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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에 앉아있는데, 문이 열리고, 아나벨이 보였다.
어라. 어째 세파에 찌든 얼굴이네…라고 생각하다가 아아. 하는 소리를 잠시 냈다.
그래. 당연히 찌들었겠지. 애들이 무슨일이냐고 아래층에서 묻고 난리를 쳤을테고, 그걸 다 대답……
싫다…….으으.
아나벨이 등장해서 다행이야. 밀라랑 티치엘하고 별 도움도 안돼는 추리를 하고있었는데 말이지. 뭘
추측할수 있겠구만.
"아나벨! 이제괜찮아?"
"응……."
"어째 안괜찮아 보인다?"
"애들이 끝없는 질문공세를 퍼부었어. 아아……여기까지 내가 죽지않고 왔구나……."
예상대로군.
"근데, 네가 많이 시달렸겠지만……. 저기, 우리한테 그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래?"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이스핀은 경추에 얼음물이 쏘아지는 느낌이었다.
설마. 아무도 모를꺼야.
"응. 해야겠지……. 밑에있던 애들한텐 안했거든."
아나벨, 절여놓은 배추가 따로없구나.
티치엘과 밀라도 아나벨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마. 이스핀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소리쳤다.
만일 진짜 내가 예상한 이유 때문이라면, 내 학원생활은 엉망이 될거야. 이제야 겨우 나를 '샤를로트
비에트리스 드 오를란느'가 아니라 '이스핀 샤를'로써 아껴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들키면 다들 나를 색안경 끼고 보게 될텐데. 싫어. 여기서만이라도 그건 싫어.
이스핀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왠지 별로 좋지 않은 소리를 낼 것 같았다.
"어제 우리 오렌지주스 꽁꽁얼려서 하드처럼 먹은거 기억나지? 근데 그것때문인지 뭔지 하여튼 나,
밤에 배탈이 났지 뭐야. 난롯가에 앉아서 배를 따뜻하게 하려고 하고있는데 밖에서 주륵, 하는 소리
가 들리잖아. 뭔가 붓는 것 처럼. 그래서 나갔는데……."
아나벨은 여기서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혹은 뭔가를 궁리하는 듯 허공을 응시했다.
"밖에 도망가는 사람이 보이는거야. 잡으려고 쫓아갔거든. 잡아야 무슨 일인지 알거아냐. 그래서 쫓
아갔는데, 학원을 나가서 가다보니까 사라져 버렸어. 도로 돌아왔는데. 문간에 피가 잔뜩 들이부어져
있었어. 그 다음은 너희가 본 대로야."
아나벨은 이미 크로아첸 후작가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녀가 여기 있는걸 알았다고 피를 부어
서 무슨 이득을 볼거라고 그랬겠는가. 좋은말로 구슬러서 데려가거나 엄명을 내리거나 했겠지.
그리고 거기에 딸을 놔 뒀을리가? 후계자도 없는것들 주제에.
"그러면 네가 들은 주륵하는 소리가 피를 붓는 소리였어?"
밀라가 물어봤다.
"모르겠어. 나갈때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너무 신경쓰여서 발밑따위는 제대로 못봤어."
"누가 그랬는지 감을 못 잡겠어?"
이스핀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모르겠어. 무엇보다도 안고니나의 커튼을 뚫었다는 게 이상해. 그거 표지가 없으면 못 뚫잖아."
티치엘이 물어봤다.
"그러면…설마 누가 표지를 빌려준걸까?"
"그럴리가. 외부인이 '빌려줍쇼'한다고 빌려주는 인간이 어딨겠어?"
이스핀이 반박했다.
"돈을 준다고 하고 꼬셨을까? 아, 근데 표지를 갖고있는 사람과 같이있어도 들어갈 수 있잖아. 혹시
몰래 마법써서 묻어간 거 아냐?"
밀라가 의견을 내놓자 티치엘이 반박했다.
"그건 안돼. 안고니나의 커튼을 통과할 때는 동행인은 어떤 마법이든 몸에 걸려있으면 못 들어가. 투
명마법 같은 건 물론이고, 심지어 간단한 보호마법도."
아나벨이 말했다.
"밀라가 처음에 한 말 말야. 돈을 준다고 꼬셨다고. 그거 혹시 신빙성 있지 않을까?"
그러자 티치엘이 무릎을 탁 쳤다.
"잠시만! 나 나갔다 올게!"
셋은 어리둥절했다.
아나벨이 문간을 주시하고 있는 데, 티치엘은 돌아왔다. 입을 연 사람은 아나벨이었다.
"어딜갔었어?"
"아아니, 별것 아냐. 내가 헛다리를 짚었지 뭐야."
잠시후 티치엘이 웅얼거렸다.
"…이 그렇게까지 분별없진 않지…나도 참."
"응?뭐?"
아나벨이 묻자 '아무것도 아냐 아헤헤…….'하고 얼굴이 발개져서 대답했다.
"……좀 무섭지 않니? 누구든 와서 우리를 해칠수도 있잖아."
"이스핀, 그런소리좀 하지마. 말이 씨가 된단 말도 모르냐?"
밀라가 살짝 짜증을 냈다.
"그럼 다들 추측 되는 건 없는거야?"
이스핀이 왠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나벨은 문득 뭐가 떠오르려고 했다. 뭐였지? 어쩐지 과거의 이 시간즈음에…….
"그럼 각자 할일하자. 에휴 될대로 되라지. 하도 질문공세에 시달려서 이제는 아예 낙관적이 되려고
하네."
밀라가 말하자 몇명이 킥, 하고 웃었다.
아나벨은 문득 티치엘을 보았다. 그때였다.
점점 뭔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그거였어.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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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안 열심히 해서 빨리 끝내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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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칸 샴포니티치2010.07.23안고니나의 커튼이 아주 좋은 물건이군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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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냐플 마시멜로∂2010.07.23뭔가 추리소설 보는것같아요 이번화는ㅎㅎ 뭔가 아나벨과 관련된것이 있는걸까요?