써 무시하고 각자의 길로 대저택을 향해 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저택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어색하게 서 있는 금발, 혹은 푸른빛 머리카락의 사람이 있었다.

 

 

 

전체 댓글 :
1
  • 이스핀
    네냐플 갈래귀
    2011.06.26
    저러다 충돌해서 난리치는 건 아니겠죠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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