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감싸고 있던 수많은 병사들은 조용히, 그리고 재빠르게 그녀 주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장미를 감싸고 있는 가시처럼, 병사들과 신하들은 그녀 주위를 항상 에워 쌌다.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과 힘을 쥐고 있던 그녀일지라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더욱 더 다가갈 수 없었던 그녀는 어쩌면 세상 그 누구보다 외로울지 몰랐다.

"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고귀한 혈통을 타고 났기에 ... 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 "

클로에가 조용히 정원을 가로지르는 샘을 향해 걸어갔다.

" 그런 웃으면서도 울고 있는 삐**가 ... 왠지 어렵게만 느껴지진 않군. "

천천히 눈을 감으며 클로에가 샘물 앞에 섰다.

" 삐**가 사람을 웃기기 위해 서커스라는 의문의 공간에 몸을 담듯 ... "

감았던 눈을 클로에가 뜨며 말했다.

" 고귀한 혈통의 귀족이기에 내가 궁궐에 몸을 담는 다라 ... 꽤나 흥미롭군. "

작지만 의미 심장한 미소를 클로에가 띄었다.

" 하지만 그러한 형식에 얽매이는 것 자체가 귀족으로써의 명예와 품위에 걸맞지는 않군. "

클로에가 몸을 천천히 돌려 반대편 하늘을 바라보았다.

" 누군가가 와서 명료한 해답을 주었으면 좋겠군 ... 생각의 연속은 속박의 지속이니 ... "

작은 한숨을 클로에가 내쉬었다.

클로에가 한숨을 쉬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이야~ 역시 폰티나 가의 정원은 규모 자체가 다르군요. 미적 완성도도 매우 높아요, 하하! "

란지에에게 나타났던 익숙한 여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의문의 남성의 소리를 듣고선 클로에는 흠칫 놀란것 처럼 보였으나,

'귀족으로써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애써 마음을 침착하게 하려고 하는듯해 보였다.

하늘색 눈동자로 클로에는 의문의 남성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 누구길래 감히 함부로 폰티나 가의 정원에 워프를 하는 것이지? "

클로에가 놀란 눈을 애써 감추며 말했다.

" 하하, 안녕하신가요!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의 작은 ... 작다고는 보기 어렵겠군요. 아무튼, 좋은 안식처가 어디있나 방황하다 여기를 찾았답니다, 하하 ! "

여행자가 윙크를 하며 말했다.

" ... 내 말의 의도가 그 뜻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누군지 모를 그대의 등장이 영 유쾌하지는 않군. "

클로에가 한쪽 눈썹과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 오오 ... 그렇게 ** 말아요~ 말했듯이, 저는 여행자일 뿐이랍니다! "

반대쪽 눈으로 윙크를 하며 여행자가 말했다.

" 방문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예의가 없는 여행자인가 보군. 감히 이 공녀를 보고서도 예를 갖추어 인사 하지 않다니 ... 그리고 누구건간에 초면에 자기 소개를 하는건 기본적 예의 아닌가 ... ? "

클로에가 무의미한듯한 표정으로 여행자를 바라보았다.

" 이런이런,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롱소드 굿나이트, 그냥 롱소드라고 불러주세요, 하하. "

롱소드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성은 없는가 ... ? 역시 일개 여행자에 지나지 않는 평민이였던 모양이군. 평민이라고 무시하는 것은 아니네. 다만 그런 근거 없는 배짱은 귀족이 아니고서는 찾아보기가 어렵거든. "

클로에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 크익 ... 역시 냉철하시군요. 하지만 여전히 알지 못할 미지의 고민에 휩쌓여 아무것도 찾지를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군요, 하하! "

롱소드가 다시 한번 빙긋이 웃었다.

" ... 자네가 나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거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자가 아는 체 하니 ... 꽤나 불쾌하군. "

클로에가 부채를 천천히 펴며 얼굴을 향해 부채질 하였다.

" 하하, 일개 여행자가 위대한 공녀님의 속을 어찌 알겠습니까? "

롱소드가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꽤나 비꼬는것 같군. 나는 자비로우니 용서해주도록 하지. 하지만 내 자비에도 한계가 있어. "

클로에 입장에서는 최대한 온화하게 말하려 하는것처럼 보였다.

" 귀족으로써의 의무와 인생의 의미를 혼동하고 계신건 아니구요? "

롱소드가 조용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