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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국들의 갑작스러운 파멸로 인해 세계는 평온함을 잃기 시작했다.
아노마라드 왕실에서는 알지 못할 미궁의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마치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모든 것이 갑자기 일어났다.
공허하지만 가득한 공간에서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마치 배우들이 연극에서 연기를 하는것 처럼, 그들의 상황은 관객들에 의해 주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마냥
답답한 미소만을 짓는 일개 모험가가 있었다.
그리고 손목에 있지도 않은 시계를 보고 바쁜척 하던 그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모험가들에게 의미심장한 물음과 조건을 내던져버리고선 무책임하게 떠나버리는 그는
그의 발 밑, 빛나는 마법진의 힘으로 발생한 공간을 이동하는 힘을 이용하고선
하늘을 날아가 어딘가로 향하였다.
세상의 끔찍한 비명이 닿지 않는 곳인것 만큼 고요한 공간이였다.
검은 철로 화려하게 꾸며진 방들, 발 밑은 은은한 하늘색을 띄는 유리같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다.
화려한 꽃 무늬처럼 꾸며진 검은 철들은 숭고하지만 아름다웠다.
그리고 나르비크나 클라드 같은 곳에 있는 워프와 같이, 둥근 빛의 형상이
검은 철들의 장식 정가운데에 물에 떠있는 마냥 부양하고 있었다.
롱소드는 여전히 작은 미소를 띄고선 미지의 공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발을 들여놓는 순간, 마치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 흠 ... 제 시간에 와계셨군요. 혹시나 늦을까봐 걱정했습니다, 하하! "
롱소드가 영 유쾌하지 않은 듯한 느낌의 웃음을 지었다.
" ..... 안녕 ... 접촉 ... 시도 되었는건가 ... ? "
연한 하늘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것 같았다.
" 접촉이라 ... 그럴싸한 표현이군요. 뭐, 나름대로 '접촉'은 했답니다. "
롱소드가 흥미롭다는 듯 빙긋이 웃었다.
" ... 여전히 미묘한 웃음이구나 ... 연극 ... 곧 시작이겠구나 ... "
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선 공중에 소녀가 떠 있었다.
" 오래전 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적혀지고 있었으니깐요. 이제 그들이 책 속을 가득 채우면 되는겁니다, 하하! "
롱소드가 연한 하늘색 머리의 소녀에게 다가갔다.
" 그나저나 벤야씨는 언제까지 그렇게 하늘에 떠 계실겁니까? 제가 왔는데 정상적인 사람처럼 땅 위를 걸으면서 인사를 하셔야죠! "
롱소드가 재미있는 마냥 따지는 식으로 말했다.
" ... 언제나 유쾌하구나 ... "
벤야라는 소녀가 땅에 조금 더 가깝게 하늘에 떠 있었다.
" 쳇 ... 그래도 역시 땅은 안 밟으시는 거군요? "
롱소드가 어깨를 살짝 들썩이며 말했다.
" ... 오염되기 싫으니깐 ... 가죽신이라도 너는 있잖아 ... "
벤야가 롱소드의 발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 하하, 다음에 올땐 대충 만든 신발이라도 가져와야겠군요. "
자세히 보니 벤야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둥그런 거울 같기도 하면서 금속 같기도 한 그것은, 워프의 빛을 반사시켜 밝게 보이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니 롱소드의 얼굴이 그녀가 들고 있는 물체에 보였다.
" 흠 ... 오늘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굴까요? "
롱소드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물었다.
" ... 너 ... "
벤야가 물건을 들고 있는 손을 조금 더 힘을 주어 그것을 꽉 쥐었다.
" ... 저도 이야기의 한 부분이군요. 모든 것을 알면서도 부분속에 속하다니 ... 아이러니하군요. "
롱소드에게선 평소에 볼수 없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너는 대리자 ... 모든 것을 알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너의 역할 ... "
벤야가 눈을 천천히 다른 곳으로 흘기면서 말했다.
" 모든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라 ... 어쩌면 모든 이들의 삶이 그럴수도 있겠군요. "
롱소드가 다시 빙긋이 웃었다.
" 그러면 벤야씨는 어떤 역할인가요? "
롱소드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벤야에게 물었다.
" ... 이 연극에서의 내 역할 ... "
벤야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 ... 아직은 내가 나서서 역할을 맡을 때가 아니야 ... "
벤야가 고개를 다시 천천히 들며 롱소드를 바라보았다.
" 크큭 ... 하지만 벌써 이 이야기 속에 어떤 역할로 등장하시는걸요? "
롱소드가 말했다.
" 그들의 눈에 보이는 나는 진실된 내가 아니야 ... 란지에라는 소년이 붉은 눈속 푸른 눈물을 감추듯 ... 클로에라는 귀족이 그녀 속의 진실된 모습을 바라** 못하듯 ... 그들은 그들만의 허황과 거짓 속에 살고 있어 ... "
벤야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응시했다.
" 나야트레이라는 꼬마 숙녀는 아직 더 성장할 필요가 있는 걸까요 ? "
롱소드가 벤야에게 물었다.
" ... 네가 바라보고 있는 것만을 진실로 생각하지마 ... 현상, 그 이상의 현상이 있으니깐 ... 그 꼬마는 그 누구보다 강해 ... 네가 상상하고 있는것보다도 훨씬 더 ... "
벤야가 롱소드 뒤편의 워프의 불빛을 바라보고선 말했다.
" ... 그들도 때가 되면 이 곳에 들리겠지 ... 그리고선 나를 볼거야 ... 그리고선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 스스로 그려 나갈거고 ... 아니, 어쩌면 내가 먼저 연극에 등장할수도 있겠군. "
벤야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 흠 ... 다음 모험자를 만나는 것은 영 어려울것 같군요. 왠만한 수법은 다른 모험자들한테 다 써버렸으니깐요. "
롱소드가 이야기의 주제를 돌리려는듯 말했다.
" 조슈아 ... 말인가 ... ? 그는 알아서 네 말에 쉽게 유혹을 느낄테니 ... 네가 걱정 안해도 돼 ... 그 소년이 먼저 모험을 떠나버릴수도 ... "
벤야가 롱소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 흠 ... 그런데 정말 이렇게 생각해보니, 조화가 영 맞지 않는 그룹이군요. 귀족과 평민이 섞이 그룹이라 ... 왕실의 폐지를 옹호하는 공화정 세력과의 조합도 꽤나 이해가 가질 않네요. "
롱소드가 벤야에게 물었다.
" ... 다양한 피아노의 건반들이 만나 불협화음을 만들지 화음을 만들지는 ... 아무도 모르겠지 ... "
벤야가 검은 철과 하늘빛을 띄는 방을 서서히 빠져나가며 말했다.
하늘빛 방을 나가자, 더욱 더 넓은 공간에 걸쳐 하늘빛 대리석이 나타났다.
검은색 철들로 더욱 더 화려하지만 장엄하게 꾸며져있던 넓은 공간은
누군가의 마음을 그려내는 듯이 복잡하고 어찌보면 까다로웠다.
벤야의 뒤를 따라 롱소드도 천천히 넓은 방에 들어섰다.
" ... 너 ... 혹시 ... "
벤야가 고개를 뒤로 천천히 돌려 롱소드를 바라보았다.
" 으흠 ... ? 혹시 ... ? "
롱소드가 궁금하다는듯 반문했다.
" ... 아니야 ... 네가 그럴리가 없지 ... 순간의 오해란 ... 어리석군 ... 땅에서 더 올라가야 겠어 ... "
벤야가 조금 더 높이 공중에 떠 있었다.
" 이런이런~ 무슨 착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땅의 그 포근함을 느껴보긴 하셨나요?! "
롱소드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 ... 롱소드답군 ... "
벤야가 은은한 미소를 띄었다.
" ... 오랜만에 그렇게 웃는걸 보는군요 ... 이번 이야기가 확실히 벤야씨 기억에 즐거운 하나의 추억이 되겠군요. "
롱소드가 작은 미소를 띄었다.
" ... "
벤야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롱소드를 바라보았다.
" ... 너에게 말할게 있어 ... "
벤야가 롱소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 뭔가요? "
롱소드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 ... 작가의 숙명은 ... 이야기가 마치는 순간 사라져 ... "
벤야가 롱소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 ... 너의 숙명은 ... 이 이야기를 무사히 마무리 하는 것 ... 그리고 나선 ... 이슬과 같이 사라지는 ... "
벤야가 말을 마치기 전에 롱소드가 끼어 들었다.
"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구요~ 이제 막 이야기가 시작 됐다구요! "
롱소드가 애써 외면하듯 벤야의 말을 끊었다.
" ... "
벤야가 슬픈 눈으로 롱소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 말이 있은 후 짧은 침묵속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겉으론 아무말을 않고 있어도, 그들의 내면에는 수많은 소리들이 오고갔다.
' ... 너는 결국 사라질 운명 ... 너는 이야기를 중단할수 있어 ... 그것을 모를리 없잖아 ... '
벤야가 속으로 생각했다.
' 작가의 운명은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 ... 의문은 없다 ... '
롱소드가 조용히 속으로 말했다.
' ... 왜지 ... 네가 적고 있는 소설의 끝이 해피 엔딩이 아닐수도 있는 걸 ... '
벤야가 생각했다.
' 이제야 비로소 발현을 위한 발을 떼기 시작했는데 ... '
롱소드가 속으로 생각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그들 각각의 머리 속을 교차하고 난 후
벤야가 애처롭게 롱소드를 바라보았다.
얼마가 지났을까, 벤야가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 ... 아노마라드와 산스루리아 ... 지속적인 견제 ... "
벤야가 문장으로 말하지 않고, 땅을 바라보며 단어 단위로 말했다.
" 에잉?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 나라들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라는 건가요? "
롱소드가 물었다.
" ... 안녕 ... "
벤야가 롱소드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선 흰 빛들의 기둥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벤야는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이 그 누구도 모를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흰 빛들의 기둥 속으로 천천히 벤야가 사라져갔다.
롱소드는 그런 상황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 ... "
벤야가 무엇인가를 롱소드에게 조용히 말했다.
" 뭐라구요? "
롱소드가 못들은듯 되물었다.
하지만 벤야가 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가 떠난 하늘빛 공간은 너무나 공허해 보였다.
홀로 남겨진 롱소드는, 못에 박힌듯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웃으면서 방을 나갔다.
하지만 그의 미소는 기쁨이 아닌, 다른 감정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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